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57화 (153/351)

157화.  < 평범한 일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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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너무나 순조롭게 흘러간다.

정확히 28개의 도시와 개발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그곳에 자금을 지원하고 얻을 부분을 명확하게 확정한 것이다.

돈은 별로 안 들어갔다.

거기에 들어갈 모든 자금을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가 대신 지급했으니까.

두 사람은 자신들의 돈이 아니라 가문에서 내준 돈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돈 들어갈 일이 있으면 두 사람이 나서서 해결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무튼 그 부분은 이제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28개나 되는 포탈을 얻은 뒤에 그걸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갖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쓸 일이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나름 심각하게 여겼던 일이 쉽게 해결이 되었다.

그래서 반태수는 당분간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로 했다.

반태수에게 평범한 일상이라는 건 일단 공부를 기본으로 했다.

일단 이면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과학에 관련된 책과 논문을 최대한 모았다.

엄대협과 오스윈 프리든, 페일라 린치필드에게 부탁했더니 순식간에 책과 논문이 산처럼 쌓였다.

반태수가 그런 걸 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까지 나서서 책과 논문을 구해주었다.

책과 논문을 쌓을 장소가 마땅치 않을 정도로 막대한 양이 모였다.

반태수는 그걸 허리띠 아공간에 넣었다.

이건 이면세계의 과학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실제 과학 수준은 지구와 다를 수도 있다.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가 구해준 책과 논문은 생각보다 귀한 것들이 많았다.

반태수는 그 모든 것을 차근차근 읽고 머릿속에 착착 저장했다.

두뇌를 따로 할당해 책과 논문을 통해 얻은 지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소화해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해서 반태수는, 이면세계의 과학이, 생각보다 마법에 크게 의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어딘가 좀 불균형한 느낌이었다.

일단 통신 쪽은 관련해서 널리 알려진 기술이 별로 없었다.

아주 극히 기초적인 부분 외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데 막상 시중에 돌아다니는 스마트폰을 보면 실 사용 기술은 지구와 비슷하다.

아니, 마법이라는 것이 섞인 마법사 전용 폰을 보면 어쩌면 지구보다 한 수 위의 기술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데 일반적으로 퍼진 지식은 지구에 비해 너무 낮았다.

관련 전공 서적은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런 식으로 몇 가지 분야는 관련 지식이 메말라 있었다. 실제로 그 지식을 이용해 실사용하는 뛰어난 제품이 잔뜩 나와 있음에도 말이다.

이건 마법이 섞이면서 어쩌고 하기에는 제법 위화감이 있었다.

아마 5대 가문이 기술력과 지식을 독점하고 있는 모양인데, 솔직히 좀 이상했다.

아무튼 반태수는 그렇게 이면세계의 과학 지식을 빠르게 섭렵해 나갔다.

그러면서 동시에 비행선을 타고 유적을 찾아다녔다.

예전 오스윈 프리든과 페일라 린치필드와 함께 다녔던, 퍼즐 형 유적에.

퍼즐 형 유적은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동굴폭포에 있던 유적만큼 어려운 건 없었다.

아마 동굴폭포의 유적이 가장 어렵고, 나머지는 그걸 토대로 만들어진 하위 유적인 듯했다.

아니면 무수한 퍼즐 형 유적을 만들고 그걸 종합해서 동굴폭포의 유적을 만들었거나.

반태수는 무수한 퍼즐 형 유적을 클리어 하면서 알 수 없는 용도의 유물들, 그러니까 무언가의 부품으로 보이는 유물을 잔뜩 얻었다.

그리고 그런 퍼즐 형 유적 중에서 좀 특이한 유적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리로 향했다.

거긴 아직도 나름 관리를 하는 유적인지라 누군가를 데리고 가야 했다.

한데 그 유적을 관리하는 주체가 프리든 가나 린치필드 가가 아니라서 다른 사람을 데려가야 했다.

데드릭 벨크리스나 살라자 샤마쉬에게 말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반태수는 자신이 닫힌 유적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나 알려선 안 된다는 걸 알기에 그들에게 부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반태수의 비행선이 목표로 하는 유적에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착륙했다.

그곳은 높은 산과 산 사이에 있는 계곡이었다.

근처에 마수가 있는지 미리 확인했는데, 가장 가까이 있는 마수가 30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가끔 산짐승이 돌아다니긴 하는데, 위험하진 않았다.

계곡은 굉장히 아름답고 운치가 있었다.

비행선이 착륙한 곳은 계곡에서 가까운 평지였다. 이런 장소가 있는 것도 좋았다.

오후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 자고 가기로 했다.

승무원들과 조종사들은 비행선에서 내려 오랜만에 텐트도 치고 모닥불을 피우기로 했다. 고기도 좀 구워먹고 말이다.

다들 신이 나서 캠핑을 준비했다.

그리고 반태수는 그들에게 모든 준비를 맡기고 슬쩍 빠져나왔다.

이제부터 유적을 확인하러 간다.

10킬로미터는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반태수는 왜곡을 걸고 빠르게 날아서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치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처럼 생긴 언덕이 바로 그 유적이었다.

이 유적을 따로 관리하는 이유는 실패했음에도 길이 막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유적의 길은 마치 달팽이처럼 나선형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퍼즐을 푸는 방식도 다른 퍼즐 형 유적과 달랐다.

나선형의 길을 따라가며 빛으로 나타난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마력을 써야 했고, 그림을 이루는 빛과 같은 속성을 부여해야만 했다.

그게 조금이라도 틀리면 바로 끝이었다.

이런 퍼즐 형 유적의 특징이 첫 번째 시도가 끝이라는 점이었다.

이 유적에 도전한 사람은 상당한 유망주였는데, 고작 4.3미터 들어갔다고 한다.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반태수는 그 점에 대해서는 요만큼도 걱정하지 않았다.

반태수가 걱정하는 건, 자신이 이 유적을 다시 작동하게 만드는 모습을 들키는 것이었다.

들키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유적은 5대 가문의 허락 없이 함부로 발굴할 수 없고, 이미 발굴한 유적이라고 해도 함부로 들어가거나 손대선 안 된다.

유적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간이 캠프가 세워져 있었다.

상주 인원은 40명 정도였고, 그 중 두 명이 유적 연구원이고, 요리나 잡일을 하는 사람이 여덟 명이었다.

나머지는 유적을 지키기 위한 인력으로 능력자가 절반이고 총기로 무장한 일반병이 절반이었다.

캠프는 일부러 유적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세운 듯했다.

유적과 캠프를 오가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이상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임무 중 하나였다.

그래서 캠프로 복귀할 때는 유적을 일부러 한 바퀴 돌고서 캠프로 향한다.

유적 자체를 지키는 병력은 여덟 명이었다.

두 시간마다 네 명씩 교체를 하는 방식으로 경계를 유지했다.

그러니 한 번 유적에 나오면 네 시간을 버텨야 한다.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할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근처에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유적 근처에는 마수도 거의 없었다.

어쩌다 떠돌이 마수가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러다가 방향을 바꿔서 다른 곳으로 간다.

아마 유적의 힘이 작용했을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여전히 이 유적에 연구원을 둘이나 배정해서 수시로 유적을 살피는 것이다.

반태수는 유적을 지켜보다가 밤에 들어가기로 했다.

유적의 퍼즐은 빛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그러니 밤에 하면 티가 더 많이 난다.

하지만 반태수는 미리 마법으로 입구에 조치를 해서 안쪽의 빛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굳이 밤에 온 이유는 연구원들이 밤에는 캠프에 틀어박혀서 쉬기 때문이다.

낮에는 가끔 들르는데 언제 올지 모르니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게 낫다.

몰래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저 왜곡을 걸고 들어가면 되니까.

반태수는 해가 지자마자 유적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법으로 입구를 막았다.

물리적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입구에 환상을 펼쳐 내부의 빛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평소의 모습만 계속 보도록 만들었다.

혹시 경계를 서던 병사들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서 그에 관한 마법도 펼쳤다.

유적 입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불쾌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거기까지 한 다음에야 유적 내부를 둘러봤다.

그저 동굴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는 유적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봤던 퍼즐 형 유적과 똑같은 방식으로 리셋 할 수 있는 유적이기도 했다.

반태수는 암호를 입력해 유적을 리셋 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빛의 선이 동굴을 따라 무수히 나타났다.

반태수는 그걸 보자마자 저 빛의 선이 유적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마법진이라는 걸 파악했다.

어렵지 않았다.

반태수가 느끼기에 지금까지 봤던 모든 퍼즐 유적 중에 가장 쉬웠다.

하지만 그건 그 사이에 반태수가 급격히 성장했기에 받는 느낌이고, 실제로는 굉장히 까다로운 유적이었다.

반태수는 빈 곳에 마력의 선을 쭉쭉 이어 그었다.

정확한 속성을 맞춰서 그어야 했기에 원래라면 세심하게 속성을 맞추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을 것이다.

한데 지금의 반태수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 정확한 속성을 파악해 마법진을 이어서 그렸다.

자연스럽게 술식을 계산해, 긋는 마력의 선이 어떤 속성으로 시작해 어떤 속성으로 변화해 나가는지 단숨에 파악하고 선을 죽죽 그었다.

빠르게 마법진이 완성되어 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마법진은 고스란히 반태수의 머릿속에 저장되었다.

유적 돌파를 시작한 지 30분쯤 되었을 무렵, 반태수는 어느새 유적의 끝에 도착했다.

유적 전체를 아우르는 마법진은 이미 완성 되었다.

반태수는 유적을 돌파하면서 차근차근 머릿속에 마법진을 저장했고, 그러면서 동시에 분석까지 했다.

마법진이 완성된 순간, 분석도 완료했고, 이 마법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일종의 데이터 저장 마법이었다.

마법진 자체에 데이터가 저장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저장된 데이터를 불러오는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의 각 부분에 대응하는 데이터가 있고, 그 데이터를 불러와 허공에 홀로그램처럼 뿌리는 것이다.

머릿속에 마법진이 완성되었지만, 굳이 그걸 꺼내서 펼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마법진이 유적 전체에 걸쳐서 그려져 있으니까.

이제 이걸 활성화만 하면 마법이 발동할 것이다.

반태수는 가볍게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이것도 그냥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된다. 마법진에 맞게 속성과 양, 그리고 마력을 넣는 부분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분석이 끝났으니 마법진에 맞추는 건 일도 아니다.

우우웅!

빛의 선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좀 더 밝게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일제히 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유적의 끝에 홀로그램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홀로그램은 작은 로봇의 3차원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로봇의 제원이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딘가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긴 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없었다.

마법진을 분석한 걸로도 그걸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두뇌 하나를 할당해 마법진을 좀 더 분석했다.

그때,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로봇 사진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로봇이 낱낱이 분해되었다.

반태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분해된 조각의 모양이 굉장히 낯익었다.

‘이거구나!’

어렴풋이 예상은 했다. 그동안 모은 부품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설계도가 존재하리라는 것을.

이 유적이 바로 설계도를 얻기 위한 곳이었다.

일단 머릿속에 모든 걸 기억했다. 충분히 기억할 수 있었다.

설명은 전부 고대문자였고, 그걸 읽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모든 설계도면을 출력한 후, 마법진이 꺼졌다.

이제 유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반태수는 잠시 머릿속을 정리한 다음, 조용히 유적을 빠져나갔다.

***

다시 크랙톤으로 돌아가는 내내 반태수는 평소처럼 이면세계의 지식을 공부했다.

솔직히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그런 설계도를 봤는데 어떻게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다른 것도 아닌 로봇이다. 그것도 이족보행 로봇.

보아하니 사람이 타서 조종하는 로봇은 아니고, 별도로 인공지능이 필요한 로봇이었다.

아직 로봇 설계 내부에 인공지능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일단 조립을 해봐야 윤곽이 나올 듯했다.

유적에서 크랙톤까지는 꼬박 이틀이 걸린다. 반태수는 그 이틀 동안 집중하려고 애쓰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연구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마법을 펼쳤다.

마법이 발동하며 허공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빠르게 아공간에 있는 부품을 골라냈다.

연구실 바닥에 부품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지났을까.

반태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부품이 맞지 않았다.

설계도에 나온 부품은 분명히 있었다. 한데 그렇지 않은 부품도 굉장히 많았다.

결론은 이 부품들은 하나의 완성체가 아닌 여러 가지 완성체의 부품이라는 뜻이다.

"모자라네.”

로봇을 만드는 부품도 좀 모자랐다.

아무래도 유적을 좀 더 열심히 돌아야 할 모양이다.

‘그나저나…… 첫 번째 설계도가 로봇이면, 다른 건 대체 뭘까?’

반태수는 아까 설계도를 펼치고 부품을 고를 때보다 심장이 더 세게 뛰는 걸 느끼며 기대에 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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