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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11화 (111/351)

111화.  <마법 테스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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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실장에게 나노머신을 넘겨줬던 사내, 에트가는 태블릿을 통해 마티아스 파사르의 몸에 심은 나노머신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긴 하지만, 마티아스 파사르의 시신경에 붙은 나노머신을 통해 오는 정보이기 때문에, 그의 시야밖에 관측할 수 없다.

그래서 소리가 더 중요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자아, 뭐라고 말들 좀 해봐.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에트가가 다리를 달달 떨면서 중얼거렸다.

그가 들고 있는 태블릿 화면에 마티아스 파사르의 눈으로 보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차의 조수석에 앉아 앞만 보고 있었기에 보이는 거라고는 도로와 도로 양옆에 늘어선 건물들뿐이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서 조용하기만 했다.

“아이씨, 여기에 투자한 게 만만치 않은데, 설마 나가리 된 건 아니겠지?”

이번에 베르캄스테드 마법 연구소에 손을 댄 것은 중요한 정보 하나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타노로스에서는 지속적으로 5대 가문 내에 나노머신을 침투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해 왔다.

하지만 5대 가문에서도 나노머신의 위험성을 잘 알기에 어찌나 조심하는지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 벨크리스 가문의 애송이 하나한테 나노머신 주입을 성공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는데, 5대 가문에서는 과감히 그 애송이를 버렸다.

아직 나노머신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내린 단호한 결정이었다.

아마 5대 가문에서도 독이 바짝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일을 진행할 때 굉장히 천천히 접근했다.

베르캄스테드 마법 연구소의 운영실장을 포섭하는 것도 신중히 진행했다.

운영실장이 가진 욕심 덕분에 포섭은 성공적이었다.

타노로스의 뛰어난 기술을 몇 번 경험하고 나면 대부분 경외의 감정을 갖게 된다.

마법으로도 못하는 걸 기술로 해결하는 조직이 바로 타노로스니까.

운영실장은 타노로스로부터 선명한 시야와 마르지 않는 정력을 얻었다.

나노머신을 이용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 작업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성을 얻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아무튼 이번 계획은 5대 가문의 인물에게 나노머신을 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스탁 메르서에게 마법 연구를 맡긴 자는 5대 가문에서는 별종 같은 놈이었다.

타노로스에서는 5대 가문의 인물들 중,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추려놓았다.

그 중 한 명이 얼마 전 유적에 갇힌 스윌러 벨크리스였다.

그리고 이번 일에 개입한 살라자 샤마쉬였다.

살라자 샤마쉬는 다른 5대 가문의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외부 활동이 잦았다.

물론 대놓고 자신을 드러내면서 활동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인다. 다른 5대 가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활동량이 많다는 점이 중요했다.

아무리 조심해도 활동량이 많으면 외부에 드러나는 시간이 길기 마련이니까.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살라자 샤마쉬가 고스탁 메르서에게 연구 의뢰를 맡겼기에 생겨난 기회였다.

에트가의 계획은 단순했다.

살라자 샤마쉬가 저 비밀 마법 테스트에 참여하면, 기회를 틈타 나노머신을 주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마 섣불리 움직였다면 살라자 샤마쉬는 결코 이 도시 근처에도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하고 운영실장을 통해 정보만 모았다.

지금 에트가가 기다리는 건, 살라자 샤마쉬가 과연 이번 비밀 마법 테스트에 참여하느냐, 마느냐였다.

오늘 그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투자한 모든 것이 허공에 날아가 버린다.

"하, 제발 뭐라고 말 좀 하라고.”

에트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

운전은 반태수가 했다. 조수석에는 마티아스 파사르가 앉아서 전방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고.

고스탁 메르서는 뒷자리에 앉아 오늘 테스트할 마법을 어떤 식으로 펼칠지 구상하느라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차 안에는 출발 후 지금까지 침묵만 감돌았다.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마티아스 파사르였다.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전 아직 목적지도 못 들었는데……."

마티아스 파사르가 질문한 대상은 당연히 고스탁 메르서였다. 하지만 대답은 반태수가 했다.

"마법 테스트하기 좋은 곳으로 갑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어디……."

"아직 안 정했습니다.”

“예?”

마티아스 파사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태수의 옆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인가. 목적지도 안 정해놓고 이동한다고?

반태수가 고개를 돌려 마티아스 파사르를 쳐다봤다.

마티아스 파사르는 반태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차가운 눈빛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얼른 다시 앞을 바라봤다. 더 이상 눈을 마주치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겁먹은 것이다.

자신이 겁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그 뒤로 차 안에는 더욱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차의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더니 이내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반태수의 말에 고스탁 메르서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황량한 공터였다.

"마법 실험하기 좋은 장소이긴 하군. 한데 너무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닌가? 허허허.”

고스탁 메르서는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 저 멀리 도시의 빌딩들이 보였다.

마티아스 파사르도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 도시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

잘 개발해서 아파트라도 세우면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이런 공터를 방치해 놓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정도면 시정부에서도 제법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마티아스 파사르에게 고스탁 메르서가 말했다.

"자네는 여기서 차를 좀 지키고 있게. 안에 장비도 몇 개 있으니 잘 보고 있게.”

"예? 예. 알겠습니다.”

마티아스 파사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너무 아무것도 없고 지나치게 넓은 공터인지라 굳이 지키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을 듯했지만, 그래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쩌겠는가.

그렇게 마티아스 파사르만 남겨두고 반태수와 고스탁 메르서가 공터 중심부로 이동했다.

사실 길안내는 반태수가 하는 중이었다. 고스탁 메르서는 반태수가 좋은 자리가 있다고 한 말만 믿고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다 왔습니다.”

반태수의 말에 고스탁 메르서가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곳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데?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나? 아까 거기에서 테스트를 해봐도 충분할 것 같은데.”

"네. 있습니다. 일단 범위부터 정하죠.”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마력을 움직였다.

여러 개의 마법진이 연달아 터졌고, 그 때마다 바닥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무릎 높이 정도로 올라온 땅은 마치 담장이라도 치듯 적당한 공간을 쭉 둘러쌌다.

고스탁 메르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법을 발현하는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고 정교하다.

"대단하군."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이 정도는 교수님도 간단히 할 수 있잖습니까.”

고스탁 메르서는 8서클 마법사다. 당연히 이 정도 마법쯤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고스탁 메르서는 자신이 과연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마법을 다룰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연습을 많이 한다면 할 수야 있겠지. 하지만 불시에 마법을 펼쳐서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데 반태수는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걸 해내고 있지 않은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범위가 좀 애매하군.”

“넓지도 좁지도 않으니 적당한 거죠.”

“그게 또 그렇게 되나?”

고스탁 메르서는 피식 웃고는 반태수를 바라봤다.

"대체 여기로 정한 이유가 뭔가?”

반태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스탁 메르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여기에 올 다른 손님은 없습니까?”

고스탁 메르서는 그 말에 흠칫 놀랐다.

"그건 어떻게 알았나?”

"운영실장을 조사하다가 알게 됐습니다.”

“운영실장?”

운영실장을 어떻게 할 건지는 이미 정해두었다. 5대 가문 쪽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오늘 이행해야 한다. 아니면 5대 가문 쪽에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까.

"오늘 5대 가문에서 마법 테스트를 지켜보기 위해 나오기로 했네.”

"연구 의뢰를 맡긴 분입니까?”

고스탁 메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분이 직접 확인해 보겠다고 하셨네.”

일방적인 연락을 받았을 뿐이다. 장소가 어디인지도 말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여기로 정확히 찾아온다는 사실을 전혀 의심치 않았다.

분명히 이리로 올 것이다.

“한데 저 사람을 굳이 떼놓고 온 이유가 있나?”

“예. 운영실장은 당했습니다.”

“당했다고?”

"저 사람, 타노로스에서 쓰는 나노머신에 감염됐습니다.”

“나노머신이라고? 타노로스?”

고스탁 메르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운영실장의 뒤에 타노로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서 반태수의 말에 잘 따르고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한데 그게 확정된 것도 모자라 나노머신에 감염되었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나노머신이라니, 무섭군.”

"아무래도 5대 가문 사람에게 나노머신을 감염시키는 것이 타노로스의 목적인 것 같습니다. 아니, 분명합니다.”

고스탁 메르서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날 감시한 것이…… 그 때문이란 말인가?”

“어딘가에서 정보가 샜거나, 그것도 아니면 반쯤 도박하는 심정으로 사람을 붙였거나, 둘 중 하나겠죠.”

"허! 자네가 없었으면 대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군.”

반태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자신이 없었다면 분명히 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당하고도 당한지 몰랐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쩌려는 건가?”

“그 손님은 저기서 오는 거겠죠?”

반태수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살짝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겠지.”

"그냥 비행선에 탄 채로 구경하라고 하시죠.”

"아…… 그러면 되겠군.”

문제는 그쪽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비행선이 보이면 마법으로 메시지를 만들어서 볼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미리 글귀를 준비하죠."

마법을 쓰면 된다. 하늘에서만 글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들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저기가 문제로군요.”

반태수는 마티아스 파사르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노머신에 감염되면 어떻게 되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나노머신 자체에 다양한 기능을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걸 담기에는 너무 작으니까.

그럼 그걸 어떻게 해결할까?

나노머신마다 다른 기능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생산 단가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노머신 자체의 기능을 줄이고 인간의 장기를 이용하는 식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시신경에 달라붙어서 시야를 확보하고 청각세포를 이용해 소리를 듣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마티아스 파사르의 시야를 교란하면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반태수는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이럴 때 써먹기 딱 좋은 마법이 있다.

마법이 펼쳐지며 마티아스 파사르의 위쪽의 마력에 변하가 생겨났다.

얇은 마력의 막이 쫙 펼쳐지며 그 위에 하늘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었다.

이제 마티아스 파사르는 하늘에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확인이 불가능할 것이다.

환상과 왜곡을 적절히 섞어서 만든 마법이었다.

이제 소리만 차단하면 된다.

아예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이상할 테니 적절한 수준에서 잘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음량 이상의 소음을 차단해 버리면 된다.

약간 복잡한 술식이 들어가지만 어렵지 않다.

반태수는 마티아스 파사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적당한 영역을 변형 소리차단 마법으로 감쌌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반태수는 고스탁 메르서를 보며 말했다.

"언제쯤 온다는 언질도 없었습니까?”

고스탁 메르서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멀리 까마득한 곳에서 무언가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굉장히 빨랐다.

"저기 오는 모양인데요?"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반사적으로 마법을 펼쳤다. 저놈이 지금 내려오면 곤란하다.

하늘만 가렸는데 갑자기 비행선이 내려오면 마티아스 파사르에게 다 들킬 것 아닌가.

반태수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바닥에 새빨간 색의 글자가 빠르게 떠올랐다.

빛으로 만든 글자였다.

고스탁 메르서는 또 한 번 감탄했다.

"마법 발현 속도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빠르군. 술식 계산이 빠르다는 거야 잘 알지만 마력을 쓰는 실력도 보통이 아니야. 솔직히 말해 보게. 9서클인가?”

"비밀이라고 말했잖습니까. 일단 9서클은 아닙니다.”

9서클도 아니고 8서클도 아니고 7서클도 아니다. 자신의 코어는 서클을 형성하지 않으니까.

"설마 그럼 10서클?”

"그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이제 비행선이 멈췄으니 슬슬 마법 테스트를 시작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군.”

고스탁 메르서는 하늘을 슬쩍 올려다봤다. 까마득한 높이에 비행선 하나가 멈춰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긴장으로 살짝 굳은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반태수가 타겟으로 지정한 곳을 쳐다봤다.

“범위에 정확히 맞추기 위한 술식 계산은 자네에게 맡기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 같아서였다. 한꺼번에 펼쳐야 할 마법이 워낙 많아서 변형이 필요한 술식은 빠르게 계산하지 않으면 마법 자체가 뒤틀릴 수 있었다.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고스탁 메르서가 반태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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