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 연합을 노리는 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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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 연합에서는 총 일곱 개의 포탈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연합들과 공통으로 관리하는 포탈이 하나 따로 있었다.
그게 바로 예전 그 정체불명의 조직이 차지했던 포탈이다. 창고 안에 존재하던 바로 그 포탈.
현재 그곳의 창고는 모두 사라졌고, 제법 그럴듯한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나름 연구소 비슷하게 모양새를 갖췄는데, 오성 연합 말고도 다섯 개의 연합이 달라붙어서 관리 중이었다.
당시 이 포탈을 차지하기 위해 오성 연합을 포함한 다섯 연합이 손을 잡고 움직였기에 포탈에 대한 지분을 공평하게 나눴다.
정체불명의 조직이 노리는 포탈이 바로 그 공동 소유 포탈이었다.
그것도 굉장히 노골적이었다.
아무리 오성 연합이 지금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해도 명색이 오성 연합인데 그런 노골적인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정보팀까지 무너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오성 연합 안에 속한 능력자의 수는 물론이고 그 능력자들을 서포트하는 직원의 수가 엄청났다.
그러니 어설픈 노림수 정도는 읽고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태수가 보기에 그건 미끼였다.
반태수는 지금 광범위하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다른 포탈들 근처에서 다양한 조짐이 보였다.
공동 관리 포탈을 미끼로 오성 연합의 다른 포탈을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노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이젠 예전과는 다르다. 설사 일시적으로 포탈을 장악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유지하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포탈을 유지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더 이상 숨을 수 없을 테니까.
지금도 당시 포탈을 장악하면서 사로잡은 자들을 가둬두고 지속적으로 심문을 통해 정보를 뽑아내고 있었다.
물론 이제 영양가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한두 가지 어설픈 정보를 모으고 모아서 큰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정보는 이제 고스란히 반태수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반태수는 좀 더 다양한 경로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금 뽑아내는 정보는 전부 오성 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것들이다.
이미 오성 연합과 자신의 연결은 끊어졌다.
향후 다시 거론될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아니면 여지가 생길 때마다 툭툭 끊어도 되고.
그러니 그들 모르게 그냥 정보만 계속 뽑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오성 연합 바깥쪽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는 오성 연합 근처로 오기 전까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실력 좋고 믿을 만한 정보 조직이 필요했다.
그런 조직이 여러 개 있으면 더 좋고.
아무튼 반태수는 오성 연합의 포탈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조직을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했다.
사실 내버려 둬도 별 문제는 없다.
그들이 성공하면 오성 연합의 힘을 크게 깎아먹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태수에게 뭔가 나쁜 일이 벌어지거나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는다.
이미 오성 연합 쪽에서는 털어먹을 만큼 털어먹었다.
일성그룹 회장실 아래에 있던 비자금 금고도 싹 털지 않았나.
오성 연합에 속한 그룹 중에 건설 회사를 보유한 그룹이 화성그룹과 예성그룹이었는데, 그 두 그룹의 회장실에도 일성그룹과 똑같이 바닥에 거대한 금고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둘도 털었다.
보안을 같은 회사에 맡겼는지 금고를 여는 방식도 똑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세 그룹의 비자금을 털어먹었으니 얼마나 막대한 돈과 귀금속, 예술품을 얻었겠는가.
그러니 미련은 없다.
한데 왜 계속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반태수는 스스로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공동 관리 포탈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긴 한데, 그쪽은 아마 인력 대부분을 어중이떠중이로 채워서 보낼 거야.’
그래서 그쪽에 집중하는 사이 나머지 포탈을 노릴 테고.
오성 연합에서도 그 가능성을 아마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름 대비를 해뒀을 것이다.
공동 관리 포탈은 관리하는 연합이 많으니 상대적으로 조금만 신경을 써도 대비가 충분히 될 테니, 다른 쪽으로 여유를 돌릴 수 있다.
적어도 오성 연합은 그렇다.
'그럼 다른 연합은?’
반태수는 어쩐지 그 정체불명 조직의 진짜 노림수를 알 것 같았다.
그들의 진짜 노림수는 오성 연합이 아니라 공동 관리 포탈을 같이 관리하는 다른 연합들이다.
그쪽은 아마 오성 연합보다 훨씬 약할 것이다. 그러니 뒤를 털기도 편할 테고.
반태수는 좀 더 고민했다.
대체 저 정체불명의 조직이 이런 일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어차피 포탈을 장악하는 건 안 된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서 그들에 대한 적대감이 잔뜩 쌓였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능력자나 이면세계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조직이라면 다들 그 조직을 싫어할 것이다.
아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조직의 박멸을 원할 것이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사방에 어그로를 엄청 끌었으니까.
아마 그때는 이런 식으로 재벌들이 연합을 형성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을 거다.
‘이거 설마…… 이간질 하려는 건가?’
오성 연합이 주도해서 공동 관리 포탈에 전력을 집중했는데, 정작 자기들 연합이 갖고 있던 포탈이 공격받아서 털려 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그와 비슷한 일 몇 번이면 이간질 하는 건 일도 아니다.
오성 연합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데, 이런 식으로 타 연합들과 대립각을 세우면 제법 곤란해질 것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작업을 하네.’
그렇다는 건, 계속 오성 연합의 지척에서 그들을 지켜봤다는 뜻이다.
오성 연합만 무너지면 된다는 건가?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오성 연합은 단순히 한국에서 가장 큰 연합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다른 연합들이 여럿 모여야 간신히 오성 연합과 대등해진다.
반태수는 일단 포탈을 공동 관리하는 연합들에 대한 수작을 막아보기로 했다.
자꾸 그 정체불명의 조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신경 쓰인다. 만일 이대로 손 놓고 모른 척하면 나중에 짜증도 나고 후회도 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반태수는 일단 가장 유력한 포탈로 향했다.
이번에 오성 연합을 털면서 정말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 중에는 각 연합의 포탈 위치도 있었다.
한국에 있는 모든 포탈을 파악한 건 아니지만, 오성 연합의 정보력이 상당하기에 작정하고 감췄거나 아직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포탈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포탈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오성 연합의 정보를 반태수는 원할 때마다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예전 창고지대 포탈을 감시하던 마법을 응용해 오성 연합의 서버에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구멍을 뚫어 놨다.
마법적으로 뚫은 구멍이기에 들킬 염려는 전혀 없었다.
뭐, 들켜도 상관없다. 직접 가서 이용하면 되니까. 좀 귀찮긴 하겠지만.
반태수는 가장 유력한 포탈 근처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여길 감시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포탈도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각 포탈에 마킹을 하나씩 박아 놨다. 이제 그쪽에 뭔가 일이 터지면 바로 날아가면 된다.
***
BC 연합은 총 세 개의 포탈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위 다섯 그룹의 연합이었지만, 나름 탄탄한 능력자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제법 어깨에 힘이 들어간 연합이었다.
BC 연합이 가진 세 개의 포탈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탈이 이곳에 있었다.
포탈은 당연히 큰 건물 안에 있었고, 그 주위로 숙소로 쓰는 건물과 사무실이 모인 건물, 그리고 경호 인력이 쓰는 건물과 식당으로 쓰는 건물이 있었다.
포탈이 있는 건물을 나머지 건물이 빙 둘러싸 보호하는 듯한 구성이었다.
지금은 깜깜한 밤, 포탈이 있는 이곳은 도심지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한적한 장소였다.
그곳으로 일단의 무리가 다가가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썼는데, 얼핏 보면 어둠에 묻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자세히 봐야 윤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눈빛도 드러나지 않았다.
곳곳에 가로등이 빛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뭔가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옷과 복면이었다.
수는 총 21명. 한 명의 팀장이 20명의 팀원을 이끌고 있었다.
그들의 무장은 석궁이었다.
반태수는 포탈이 있는 건물 옥상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들이 다가 아니었다.
지금 BC 연합의 모든 포탈에 저와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무장을 한 자들이 나타났다.
아니, BC 연합뿐 아니라 공동 관리 포탈에 발을 걸친 모든 연합의 포탈에 저와 똑같은 자들이 작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아무리 반태수라도 그 많은 곳을 혼자서 다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아니지. 꼭 그렇지만은 않지.’
반태수에게는 중계기라는 치트에 가까운 마법이 있다.
그리고 마킹을 통해 각 포탈의 위치를 전부 알고 있다.
그럼 여기서 그 모든 곳에 무언가 조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은 저놈들에게 집중.’
반태수는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을 영역화로 확인했다.
옷에 마력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옷의 재질이 뭔가 좀 특이했다.
재질 자체가 은신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마력까지 담기니 위력이 훨씬 높아졌다.
‘그리고 저 석궁.’
석궁도 마도구였다.
볼트에 속성이 깃든 마력을 담는 마도구.
두 가지 속성을 담을 수 있었다. 하나는 관통, 다른 하나는 전격.
두 가지 속성을 자유자재로 담을 수 있는 마도구는 상당히 귀한 편이다.
한데 그런 마도구를 21명이나 되는 자들이 전부 들고 있다. 한데 그게 다가 아니다.
지금 저들은 동시에 여러 군데를 공략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그 몇 배나 되는 수의 마도구를 동원한 것이다.
볼트도 특별했다. 마도구까지는 아니지만 마력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안해서 만든 볼트였다.
이 정도면 이면세계에서도 거의 상급 길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마법사만 몇 명 추가하면 상급 길드 취급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물론 저기 있는 자들은 마력이 형편없긴 하다. 여긴 지구니까.
‘일단 잡고 생각하자.’
저들이 가진 마도구는 석궁뿐만이 아니었다.
신고 있는 신발도 마도구였다. 석궁만큼 좋은 마도구는 아니었지만, 은밀한 이동이나 빠른 이동에 도움을 주는,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마도구였다.
저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오랫동안 지독한 훈련을 받은 전문가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저들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반태수, 마법사다.
저 모든 장비와 실력을 아무 의미 없게 만들 수 있는 존재 아닌가.
반태수는 가볍게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지구에 온 뒤로 마력을 다루는 실력이 점점 좋아진다.
딱히 연습을 더 하거나 관련된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실력이 쭉쭉 늘어나고 있었다.
허공에 스물한 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제법 복잡한 마법진이었는데도 순식간에 완성했다.
마법이 발동했다.
그 순간 21명의 적이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자들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미세하게 밝아졌다.
이곳 포탈을 지키는 자들이 금방 발견할 수 있게 조치한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마법진 하나에 담아서 펼친 것이다.
반태수는 쓰러진 자들에게 신경을 끄고 다른 포탈의 상황을 살폈다.
공격이 시작된 곳도 있고, 아직 접근 중인 곳도 있었다.
반태수는 그들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중계기를 만들었다.
허공 높은 곳에 거대한 중계기를 구축하고, 거기서부터 사방으로 중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중계기를 여러 개 만들었다.
반태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시야는 중계기 쪽에 마법을 펼쳐서 확보하면 된다.
그걸 이용해 원하는 장소로 마력을 배달할 것이다.
목적지가 여러 개였지만, 목적지 수만큼 중계기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거리에 따라 중계기 하나로 몇 개의 목적지를 포괄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 사실 중계기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중계기를 여러 개 쓰기에는 한국이 너무 좁았다.
중심이 되는 중계기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사방으로 두 번째 중계기를 만들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당장의 목적지를 모두 아우르는 데에는.
일단 중계기가 설치된 이상, 혼자서 모든 곳을 정리할 수 있다.
반태수는 일단 급한 곳부터 정리했다.
한창 공격을 하며 포탈을 관리하는 능력자들과 경비원들을 쓰러뜨리고 있는 자들에게 마법을 펼쳤다.
여기서 쓴 마법과 똑같은 마법이면 족하다.
정확히 21개의 마법이 발동했고, 21명의 적이 쓰러졌다. 몸에서 은은한 빛을 내뿜으면서.
반태수는 두뇌를 여러 개 써서 동시에 여러 군데를 공략했다.
이런 일은 빨리 마무리 하는 것이 낫다.
순식간에 모든 곳의 상황이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들로부터 정보를 뽑아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반태수는 왠지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들을 보고 있으니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왠지 어딘가에서 비슷한 놈들을 겪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상황이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야 한다.
반태수는 쓰러진 자들 중, 팀장만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잠시 후, 쓰러진 자들이 뿜어내는 빛을 보고 건물에서 나온 자들이 호들갑을 떨며 그들을 포획했다.
이미 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연락을 받아 알고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이들을 잡을 수 있었다.
반태수는 팀장을 들고 하늘에 뜬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이제 BC 연합이 알아서 저들을 심문할 것이다. 반태수는 그 결과만 가져오면 된다.
처음 저들에게 펼친 마법에 마킹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반태수는 빠르게 하늘을 날아 그곳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