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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41화 (141/351)

141화.  < 전리품 분배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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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자 샤마쉬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거 쉽지 않군.”

지금 그의 눈앞에는 능력자 한 명이 실험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를 데려와 반태수에게 구입한 점혈의 실험에 쓴 것이다.

한데 이 점혈이라는 것이 정말로 어려웠다.

더구나 살라자 샤마쉬는 마법사가 아니기에 더더욱 어려웠다.

점혈은 어디까지나 마법이다.

그래서 실력 있는 마법사 몇 명을 데려와 마도구를 제작하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제작한 마도구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술식이 워낙 복잡하고 구성이 사람에 따라 바뀌어야 하니, 그걸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점혈을 한 번 펼치는 데, 7서클 마법사 세 명이 필요했다.

마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법을 한 번 펼치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나마도 셋이서 손발이 잘 맞아서 마법이 물 흐르듯 펼쳐지면 성공하는데,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대번에 실패했다.

술식이 너무 복잡해서 세 명의 7서클 마법사가 각각 한 부분씩 맡아서 처리하는데, 마법진을 완성하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아마 이 부분은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해결이 될 것이다.

살라자 샤마쉬는 새삼스럽게 반태수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 깨달았다.

‘고스탁 메르서도 반 마법사의 실력이 자신을 월등히 뛰어넘는다고 했었지.’

고스탁 메르서는 8서클 마법사 중에서도 거의 최상위권에 속한다.

연구 쪽에 관심이 커서 그쪽으로만 파고들어서 그렇지, 만일 전투 쪽에 관심을 뒀다면 지금쯤 굉장한 이름을 날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고스탁 메르서가 인정한 마법사가 바로 반태수였다.

반태수가 점혈을 쓰는 걸 보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몸에 손을 접촉하면 바로 점혈에 걸린다.

놀라운 것은 그 짧은 순간에 점혈을 하나만 거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동시에 건다는 점이다.

아무리 자신이 만든 마법이라고 해도 이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혹시 다른 비법이 있는데, 그걸 안 알려줬다거나.’

합리적 의심이다. 하지만 살라자 샤마쉬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판단하기에 반태수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사람 보는 눈 하나만큼은 자부하고 있기에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탐이 나.”

살라자 샤마쉬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세 명의 마법사가 또 한 차례 점혈에 실패했다.

"이래서야 언제 응용까지 진도를 나가지?”

점혈은 그저 한 번 성공한다고 끝이 아니다. 상당히 다양한 기능이 있다.

몇 개의 점혈을 조합하면 단순히 신체를 마비시키는 것뿐 아니라 말을 못하게 만든다거나 시력을 빼앗는 일도 가능하다.

심지어 상당한 고통을 줄 수도 있다.

살라자 샤마쉬가 원하는 건 그런 다양한 응용이었다.

한데 아직 기초도 제대로 못 걷고 있으니 언제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한단 말인가.

정말 까마득했다.

저걸 보고 있으니 문득 반태수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의뢰를 받았다고 했으니 아마 지금쯤 둘이 같이 있을 것이다.

"묘하게 기분이 나쁘네.”

반태수가 데드릭 벨크리스와 어울려 다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살라자 샤마쉬는 비서를 호출했다.

비서가 들어오자 바로 지시를 내렸다.

"그 영감이랑 반, 아직도 다필드 근처에 있나?”

"예. 조금 전, 기중기를 비롯해 사람들을 잔뜩 호출했습니다. 아마 상황이 종료된 듯합니다.”

"그래? 그럼 나도 가서 구경이나 좀 해야겠군. 기중기를 호출한 좌표 쪽으로 방향을 바꿔.”

안 그래도 지금 다필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니 각도를 약간만 바꾸면 목표지점에 도착할 것이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생각해보니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태수에게 의뢰 운운 할 때부터 묘하게 기분이 나빠서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적지를 다필드로 잡았고.

만일 신경을 안 써서 다른 곳으로 갔다면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건 어림도 없었으리라.

"데드릭 영감한테 휘둘려서 의뢰비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살라자 샤마쉬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역시 이럴 때는 연륜 있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지. 암.”

살라자 샤마쉬는 비서에게 말했다.

"속도를 더 올리도록.”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최고 속도로 운행하라 지시하겠습니다.”

살라자 샤마쉬의 입가에 맺힌 미소에 만족감이 덧씌워졌다.

***

예상이 맞은 듯하다.

그 위성, 타노로스의 것인 모양이다. 더 이상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비행선은 무사히 구덩이에서 꺼냈다. 그리고 위에 얹은 철판 큐브는 분리했다.

엔진과 연료 탱크를 이어주는 관을 끊은 것과 부유석과 연결된 전선을 잘라버린 것 외에, 비행선은 아주 멀쩡했다.

조작법을 알아내는 건 굉장히 쉬웠다. 비행선의 운영시스템에 매뉴얼이 아주 자세히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매뉴얼도 필요 없었다. 시스템을 어찌나 직관적으로 잘 만들었는지 간단히 원하는 걸 찾아낼 수 있었으니까.

큐브와의 연결을 끊고 기중기로 큐브를 들어냈다.

그 큐브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가져가기로 했다.

그냥 가져가는 게 아니라 합당한 대가를 반태수에게 지불했다.

원래 반태수는 비행선과 저격총의 소유권을 얻고, 의뢰에 대한 대가를 얻는 것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의뢰에 대한 대가에 데드릭 벨크리스를 구해준 대가까지 얹어서 받으면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었다.

한데 중간에 갑자기 나타난 살라자 샤마쉬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반태수는 묘한 눈으로 살라자 샤마쉬를 쳐다봤다.

지금 그는 좀 떨어진 곳에서 데드릭 벨크리스와 대화 중이었다.

한데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살라자 샤마쉬와 달리, 데드릭 벨크리스는 있는 대로 인상을 쓰고 있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가? 자네는 그냥 하던 여행이나 마저 하면 안 되나?”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살라자 샤마쉬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도 여행 중입니다. 이런 훌륭한 구경거리를 놓쳐서야 여행 전문가라 할 수 없죠.”

"아니, 이런 게 무슨 구경거리라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비슷한 걸 볼 수 있는데.”

"여행의 묘미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여기 오면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어찌 망설이겠습니까?"

살라자 샤마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걸 본 데드릭 벨크리스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럼 사람만 만나고 가면 되지, 왜 계속 내 발목을 잡는 건가?”

"제가 언제 발목을 잡았습니까. 그저 불합리한 점이 보여서 살짝 조언만 했을 뿐인데.”

데드릭 벨크리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살라자 샤마쉬 때문에 본 손해가 대체 얼마인가.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저 반태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궁금하다면서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뿐이니까.

그 질문에 이번 의뢰에 대한 얘기가 약간 섞여 있었다.

의뢰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모든 얘기를 들은 살라자 샤마쉬가 데드릭 벨크리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영감님은 시작부터 사고를 치고 상황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으시네요? 그 와중에 심지어 목숨까지 빚지셨고.”

목숨을 빚진 것까지는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조소였다.

그 정도면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을 구해준 게 아니냐는 말과 함께.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항변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잘못했다. 더 우겼어야 한다.

살라자 샤마쉬가 그 이후로 모든 분배를 원점으로 돌리고서 다시 시작할 줄 알았다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물은 쏟아졌고, 기차는 떠났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반태수를 향해 소리쳤다.

"너도 와서 뭐라고 좀 말을 해! 그런 게 아니라고 말 좀 하란 말이다!”

반태수는 그저 웃고 말았다.

그런 게 아니긴 뭐가 아니란 말인가. 생각해보니 저 영감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 당연히 전리품도 자신의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함께 연구하는 것도 원점으로 돌려서 다시 협상했다.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적절한 대가를 받기로 했다. 저쪽이 연구한 결과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그뿐만이 아니다.

사로잡은 포로에 대한 대가도 받아내기로 했다.

심지어 슈트 때문에 죽어버린 자들에 대한 책임까지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얹었다.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지 못했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들이 죽지 않았다면 반태수가 백 벌의 슈트를 얻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명백히 그들이 죽을 때, 데드릭 벨크리스가 지켜보고 있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데드릭 벨크리스는 끈질긴 협상 끝에 그걸 받아들였다.

대충 굵직한 것만 그 정도고 그 밖에도 자잘한 것들을 많이도 얻어냈다.

살라자 샤마쉬라는 사람이 아예 달라 보였다.

그는 씩씩거리는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의뢰비도 화끈하게 주실 거라 믿습니다. 영감님 통 크시잖아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해!”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살라자 샤마쉬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덕분에 한몫 단단히 잡았다.

***

아무래도 살라자 샤마쉬는 데드릭 벨크리스와 전리품 분배 및 의뢰비 협상을 하는 데 단단히 재미가 들린 듯하다.

아직도 데드릭 벨크리스 옆에 딱 붙어서 괴롭히고 있으니까.

아니, 어쩌면 데드릭 벨크리스가 귀찮아하고 짜증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걸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반태수는 저 두 사람을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피식 웃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을 보고 있으니 아까 격추한 위성이 떠올랐다.

설마 그 새에 위성을 이리로 옮겨 놓지는 않았겠지?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시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시야를 증폭해 위성이 있는지 확인했다.

‘또 있네?’

아까 그 자리와 정확히 같은 위치에 위성이 있었다.

대체 언제 이리로 위성을 옮겼단 말인가.

아마 근처에 위성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빨리 대체한 걸 보면.

위성이 생겼다는 건, 언제든 비행선이 폭발할 위험이 생겼다는 뜻이다.

반태수는 아까 했던 대로 다시 중계기를 만들었다.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이번엔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중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더구나 성능도 아까보다 더 좋아졌다.

반태수는 문득 이렇게 중계기가 만들어졌으니 영역화도 위성 근처에서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동시에 영역화를 펼쳤다.

중계기를 통해 영역화를 펼치는 것 역시 굉장히 특별한 느낌이었다.

마치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마력 반응이 없네.’

타노로스의 위성이었다. 그래서 부담 없이 박살 냈다.

수십 개의 분쇄 마법이 위성 내부에서 작동해 위성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아마 위성을 다시 보낸 이유 중에 부서진 원인을 확인하는 것도 있을 텐데, 이렇게 그냥 박살 났으니 원인 규명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튼 다시 폭발 위험이 사라졌다.

‘그나저나 위성을 가져왔으면 바로 신호를 보내서 폭발시키면 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은 거지?’

사실 이건 아까 위성을 격추할 때도 한 번 가졌던 의문이다.

‘비행선에는 폭발 장치가 없거나, 아니면 폭발 신호를 바로 보낼 수 없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거리가 머니까 아무리 중계기를 통해도 영역화 범위가 굉장히 좁아지네.

이왕 중계기를 만든 김에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영역화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영역화를 한계까지 확장한 다음, 거기에 마력을 더 밀어 넣었다.

이번에 쓴 마력은 반태수의 코어에서 뽑아낸 마력이었다.

이면세계의 마력보다 훨씬 단단하고 끈끈한 마력.

단숨에 영역화의 범위가 두 배로 넓어졌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았다.

코어의 마력은 우주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응?’

영역화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자세히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위성이었으니까. 다만 마력을 품은 위성이었다.

‘5대 가문의 위성.’

위성을 쏘는 조직이 5대 가문 말고 또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저 위성은 5대 가문의 것이 맞을 것이다.

반태수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시력을 강화하고 시야를 증폭해 방금 걸려든 위성이 있는 곳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역화를 통해 확인했을 때 알아차렸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본 것이다.

‘위성에 빛을 흡수하는 도료를 발라놓은 것 같네.’

만일 그게 지상에 있었다면 눈에 띄었겠지만, 우주에 있으니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그 도료에는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마법이 섞인 도료였다.

‘그런데 왜 굳이 저렇게 눈에 안 띄게 위성을 만든 거지? 마치…… 들키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것 같잖아.’

5대 가문이 굳이 저렇게 위성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궁금할 때는 물어보면 된다.

반태수는 살라자 샤마쉬와 데드릭 벨크리스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마침 할 말이 다 끝났는지 두 사람도 반태수를 보고 있었다.

반태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제 얘기는 다 끝난 겁니까?”

살라자 샤마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끝났네. 나중에 혹시 궁금한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바로 연락하게.”

"감사합니다.”

반태수는 감사를 표하고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쳐다봤다.

뚱한 표정이었는데,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 위성에 대해 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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