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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22화 (122/351)

122화.  < 마수동굴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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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들어간 승무원들은 일단 조심스럽게 분위기부터 살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주 조용했다.

별 일은 없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이런 동굴에 왜 들어왔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환영마법으로 입구까지 가리고서.

입구를 뚫을 때 큰 소리가 났으니 아마 다 들켰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아직 들키지 않았을 가능성을 버리지는 않았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무언가 다른 데 열중하느라 소리를 못 들었을지도.

승무원들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와 기척을 차단하는 마도구는 여전히 켠 상태였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동굴 전체가 한 차례 진동했다.

아니 공기가 떨린다고 해야 할까? 뭔가 기묘한 파동이 동굴을 훑고 지나갔다.

"윽."

"느낌이 좀 이상한데?”

"몸에 이상 없는지 확인부터 해."

승무원들은 잠시 멈춰서 팔다리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혹시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파악했다.

일단은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 어떤 이상이 생겼을지 모르니 이 일을 빨리 끝내고 비행선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듯했다.

비행선 내에서라면 혹시 이상이 생겨도 조치할 방법이 여러 가지 있으니까.

"확인 끝났으면 다시 가자.”

승무원들은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흔적에 도착했다.

"저거 뭐지?”

“갑각 트롤인데?”

"죽은 건가?”

그들은 얼른 갑각 트롤 사체에 다가갔다. 척 봐도 사인을 알 수 있었다. 무언가에 의해 내부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전격 계열 마법으로 처리한 모양이네.”

"그런데 이거, 그냥 갑각 트롤 아닌데? 변종이야.”

"변종이라고? 그걸 전격 마법으로 잡았으면 대체 얼마나 강력한 거야?”

변종 갑각 트롤은 외부의 충격을 중화하거나 흘려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걸 전격으로만 죽이려면 변종 갑각 트롤의 능력을 상회할 정도로 강력한 출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 변종 갑각 트롤을 상대할 때는 증폭 기능이 있는 마도구나 유물을 쓴다.

"유물 갖고 있는 건 못 봤지?”

"일단 스캔 시스템에 걸린 건 팔찌 하나야. 불시에 공격 받았을 때 자동으로 실드 쳐주는 거.”

"그럼 이걸 순수하게 힘으로 잡았다는 거야? 정말 대단하네.”

보통 마법사가 아닌 줄은 알았는데, 그 기준을 또 한 번 위로 올려야 할 듯했다.

"보고할 거리 많아져서 좋네. 자, 그럼 계속 가자고.”

승무원들은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변종 갑각 트롤의 사체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쓰러진 채 바닥을 쓸듯 손을 휘둘렀다.

“으악!”

승무원들이 그걸 발견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피했다. 그래도 명색이 능력자들이기에 빠르게 반응했다.

하지만 방심하고 있던 승무원 한 명이 거기에 걸려들었다.

꽝! 퍽!

갑각 트롤의 손바닥에 상체를 맞았다. 그나마 맞는 순간 몸을 웅크리면서 마력을 일으킨 것이 다행이었다.

그는 벽에 처박히면서 내상을 입었다.

동료들이 얼른 그를 부축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갑각 트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들은 안쪽으로 도망쳐야 할지, 아니면 맞서 싸워야 할지를 놓고 고민했다.

저 갑각 트롤은 분명히 죽어 있었다. 한데 저렇게 몸을 일으키는 걸 보면, 저놈은 언데드가 분명했다.

‘언데드라니!’

언데드는 보기 쉽지 않은 존재다.

사체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언데드면 전격이나 불에 약한 거 아닌가?”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으니 언데드가 진짜 이야기 속과 비슷할지는 알 수 없다.

갑각 트롤은 몸을 일으키고는 승무원들을 노려봤다.

"도망치는 건 아무래도 안 될 거 같다. 일단 싸워야지.”

세 승무원의 머릿속에 괜히 왔다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 하지만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라자 샤마쉬는 반태수에게 잠시도 눈을 떼지 않기를 원했으니까.

감시의 공백은 오전에 한 번 생긴 걸로 충분하다. 어쩌면 거기에 대해서도 살라자 샤마쉬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 대가를 조금이라도 덜 받으려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몸 상태는?”

"일단 죽을 거 같지는 않아. 놔두고 저놈부터 처리해. 처리하고 나면, 내가 비행선으로 돌아가서 사람 더 부를 테니까.”

멀쩡한 두 승무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료를 벽에 기대 앉혔다.

그리고 갑각 트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상대가 평범한 갑각 트롤이라면 둘이서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변종인 데다가 언데드이니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각자 무기를 꺼냈다.

무기는 총이었다. 단순한 총이 아니라 속성이 담긴 마력을 압축해서 쏘는 유물이었다.

"빨리 끝내자고.”

두 사람은 양쪽으로 흩어지면서 갑각 트롤을 향해 총을 겨눴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

반태수는 영역화를 정교하게 조절해 동굴을 따라 뻗어나가게 했다.

이곳 마수동굴은 직선이 아니었다.

완만하게 휘어 있었는데, 그래서 어느 정도 동굴 안에 들어오면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영역화를 한 방향으로만 집중하면 동굴의 모든 부분을 확인할 수 없다. 정교하게 조절해 휘어야 한다.

영역화를 쭉 펼치던 반태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굴이 너무 텅 비어 있었다.

분명히 아공간에 회수하지 않고 남은 마수의 사체가 여럿 있었다.

한데 그게 전부 사라졌다.

아까 검은 마수를 처리한 뒤에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때 마수 사체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반태수는 반사적으로 아공간 안을 살폈다. 그 안에 있는 마수 사체가 멀쩡한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마수 사체는 멀쩡했다. 하지만 그걸 밖으로 꺼내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이제 여기에는 마수도 없고 공간을 나누는 검은 장막도 없고, 홀로그램 고대문자도 없다.

평범한 동굴로 변한 것이다.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영역화를 입구까지 쭉 이었다.

그리고 사라진 마수 사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뭐지? 언데드인가?”

마수 사체가 일어나 동굴 입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반태수가 회수하지 않은 마수 사체는 총 11구인데, 그것들이 전부 언데드로 변한 것이다.

영역화가 동굴 입구에 닿았다. 그래서 승무원들의 상황도 알 수 있었다.

"하여 튼 굳이 왜 따라와서……."

반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승무원들은 갑각 트롤과 싸우고 있었다.

싸움의 양상은 박빙이었다. 승무원 두 명이 총을 들고 갑각 트롤과 싸우고 있었고, 한 명은 동굴 벽에 기대 있었다. 확인해보니 부상을 당했다.

혼자서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이대로 계속 싸우면 결국 갑각 트롤이 이길 것이다.

갑각 트롤이 살아 있는 놈이라면 모를까, 언데드다.

심각한 부상을 입어도 평소와 똑같이 움직일 수 있고, 체력도 떨어지지 않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갑각 트롤이 유리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승무원들의 앞날은 어둡다. 그쪽으로 언데드 마수들이 몰려가는 중이니까.

마수 중 한 마리만 그곳에 도착해도 승무원들은 그대로 몰살당할 것이다.

심지어 이제 시간도 별로 없었다.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몰래 따라온 건 좀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열심히 챙겨준 승무원들이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언데드랑 싸우는 건 처음인가?’

반태수는 빠르게 동굴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영역화를 통해 언데드 마수들의 정보를 열심히 뽑아냈다.

***

"빌어먹을! 대체 왜 안 쓰러지는 거야!”

승무원은 악을 쓰면서 총을 쐈다.

꽝!

폭음이 울리며 갑각 트롤의 가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갑각 트롤은 아주 멀쩡했다. 충격을 흡수해 흘려내는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승무원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 가진 유물의 단점이 연속 사격이 불가능하나는 것이었다.

한 번 쏘고 나면 충전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쿨타임은 5초.

저 갑각 트롤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려면 같은 자리에 연달아 세 발 정도는 맞춰야 한다, 그것도 언데드가 아닌 보통 갑각 트롤이라면 그렇다.

언데드 갑각 트롤은 몇 발을 맞춰야 할지 솔직히 아직 모른다.

두 승무원은 어지럽게 움직이며 어떻게든 갑각 트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애썼다.

그때, 부상으로 앉아 있던 승무원이 소리쳤다.

"마수가 또 온다!”

갑각 트롤과 싸우던 두 승무원은 기겁하며 고개를 돌려 동굴 안쪽을 바라봤다.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에 세 개의 짧은 뿔이 달린 늑대였는데, 그 뿔들 사이에 시커먼 연기가 뭉클거리고 있었다.

"저거 벼락늑대 비슷하게 생겼는데?”

벼락늑대는 머리에 난 세 개의 뿔 사이에 전격을 머금고 있다. 한데 저놈은 전격 대신 검은 연기를 가졌다.

아무래도 언데드로 다시 일어나면서 가진 능력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저 벼락늑대가 다가오면 다 죽는다는 사실이다.

벽에 기대고 앉은 승무원이 소리쳤다.

"그냥 너희들만 빠져나가! 도망칠 수 있잖아!”

여기서 동굴 입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죽어라 달리면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입구까지만 가면 벽을 타고 빠르게 동굴에서 멀어지면 된다. 근처 다른 동굴로 들어가도 되고.

벼락늑대나 갑각 트롤은 동굴 밖으로 나가면 그대로 떨어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동료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냥 전부 개죽음 당할 수는 없잖아! 보고도 해야지! 그러니까 얼른 가!”

보고라는 말에 두 승무원이 움찔했다. 그리고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정말 뼛속까지 살라자 샤마쉬에게 귀속된 기분이었다.

두 승무원이 망설이고 있을 때, 벼락늑대가 으르렁거리며 휙 몸을 날렸다.

아차하는 순간 두 승무원 중 한 명이 벼락늑대의 이마에 받혔다.

꽝!

"크억!”

승무원의 몸에 검은 연기가 달라붙었다. 그리고 사정없이 벽에 부딪혔다.

퍽!

"쿨럭! 쿨럭!”

기침과 함께 피가 쏟아졌다. 그리고 몸에 달라붙은 검은 연기에 옷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는 옷 말고 겉으로 드러난 피부도 부식시켰다.

끔찍한 통증이 일어났다.

"끄아아아악!”

승무원들의 눈에 절망이 어렸다.

크르르르!

벼락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바닥에 쓰러진 승무원을 향해 느릿느릿 다가갔다.

그 사이 갑각 트롤을 혼자 상대하게 된 승무원의 상태도 나빠졌다.

더 이상 갑각 트롤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둘이서 할 때는 서로 도우면서 비교적 안전하게 거리를 두고 싸울 수 있었는데, 혼자서 하니 금세 한계가 찾아왔다.

갑각 트롤의 주먹이 날아오는 걸 보며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꽈앙!

난데없이 굉음과 함께 갑각 트롤이 뒤로 휙 날아가 버렸다.

그건 벼락늑대도 마찬가지였다.

꽈앙!

굉음과 함께 뒤로 휙 날아갔다.

승무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동굴 안쪽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반태수를 발견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들은 불안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과연 반태수가 저 두 언데드 마수를 처리할 수 있을까?

반태수의 태도는 굉장히 여유로웠다.

여기까지 오면서 언데드들에 대한 정보를 제법 많이 뽑아냈다.

그걸 토대로 가장 확실하게 언데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러니 여유가 있는 게 당연했다.

언데드는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니 그걸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면 다시 단순한 사체로 되돌아간다.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을 지탱하는 것이 언데드 내부에 있는 세 개의 코어였다.

머리, 심장, 그리고 아랫배, 그러니까 단전에 코어가 있었다.

평범한 코어가 아니라 뒤틀린 마력으로 이루어진 코어였다.

그것이 언데드를 지탱하고 있었다.

코어의 뒤틀림을 원래대로 되돌리면 끝난다. 언데드는 사체로 돌아가고 코어는 자연 속으로 흩어질 것이다.

반태수는 마력의 실을 뽑았다. 술식 계산은 이미 끝났다. 남은 건 그저 마법진을 만들어 마력을 발동하는 것뿐이다.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여섯 개의 화살이 반태수 주위에 나타났다.

갑각 트롤과 벼락늑대는 널브러진 승무원들을 향해 달려드는 중이었다.

두 마수는 반태수에게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승무원들만 노렸다.

반태수가 만든 여섯 개의 빛 화살이 빠르게 쏘아졌다.

각각 두 마수의 머리와 심장, 그리고 단전에 정확히 박혔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두 마수는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고꾸라졌다.

쿠당탕탕!

관성 때문에 이대로라면 승무원들이 다칠 것이다.

반태수는 이 상황을 예측했기에 마법을 미리 준비해 뒀다.

승무원들 앞에 역장이 펼쳐지며 물리력이 깃들었다.

텅! 텅!

두 마수가 실드에 부딪혔다.

승무원들은 혼이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쓰러진 마수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경악했다.

반태수 뒤로 수많은 마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전부 언데드였다.

승무원들이 뭐라고 외치기도 전에 반태수 주위로 무수한 빛이 떠올랐다.

방금 두 마수를 쓰러뜨린 빛 화살이었다.

반태수는 살짝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지금 달려오는 언데드들의 목표가 뒤쪽에 있는 승무원들인 것 같아서였다.

생각해보면 아까 저 언데드들을 지나쳐 올 때, 언데드들의 반응이 전혀 없었다. 마치 반태수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이거…… 마수 사체가 언데드로 변한 거, 설마 저 승무원들 때문인 건가?’

반태수는 의아한 눈으로 빛 화살을 날려 보냈다.

달려오던 언데드 마수들이 각각 세 발씩의 빛 화살을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쿠과과과광!

수많은 언데드들이 뒤엉키며 몰려드는 광경은 굉장한 위압감을 자아냈다.

적어도 승무원들 입장에서는 그랬다.

반태수는 간단히 실드를 펼쳐 그것을 막아냈고.

이제 동굴 안에 더 이상의 마수는 없었다.

반태수는 승무원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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