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연구보조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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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탁 메르서는 한껏 궁금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건 마티아스 파사르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저놈이 몇 서클이나 되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고스탁 메르서는 겉보기에도 굉장히 늙어 보이고, 실제로도 나이가 많다. 70살이 넘었으니까.
그리고 마티아스 파사르도 33살이나 된다. 사실 5서클에 이르려면 그 정도 나이는 되어야 한다. 아니, 마티아스 파사르 정도면 제법 빠른 편이었다.
마티아스 파사르는 얼른 대답하라는 듯이 반태수를 노려봤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든다. 심지어 생긴 것도 짜증났다.
반태수는 자신에게 집중한 두 사람을 보며 대답했다.
"비밀입니다.”
두 사람의 눈이 커다래졌다. 설마 저런 대답을 할 줄은 몰랐다.
마법사가 저런 대답을 하는 건 서클이 낮을 경우뿐이다.
너무 서클이 낮아서 부끄러울 때 하는 대답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반태수는 낮은 서클이 아니다. 저 서클 마법사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리 없다.
마티아스 파사르는 아무리 생각해도 반태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스탁 메르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크게 웃었다.
"으허허허허헛! 자네 정말 재미있군. 뭐, 마법사가 그 정도 신비는 가지고 있어야지.”
마티아스 파사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스탁 메르서를 바라봤다. 저게 지금 뭔 소리란 말인가.
"사실 그것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아무나 못 하는 기예 아닌가.”
고스탁 메르서는 그렇게 말한 다음 자신의 코어에서 마력을 뽑아 그것을 몸 전체에 퍼트렸다.
마치 능력자처럼 보이도록.
그걸 본 반태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자신이 한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능력자로 보이긴 한다.
‘코어가 가려지네.’
사실 그저 마력을 퍼트리는 것만으로는 코어를 가리지 못할 거라 예상했다.
반태수는 이면세계의 마력을 모두 피부 바로 아래에서 돌리고 있기 때문에 마력에 대한 감각이 그걸 뚫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내부의 마력도 살짝 감추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코어와 몸에 퍼트리는 마력의 농도가 달라서 티가 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고스탁 메르서가 한 걸 보니 전혀 마법사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인가?”
반태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결과는 같다.
고스탁 메르서는 마티아스 파사르를 보며 말했다.
"자네도 한 번 해보게.”
마티아스 파사르는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속으로는 코웃음을 쳤다.
자신은 5서클 마법사다. 게다가 다른 5서클 마법사들에 비해 마력에 대한 감각이 더 뛰어나다. 지금까지 겪은 모든 5서클 마법사들과 비교하면 그렇다.
그러니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마티아스 파사르는 코어에서 마력을 뽑아 그것을 온몸에 퍼트렸다.
상당히 신경을 써야 했지만,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충분히 해냈다.
고스탁 메르서는 반태수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어설프군요.”
반태수의 대답에 마티아스 파사르가 발끈했다.
"뭐? 어설퍼? 지금 그거 나한테 한 말입니까?”
반태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어설픈 놈이 누가 있겠는가.
어설프다고 말한 이유는 아주 명확했다.
마티아스 파사르는 마력을 저렇게 잔뜩 퍼트렸지만, 그럼에도 마법사라는 사실이 아주 명확히 보였다.
원래 반태수가 생각하던 것을 마티아스 파사르가 아주 정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마력 농도 차이 때문에 코어가 가려지지 않았다.
저걸 아마 본인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반태수의 말에 발끈한 것일 테고.
‘아니, 누구든 그런 말을 들으면 발끈하려나?’
마티아스 파사르는 여전히 반태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대로 해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눈에서 불똥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그걸 본 고스탁 메르서가 나섰다.
"자네는 아직 제대로 하지 못했네. 그저 마력만 흩뿌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지. 자네의 코어가 아주 명확히 잡히는군."
“예? 그럴 리가……!”
솔직히 반태수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가소로웠다. 그렇게 마법사인 걸 감춰서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자신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한데 막상 했는데 그걸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리고 더 깊은 질시의 감정이 솟아났다.
"이건 마력에 대한 감각을 좀 더 열어야 좀 감이 잡힐 걸세.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
고스탁 메르서가 달래듯 말했지만, 하나도 와 닿지 않았다.
‘그럼 저 반이라는 놈은 마력에 대한 감각이 나보다 더 열려 있다는 건가?’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자자, 아무튼 재미는 있지만 이건 여기까지 하세.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반태수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얼른 술식부터 확인하고 싶군요.”
마티아스 파사르는 입을 꾹 다문 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잠시만 기다리게.”
고스탁 메르서는 어딘가로 가서 종이뭉치를 잔뜩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을 테이블 위에 턱 올려놓았다.
가장 위에 있는 종이에 정신없이 그려진 마법진이 보였다.
"이게 기본이 되는 술식일세. 양이 좀 많지만 그래도 이건 다 봐야하네. 그래야 날 도울 수 있을 테니까. 모르는 건 언제든 질문해도 좋네.”
반태수는 잠시 그 종이뭉치를 내려다봤다.
이게 기본이 되는 술식이라고? 그럼 제대로 된 술식은 이보다 몇 배는 더 많단 뜻이다.
이건 복잡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걸 과연 한 사람이 펼칠 수 있을까? 마티아스 파사르도 이번만큼은 반태수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가장 위에 있는 종이를 집었다.
굉장히 복잡한 마법진이 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을 구성하는 각 부분에 대한 설명과 자세한 술식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마티아스 파사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한 장의 마법진을 공부하는 것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한데 남은 종이가 대체 몇 장인가.
두 번째 종이를 힐끗 쳐다본 마티아스 파사르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복잡했다. 심지어 여백이 모자라 붙이는 메모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메모지에도 술식과 설명이 빈틈없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고.
대충 보아하니 뒤로 갈수록 더 심해지는 듯했다.
마티아스 파사르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어차피 배울 게 있으리라 기대하고 오지 않았던가.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하면 되리라.
다만.
마티아스 파사르의 시선이 슬쩍 옆을 훑었다. 마침 반태수가 두 번째 종이에 손을 가져가는 중이었다.
자신이 이걸 볼 때까지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이거 순서대로 봐야 하는 거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고스탁 메르서의 눈치를 살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아마 이 모든 마법 술식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할 듯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긴 하려나?’
머리가 더 복잡해지니 손에 든 마법진과 그걸 풀이한 술식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마티아스 파사르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반태수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저건 또 뭐야?’
반태수 앞에는 어느새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가 여러 장 쌓여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든 마법진을 대충 훑어보는가 싶더니 앞에 내려놓고 새 마법진을 들고 살펴보는 일을 반복했다.
쌓인 종이뭉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마티아스 파사르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저거 지금 제대로 술식을 확인하긴 하는 거야? 그리고 확인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 제대로 이해하고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 담아야 할 거 아냐.’
술식 암기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수학 풀이과정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수학에다가 마법 분석학, 마법 기하학, 마력 구조학이 섞여있다.
거기에 가끔 고차원적 마법 이론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그걸 이해하고 암기하는 건 정말로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마법진은 그 모든 것을 망라한 결과물이다.
그것도 수준이 보통 높은 것이 아니라 이해는커녕, 술식을 단순히 읽는 것조차 만만치가 않다.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이다. 모르는 것도 종종 있고.
한데 저놈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반태수가 마티아스 파사르를 빤히 쳐다봤다.
"뭡니까?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죠?”
반태수는 손가락으로 마티아스 파사르가 들고 있는 종이를 가리켰다.
"아니, 그거 다 보셨나해서요. 보시다시피 나머지는 전부 봐서.”
솔직히 말하면 굳이 안 봐도 된다. 나머지 부분을 통해 저 종이에 어떤 내용이 있을지 유추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굳이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한단 말인가. 그냥 쭉 읽으면 훨씬 편한데.
마티아스 파사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종이를 내밀었다.
"다, 당연히 다 봤습니다. 잠시 술식을 머릿속에 그려보느라……."
반태수는 그런 말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종이를 받아 내용을 슥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반태수는 고스탁 메르서를 보며 말했다.
"대충 이해했습니다. 뭐, 그냥 기초를 세운 정도로군요.”
고스탁 메르서가 눈을 번득이며 대답했다.
"맞네. 그게 기초일세. 그걸 다 이해한 거 확실하나? 그게 안 되면 다음 단계는 아예 손도 못 댈 걸세.”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재미있네요. 그럼 다음 단계로 가보시죠? 이렇게 두근거리는 거 정말 오랜만인데.”
반태수는 고스탁 메르서가 정리한 술식들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관점이 이 술식들 안에 잔뜩 있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술식을 관통하는 건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였다.
그것은 현재 반태수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깊이 연구하고 있는 주제였다.
반태수는 이 연구를 완성한다면 유물에 주로 쓰이는 위상공간을 이용한 술식 부여에 큰 진전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러니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는가.
고스탁 메르서는 반태수의 반응을 확인하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티아스 파사르를 최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술식을 읽고 이해하는 건 개인차가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게. 술식을 빨리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마법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집중해서 이것들을 보고 있게. 서둘다가 이해를 놓치면 더 곤란하니까 차분하게. 알겠나?”
마티아스 파사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속은 무지 쓰렸다.
그는 고스탁 메르서가 반태수를 데리고 제2 연구실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또 한 번 어금니를 꽉 물었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첫 번째 종이를 집었다.
뭘 하더라도 일단 이것부터 이해를 한 다음의 일이다.
그는 흩어졌던 집중력을 억지로 모아서 다시 종이 안에 있는 마법진과 술식을 읽기 시작했다.
***
"내가 보기에 한…… 반쯤 진행한 것 같네.”
고스탁 메르서가 테이블 위에 산처럼 쌓인 종이뭉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절반이라…… 술식을 하나로 엮을 무언가가 필요하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함께 연구하려고 준비하는 것이 있네. 아마 아까 기본이 되는 술식을 다 이해했다면 짐작하는 바가 있을 걸세.”
"위상공간을 이용하는 겁니까?”
“오오! 역시 다 이해했군! 맞네! 위상공간! 아는지 모르겠지만 고대 유물에 그걸 이용한 것 같네. 관련 논문도 여러 개 있으니 한 번 찾아보면 도움이 될 걸세.”
반태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관련 논문은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이미 위상공간을 썼다는 걸 아는데 그걸 추측하는 과정을 봐서 뭐 하겠는가.
"그것부터 보죠.”
반태수의 표정을 본 고스탁 메르서가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제대로 개념도 못 세웠네. 일단 저것부터 완성한 다음 차츰차츰 진행할 걸세.”
"아…… 그렇군요.”
반태수는 위상공간에 대해 나름 개념 정도는 잡은 상태였다. 실제로 그걸 이용해 마법을 펼칠 수도 있고.
하지만 유물에 적용된 위상공간은 반태수가 쓰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내게는 위상공간보다 저것이 훨씬 중요하다네.”
반태수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건 자신에게도 중요한 연구였다.
"일단 저것부터 보겠습니다.”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산처럼 쌓인 종이뭉치로 다가가 그것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까 봤던 것들보다 훨씬 불친절했다.
술식을 풀어나가는 과정 따위는 하나도 없었고, 결과만 대충 쓰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종이는 그저 마법진 하나만 달랑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반태수는 별로 어려워하는 기색 없이 쭉쭉 확인해 나갔다.
어려울 리가 없었다.
그동안 반태수가 분석한 것들은 아무 사전정보가 없는 마도구나 유물이었다.
또한 유물에 걸린 보안마법을 상대했다.
한데 이건 아무리 불친절하다고 해도 마법을 분석한 결과물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새로운 마법을 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술식들이다. 하지만 그 자체가 과정을 담고 있기에 반태수가 보기에는 분석의 결과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반태수 입장에서는 밥을 떠서 입에 갖다 대준 거나 마찬가지다. 얼마나 쉽겠는가.
쌓인 종이뭉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고스탁 메르서의 눈에 감탄이 어렸다.
정말 탐이 났다.
타인이 연구해 놓은 자료를 저렇게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니.
저 능력 하나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되리라.
어느새 반태수는 쌓인 자료를 모두 확인했다.
반태수의 눈에도 감탄이 어렸다.
진짜 마법공부를 한 기분이었다. 제법 많이 배웠다.
이걸 보고 있으니 또 영감이 밀려왔다.
아까 것도 아직 해소를 못했는데 거기에 또 쌓이다니.
영감의 적체가 일어난 건 처음이었다.
반태수는 고스탁 메르서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겠습니다. 아무래도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 말에 고스탁 메르서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지금 반태수가 한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괜찮겠나?”
반태수는 혼자인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대답했다.
"예. 괜찮습니다.”
고스탁 메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태수를 바라봤다.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네. 정말 혼자서 괜찮겠나?”
"정말로 괜찮습니다.”
고스탁 메르서는 불안함과 호기심, 그리고 놀라움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보지. 이만 가보게.”
반태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머릿속에서는 영감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두뇌를 풀가동해서 그걸 적절히 나누고 정리하는 중이었다.
본격적인 것은 호텔에 틀어박혀서 진행할 것이다.
반태수가 연구소에서 나가자, 바로 앞에 택시가 와서 섰다.
누군가가 미리 택시를 부른 모양이었다.
고스탁 메르서가 신경을 써준 듯했다.
반태수는 속으로 감사하며 택시에 올라탔다.
아마 오늘은 제법 긴 밤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