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29화 (129/351)

129화.  < 데드릭 벨크리스 >

==========================

살라자 샤마쉬는 태블릿을 조작하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쯧, 뭐 하자는 거야?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

반태수의 저택에 설치한 도청장치와 카메라가 전부 제거되었다는 보고가 도착한 것이다.

그 이후 새로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설치하려고 기회를 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보고가 함께 왔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자신의 관심을 자극하는 마법사는 처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지만, 몇 번 조건을 바꿔서 반복하다보면 결국은 자기 아래로 들어올 거라고 믿었다.

아무튼 짜증은 좀 나지만, 그쪽은 인력을 더 보강하고 정보원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능력자를 한두 명 붙여주면 해결될 것이다.

반태수 쪽은 그렇게 정리하면 되고, 이제 다른 일이 잘 처리되었는지 확인할 차례다.

"물건은 잘 배달했나?”

살라자 샤마쉬의 질문에 그의 비서가 즉시 대답했다.

"바로 처리해서 전달했습니다.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뒀습니다.”

"잘했어. 그 영감, 나중에 분명히 딴 소리 한다. 증거 제대로 안 남기면 열 받아서 머리 터질 거야.”

"그래서 전달하면서 계약서도 썼습니다.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그것도 아주 잘했어. 이렇게까지 했는데 약속을 어기진 않겠지. 하여간 골치 아픈 영감이야.”

살라자 샤마쉬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득 떠올랐는지 비서에게 물었다.

"한데 그 영감, 지금 어디에 있지?”

"계약은 여기 서메롯에 있는 호텔에서 했습니다. 하자마자 바로 비행선 타고 떠났으니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살라자 샤마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거…… 왠지 좀 불안한데? 느낌이 안 좋아.”

"알아볼까요?”

"그 영감 말고 반 마법사 쪽을 알아봐. 지금 뭐 하고 있고, 어디 있는지. 그쪽에 정보원 바로 움직일 수 있지?”

"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비서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살라자 샤마쉬의 마음이 급한 것 같아서 빨리 처리하고자 한 것이다.

잠시 후, 비서가 다급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지금 데드릭 벨크리스가 반을 만났다고 합니다!”

살라자 샤마쉬가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꽝!

팔걸이뿐 아니라 앉아 있던 의자까지 박살이 나 버렸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이 미친 영감탱이가!”

자신의 속을 있는 대로 뒤집어 놓고는 받을 건 다 받아갔다. 그런데 약속을 안 지켜?

"당장 비행선 띄워! 크랙톤으로 간다!”

서두르면 크랙톤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반태수가 조금만 버텨주면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으리라.

한데 그 말에 비서가 당황했다.

"비행선은 지금 정비 중입니다.”

“뭐?”

살라자 샤마쉬는 그제야 자신이 내린 지시가 떠올랐다.

반태수에게 열흘 동안 빌려줬으니 비행선을 깨끗이 청소하고 꼼꼼하게 정비를 하라고 했다.

다른 비행선을 섭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살라자 샤마쉬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반태수는 포기해야 할 모양이다.

"그래도 계약까지 했으니 크게 망가뜨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비서의 말에 살라자 샤마쉬가 고개를 저었다.

"가서 나노머신 빼앗아올 계획이나 세워. 아니, 계약서 가져와 봐. 최대한 뜯어낼 수 있을 만큼 뜯어낸다. 가문의 일원이 일을 저질렀으면 가문에서 책임을 져야지. 비행선 정비 끝나면 바로 벨크리스 가문으로 갈 테니 미리 준비해 둬.”

비서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차질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살라자 샤마쉬는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아까웠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는 마법사였는데.’

***

반태수는 중년인과 10미터쯤 거리를 둔 채로 서 있었다.

‘데드릭 벨크리스?’

반태수는 빠르게 기억을 더듬었다.

일단 벨크리스는 5대 가문이다. 예전 유적에 갇힌 스윌러 벨크리스와 같은 성 아닌가.

한데 이름이 낯익었다.

‘아! 마법사 전용 웹!’

예전 마법사 전용 웹에서 의뢰를 찾고 있을 때 봤던 글이 떠올랐다.

그 글을 작성한 자의 이름이 데드릭 벨크리스였다.

타노로스 한 명을 죽였다고 주장하던 놈. 정황으로 보면 그 타노로스가 아마 발드릭이었을 것이다.

제압했는데 폭발했고, 머리통만 남아서 던지고 왔다는 글을 썼다.

아마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일을 벌인 당사자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강한 인상을 가진 근육질 중년인.

그리고 엄청난 마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강력한 유물로 몸을 도배하고 있는 자.

"내가 누군지 아직 잘 모르겠지? 설명이 필요한가?”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사납게 웃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웃음을 딱 멈추고는 말을 이었다.

"알 필요 없다. 사실 궁금해서 온 것뿐이니까.”

반태수는 영역화를 통해 주변을 확인했다.

지금 이곳은 아직 변두리였다.

셰딤이 있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영역화 내에 들어오는 사람의 수가 고작 일곱 명이었다. 보아하니 그 일곱 명 중에서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온 놈들이 분명했다. 다들 능력자였고, 풍기는 마력의 느낌이 딱 그랬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쥐새끼들이 일곱 마리나 있군. 거슬려.”

그 순간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반태수는 반사적으로 실드를 펼쳤다.

하지만 데드릭 벨크리스의 목표는 반태수가 아니었다.

그의 팔찌가 붉게 점멸했다.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붉은 빛의 화살이 빠르게 쏘아졌다.

붉은 빛은 일곱 번 점멸했고, 일곱 개의 화살이 여러 방향으로 날아갔다.

반태수는 붉은 화살이 마력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안에 관통, 증폭, 폭발, 화염 속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꽈과과과과과광!

화르르르륵!

강렬한 폭발음이 연달아 울렸고,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영역화 내에 있던 일곱 명의 능력자가 사라져 버렸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히죽 웃으며 반태수를 바라봤다.

"설마 겁먹은 건 아니겠지?”

반태수가 한쪽 입가를 슬쩍 올렸다.

겁을 먹었느냐고? 그 반대다. 갑자기 맹렬한 투쟁심이 들끓었다.

저 중년인, 보이는 것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적어도 저 얼굴보다 40살 정도는 많은 것 같다.

"한, 백 살쯤 됩니까?”

반태수의 물음에 데드릭 벨크리스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내가 나이 먹는 데 뭐 보태주기라도 했나?”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짐작을 말했을 뿐입니다.”

"됐고. 그 여행광이 관심을 가질 만한 놈인지 한 번 봐야겠다.”

아마 여행광이라는 건 살라자 샤마쉬를 말하는 것이리라.

반태수는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저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알려졌는지 방금 저 말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살라자 샤마쉬 때문이다.

그가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말했을 리는 없고, 그가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일을 하니 데드릭 벨크리스가 눈치를 챈 것이 분명하다.

‘보아하니 그냥 밀어붙이고 보는 타입이네.’

그런 자들에게는 설득이고 뭐고 안 통한다. 그냥 피하거나 정면으로 부딪치거나 둘 중 하나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존재를 감지한 뒤로 긴장을 놓지 않았다.

영역화는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90%정도를 집중해 두었다. 극히 미미한 변화마저도 감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조심한 덕에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마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면으로 달려들어 다 때려 부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까 숨어 있던 능력자들을 처단할 때도 그렇게 했고.

한데 이런 은밀한 마력이라니.

상대를 방심하게 한 다음 허를 찌르는 것이 데드릭 발크리스의 진짜 스타일인 모양이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흘린 마력은 바닥으로 스며들어갔다.

은밀한 것도 모자라 땅속으로 이동시켜 흔적을 더 줄인 것이다.

반태수는 일단 모른 척했다. 물론 영역화를 통해 땅속으로 흘러오는 마력의 속성을 파악했다.

'침식, 둔화, 마비, 관통, 폭발.’

무려 다섯 가지 속성이 꽈배기처럼 꼬인 채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대단한 실력자인 건 알았지만, 무려 다섯 가지 속성을 마력에 담을 수 있을 줄이야.

만일 저 마력이 반태수의 발바닥에 닿으면 빠르게 몸으로 침투하면서 둔화와 마비 속성 때문에 잘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 몸이 망가질 것이다.

혹시라도 방해하는 마력이 있으면 관통 속성이 그걸 뚫고 지나가게 할 테고.

그렇게 몸을 가득 채운 다음 일제히 폭발하면 몸속이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다.

정말 지독한 수법이다.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며 피식 웃었다.

대체 뭘 기대하는 걸까?

자신이 잘 막아내는 걸 기대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지는 걸 기대하는 걸까?

‘당연히 후자겠지.’

반태수는 땅속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는 마력보다, 그걸 막아낸 이후의 싸움을 설계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먼저 데드릭 벨크리스가 보유한 유물들부터 파악했다.

분석을 하지 않았으니 정확한 능력은 모르지만, 유물 주위에 흐르는 마력을 통해 대략적인 건 파악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데드릭 벨크리스가 입고 있는 옷은 외부의 충격을 흘려내는 기능을 가졌다. 또한 근력을 보조하는 기능도 있다.

밸런스에 관한 기능도 있고, 이동에 관한 기능도 있었다.

옷 하나만 봐도 그 정도인데 다른 유물은 또 오죽하겠는가.

‘아공간도 있네.’

아까 봤던 마력 화살을 날리는 유물은 하나가 아니라 세 개나 있었다. 그것도 각각 다른 종류의 유물이었다.

이렇게 보니 걸어 다니는 유물 전시장 같았다.

어느새 데드릭 벨크리스가 보낸 마력이 도착했다.

반태수는 발바닥 아래쪽에 마력을 쫙 깔았다.

속성은 반탄.

데드릭 벨크리스의 마력이 반태수가 만든 마력에 막혔다.

반탄 속성이 저 모든 것을 튕겨내 버린 것이다.

관통이 문제였지만, 반태수는 반탄 마법 안에 관통 속성을 막아낼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왔던 마력이 고스란히 되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저 마력이 아래쪽으로 튕겨 나갔을 뿐이다.

정확히 그 순간, 반태수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보다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눈을 감기 전에는 저 멀리 있던 데드릭 벨크리스가 눈을 떴을 때는 코앞에서 웃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손을 뻗었다. 반태수의 머리를 움켜쥐려는 모양이었다.

반태수의 몸이 뒤로 쭉 미끄러졌다.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면 당했을지도 모른다.

꽈르르릉!

벼락 한 줄기가 데드릭 벨크리스의 정수리에 꽂혔다.

강력한 전류가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렀다.

“크하하! 짜릿하구나!”

데드릭 벨크리스는 크게 웃으며 반태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빠지지지지직!

수십 줄기의 전격이 반태수를 향해 쏟아졌다.

마치 전격으로 이루어진 수십 마리의 뱀이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것 같았다.

반태수는 그걸 뚫고 앞으로 돌진했다. 바닥은 이미 마찰력이 사라진 채였고, 그걸 타고 쭉 미끄러진 것이다.

데드릭 벨크리스가 처음 보여줬던 것과 비슷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반태수의 몸을 둘러싼 마력 역장을 타고 전격의 뱀들이 전부 뒤로 흘러갔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반태수가 달려들 줄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눈이 커다래졌다.

반태수의 몸 근처에 수십 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내구력 약화였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옷에 마력이 깃들더니 내구력 약화 마법을 뒤로 흘려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절반은 흘려냈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대로 몸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반태수가 데드릭 벨크리스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꽂았다.

꽈앙!

충격파를 비롯해 관통, 침투, 폭발 등의 속성을 잔뜩 때려 박은 주먹이었다.

팔뚝으로 반태수의 주먹을 막아낸 데드릭 벨크리스가 뒤로 쿵쿵쿵 밀려났다.

그의 눈에는 놀람이 어려 있었다.

"굉장한데?”

데드릭 벨크리스는 팔을 탈탈 털었다.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방어를 관장하는 유물들의 힘까지 꿰 뚫고 공격이 들어온 것이다.

반태수는 그가 팔을 털며 통증을 줄이고 있을 때, 즉시 마법을 준비했다.

이번엔 시간이 좀 있을 것 같으니 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듯했다.

반태수 주변에 마법진이 우수수 떠올랐다. 일단 내구력 약화와 둔화, 근력 약화, 감각 교란 등의 마법을 각각 12개씩 준비했다.

데드릭 벨크리스에게 처음 걸었던 내구력 약화는 벌써 사라졌다.

몸에 걸리는 이상 증세를 회복하는 종류의 유물을 여러 개 들고 있는 듯했다.

아까 그 비슷한 작용이 일어나는 걸 영역화로 확인했다.

그래도 아예 마법이 안 통하는 게 아니라서 괜찮다. 이렇게 계속 걸면 되니까.

아예 상태이상에 관한 마법만 계속 펼칠 수 있도록 두뇌 하나를 할당해 버렸다.

이제 지속적으로 마법이 쏟아질 테니 데드릭 벨크리스도 더 이상 이상 증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태수가 마법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데드릭 벨크리스가 빠르게 공격을 시작했다.

열 개의 마력 화살이 차례대로 쏘아졌다.

반태수는 마법을 계속 준비하면서 그것을 피했다. 하지만 마력 화살에는 유도 기능이 담겨 있었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며 반태수를 쫓아갔다.

반태수는 실드와 충격파를 이용해 마력 화살을 하나하나 터트렸다.

퍼버버버벙!

그 와중에도 마법은 계속 준비했다.

상태이상 마법 다음에 준비한 것은 공격 마법이었다.

전격은 당연하고, 거기에 물 계통 마법을 추가했다. 빙결은 덤이고.

충격파까지 36중첩쯤 준비하니 자신감이 차올랐다.

데드릭 벨크리스는 마력 화살이 모두 격추되기 전에 반태수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양 주먹에 전격이 번득였다.

꽈르르르릉!

무시무시한 속도로 반태수를 향해 주먹이 쏟아졌다.

한 방 한 방에 바위라도 부술 듯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주먹질을 할 때마다 전격이 쏟아지고 화염이 쏟아졌다.

가끔 냉기가 쏟아졌는데, 보아하니 냉기가 진짜 노림수였다. 단숨에 주변 공기가 싹 얼어붙을 정도로 대단했다.

저기에 당하면 움직임이 삐걱거릴 테고, 다음 공격에 당할 가능성이 대폭 높아지리라.

물론 반태수는 냉기가 쏟아지는 순간, 강력한 화염을 일으켜 그것을 중화시켰다.

치이이익!

짙은 수증기가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반태수는 옆으로 쭉 미끄러져 데드릭 벨크리스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준비한 마법을 차근차근 쏟아냈다.

온갖 상태이상 마법이 데드릭 벨크리스를 파고들었다.

하나만 해도 만만치 않은 마법이 무려 수십 개나 파고드니 아무리 데드릭 벨크리스라고 해도 멀쩡할 수가 없었다.

그 위에 거대한 벼락이 떨어졌다.

꽈르르르릉!

"크억!”

데드릭 벨크리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 비슷한 게 나왔다.

하지만 반태수의 마법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촤아아악!

수십 개의 물줄기가 데드릭 벨크리스를 꿰뚫을 듯 쏟아졌다.

그리고 그게 끝나자마자 강력한 빙결 마법이 물로 뒤덮인 데드릭 벨크리스를 꽁꽁 얼려 버렸다.

이 모든 것이 상태이상 마법이 걸린 상태에서 쏟아졌기에 그 파괴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반태수는 마지막으로 36 중첩 충격파를 내리꽂았다.

꽈과과과과과광!

한 방향으로만 쏘는 게 아니라 사방에서 쏟아졌기에 데드릭 벨크리스가 어딘가로 날아가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 자리에서 그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뒤집어 쓴 것이다.

"후우우.”

반태수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데드릭 벨크리스를 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질릴 정도로 많은 마법을 쏟아 부었는데도 목숨은 멀쩡했다.

물론 부상은 크게 입었다. 내장이 전부 상했고, 옷도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떨어져 나갔다. 드러난 맨살에는 화상과 동상의 흔적이 보였다.

데드릭 벨크리스의 몸이 쓰러져 바닥에 닿기 직전, 그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반태수를 향해 그대로 창처럼 쏘아졌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꽈아아아아앙!

반태수와 데드릭 벨크리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근처에 있던 건물이나 나무, 표지판 같은 것들이 마구 흔들리다가 무너지고 날아갔다.

"흐…… 이 괴물 같은 새끼.”

데드릭 벨크리스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털썩.

반태수는 한 손을 뻗은 채 질린 눈으로 데드릭 벨크리스를 내려다봤다.

마지막에 방심했다면 아마 당했을 것이다.

공격을 막아낸 손과 팔이 뻐근했다. 방어를 위해 온갖 마법을 다 손바닥에 중첩시켰는데도 그랬다.

"그나저나…… 이걸 이제 어쩐다?”

데드릭 벨크리스를 내려다보던 반태수가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