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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75화 (75/351)

75화.  < 오카리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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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칼드웰에게 말했다.

"차에서 내리면 안 됩니다. 다른 직원들한테도 전달하세요.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말라고. 그럼 안전합니다.”

칼드웰은 반신 반의하는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반태수는 최근 가장 뜨거운 소문을 몰고 다니는 마법사였다. 그러니 분명히 뭔가 대책을 세워뒀으리라.

반태수는 칼드웰의 시선을 등으로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앞에 가로로 길을 막고 있는 세 대의 트레일러가 보였다.

저걸 날려 버릴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이 달려드는 놈들을 싹 정리하면 남은 일정을 편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오늘 일정을 돌면서 생각해 봤는데, 상대측, 그러니까 바나블에서 그렇게까지 많은 인원을 여기로 데려왔을 것 같지가 않았다.

어쨌든 비행기로 날라야 하고, 보아하니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의 기간이 있는 걸로 봐서 시간제한까지 있었다.

‘여기서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으려나?’

그건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어쩌면 칼드웰도 여기서 직접 사람을 고용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오카리타는 전투가 잦은 도시다. 그 사실이 아주 잘 알려져 있다면 다른 도시의 용병이나 능력자들이 여기로 모이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그것도 노렸을지 모르겠네.’

오카리타를 지배하는 나서스 가에서 그조차 의도했을 것 같았다.

도시에 사람이 모여들면, 그것도 목숨 내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모여들면 돈이 돌게 되어 있다.

목숨을 건 만큼 많은 돈을 벌고, 씀씀이도 커지는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가신가문인 나서스 가가 고작 돈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을 것 같지는 않고, 그 역시 인재 확보의 일환이 아닐까?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영역화에 집중했다.

이번에 벽을 넘으면서 영역화의 성능이 또 한 걸음 성장했다.

이제 슬슬 영역화에 다른 기능을 끼워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영역화로 살펴보니 앞을 가로막은 트레일러 뒤쪽에 능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숫자는 열둘. 그리고 각자 총기까지 들었다.

사방에서 맹렬히 달려오는 차량에도 능력자를 비롯해 마법사들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총기로 무장을 했다.

한데 수가 좀 많았다.

‘여기서 고용할수 있는 게 확실해.’

아니면 저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을 리 없다. 다가오는 자들의 수를 다 더하면 백 명이 훌쩍 넘으니까.

반태수가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차에서 내린 능력자들이 다가왔다.

"적이 좀 많은 것 같은데, 일단 저 앞에 있는 트레일러들을 치우고 호텔로 피신하는 게 어떻습니까?”

발드릭이 의견을 제시했다.

다들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반태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나중에 더 힘들어집니다. 그냥 적당히 처리해 보죠.”

능력자 하나가 황당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어떻게요?”

적의 수는 이쪽의 몇 배나 된다. 게다가 능력자와 마법사까지 있다.

또한 마법사는 몇 명이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아까 날아온 화염구의 수를 보면 결코 한 명이 날린 마법이 아니었다.

반태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일단 달려오는 차부터 멈춰야죠.”

그렇게 말하기 전부터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달려오는 차를 멈추기 위한 가장 괜찮은 방법이 뭘까?

반태수가 생각하기에는 실드였다. 마력 역장에 물리력을 부여한 실드를 바닥에 고정시키면 침투 속성을 발휘하지 않는 한, 멈출 수밖에 없을 테니까.

준비한 마법이 일제히 발휘되었다.

달려오는 차의 수는 20대가 넘었지만, 미리 준비만 하면 수십 개의 마법을 동시에 쓸 수 있는 반태수에게 있어서 어려운 숫자는 아니었다.

달려오던 모든 차량의 앞에 실드가 생겨났다.

마력 반응 때문에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워낙 가까운 곳에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에 대응하는 건 불가능했다.

꽈과과과과과과과광!

연이은 굉음과 함께 달리던 차들이 실드에 충돌해 앞이 찌그러지고 뒤가 확 들렸다가 떨어졌다.

쿠구구궁!

차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다들 그 모습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뭐, 뭐야. 대체 내가 뭘 본 거지?”

실드를 이용해 달려오는 차를 막았다는 건 알겠다. 한데 그걸 동시에 스무 개가 넘게 만들었다고?

게다가 저 견고함은 또 뭐란 말인가.

저렇게 맹렬하게 달리는 차량을 실드로 막으면 차를 세우더라도 실드가 깨지기 마련이다.

저 정도로 견고한 실드는 유물이 아니면 만들어내기가 정말 어렵다.

차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칼드웰도 마찬가지였다.

달려오던 차들이 허공에 부딪혀 뭉개지는 순간 정말 크게 놀랐다.

그리고 과연 의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부서진 차에 타고 있던 자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반태수가 말했다.

"다들 그냥 지켜보기만 할 겁니까?”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능력자들이 일단 총부터 쐈다.

두두두! 두두두! 두두두!

사방에 흩어져 있는 차량들을 향해 소총을 점사로 놓고 열심히 갈겨댔다.

맞으면 좋고 아니어도 견제로 충분하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한 공격이었다.

"크윽!”

“막아!”

적들이 차를 엄폐물로 이용해 총알을 피했다. 또한 온몸에 마력을 둘러 총알을 방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를 아예 안 입을 수는 없었다.

이내 저쪽에서도 산발적으로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타앙! 타앙! 타앙!

하지만 잘 보지도 않고 쏘는 총알이 제대로 날아올 리 없었다.

반태수는 그렇게 약간 고착화 된 상태를 보며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이번 마법의 타겟은 저쪽 마법사들이었다.

‘마법사를 세 명이나 데려왔네. 돈 좀 썼겠는데?’

반태수는 쓸 만한 마법사를 이런 일에 고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아니, 그게 맞는 거지. 자샤드 쪽이 너무 무신경해.’

아무튼 의뢰를 받은 이상, 할 일은 한다.

저쪽 마법사들의 수준은 전부 4서클. 하지만 그동안 경험했던 4서클 마법사들의 평균과 비교하면 제법 괜찮은 실력자들이다.

코어도 비교적 조밀하고 마력 컨트롤 능력도 쓸 만하다. 물론 비교를 4서클 평균과 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반태수는 빠르게 세 개의 마법을 완성시켰다.

저들의 주력 속성은 불, 그래서 테스트도 할 겸 불속성 간이 코어를 만들었다.

저들의 바로 앞에.

마침 저들도 마법을 준비 중이기에 알아차리나 확인도 할 겸 해서.

‘더럽게 느리네.’

마법사들이 마법을 완성하는 시간이 너무 느려서 반태수는 잠깐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마법은 알아서 코어가 흡수할 테니, 그 뒤에 신경 쓰면 된다.

총격이 멎었고, 양측 능력자들이 슬슬 나서기 시작했다.

저쪽은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자가 50명이 넘었다. 심지어 그 중에서 상당한 마력을 보유한 자가 열 명이나 있었다.

저들이 이대로 전부 달려들면 이쪽 능력자들이 크게 밀릴 것이다.

그나마 발드릭 정도나 버티지 나머지 능력자들은 제대로 버티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럼 대비를 해야지.’

이럴 때 한 방 제대로 먹여줘서 기선을 제압해야 싸움이 편해진다.

어떤 마법을 쓸지는 금방 정했다. 저렇게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전격 마법만큼 쓸모 있는 것도 드물다.

반태수는 순식간에 다섯 개의 술식을 완성했다.

그냥 완성한 게 아니라, 다섯 술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특별한 술식이었다.

각각 전격과 증폭, 분산이 겹쳐진 술식이었다.

사방으로 전격의 파도를 내보내는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 다섯 개가 동시에 펼쳐졌다.

파지지지지지직!

자샤드 일행을 중심으로 주변에 마치 전격의 막이 생기기라도 한 것처럼 새파란 전격의 장막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전격의 장막을 뚫고 다섯 개의 벼락이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

꽈르르르릉!

장막의 전격을 모조리 흡수하며 달려 나간 벼락이 중간 쯤 화려하게 수십 가닥으로 분리되었다.

빠지지지직!

"끄아아악!”

달려오던 능력자들에게 재앙이 펼쳐졌다.

뱀처럼 꿈틀거리며 바닥을 타고 달려 나간 전격이 능력자들을 직격한 것이다.

전격에 휩싸인 능력자들 중 일부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 멈췄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마치 통나무 쓰러지듯이.

나머지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제대로 견뎌낸 능력자들조차 몸의 마력이 눈 녹듯 줄줄 녹아버렸으니까.

‘다섯 명.’

반태수는 자신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낸 다섯 명의 능력자를 따로 추려냈다.

나머지는 이제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같은 편 능력자들이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그렇게 능력자들을 한 차례 걸러냈을 때, 적 마법사들이 마법을 완성했다.

반태수의 예상대로 전부 화염 마법이었다.

아까처럼 화염구를 날리는 마법은 아니었다. 셋 모두 다른 마법이었다.

한 명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화살을 만들어내 날리는 마법이었다.

다른 한 명은 거대한 불의 벽을 만들어내 앞으로 쭉 밀어내는 마법이었고.

마지막 한 명은 불의 비를 쏟아내는 마법이었다.

앞의 두 명이 쏘아낸 마법은 반태수가 만든 화염 코어에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두 사람은 그걸 보고 크게 당황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됐다. 화염을 모조리 빨아들인 코어가 받은 화염을 다시 되돌려주었으니까.

화르르르르륵!

"크아아악!”

마법사들이 화염에 휩싸인 채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어쨌든 화염을 다루는 마법사들, 자신의 몸에 붙은 불에 당하는 꼴사나운 일은 없었다.

그래도 큰 피해를 입은 건 사실, 더 이상 마법을 펼칠 수는 없었다.

반태수는 그 둘을 확인하고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지막 마법사가 불의 비를 쏟아내는 마법을 펼쳤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두면 이쪽의 피해가 클 테니, 일단 막아줘야 한다.

영역화를 위쪽으로 쭉 잡아 늘렸다.

드론들이 있었고, 그 위에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마력을 분석해 술식을 역산했다. 좌표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찾아낸 좌표 바로 아래에 화염 코어들을 만들었다.

화륵! 화륵! 화르르륵!

불의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고스란히 화염 코어에 흡수되었다.

그렇게 모인 화염이 마법을 날린 마법사에게 쭉 뻗어 나갔다.

화르르륵!

마법사는 당황하지 않고 화염으로 이루어진 실드를 만들어냈다. 불을 막아내는 데 최적화 된 실드였다.

그걸 본 반태수가 눈을 반짝였다.

저 화염 실드, 방금 반태수가 쓴 화염 코어와 아주 약간이지만 비슷한 술식이 섞였다.

화르르륵!

실드가 화염을 받아들이며 순식간에 커졌다.

그 순간 마법사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들어온 화염의 양이 너무 많았다.

"이런 젠장!”

불어난 화염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사방으로 화염이 튀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자칫하면 그렇게 튀어나가는 화염에 자신이 다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마법사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자신을 향해, 아니, 더 정확히는 화염 실드를 향해 너울너울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발견한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는 뻔했다. 그의 시선이 저 멀리 있는 반태수에게로 향했다.

지금 날아오고 있는 건, 아주 정확히 화염 실드의 균형을 깰 수 있을 정도의 화염이었다.

"이런 시발.”

마법사의 나직한 욕설과 함께 불덩어리가 화염 실드에 스르륵 붙었다.

그리고 화염 실드가 흩어지면서 사방으로 불이 쏟아져 나갔다.

화르르르르륵!

근처에 있던 동료들이 불에 휩싸이는 광경이 마법사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

반태수는 화염 실드가 터져 나가는 광경을 보며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이제 남은 다섯 능력자만 처리하면 된다.

다른 능력자들은 자샤드의 능력자들과 한창 싸우고 있었다.

발드릭의 능력이 워낙 압도적인지라 이대로 가면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다섯 능력자가 끼어들더라도 상관없지만, 이쪽의 피해를 확 줄이려면 반태수가 나서야 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적 능력자들은 자샤드의 능력자들과 싸우는 것보다는 오히려 칼드웰을 비롯한 자샤드 직원들이 탄 차량을 호시탐탐 노렸다.

실제로 몇 번이나 차량을 공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고.

다들 깜짝 놀랐지만 차량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차량이 안전하다는 걸 확신한 발드릭이 온전히 적을 공격하는 데에 집중했다.

반태수는 빠르게 마법을 펼쳤다.

어렵고 복잡한 마법을 쓸 필요도 없었다. 멀쩡한 다섯 능력자만 막아내면 되니까.

하지만 반태수는 이번 기회에 다양한 마법을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예를 들면 적의 감각을 교란시키는 마법이라거나.

최근 꾸준히 틈 날 때마다 두뇌를 할당해 생체 조직을 연구하면서 얻은 영감으로 만든 마법이었다.

감각신경세포를 마력으로 휘저어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아직은 정교하게 다룰 수 없지만, 제대로 완성된다면 걷는 것조차 못하게 방해하거나, 진짜 같은 환상을 보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마법이었다.

지금은 감각을 교란시켜 잠시 어지럽게 하거나 일시적인 자극을 통해 자신이 하고 있지 않은 걸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정도였다.

반태수는 최대한 정교하게 술식을 짰다. 그리고 즉시 마법을 발동했다.

능력자에게 쓰는 감각 교란은 그들이 가진 마력까지 흔들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더 효과적이었다.

능력을 썼는데 안 쓴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물론 아직은 어설퍼서 명확한 감각을 전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한창 날뛰던 다섯 능력자가 갑자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움직임을 멈췄으니까.

그 정도 빈틈이면 발드릭이 처리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능력자들이 한 명씩 쓰러졌다.

반태수는 그 때마다 다시 마법을 써서 그들을 교란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능력자가 쓰러졌다.

이내 모든 적 능력자들이 바닥에 누웠다.

총기를 들고 있던 일반인들, 그리고 트레일러 뒤에 숨어 있던 자들은 언제 도망쳤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싸움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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