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25화 (125/351)

125화.  < 감시자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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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과 도청장치, 카메라의 존재를 알게 된 당일은 그냥 푹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제거했다.

어찌나 많은지 집안에 있는 것들을 제거하는 데만 거의 30분이 걸렸다.

영역화로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움직였는데도 그랬다.

한데 그게 끝이 아니라 정원에도 있고, 저택 밖에도 있다.

그걸 전부 제거해야 첫걸음이 끝난다.

일단 테이블 위에 저택 안에서 찾은 것들을 전부 쏟았다.

화르륵!

작은 도청장치와 카메라처럼 생기지 않은 카메라들이 테이블 위에 수북하게 쌓였다.

이미 마법으로 조치를 했기에 저 장치들을 통해 이곳의 정보가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

마력을 움직여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분리했다.

테이블 위를 가느다란 마력 수십 줄기가 휘저었다.

순식간에 도청장치와 카메라로 분리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종류별로 분류했다.

일단 마력이 담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눴는데, 막상 나누고 보니 마력이 담긴 것은 한 종류가 아니었다.

"살라자 샤마쉬가 두 종류를 쓰는 건가?”

마력이 담긴 도청장치와 카메라는 두 종류였다.

하나씩 들고 확인해보니 비슷하지도 않았다. 아예 구조 자체가 달랐다.

마력이 관장하는 부분과 전자장치가 관장하는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것 자체가 아예 달랐다.

카메라만 해도 하나는 렌즈에 마력이 깃들었는데, 다른 하나는 데이터 전송장치에 마력을 썼다.

도청장치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마력을 쓰지 않은 건 전부 동일한 제품이었다. 연구소 운영실장이 쓰던 바로 그 제품이었다.

반태수는 잠시 그것들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설마 하나 더 끼어든 건가?’

그럼 대체 새로 끼어든 하나는 뭐란 말인가.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정원에 있는 것과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것들을 전부 제거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간 반태수는 빠르게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제거했다.

그러면서 저택에 설치한 보안 마법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보안 마법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보안 마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 이 저택의 담장을 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웬만해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감시자들은 저택 내부에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아무래도 보안을 더 강화해야 할 듯했다.

반태수는 빠르게 움직여 정원을 정리하고, 게스트 하우스에 쳐들어가 그곳도 한바탕 뒤집어 놨다.

엄대협은 뭘 하는지 집에 없었다.

아마 어딘가에서 괜찮은 의뢰라도 구하려고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엄대협이 사는 게스트 하우스에도 당연히 도청장치와 카메라가 잔뜩 설치되어 있었다.

어찌나 교묘하게 설치했는지, 반태수도 영역화가 아니었다면 아마 쉽게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집 쪽은 정리가 끝났다.

바깥쪽은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단은 내버려뒀다.

마력 기반 도청장치의 성능이 굉장히 뛰어나서 바깥에서도 저택 내부의 소리를 잡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저택에는 반태수의 보안 마법이 작동 중이다.

내부의 소리는 절대 외부로 흘러 나가지 않는다. 그러니 밖에서 아무리 도청장치의 성능을 높여봐야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택 밖에서 아무리 안쪽을 확인해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밖에서 볼 수 있는 건 왜곡된 정보뿐이다.

반태수는 수거한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간단히 분석했다.

일단 순수한 전자장비로 이루어진 것들은 가장 상태가 멀쩡한 걸 하나씩 빼고 전량 폐기했다.

멀쩡한 건 아공간에 넣었다. 나중에 지구에 가서라도 분석해볼 생각이었다.

나머지 마력이 깃든 것들은 둘로 분류했다.

전송 쪽에 마력을 쓴 것만 따로 빼고 나머지는 역시 제일 멀쩡한 것만 하나씩 아공간에 넣고 싹 폐기했다.

전송 쪽에 마력을 쓴 것을 따로 뺀 이유는 간단하다. 이걸로 어떤 놈이 도청을 하는지 역추적하기 위함이다.

전자 장비는 전파를 이용해 정보를 보낸다. 그 전파를 잡아내는 건 아직 할 수 없으니 마력을 잡아내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샘플도 이렇게 많다.

어쩌면 한 놈이 아니라 여러 놈이 정보를 수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걸 한꺼번에 분석해서 추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반태수는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도청장치는 지금 아무 소리도 잡아내지 못한다. 마법으로 다 막아뒀으니까.

반태수는 집중해서 전송장치의 마력을 헤집었다.

이내 소리를 마력에 담아 어딘가로 이동하는 흐름을 잡아냈다.

역시나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다섯 군데에서 각각 따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들이 살라자 샤마쉬의 정보원들인지, 아니면 새로 끼어든 놈들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니 이제 직접 확인할 차례였다.

***

반태수는 영역화를 넓게 펼쳤다.

자신이 파악한 다섯 군데를 차례대로 돌아야 하는데, 일단 직접 맞닥뜨리기보다는 마킹만 해둘 계획이었다.

어느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혹시 몰라 마킹은 위상을 뒤집어 함부로 찾아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위상을 뒤집는 방식은 확실히 효과적이라는 걸 이미 확인했다.

5대 가문의 힘으로도 위상을 뒤집은 마법은 찾아내지 못했으니까.

뭐, 아직 5대 가문의 힘을 전부 겪어본건 아니니 100%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반태수는 왜곡을 써서 일단 모습부터 감췄다.

몇 차례에 걸쳐 성장한 왜곡은 이제 모습만 감추는 게 아니라 소리와 기척도 감춘다. 게다가 패시브처럼 작용해 일단 발동하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계속 술식의 계수를 조절해 왜곡을 유지한다.

왜곡은 집에서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티가 날 일이 전혀 없으니까.

집에서 왜곡을 썼을 때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따로 만들어뒀다. 문을 열고 닫는 일이 없는 통로였다.

밖으로 나간 반태수는 감시자들 중 가장 가까이 있는 놈들에게로 향했다.

반태수의 저택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도로변에 검은색 승합차가 한 대 서 있었는데, 바로 거기가 첫 번째였다.

영역화를 통해 승합차 안에 세 명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셋 모두 능력자였다. 한데 수준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다.

고작 저 정도 능력자들에게 오스윈 프리든이나 그가 부리는 가신 가문의 수하들이 농락당했을 것 같지 않았다.

'새로운 놈들이로군.’

다행이다. 사실 살라자 샤마쉬 쪽이었으면 좀 상대하기가 껄끄러웠을 테니까.

물론 아무리 그래도 그냥 물러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반태수는 승합차로 가까이 다가갔다. 마킹을 확실히 하려면 가까이 붙어야 한다.

승합차 옆에 바짝 붙어서 마력을 안으로 투사했다. 그 과정에서 위상을 뒤집었다. 승합차의 강판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마력을 감지하기 위한 마법이 걸려 있기에 그냥 마력을 투사하면 바로 들키기 때문이다.

반태수는 순조롭게 안에 탄 세 사람에게 마킹을 했다.

이제 저들은 반태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할 일을 마친 반태수는 빠르게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두 번째는 여기서 2킬로미터는 가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더 멀다.

반태수는 서둘렀다. 한시라도 빨리 이놈들의 정체를 확실히 파악하고 싶었다.

***

결국 다섯 군데를 다 돌아다니며 마킹을 한 반태수는 슬슬 한 군데를 찍어서 건드려보기로 했다.

하나 정도 박살을 내 버리면 나머지들이 움직일 것이다. 그럼 알아서 배후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지 않겠는가.

물론 배후에서 이들을 손절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5대 가문도 아니고 타노로스도 아니라면 큰 부담은 없다.

반태수는 가장 마지막에 마킹을 했던 놈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마킹한 자들의 감시도 잊지 않았다.

혹시 중요한 정보가 담긴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계속 확인했다.

일단 저들의 정체부터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더럽게 조용하네.’

정말 말이 없는 놈들이었다.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문자로 소통을 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도청장치에서 오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별 소리가 안 들리는데도 가만히 이어폰을 꽂은 채 거기에만 집중했다.

카메라를 살피는 놈은 화면만 노려봤고.

물론 화면에 나오는 장면은 반태수가 조작해서 보내는 것이다. 아마 저들의 눈에는 텅 빈 방안만 계속 보일 것이다.

아무튼 반태수를 감시하는 자들은 그런 상태였다.

잠시 이동하니 목표로 삼은 자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20층짜리 빌딩에 번듯한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확인하고 있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다들 입을 꾹 다문 채 딱 자기 할일만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총 다섯 명이 있었는데, 다들 능력자였다.

반태수는 사무실이 있는 빌딩으로 들어갔다.

1층에는 커피숍과 식당, 술집, 편의점 등이 있어서 오가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안내데스크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반태수는 마침 열린 엘리베이터를 탔다. 세 명이 함께 탔는데, 그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구석으로 갔다.

사무실은 5층에 있었는데, 아무도 5층을 누르지 않아서 반태수가 눌러야 했다.

5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가 그냥 버튼을 눌렀으리라 여긴 모양이었다.

버튼이 전면에만 있지 않고 측면에도 같이 있어서 그렇게 여기는 것이다.

이내 5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반태수가 내렸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5층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힌 걸로만 보였다.

다들 똑같은 생각을 했다.

‘어떤 놈이 잘못 누르고 취소도 안 한 거야?’

반태수는 그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피식 웃었다.

한바탕 싸워야 하지만 별 긴장감은 들지 않았다.

능력자가 다섯 명 있지만, 보유 마력의 양과 질을 보면,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

예전 충격을 흡수하던 능력자처럼 특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었고.

또한 딱히 특별한 마도구나 유물도 없었다. 다만 다들 총을 하나씩 허리춤에 꽂고 있었는데, 그 역시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내구력 강화를 걸고 있으니 총에 맞아도 거의 타격을 입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반태수는 여유롭게 걸어 사무실 앞에 섰다.

두꺼운 유리로 된 문이 있었는데, 문을 통해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부 중요한 공간은 아예 시야가 닿지 않도록 문 위치를 맞춰두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단숨에 다섯을 박살 내버리면 안 된다. 저들이 다른 팀에 연락을 보낼 시간을 줘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마법 한 방으로 저들 모두를 날려 버릴 수 있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뜻이다.

반태수는 일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잠겨 있었지만, 마력을 움직여서 잠금을 풀었다.

철컥.

잠금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보였다. 한데 전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다들 당황했다. 문이 열리긴 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있으니까.

심지어 문이 활짝 열린 것도 아니고 반쯤 열렸다. 누군가 문을 연 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다섯 사내는 동시에 소음기가 달린 총을 뽑았다. 그리고 그대로 문을 향해 쐈다.

퓨퓨퓨퓩!

반태수는 잡고 있던 문을 놓고 빠르게 안으로 이동했다.

방금 있던 자리를 총알들이 훑고 지나갔다.

일단 충격파를 만들어 가장 앞에 있는 놈에게 날렸다.

꽝!

뒤로 휙 날아가더니 테이블과 함께 무너졌다.

쿠당탕탕!

테이블 위에 있던 장비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반태수는 기다리지 않고 두 번째 충격파를 날렸다.

꽝!

또 한 명의 사내가 뒤로 날아가 집기와 함께 무너졌다.

충격파에 당한 자들은 정신을 잃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사내 중 한 명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반태수는 그자를 내버려 두고 나머지 두 사람에게 동시에 충격파를 선물해 주었다.

꽈광!

두 사람이 동시에 나가 떨어졌다.

싸움 자체는 참으로 싱거웠다. 충격파 한 방에 한 명씩 기절해 버렸으니까.

반태수는 남은 자의 표정이 달라진 걸 확인한 후에 충격파를 날렸다.

꽝!

마지막 사내가 쓰러졌다.

이놈들은 싸우는 와중에 비명도 지르지 않고 서로 뭘 하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총만 쐈다.

그래서 정말 조용히 일이 끝났다.

슬슬 마킹을 달고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태수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이제 추격전이다.

***

반태수는 사무실을 습격해서 쓰러뜨린 다섯 사람을 오스윈 프리든에게 맡겼다.

오스윈 프리든은 그들을 데려가며 배후를 확실히 캐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태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왠지 그들이 입을 열 것 같지가 않아서였다. 그들을 직접 마주하니 뭔가 묘한 결핍 같은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저들도 아는 게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기만 할뿐.

‘그럼 지금 움직이는 놈들도 다들 지정된 상황에 따른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건가?’

마치 프로그램을 짜서 실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태수는 마킹해 놓은 네 개의 집단 중, 하나를 선택해서 추적 중이었다.

세 명으로 이루어진 놈들이었는데, 반태수의 저택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승합차를 탄 놈들이었다.

그들은 지금 승합차로 이동 중이었다.

반태수가 그들을 선택한 이유는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가 미끼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마킹을 통해 저들이 처음 소식을 받고 움직일 때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나머지 팀에 연락해 행동지침을 내렸다. 말로 설명한 게 아니라 번호만 불렀는데 그걸 들은 나머지 팀들은 알아서 행동했다.

- 반격이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 도청장치도 다 들킨 모양이야.

- 우리를 쫓는 놈들도 있겠지? 프리든 가랑 연결된 것 같던데.

- 모르지. 그러니까 신중하게 가야 돼. 지부의 위치를 들키면 곤란하니까.

- 그렇지. 우리가 셰딤이라는 걸 들키면 곤란하지.

거기까지 들은 반태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셰딤?’

세딤이라는 조직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반태수가 이면세계에 처음 넘어왔을 때, 엄대협과 얽혀 싸우게 된 범죄조직인데.

그들의 것이 분명한 USB까지 얻지 않았던가.

한데 셰딤이 갑자기 왜 자신을 감시한단 말인가.

반태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둘러 승합차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아무래도 간단한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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