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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81화 (81/351)

81화.  < 돌아가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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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린 반태수는 일행들과 인사하고 바로 헤어졌다.

고작 2박3일 간의 짧은 일정인데, 왠지 그 두 배쯤 되는 일정을 소화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피곤하지는 않았다. 자기 전에 침대에 잠자리 3종 세트 마법을 걸고 잤으니까.

공항 안을 천천히 걷고 있으니 저 멀리 엄대협이 보였다.

엄대협은 반태수를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달려왔다.

"왔어? 일은? 제대로 끝냈어?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아직 의뢰에 대한 피드백이 날아오지 않았다. 아마 오늘 오후 늦게, 혹은 내일 오전 중에 올 것이다.

반태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짐을 엄대협에게 휙 건넸다.

갈 때는 거의 없던 짐이 올 때는 커다란 가방을 꽉 채울 정도로 많아졌다.

"이건 뭐야?”

"특산품.”

일행의 도움을 받아 오카리타 특산품을 잔뜩 샀다.

아는 사람들에게 기념 삼아 나눠줄 생각이었다.

엄대협은 가방을 받자마자 열어서 안을 확인했다.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

"안 그래도 이거 좀 사다 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딱 사왔네. 오카리타 쿠키가 그렇게 맛있다더라고. 아주 유명해."

반태수가 산 쿠키는 오카리타에서도 굉장히 구석진 곳에 위치한 점포에서 파는 쿠키였다.

간판도 없어서 모르는 사람은 그곳이 쿠키 가게라고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반태수도 칼드웰의 안내가 아니었다면 결코 찾지 못했을 가게였다.

한데 막상 가서 몇 개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뭔가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쿠키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마력이 담긴 건 아니었다.

그건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가미된 쿠키가 분명했다.

반태수가 이 쿠키를 이렇게 많이 사온 것은 자신의 커피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가자.”

얼른 커피와 함께 쿠키를 먹을 생각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엄대협이 후다닥 반태수를 따라가며 말했다.

"그나저나 거기서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오카리타 쪽에서 듀마이어 방패 대량 주문이 들어왔어.”

"오카리타 어디?”

“리타 용병단이라는 곳인데, 이거 누가 봐도 오카리타 뒷단어 가져온 거지? 이래도 되나?”

된다. 도시의 주인인 나서스 가에서 운영하는 용병단일 테니까.

아니, 용병단이라는 이름만 갖다 붙인 나서스 가의 사조직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 예상키로 오카라는 용병단도 있을 것이다. 리타라는 용병단을 키에라 나서스가 장악한 것일 테고.

“듀마이어 공방에서 물량 맞추기 힘들대?"

"힘들지. 그래도 어떻게든 조절해서 맞추겠다는데? 이걸 기회라고 여기는 거 같아.”

"기회지. 잘 해보라고 해. 화끈하게 밀어주기로 했으니까.”

"오오. 역시 가서 뭔가 하긴 했구나. 대체 뭔데?”

"나중에 의뢰 하나 받아주기로 했어.”

"응? 의뢰? 네가 직접 의뢰를 받은 거야?”

"의뢰를 받은 건 아니고, 의뢰 예약.”

"예약? 그건 또 뭐야?”

"왜? 안 돼?”

"안 될 건 없지. 일단 언제쯤으로 예약한 건지나 알려줘. 나도 그래야 스케줄을 조절하지.”

"언제인지는 몰라.”

“뭐?”

엄대협이 황당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태수는 차분히 키에라 나서스와 얘기한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모든 얘기를 들은 엄대협이 질린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무슨 가신 가문을 밥 먹듯이 만나. 프리든이랑 린치필드를 한꺼번에 초대하더니 이번엔 나서스?”

"나서스는 결이 좀 다르지. 그냥 의뢰잖아.”

엄대협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과연 그럴까? 뭐, 아무튼 알았어. 내가 잘 조절해 보지.”

일주일 전에 알려주면 스게줄 조절하는 건 일도 아니다.

엄대협은 스마트폰을 꺼내 스게줄 노트에 열심히 키에라 나서스와의 의뢰 예약에 대해 기록했다.

반태수는 솔직히 키에라 나서스가 이렇게 빨리 주문을 넣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정도면 거의 얘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주문한 셈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핸드폰이 한 차례 진동했다. 확인하니 키에라 나서스였다.

‘유물 목록!’

이 중에서 두 개를 골라 받을 수 있다.

목록은 그저 이름만 나온 게 아니었다. 사진을 비롯해 관련된 설명까지 자세히 곁들여져 있었다.

반태수는 일단 핸드폰을 넣었다. 걸어가면서 확인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새 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나저나 빨리 유물을 분석해서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유물은 이것저것 받았는데, 정작 제대로 분석한 유물은 하나도 없었다.

좀 분석하기 쉬운 유물을 몇 개 구해야 할 듯했다.

유물에 대해 잠깐 고민하고 있을 때, 엄대협이 투덜거렸다.

"아오, 그 팀 에페인지 뭔지 이후로 나한테 일거리 찾는 능력자 팀이 늘어났어.”

"그래? 쓸 만은 하고?”

"모르지.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 대다수였으니까. 아무래도 보상으로 마도구를 준 것 때문인 모양인데…… 흥, 어림도 없지.”

반태수는 피식 웃었다. 왜 저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것 같아서였다.

아마 지구에서 온 능력자 팀이리라.

엄대협이 반태수의 눈치를 살피다가 은근슬쩍 물었다.

"팀 에페, 정말로 다시 안 불러도 괜찮은 거지?”

"당연하지. 확인할 건 다 확인했어.”

"역시 그때 따라간 모양이네?”

반태수가 인상을 확 쓰자, 엄대협이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냐, 아냐. 신경 쓰지 마. 아닌 거로 여기에 입력해 놓을 테니까.”

엄대협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반태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야야, 같이 가. 난 짐까지 들었다고!”

***

"음, 역시.”

반태수는 기분 좋게 쿠키를 삼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풍미가 입과 비강을 가득 채운 후, 천천히 흘러내렸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오카리타 쿠키와 반태수 커피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서로의 맛과 향이 하나로 합해지면서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냥 따로 먹는 것보다 두 배는 더 훌륭해졌다.

아무래도 이건 같이 세트로 선물해야겠다.

커피를 모두 마신 반태수는 잠시 고민했다. 쿠키가 좀 남았다.

그럼 한 잔만 더 마실까?

한잔 더 내려서 남은 쿠키와 먹는데, 이번엔 쿠키가 먼저 떨어져 버렸다.

새 쿠키의 포장을 뜯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식으로는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과감히 커피만 마셨다.

한데 마시는 내내 뭔가 아쉬웠다.

"이거 쿠키 레시피도 구해야겠는데?”

문득 자신의 커피 레시피를 만들 때처럼 쿠키에도 마력을 섞은 레시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만 해도 몸이 떨린다.

지금 이 쿠키로도 시너지가 엄청났는데, 만일 마력 쿠키를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고 보니 슬슬 집에 한 번 다녀와야겠네.’

지구 쪽 일에 너무 신경을 안 썼다.

가서 오래 있을 생각은 없고, 쌓인 데이터나 좀 확인하고, 쿠키 레시피도 알아보고 카페가 잘 돌아가는지 살펴보는 정도면 충분했다.

사실 좀 더 여기서 머물다가 가도 된다. 솔직히 지구에 다녀온 후, 일이 많긴 했지만, 시간 자체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났을 때 다녀오는 편이 나았다. 아직 엄대협이 딱히 재미있는 의뢰를 가져온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다녀오기 전에 오스윈 프리든은 만나봐야겠지? 선물도 전해줄 겸.’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쿠키와 커피를 챙겼다. 오스윈 프리든에게 선물로 준 커피는, 아마 아껴먹었으면 남았겠지만 그냥 내키는 대로 먹었으면 떨어진 지 좀 되었으리라.

***

오스윈 프리든은 나 오늘 기분이 정말 좋다는 말을 얼굴에 써 놓은 듯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이렇게 반 마법사님이 먼저 연락을 주시다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게다가 선물까지. 정말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는 커피가 가득 든 커다란 병과 쿠키가 담긴 상자를 보물처럼 내려다봤다.

"오카리타에 다녀오면서 괜찮다고 해서 사왔습니다. 먹어보니 커피와 궁합이 아주 좋더군요. 같이 먹으면 풍미가 훨씬 괜찮을 겁니다.”

"오오. 풍미가 여기서 더 좋아진다고요? 정말 기대되는군요.”

그러다가 문득 표정을 싹 지우더니 반태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카리타? 반 마법사님, 오카리타에 다녀오셨습니까?”

반태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의뢰가 있어서요. 처음 가봤는데, 참 특이한 도시더군요. 드론도 많고.”

"설마…… 거기서 막 싸우고 그러신 건……."

"맞습니다. 거기는 정말 특이하게 싸움을 조장하더군요. 그래서 한바탕 싸웠죠. 의뢰 자체가 그런 거라서.”

"당연히 이기셨을 테고……."

반태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잘 아시네요.”

"반 마법사님이 고작 오카리타의 싸움에서 질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오스윈 프리든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면…… 영입 제안도 받으셨을 것 같은데?”

반태수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정말 잘 아시네요? 맞습니다. 싸운 날 밤에 바로 찾아와서 다짜고짜 영입제안을 하더군요.”

오스윈 프리든이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반태수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전 여기가 더 좋아서요. 어딘가에 소속되는 게 싫기도 하고.”

그제야 오스윈 프리든의 긴장이 사악 풀렸다. 그는 언제 표정을 굳혔냐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셨군요. 잘하셨습니다. 혹시 그에 관해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제게 연락하십시오. 아니, 꼭 연락 주셔야 합니다."

반태수는 오스윈 프리든의 호의 깊은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죠. 뭐, 문제 생길 일은 없을 것 같지만요. 아, 키에라 나서스라는 분이 따로 찾아왔기에 의뢰 예약은 하나 해뒀습니다. 거긴 후계자 선정을 특이한 방식으로 하더군요.”

오스윈 프리든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키에라 나서스……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후계자 선정을 위한 전투에 도움을 주기로 하신 거군요?”

"네. 위험하게 나설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가서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돌아올 생각입니다. 의뢰를 언제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아마 금방 경합이 시작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나서스 가에서 워낙 인재를 열심히 모으기 때문에 어떤 능력자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네. 그러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뒤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반태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가봐야겠군요. 돌아가셔서 커피랑 쿠키 꼭 드셔보십시오. 아, 그리고 전 당분간 연락을 받기 어려운 곳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혹시 연락이 안 되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오.”

오스윈 프리든이 살짝 일렁이는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 마법사님은 정말이지……."

연락이 받기 어려운 곳이 대체 어디인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오스윈 프리든은 반태수와 헤어진 다음 바로 페일라 린치필드에게 연락했다.

***

"왜 불렀어?”

페일라 린치필드는 커피와 쿠키를 들고 있었다.

오스윈 프리든이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거, 언제 받았어?”

페일라 린치필드가 씨익 웃었다.

"여기 오기 직전에. 하마터면 못 받을 뻔했잖아. 왜? 넌 못 받았어?”

오스윈 프리든이 피식 웃었다. 자신을 만난 다음 페일라 린치필드를 만나 선물만 건네준 모양이다.

"하긴, 아직 넌 그 정도인 게 당연하지. 몇 번 만나지도 않았잖아.”

페일라 린치필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난 간다.”

"키에라 나서스가 반 마법사님에게 접근했다.”

그 말에 페일라 린치필드의 눈이 한껏 치켜 올라갔다.

"뭐? 그 도둑고양이가 감히 누구한테!”

"아무래도 후계자 경쟁에 써먹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 같다.”

"하, 이래서 내가 먼저 계약을 해서 확실히 우리 가문으로 끌어들였어야 하는데!”

"그건 반 마법사님이 싫어하니 안 되고. 이번 키에라 나서스하고도 의뢰 정도로 끝낼 모양이야.”

"그게 그렇게 쉽게 되나? 일단 거기 끼어들었으면 나서스 가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반 마법사님인데."

오스윈 프리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래서 제안한다. 나랑 손잡자.”

페일라 린치필드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오스윈 프리든이 내민 손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잠시 고민하던 페일라 린치필드는 오스윈 프리든의 손을 꽉 잡았다.

이렇게 둘이 힘을 모으면 키에라 나서스 따위 상대도 안 될 테니까.

딴 사람은 몰라도 그 도둑고양이에게 반태수를 빼앗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반태수가 집에 다녀온다는 말에 엄대협은 또 한 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엄대협이 그럴 때마다 반태수는 절로 웃음이 났다.

확실히 놀리는 재미가 있는 놈이었다.

반태수는 왜곡을 걸어 모습을 감춘 다음, 영역화까지 펼쳐서 꼼꼼히 확인하면서 포탈로 향했다.

포탈로 향하는 도중 여러 능력자들을 만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역화에 능력자들이 걸려들었다.

한데 지구에서 온 것이 분명한 능력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팀 대영은 일곱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데 포탈과 가까운 곳에 수십 명이나 되는 능력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포탈을 빌려준 모양이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저들은 계속해서 엄대협을 찔러볼 것이다.

‘마도구 얻기가 그렇게 힘든가?’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반태수는 포탈로 가면서 그들을 전부 확인했다. 혹시 아는 얼굴이 있는지.

팀 대영의 모습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카페 손님이었던 거 같은데.’

게다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팀도 보였다.

팀 대영의 포탈을 정말 많이 이용한 모양이었다.

반태수는 그들을 지나쳐 포탈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포탈에도 능력자들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능력자들이 갑자기 많아지니 이런 일이 생긴다.

물론 반태수는 왜곡을 이용해 모습을 감췄으니 아무 상관없었다.

반태수는 그들을 유유히 지나쳐 포탈로 들어갔다.

자신의 연구실을 강하게 염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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