161화. < 5대 가문이 준 보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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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돌아가고 난 후, 반태수는 소파에 축 늘어진 채 눈을 감았다.
"피곤하다.”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피곤으로 찌들었다.
얘기를 나눈 시간은 아주 잠깐인데,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일단 반태수가 고민하는 것은 5대 가문의 의도였다.
그들이 보상으로 준다는 개척도시는 반태수가 보기에 이제 반쯤 완성되었다.
나머지 반을 채우려면 아마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다 채우지 않아도 도시의 기능을 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보아하니 이미 나름의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었다.
거길 지배하고 나머지를 채우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뭘까?
‘설마 목줄 하나 채우는 그런 건가?’
반태수가 만일 그 도시에 애착을 갖게 된다면 5대 가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도시를 인질로 잡히는 셈이니까.
하지만 고작 그런 걸 위해 도시를 준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 왔던 네 사람 모두 반태수가 그 도시를 받았으면 하는 듯했다.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만 그랬으면 큰 고민 없이 거절했을 것이다.
한데 오스윈 프리든과 페일라 린치필드까지 그러고 있으니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은 결코 반태수에게 해가 될 일을 권하지 않을 테니까.
"모르겠다.”
반태수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이 될 때는 아예 아무 생각 안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래서 결정을 좀 더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다가 기회가 물 건너가면, 그건 또 그거대로 나쁘지 않다. 어차피 도시를 지배하겠다는 생각 따위 그동안 해본 적도 없으니까.
반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동안 로봇에 빠지는 바람에 후순위로 밀린 일을 오늘 처리해야겠다.
***
반태수가 향한 곳은 한창 공사 중인 변두리 개발 지역이었다.
거기서 한바탕 싸운 덕분에 철거가 좀 더 빨리 끝났다.
지금은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수많은 인부와 공사장비가 곳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반태수는 포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쪽도 한창 공사 중이었다.
기초공사를 한다고 땅을 깊이 파헤쳐놨는데, 그렇게 파낸 땅 위 허공에 포탈이 덩그러니 떠 있었다.
반태수는 왜곡을 걸고 포탈로 날아갔다.
예전 포탈에 손을 댔을 때는, 아예 분석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니,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감지가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아직 포탈에 손을 댄 것은 아니지만 그저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려 차원을 이동하는 포탈이다. 공간이동도 아니고 위상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아공간도 아니다.
아직 공간이동도 못하고 아공간도 못 만든다. 위상공간이야 이제 좀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지만, 고작 그것만으로 포탈을 완벽히 분석할 수 있을 리 없다.
당연히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얻는 것이 있으리라.
반태수는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포탈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눈을 지그시 감고 포탈에 집중했다.
예전에는 포탈을 덧씌운 보안마법조차 뚫지 못했다.
한데 이젠 아니다.
예전에 두 개라고 여겼던 보안마법은 지금 보니 여섯 개였다.
여섯 가지 보안마법이 촘촘하게 맞물려서 서로를 보완해주고 있었다.
아공간 팔찌에 걸려 있던 보안마법보다 몇 단계 위였다.
하지만 반태수도 그동안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아공간 팔찌에 걸린 보안마법을 풀 때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발전했다. 벽도 몇 번이나 넘었고.
반태수는 집중해서 보안마법을 차근차근 뚫기 시작했다.
몸을 띄운 마법을 제외한 모든 두뇌를 포탈에 집중했다.
그동안 벽을 몇 차례 넘으면서 할당할 수 있는 두뇌의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금은 생각을 일곱 개로 나눌 수 있었다.
그 모든 두뇌를 입체적으로 이용해 보안을 뚫었다.
처음에는 지지부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보안을 해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여섯 개의 보안을 동시에 뚫어야 해체가 가능한 보안마법이었다.
반태수는 집중에 집중을 거듭한 결과 결국 보안을 뚫는 데 성공했다.
지독할 정도의 성취감이 정수리를 뚫고 들어와 발끝까지 치달았다.
온몸이 뻥 뚫리는 듯 시원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안마법 뒤에 있는 진짜 포탈을 구성한 마법을 분석할 시간이다.
시작하자마자 까마득한 기분을 느꼈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무수한 위상공간이 겹쳐져 있었다.
각 위상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마법은 하나하나가 현재의 반태수가 가진 지식과 능력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마법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반태수는 자신이 모르는 마법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하나의 위상공간을 채운 마법 중에 자신이 아는 마법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반태수는 절망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마법을 공부하면서 느낀 건, 하면 결국 된다는 거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면, 결국은 이루어진다. 그 마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심정으로 위상공간 하나에 달라붙어 분석하고 또 분석하고 파악하고 또 파악하는 일을 반복했다.
어느 순간, 머릿속 어딘가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마법지식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로 떠오른 마법지식과 기존에 갖고 있던 마법지식이 어우러지며, 위상공간을 채운 마법을 좀 더 명확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반태수는 자신이 분석하고 있는 이 마법으로부터 무언가 굉장히 고차원적인 힘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그 힘을 분석하려는데, 무언가가 자신을 거칠게 밀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집중이 깨졌다.
그 순간, 뒤로 확 튕겨났다.
반태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왜곡은 여전히 걸려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푹 젖어 있었다. 처음에는 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건 피였다.
온몸이 피에 절어 있었다.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뿐 아니라 거기에 지독한 악취가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포탈을 분석하는 사이 또 한 번 벽을 넘은 모양이었다.
반태수는 일단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
반태수는 가장 가까이 있는 물을 찾아갔다.
도시 밖으로 나가 몇 킬로미터쯤 가면 좀 작은 호수가 있었다.
마수가 사는 호수였는데, 반태수는 상관하지 않고 거기에 몸을 담갔다.
몸에서 나는 피 냄새와 악취를 빨리 제거하고 싶었다.
악취야 그렇다 치고, 피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물속을 유영하면서 몸과 옷에 붙은 노폐물과 피를 대충 씻어내고 있으니 마수들이 접근해왔다.
깜깜한 밤이었기에 물속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하지만 반태수의 눈은 어둠을 꿰뚫고 마수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마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붉게 빛나는 눈으로 반태수를 노려보며 빠르게 다가왔다.
다섯 마리였는데, 악어를 닮은 마수였다.
악어를 닮은 부분은 입이었고, 나머지는 악어보다 사람 쪽에 더 가까웠다.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었고, 길쭉한 꼬리를 달고 있었는데, 그걸 이리저리 휘저으며 반태수를 목표로 크게 선회하며 다가오는 중이었다.
사방에서 포위해서 단숨에 입으로 씹어 먹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반태수는 빠르게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순식간에 술식이 완성되었고, 마법진이 나타났다.
손을 크게 한 번 휘젓자, 마법이 발동하면서 반태수를 중심으로 물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얇은 물의 원반이 만들어져 맹렬히 회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십여 개의 원반이 둘러쌌고, 그것이 점점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마침 가까이 다가왔던 마수들이 물의 원반에 닿았다.
촤아아악!
물의 원반에 닿는 족족 잘려 나갔다.
다섯 마리 마수는 한꺼번에 덮치다가 입도 잘리고 팔도 잘리고 꼬리도 잘렸다.
하지만 그 지경이 되어서도 마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반태수에게 달려들었다.
반태수는 마수들을 향해 물의 원반을 던졌다.
물을 가르고 쏘아지는 물의 원반이 다섯 마수를 싹둑싹둑 잘라냈다.
잘게 쪼개진 마수의 육편이 호수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른 마수들이 우르르 몰려와 잘린 마수의 육편을 향해 달려들었다.
호수 밑바닥에서 마수들이 서로 고기를 차지하겠다고 난동을 부렸다.
반태수는 그걸 잠깐 눈에 담았다가 이내 호수 위로 올라갔다.
촤악!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간 반태수는 마력을 진동시켜 몸의 물기를 싹 날려 버린 다음, 몸 상태를 확인했다.
몸은 아주 멀쩡했다. 다친 곳도 없고, 이상이 있는 부분도 없었다.
그리고 악취는 약간 남아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했다.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니까.
반태수는 밤하늘을 날아 크랙톤의 저택으로 향했다.
조용히 저택으로 들어간 반태수는 옷을 벗어 전부 태워버리고 몸을 깨끗이 씻었다.
개운해진 기분으로 커피를 내려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마셨다.
그러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가만히 되짚어봤다.
굉장히 많은 걸 얻은 날이었다.
아직도 머릿속에 새로 얻은 마법 지식이 맴돌고 있었다.
그걸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반태수가 원하는 건 최대한 빠르게 지식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포탈에 대한 감이 잡힐 것이다.
이번에 분석하면서 느낀 건데, 포탈에는 공간이동이나 아공간 같은 고위 마법이 다양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그러니 포탈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아공간이든 공간이동이든 전부 자신의 것이 된다.
아니, 그 반대다.
포탈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아공간이나 공간이동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째 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네.”
반태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커피를 후룩 마셨다.
그렇게 편하게 소파에 앉은 채, 오늘 분석한 마법을 머릿속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새로 떠오른 마법 지식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고.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져서 효율이 좋아졌다.
반태수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렇게 앉아 계속해서 마법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데드릭 벨크리스, 살라자 샤마쉬, 오스윈 프리든, 페일라 린치필드였다.
네 사람은 득달같이 달려와 반태수가 있는 걸 확인하고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왜들 그러십니까?”
반태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히 저들이 왜 저러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왜 그러냐고?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반태수가 어깨를 으쓱 했다.
그걸 본 네 사람은 반태수가 정말로 자신들이 왜 이러는지 모른다는 걸 알았다.
오스윈 프리든이 나섰다.
"반 마법사님. 지금 열흘 만에 오신 겁니다. 어젯밤에 돌아오신 겁니까?”
"예?”
반태수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열흘이라니.
물론 자신이 포탈을 분석하는 데 푹 빠지긴 했다. 하지만 열흘이라니. 자신의 감각으로는 고작 하루 정도였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이 보이게 내밀었다.
"어…… 정말로 열흘이 지났네요?”
다들 어이가 없어 말을 하지 못했다.
"대체 어디에 다녀오신 겁니까?”
반태수가 살짝 머뭇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포탈을 분석하다가 이렇게 됐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도시 밖에 잠깐 나가서 마법에 대해 사색을 하다가 뭔가 깨닫는 바가 있어서 그대로 집중을 좀 했죠. 하루 정도 그러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반태수의 말에 오스윈 프리든이 흠칫 놀랐다.
"그럼 설마 벽을 넘으신 겁니까?”
"뭐…… 그렇게 됐습니다.”
오스윈 프리든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좋아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페일라 린치필드도 오스윈 프리든 만큼이나 좋아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어찌나 환하고 해맑은지 옆에 있던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가 연신 헛웃음을 흘렸다.
"난 당최 이놈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자네는 좀 알겠나?”
살라자 샤마쉬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렇게 서로를 믿고 위해주는 관계는 좀 부럽네요.”
잠시 축하를 주고받는 시간이 지나자, 반태수가 네 사람에게 말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이렇게 일찍 오셨으니 모닝커피라도 한 잔 하셔야죠.”
커피라는 말에 네 사람은 냉큼 반태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응접실에 앉아 반태수가 제공하는 커피와 쿠키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제 슬슬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도 커피에 좀 적응을 했는지, 먹으면서 조금이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네. 내가 말했잖은가. 노리는 귀족이 많았다고.”
애초에 다음 책임자로 내정된 가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위 가문까지도 정해져 있었다.
그걸 비틀어 반태수에게 주기로 한 건데, 열흘 동안이나 아무 응답이 없으니 거절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죠.”
반태수는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정말 아까워요. 거기 진짜 괜찮은 도시 같았는데.”
“5대 가문의 후원을 받고, 우리가 도왔으면 7년 안에 정말 괜찮은 도시로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으면, 응? 거기에 휴양시설도 좀 만들고, 유흥시설도 좀 만들고, 응? 남은 인생이 얼마나 즐거워."
반태수는 그런 데드릭 벨크리스를 보며 물었다.
"영감님은 도시 없습니까?”
"나? 있지. 따로 관리하는 도시가 세 개쯤 되지. 왜?”
"그럼 거기에 원하는 거 만드시면 되잖습니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개척도시가 진짜 딱인데.”
이번에 반태수에게 도시를 떠넘긴 다음 뭔가 꿍꿍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반태수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도시를 못 받게 되었으니 보상이 바뀌었을 것 아닌가.
그런 의미를 담아 살라자 샤마쉬를 쳐다보니, 그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위원회에서 새 보상안을 제안했네.”
반태수가 눈을 반짝이며 귀를 열었다.
살라자 샤마쉬가 손가락을 세 개 펼쳤다.
"솔직히 개척도시보다는 못할 걸세. 그건 다양한 이권과 관계가 얽혀 있어서 가능했던 보상이니까. 위원회에서는 총 세 가지 보상을 제안했네.”
한 템포 쉰 다음 살라자 샤마쉬가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말을 이었다.
"첫째, 금전적 보상이네. 액수는 제법 되니 아마 한동안 돈 걱정할 일은 없을 걸세.”
안 그래도 돈으로 때울 줄 알았기에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유적 발굴권이네. 위원회에서는 총 30개의 유적을 발굴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네.”
유적 발굴권, 이건 좀 땡긴다.
"5대 가문에서 확보한 유적을 주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나보고 알아서 찾으라는 겁니까?"
"둘 다 해당되네. 확보한 유적을 원하면 그걸 주고, 직접 찾겠다면 찾는 걸 도와줄 수도 있네.”
확실히 괜찮다. 30개면 좀 적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셋째, 전에 자네가 관심을 가졌던 위성에 대한 지식정보를 주기로 했네. 그걸 이용해 혹시라도 위성 제작에 성공하면 그걸 띄워주는 것까지 해주기로 했네.”
위성이라는 말에 반태수의 눈이 흥미로 물들었다.
이건 정말 괜찮다.
"몇 개나 해줍니까? 만들면 만드는 족족 올려주는 겁니까?”
"아직 거기까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무한히 해줄 수는 없고, 아마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 생각하면 되지 않나 싶군.”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 살라자 샤마쉬가 말을 이었다.
"혹시 위성 제작이 어려울 것 같으면 도움을 청하게. 한두 개 정도는 위원회에서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나중에 필요하면 부탁하겠습니다.”
하지만 반태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마 위원회에서 제작해주는 위성은 분명히 거기에 감시를 위한 뭔가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차라리 직접 만들고 말지 굳이 그런 위험부담을 안을 생각은 없었다.
"좋은 보상이네요.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살라자 샤마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혹시 도시를 원하면 언제든 말만 하게. 처음 것보다는 못하지만 개척도시 하나쯤은 준비할 수 있으니까. 물론 이건 위원회에서 전한 말이네.”
"그러겠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그 뒤로는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반태수는 대화하는 내내 5대 가문에서 준 보상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두뇌를 하나 할당할 정도로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