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31화 (131/351)

131화.  < 데드릭 벨크리스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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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 이거 보이십니까?”

살라자 샤마쉬는 데드릭 벨크리스가 잘 보이도록 계약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바닥에 누운 채 눈앞에서 팔랑거리는 계약서를 보다가 눈동자를 굴려 살라자 샤마쉬를 노려봤다.

한쪽 입가가 슬쩍 올라간 것을 보고 있으니 더럽게 얄미웠다.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럴 수도 없었고. 몸이 움직여야 말이지.

"이거 어쩌실 겁니까? 계약을 어기셨으니 보상을 해주셔야죠.”

데드릭 벨크리스가 인상을 썼다.

"지금 이 꼴을 보고도 보상을 달라는 말이 나오나? 결과적으로 저 마법사 놈이 멀쩡하니까 괜찮잖아!”

"영감님이 당한 건 당한 거고, 계약은 계약이죠. 어쨌든 계약을 어기셨으니 보상을 준비해 주셔야겠습니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보상으로 내건 것은 통신회사의 지분이었다.

5대 가문이 공동 운영하는 통신회사의 지분.

물론 그가 보유한 지분 전체를 보상으로 설정한 건 아니지만, 일부라고 해도 그게 살라자 샤마쉬에게 넘어가면 좀 시끄러워질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걸 넘기는 건 좀 그렇고, 보상을 다른 걸로 바꾸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살라자 샤마쉬가 씨익 웃었다.

"안 됩니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살라자 샤마쉬를 노려봤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살짝 대치가 일어났을 때, 반태수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두 분 알아서 볼일 보시죠.”

반태수가 빠지려고 하자, 데드릭 벨크리스가 다급히 외쳤다.

"야! 그냥 가면 어떡해! 내 밑으로 오는 거 맞지? 약속한 거다!”

"전 그런 걸 약속한 적 없습니다. 혼자 일하는 게 편해서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슬쩍 물러났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표정이 한껏 굳어졌던 살라자 샤마쉬가 피식 웃었다.

"아아, 그런 거였어? 하여간 영감님 진짜 하나도 안 변하셨네. 언제까지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일을 하실 겁니까? 최소한 상대방 동의는 구하고 뭘 해도 해야죠.”

그렇게 말한 살라자 샤마쉬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번쩍 뜨며 말을 이었다.

"아! 계약을 어기셨으니 가져가신 나노머신도 회수하려고 하는데, 동의하십니까?”

"미친 놈. 그게 말이 돼? 계약에 나노머신 얘기는 한 줄도 없었어!”

살라자 샤마쉬가 입맛을 쩝 다셨다.

워낙 우격다짐으로 일을 대충 밀어붙이고 다녀서 계약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그나저나 영감님, 왜 이렇게 헐벗고 계십니까? 신발도 안 신으셨네.”

"뭐?”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제야 자신의 몸이 허전하다는 걸 깨달았다.

옷을 벗겼으면 단번에 알아차렸겠지만, 지금까지 신경이 딴 데 쓸려 있어서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마력이 막히는 바람에 감각도 둔화되었고 말이다.

"뭐, 뭐야! 내 신발 어디 간 거야! 어? 느낌이 반지도 없는 거 같은데? 내 허리띠, 허리띠는 잘 있나?”

하나도 없었다.

살라자 샤마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태수는 아주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리품입니다. 목숨을 노리셨으니 이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설마 아까우십니까? 목숨도 살려드렸는데.”

데드릭 벨크리스가 발끈했다.

"아깝긴 뭐가 아까워! 내가 그깟 유물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허락도 없이 정신 잃은 사이에 싹 벗겨갔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럼 지금 허락을 받으면 되겠네요. 전리품, 인정하십니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눈알을 굴렸다.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나랑 같이 일을 하면……."

"그건 거절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뭐, 정 아까우면 어쩔 수 없죠. 다시 갖다놓죠.”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는 반태수의 표정을 보고는 버럭 소리쳤다.

"가져오긴 뭘 가져와! 됐어! 그냥 다 너 가져!”

반태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럼 그러죠. 전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살라자 샤마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얼른, 얼른 가보게. 난 이 영감이랑 할 얘기가 아주 많이 남았으니까. 이런 기회, 솔직히 흔치 않거든. 나중에 자네에게 톡톡히 보답 하겠네.”

살라자 샤마쉬는 그렇게 말하고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내려다봤다. 그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가득했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고는 밖으로 나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반태수가 나가자, 살라자 샤마쉬를 보며 말했다.

"계약서대로 지분 넘길 테니까, 이제 슬슬 이것 좀 풀어주지? 눈알만 굴리려니까 눈이 아파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뭘 말입니까?”

"뭐긴 뭐야! 나 마비시킨 거! 내 힘으로는 못 풀겠으니까 좀 풀어달라고!”

데드릭 벨크리스의 말에 살라자 샤마쉬의 눈이 번득였다.

"마력 통로를 막아놓은 것 같은데, 영감님이 혼자서 못 풀겠다고요?”

마력 통로를 막아서 마력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건 살라자 샤마쉬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5대 가문에서는 흔히 알려진 기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파훼법이 너무 간단했다. 강력한 마력으로 그냥 뚫어버리면 되니까.

마력 통로를 막을 때 쓸 수 있는 마력의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파훼법이다.

보통 데드릭 벨크리스 정도 되는 능력자의 마력 통로를 막아 제압하려면 몇 분마다 끊임없이 마력을 보충해 줘야 한다.

그러니 더 이상 마력 보충이 없는 상황에서 데드릭 벨크리스가 저런 말을 하는 건 엄살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엄살 그만 부리시고 슬슬 일어나시죠? 솔직히 힘 한 번 주면 다 뚫릴 거 같은데.”

"장난 아니라고! 내가 안 해봤을 거 같나? 자네가 보기에 내가 이렇게 누워만 있을 사람인가?”

"그건…… 아니죠. 알겠습니다. 어디 한 번 봅시다.”

살라자 샤마쉬는 눈에 마력을 집중해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을 살펴봤다.

신체를 스캔하는 유물까지 써서 세심하게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을 살폈다.

역시나 마력 통로를 꽉 틀어막고 있는 마력 덩어리들이 보였다.

"예상했던 그거 맞는데요? 마력 덩어리가 통로를 막고 있습니다.”

"제거해줄 수 있지?”

"어렵지 않죠.”

흡착 속성을 가진 마력을 쓰면 저렇게 뭉친 마력을 빨아들일 수 있다.

전부 빨아들이지는 못하고 대충 주변 마력과 비슷한 농도가 될 때까지 빨아들이는데, 그 정도면 충분했다.

통로를 막은 마력이 확 약해지면 데드릭 벨크리스가 알아서 뚫을 수 있을 테니까.

살라자 샤마쉬는 흡착 속성의 마력을 쓸 수 있을뿐더러 같은 속성의 마력을 쓸 수 있는 유물도 보유했다.

"얼른 좀 해주게. 답답해서 미칠 것 같군.”

"차라리 아까 반 마법사한테 부탁을 하지 그랬습니까. 통로를 막은 당사자가 뚫는 게 제일 간단한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아마 그것까지 부탁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안 그래도 저렇게 떡이 되도록 처 맞았는데, 마력 통로까지 뚫어달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살라자 샤마쉬가 보기에는 얼토당토않은 자존심이었지만.

살라자 샤마쉬는 나직하게 혀를 차며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력 통로를 막고 있는 부분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흡착 속성 마력이 손바닥에 맺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체내로 스며들었다.

이내 흡착 속성 마력이 통로를 꽉 막고 있는 마력 덩어리에 닿았다.

이제 마력이 쭉 빨려오기만 하면 된다.

"어?”

살라자 샤마쉬는 당황했다. 흡착 속성 마력이 오히려 저 마력 덩어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력 덩어리가 더욱 단단해졌다.

살라자 샤마쉬가 당황한 얼굴로 얼른 손바닥을 뗐다. 아니, 떼려고 했다. 한데 마력이 연결된 상태라 쉽게 손바닥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미친!”

살라자 샤마쉬는 있는 대로 힘과 마력을 쓰고 나서야 간신히 손바닥을 뗄 수 있었다.

손이 얼얼했다.

살라자 샤마쉬는 자신의 손과 데드릭 벨크리스의 마력 통로를 막고 있는 덩어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저거 진짜 그냥 단순한 마력 맞아?’

아닐 거라는 데 전 재산과 이 얼얼한 손목을 걸 수도 있었다.

이제 자신은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태수에게 부탁하지 않은 것이 이런 기분이어서인가?

"뭐 하고 있나? 아직 멀었나?”

"음…… 일단 자리를 옮겨서 좀 쉬시죠. 그게 낫겠습니다.”

"자리를 옮기려면 먼저 통로부터 뚫어 줘야지. 내 발로 움직이는 게 제일 편하지 않나.”

살라자 샤마쉬는 대꾸하지 않고 얼른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비행선의 승무원들이 내려와 데드릭 벨크리스를 들고 나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이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설마 날 계속 이렇게 내버려 둘 생각인가? 자네 지금 큰 실수하고 있는 거야! 이거, 딴생각 하고 있는 거 아니지?"

승무원들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데드릭 벨크리스를 옮겼다.

이내 다들 비행선에 탑승했고, 비행선이 날아올랐다.

***

반태수는 두 사람과 헤어진 후, 곧장 집으로 갔다.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심은 마법을 내버려둔 건, 좀 더 고생하라는 뜻이었다.

고작 유물 몇 개 뜯어내는 걸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정말 죽일 각오로 자신을 공격했다. 그러니 최소한의 대가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과연 그 마법을 살라자 샤마쉬가 뚫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일종의 실력 테스트였다.

그걸 뚫을 수 있는 유물이 존재할 수도 있고, 능력이 뛰어난 마법사를 섭외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반태수가 심은 마법을 제거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해보다 결국 안 되면 연락을 하겠지.

그때가 되면 적당한 대가를 받고 풀어주면 된다. 아마 따로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살라자 샤마쉬가 알아서 챙겨줄 테니까.

물론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건 데드릭 벨크리스일 테고.

집에 도착한 반태수는 오늘 얻은 유물 중에서 아공간 허리띠를 꺼냈다.

이게 제일 궁금했다. 대체 안에 뭐가 있을지.

쓰는 건 문제 없었다. 사용자 각인을 한 것도 아니고 가지고 있으면 아무나 쓸 수 있는 유물이었다.

문득 자신이 가진 팔찌 아공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팔찌를 다른 누군가가 착용한다면 바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무려 아공간 팔찌에 사용자 각인 기능이 없을 리 있겠는가. 분명히 있는데 어떻게 쓰는지 모를 뿐이다.

그건 나중에 분석하면서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은 눈앞에 있는 아공간 허리띠에 집중했다.

반태수는 일단 허리띠를 착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섯 가닥의 마력이 흘러나와 반태수의 몸을 타고 뇌로 이동했다.

팔찌를 처음 착용했을 때의 경험이 있기에 지금 이 현상이 어떤 건지 잘 알지만, 그리고 별다른 위험성이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반태수는 방심하지 않았다.

끝까지 마력을 억누르고 관찰해서 일말의 의심도 남기지 않았다.

이내 다섯 개의 아공간 내부가 일제히 머릿속에서 열렸다.

일단 가운데 버클에 있는 아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재화가 있었다.

황금카드와 플래티넘카드, 그리고 현금이 아공간 용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것만 있어도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다.

나머지 공간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무기였고, 보석도 적당히 있었다. 옷도 잔뜩 있었는데, 어차피 사이즈가 안 맞을 테니 전부 버리기로 작정했다.

‘항상 그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 건 아닌 모양이네.’

반태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공간을 더 뒤졌다.

신용카드 몇 장과 예술품들이 나머지 공간에 가득했다.

신용카드야 그렇다 치고 예술품은 진짜 의외였다. 그 데드릭 벨크리스가 예술품을 모은다고?

정말 안 어울린다.

아무튼 버클의 아공간은 그 정도였다.

'별 거 없네.’

좀 실망했다. 하긴, 별 게 없으니 그렇게 순순하게 자존심 세우면서 유물들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되찾았으리라.

나머지 네 개의 아공간에 있는 건 포션이었다.

전부 다른 종류의 포션이었는데, 최상급 중에서도 최상급 포션이었다.

아무리 버클보다는 아공간의 크기가 작다고 해도 그 공간을 포션으로 꽉 채웠으니, 저게 대체 다 몇 병이란 말인가.

아공간을 전부 확인했을 때, 마침 전화가 왔다. 살라자 샤마쉬였다.

- 여기 호텔인데, 좀 와줄 수 있겠나?

살라자 샤마쉬의 정중한 요청에 반태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바로 가죠.”

***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태수를 바라봤다. 눈에는 별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아까 그 찢어진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옷 정도는 갈아입힐 만도 한데 저러고 있다는 건, 저 영감이 고집을 부려서이리라.

"바로 제거하겠습니다.”

반태수는 살라자 샤마쉬를 보며 말했다. 그는 얼른 그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반태수는 그저 가볍게 손가락을 튀겼다.

딱!

그 순간, 거짓말처럼 데드릭 벨크리스의 마력 통로를 막고 있던 것이 사라져 버렸다.

데드릭 벨크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반태수를 바라봤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동자 깊은 곳에 갈등이 흔들렸다.

당장에라도 반태수에게 달려들어 한 방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유물로 도배를 하고도 졌는데, 이 꼴로 그랬다가는 다시 옴짝달싹 못하는 몸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을 때, 살라자 샤마쉬가 반태수에게 말했다.

"오늘 보여준 그 수법, 나한테 팔게.”

"점혈 말입니까?”

"오, 그걸 점혈이라고 하나? 아무튼 마음에 들었네. 그 마법, 나한테 팔게. 내가 아주 톡톡히 값을 치르지.”

못 알려줄 건 없었다. 어차피 가져가 봐야 반태수에게는 통하지도 않을 테니까.

그래도 이런 건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반태수는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그 마법의 값으로 내가 타던 비행선을 주지.”

파격적이다. 반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좋은 선택일세. 비행선을 다시 정비해서 아주 새거나 다름없거든. 원한다면 승무원과 조종사도 전부 인계해 주지. 물론 급여는 내가 지급하겠네.”

살라자 샤마쉬는 정말 기뻐했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데드릭 벨크리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반태수가 서늘한 눈으로 데드릭 벨크리스를 쳐다봤다.

"안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 밑으로 오라는 게 아니라, 의뢰를 맡기는 거야. 대가는 충분히 지불하지."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속셈을 눈치챘다.

의뢰라는 말로 조금씩 엮어서 결국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속셈을 모를 때야 당하겠지만, 저런 뻔한 수에 당할 리 있겠는가.

"무슨 의뢰인지 들어나 보죠.”

데드릭 벨크리스가 씨익 웃었다.

"재미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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