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포탈 쟁탈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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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균은 깨질 듯한 두통을 참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보였다. 새하얀 칠이 된 천장이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관절이 삐걱거렸다.
두통이 살짝 가라앉자 기억이 떠올랐다.
‘미친 마법사 새끼.’
마력 폭풍에서 도망치려는데 그 미친 마법사가 거기에 전격 마법을 썼다.
생각났다. 자신은 감전 되어서 정신을 잃었다.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동료들이 그렇게 됐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봤다. 널찍한 방이었다. 창문도 없었다. 그리고 한쪽 벽이 쇠창살로 이루어져 있었다.
"감옥?”
지구의 교도소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지만, 영화 같은 데에서 나오는 감옥이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누군가 정신을 잃은 자들을 끌고 왔는지 누운 자세가 전부 제각각이고 몇몇은 겹쳐 있기도 했다.
낯익은 얼굴이 몇 보였다.
이들은 전부 지구에서 온 능력자들이었다.
이종균은 섬뜩한 생각이 들어 얼른 쇠창살로 달려가 쇠창살을 붙잡고 시야가 허락하는 한도까지 관찰했다.
일단 양쪽 대각선으로 쇠창살이 보였다. 그리고 적당한 간격을 띄고 다음 쇠창살이 있는 걸 확인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이런 감옥이 잔뜩 있는 곳인 모양이다.
그리고 지구의 능력자들이 전부 잡혀왔고.
이종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한단 말인가.
2천 명이나 몰려가서 한 명에게 박살이 났다.
그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아니, 의도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무지막지한 마력폭풍에 전격을 흘려 넣은 것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왜 감옥이지?’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왜 자신들이 모두 감옥에 갇혔는가이다.
딱히 저지른 일이 없다.
물론 개개인을 깊이 파고들어 조사하면 불법 한두 가지쯤은 나오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2천 명이나 되는 능력자를 이렇게 단숨에 감옥에 잡아넣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신할 수는 없다. 자신은 아직 이면세계에 대해 전부 아는 게 아니니까.
아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설마 마법사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존재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2천 명이나 되는 능력자를 감옥에 가둘 수 있을 정도의 권력자인 것도 몰랐다.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방치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밥은 주겠지. 이종균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주위를 살폈다.
혹시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어쨌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야 할 테니까.
그렇게 주위를 살피는 사이, 감옥 안에 누워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다들 두통을 호소하다가 고개를 휘휘 저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창살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 것까지 마치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똑같이 행동했다.
그들은 그 다음에야 각자 다른 행동을 했는데, 그 중 일부가 이종균에게 다가갔다.
어쨌든 이번 계획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이종균이니 상황파악을 하고 다시 움직이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든 해야 한다고 여겼다.
"어떻게 된 겁니까?”
다가온 사내의 물음에 이종균이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어떻게 쓰러졌는지 기억은 나십니까?”
이종균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그들 역시 왜 감옥에 갇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일단 아무나라도 와야 대화를 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이라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종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저벅. 저벅. 저벅.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누군가가 오는 모양이다.
이종균은 마른침을 삼키며 다가오는 사람을 기다렸다.
발걸음은 일정한 주기를 두고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창살에 바짝 붙어서 확인해보니, 밥을 배식하는 사람이었다.
죄수들이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는 건지 창살을 활짝 연 다음, 안으로 음식을 잔뜩 넣어주고 닫았다.
이내 이종균이 있는 창살 앞으로 왔다. 그는 거대한 카트를 끌고 있었다. 그 카트 안에 작은 카트들이 들어 있고, 그 중 하나를 꺼내 창살 안으로 밀어 넣어주면 끝이었다.
창살이 열렸다. 창살 자체가 전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카트가 들어갈 정도로 열렸는데, 카트 자체가 크다보니 사람 몇 명은 나란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카트가 안으로 들어올 때, 이종균이 다급히 외쳤다.
"책임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우린 여기 갇힐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예요!”
다시 창살이 닫혔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냥 떠나지 않고 이종균을 빤히 쳐다봤다.
"말은 전해드리죠.’’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음 창살로 이동했다.
이종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새 카트 앞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음식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맛이나 모양이 나쁘지 않고 양도 모자라지 않았다.
이종균도 적당히 음식을 가져와 천천히 먹었다.
그러면서 책임자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변두리 개발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참여하기로 했던 연합 측이 이번 사태로 인해 전부 잡혀 들어가는 바람에 새 자금이 필요했다.
시정부에서는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반태수도 굳이 시정부의 지원을 추가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자신의 돈을 갖다 부었다.
어차피 쓸 일도 별로 없었다. 계속 돈이 불어나는 중이기도 했고.
한데 그조차 많이 부을 필요가 없었다.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가 각각 막대한 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 역시 대가일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대가의 극히 일부라고도 했다.
진짜 대가는 훨씬 어마어마할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두 사람의 스케일은 반태수도 익히 겪어봤다.
한데 그런 두 사람이 어마어마할 거라고 말할 정도면 대체 어떤 대가를 받게 된단 말인가.
왜 대가를 받게 되었는지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5대 가문이 움직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반태수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결코 이렇게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만큼 이번 일을 5대 가문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아마 이번 개발의 알짜는 반태수가 다 먹게 될 것이다.
***
"하여튼 재미없는 놈. 골라도 꼭 이런 데를 골라야겠나?”
데드릭 밸크리스가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크랙톤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경치 좋은 호숫가였다.
물론 호수 안에는 거대 마수가 살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지만,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건 별 문제가 없었다.
"좋은 경치를 자주 봐줘야 삶이 윤택해지는 법입니다. 영감님처럼 그렇게 자극만 찾고 다니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피식 웃었다.
"그 나중이 바로 지금이다. 나 후회 하나도 안 하는데? 아니지, 왜 좀 더 화끈하게 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 어쩌다 할 때가 있지.”
살라자 샤마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 얘기해봐야 입만 아프겠군요. 아무튼 저한테 장소를 정하라고 일임했으면 딴 소리 하지 마십시오.”
"누가 뭐래? 난 그냥 재미없다고 얘기했을 뿐이야.”
반태수는 두 사람의 말다툼을 멈추기 위해 커피를 따랐다.
미리 준비한 테이블 위에 뜨거운 커피 두 잔을 놓았다.
커피 향이 주변에 사악 퍼지니, 데드릭 벨크리스와 살라자 샤마쉬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두 사람은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움직여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거 마셔도 되는 거냐?”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짝이는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드시라고 준비한 겁니다. 얼른 드시죠.”
반태수는 그렇게 대답하며 쿠키도 한 접시 내려놓았다.
두 사람의 손이 경쟁적으로 움직이며 빠르게 쿠키를 확보했다.
당장 입에 털어 넣는 건 안 된다. 이 쿠키는 조금씩 음미하며 커피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게 최고의 맛과 향을 끌어내니까.
그렇기에 확보한 쿠키를 상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자신의 쿠키에 상대가 손을 댈까봐 한껏 경계하며 커피와 쿠키를 즐겼다.
저 두 사람은 마력의 양이 엄청나다. 8서클 마법사인 고스탁 메르서를 능가할 정도였다.
그러니 커피와 쿠키의 맛이 얼마나 각별하겠는가.
반태수도 이렇게 될 걸 다 알고서 두 사람에게 커피와 쿠키를 대접한 것이다.
커피와 쿠키를 모두 먹고 나서야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잡은 놈들 중에서 이종균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굉장히 협조적이야.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들도 술술 불고 있어."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반태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구의 능력자가 그렇게 쉽게 입을 열 것 같지 않아서였다.
‘어차피 돌아갈 길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이쪽에 확 붙으려는 건가?’
반태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데드릭 벨크리스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이종균이라는 놈, 지구에서 왔더라고. 너도 알지? 지구.”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얼마 전에 아는 것처럼 얘기를 하기도 했으니 이제 별로 거리낄 건 없었다.
"그놈이 그날 잡은 2천 명 넘는 능력자들이 전부 지구 출신이라더라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반태수는 가만히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그놈이 협상을 걸더라고. 우리가 장악한 곳들을 자신들이 쓸 수 있게 해달라면서 말이야.”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그럼 뭘 해주겠답니까?”
"앞으로 찾아보자던데. 분명히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더라고. 그게 기술이든 물질이든."
"그래서 어쩌셨습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씨익 웃었다.
“어쨌을 거 같아?”
"거절하셨군요.”
데드릭 벨크리스가 흠칫 놀랐다.
"뭐야, 어떻게 알았어?”
"감입니다.”
"감 더럽게 좋네. 아무튼 그놈들이 해주겠다는 건 우리 쪽에서 보면 별로 의미가 없거든.”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아마 그 대상은 미국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거절한 거 아니야. 결국은 거절할 거지만, 손잡는 척하면서 알아봐야 할 것들이 좀 있거든."
그 알아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대충 예상이 가능했다. 아마 포탈의 위치일 것이다.
이면세계 사람들의 눈에는 포탈이 보이지 않으니까. 이용할 수도 없고.
"아무튼 이번 일 덕분에 우리가 얻은 게 좀 많아. 원래 거래하던 놈들이 이용하던 통로도 곧 확보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마 그동안은 미국 측이 철저하게 은폐했을 것이다.
포탈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러니 그동안은 미국이 조심하기만 하면 포탈의 존재를 들킬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얘기가 좀 달라졌다.
존재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사로잡은 지구인들을 이용하면 더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마 미국 쪽도 마냥 좋은 상황이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씨익 웃으며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앞으로 받게 될 대가가 제법 될 거야. 우리가 또 은원은 아주 확실하거든. 그리고 혹시라도 가문에서 대충 넘어가려고 하면 내가 가만히 안 있지.”
데드릭 벨크리스가 저렇게 어필하는 이유를 반태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살라자 사마쉬가 얼른 끼어들었다.
"나도 힘을 보탤 걸세. 그러니 마음 푹 놓고 즐기고 있으면 되네.”
반태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커피 한 잔씩 더 드릴까요?”
두 사람이 반색했다.
"오! 커피, 좋지. 혹시 쿠키도 좀 줄 수 있나?”
당연히 된다. 안 될 게 뭐 있겠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막대한 대가를 가져온 사람들인데.
반태수는 커피를 한 잔씩 주고, 이번엔 접시 두 개에 따로 담은 쿠키를 내놓았다.
고작 커피와 쿠키에 즐거워하며 홀짝홀짝 아껴 마시는 두 사람을 보며 반태수가 빙긋 웃었다.
이번 일은 대충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될 듯하다.
‘뭐, 그렇다고 마음을 아예 놓은 건 아니지만.’
반태수는 아까 얘기를 하면서 순간순간 날카롭게 자신을 살피던 두 사람의 눈빛을 분명히 확인했다.
‘아마 내 정체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미국 쪽과 연결되었다고 하니, 자신의 존재를 지구에서 확인할 수도 있었다.
아니, 아마 분명히 확인해봤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계속 확인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얼굴과 체형만으로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반태수는 얼굴과 목소리까지 바꾸지 않았던가.
아마 못 찾을 것이다.
반태수는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내린 커피를 천천히 음미했다.
***
"어떻게 생각하나?”
데드릭 벨크리스의 물음에 살라자 샤마쉬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지구인 중에 저런 대단한 마법사가 있다고?”
"저도 그 부분이 걸립니다. 지구에서는 마법사가 나오기 정말 어려울 텐데…… 일단 서클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으니까요.”
"미국인지 뭔지 하는 놈들은 큰소리 탕탕 치더니 정작 지지부진하고.”
"없어서 못 찾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럼 이쯤에서 접을까? 어차피 그놈이 지구인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가문의 어르신들이 깊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뭐라도 하는 시늉은 해야죠.”
"그것도 의문이야. 가문의 어르신들이 대체 왜 그렇게 관심을 갖느냔 말이지. 마치……."
"마치 처음 미국에서 온 놈들과 만났을 때와 비슷하죠?”
"그래. 딱 그때랑 비슷해. 한데 지금은 어쩌고 있어? 아무 관심도 없잖아.”
"그렇죠. 이번 일도 그렇게 될 겁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그나저나…… 커피 생각이 또 나네. 좀 꺼내봐라. 내 건 두고 와서 없으니까, 한 잔만 얻어 마시자. 나중에 꼭 갚아줄게."
"그냥 돌아가서 드십시오.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하십니까. 안 갚으실 거 다 압니다.”
"야, 내가 신용이 그거밖에 안 돼? 나 못 믿어?”
"전에 갚으시겠다고 하셨던 쿠키나 먼저 주시고 말씀하시죠.”
살라자 샤마쉬의 눈에 순간 살기 비슷한 것이 감돌았다. 다시 생각해도 아까운지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걸 본 데드릭 벨크리스가 얼른 뒤로 물러났다.
"어, 그래. 나중에 또 보자.”
후다닥 멀어지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모습을 보며 살라자 샤마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해도 안 갚고 도망치면서 커피는 무슨.”
지난번에 하나 빼앗긴 쿠키가 너무나 뼈아팠다. 안 그래도 몇 개 안 남았는데, 내가 미쳤지, 저 영감의 말을 믿다니.
살라자 샤마쉬는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고는 비서에게 눈짓을 했다.
잠시 후, 그의 비행선이 떠올랐다.
그리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비행선도 뒤이어 떠올랐다.
반태수의 저택은 한동안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