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74화 (74/351)

74화.  < 자샤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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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까요?”

함께 탄 능력자가 자샤드의 대표인 칼드웰에게 물었다.

반태수는 보조석에 앉은 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창밖을 내다봤다.

아직 거리가 좀 있긴 한데, 그래도 달려오는 방향은 명확했다.

칼드웰은 반태수를 보며 물었다.

"반 마법사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반태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속도를 더 높이죠. 아무리 방향을 이쪽으로 잡았어도 저렇게 달려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절대 못 쫓아옵니다. 바이크라도 꺼내지 않는 한.”

저들의 의도가 뭔지, 정체가 뭔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멈출 필요는 없었다.

반태수의 말에 칼드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칼드웰 옆자리 능력자가 얼른 다른 차량에 명령을 전달했다.

그러자 자샤드 일행을 태운 차량들이 일제히 속도를 더 높였다.

차량 속도를 높이자, 이쪽을 향해 달려오던 자들이 체념한 듯 서서히 멈췄다.

잠시 후, 뒤쪽에서 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폭음이 연달아 울리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반태수는 영역화를 통해 그들의 전투 상황을 살펴봤다.

의외로 싸움은 팽팽했다. 도망치던 쪽 사람들이 전부 능력자였고, 쫓던 쪽은 능력자가 두 명뿐이었다.

하지만 무기의 우위 때문에 전투 자체는 팽팽했다.

반태수는 이내 관심을 끄고 영역화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놀라지는 않으셨습니까? 오카리타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칼드웰의 어조는 굉장히 차분했다.

"이런 일을 자주 겪으셨나봅니다.”

반태수의 질문에 칼드웰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처럼 우리를 목표로 달려오는 놈들은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그저 지나가다가 싸움을 목격한 정도였지요.”

칼드웰은 그렇게 말하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슬쩍 돌려 창밖 하늘을 유영하는 드론들을 바라봤다.

그걸 본 반태수가 물었다.

"저 드론들, 혹시 싸우는 장면을 찍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시정부에서 날린 드론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시정부에서 전투 영상을 수집하는 거로군요.”

칼드웰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시정부에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들은 그저 나서스 가의 지시를 이행할 뿐입니다.”

"나서스 가?”

"5대 가문의 가신가문 중 하나입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가신가문이라고요?”

반태수는 살짝 놀랐다. 가신 가문이면 도시를 지배하는 가문 위에 있는 자들 아닌가.

"오카리타에 나서스 본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따로 지배하는 가문이 없죠. 다만 나서스 가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몇몇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알고 있을 뿐이다.

"나서스 가에서는 왜 전투 영상을 모으는 겁니까?”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죠.”

반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인재 영입을 위해 도시를 전투 각축장으로 만들었다고?

"도시 구조를 잘 보시면 전투에 용이한 곳들이 제법 많습니다. 지형지물도 생각보다 다양하고.”

"일부러 다양한 전투 지형을 도시에 만든 겁니까?”

"정황은 그렇습니다. 누구도 진짜 그런 건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반태수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나서스 가에 대해 오스윈 프리든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나서스 가가 직접 하는 건지, 아니면 시정부가 지시를 받아서 하는 건지는 몰라도 오카리타는 은근히 분쟁을 조장합니다."

이번에 자샤드가 바나블의 견제를 받게 된 것도 원인을 따져 보면 오카리타에서 시작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대표가 여기에 올 이유가 없었다.

크랙톤에 식량을 공급하는 회사 중에서 자샤드와 바나블이 가장 크다.

임직원의 수만 해도 엄청나다. 그러니 거래를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임원도 여럿이다.

한데 굳이 대표가 온 것이다. 이유는 딱 하나, 오카리타 쪽에서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전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카리타에서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싸우게 되어 있습니다."

칼드웰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자샤드가 싸움에 휘말린 건 처음이 아닙니다. 예전에도 몇 번이나 경험이 있었죠. 물론 바나블과 싸우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만......."

확실히 그래 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함께 온 사람들의 태도가 굉장히 익숙했다.

"그렇게 몇 번의 싸움을 통해 우리도 성장했습니다. 싸움에 이기면 결과는 확실하게 따라옵니다.”

칼드웰이 약간 허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싸움에 이기고 나면 우리 쪽 핵심 능력자에게 누군가 접촉합니다. 벌써 몇 명이나 중요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빛내며 반태수를 바라봤다.

"아마 이번 싸움에 활약을 하신다면 반 마법사님도 영입 대상이 되실 겁니다.”

"흥미롭네요. 뭐, 내가 여기 남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지금까지 저와 함께 했던 모든 능력자들이 반 마법사님과 똑같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영입한다는 뜻이다.

5대 가문의 가신가문이라면 충분히 어떤 능력자건 영입할 수 있는 역량이 될 것이다.

수단이 돈이건 협박이건 아니면 다른 무언가이든.

목적지인 호텔로 향하는 동안 싸우는 광경을 두 번이나 더 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다양한 무기로 무장한 자들도 있었고, 마법사도 있었다.

싸움은 굉장히 치열했다.

하지만 반태수의 눈에는 별로 차지 않았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했다.

***

반태수는 신기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자샤드 일행은 하늘에서 봤던 거대한 빌딩 중 한 곳에 방문했다.

빌딩 안은 경작물로 꽉 채워져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펼쳐진 것은 황금빛 밀밭이었다. 그것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공간을 전부 밀을 키우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나 기계가 지나다닐 길은 만들어져 있지만.

빛이 나는 전등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물과 비료를 공급했다. 성장에 최적화된 데이터에 따라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중에 추수와 탈곡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빌딩에서는 곡물 위주로 생산을 하는데, 무려 100층 이었다.

원하는 곡물을 언제든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곳곳에서 마력의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력이 직접적으로 밀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그저 빌딩을 유지하는 힘을 부여하고, 성장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시스템 일부에만 작용했다.

반태수는 직접적인 간섭을 기대했는데, 역시 안 된다는 걸 알고 약간 실망했다.

‘하긴, 그게 쉽지는 않지.’

마력이 식물이나 동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건 확실하지만, 그 정확한 원리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다.

아직 반태수도 그걸 명확히 분석하지 못했다.

물론 생체조직 연구를 마무리하고 나면 약간이나마 감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나저나 이런 빌딩이 어마어마하게 있으니…….'

대체 오카리타에서 생산하는 식량의 양이 얼마나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오카리타를 장악하고 있는 나서스 가의 힘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보통은 아니겠지.’

그런 가문이 인재를 끊임없이 영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꿍꿍이를 다른 가신가문들이 모를 것 같지는 않았다.

'뭐…… 내가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칼드웰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칼드웰은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이곳 농장의 책임자를 만나고 있었다.

말은 농장 주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나서스 가문의 직원쯤 되는 자라고 한다.

주고받는 대화는 별 거 아니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바나블 쪽에서도 계약을 타진했기 때문에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칼드웰이 처음에 그럼 계약금을 높이겠다고 제안했지만 바로 거절당했다.

계약 조건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게 필요하면 농장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할 테니 당장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저 더 마음에 드는 쪽과 계약을 하겠다고 하니 엿듣는 입장에서도 좀 답답하긴 했다.

한데 칼드월은 별다른 감정 변화가 없었다. 그건 함께 있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표가 오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리더니, 막상 대표가 와서 계약을 진행하려고 하니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계약을 미룬다.

그런데도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걸 봐선, 이런 경험을 제법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바나블이랑 피 터지게 싸워서 이기는 쪽이랑 계약 하겠다, 이건가?’

한창 얘기를 하던 칼드웰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반태수 쪽을 바라봤다.

이 빌딩 안에서는 습격 받을 가능성이 제로라면서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반태수가 불안해서 따라온 거였다.

다른 능력자들은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반태수는 칼드웰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할 일은 끝났습니다. 이제 다음 농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얘기가 잘 안 됐습니까?"

"아뇨. 잘 끝났습니다.”

반태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결코 얘기가 잘됐다고는 블 수 없었다.

한데 잘 끝났다니.

그들은 빌딩을 나선 후, 차에 탔다.

"아직 돌아야 할 곳이 많습니다. 다음으로 얼른 가죠.”

칼드웰의 말에 운전기사가 얼른 차를 출발했다.

자샤드의 차량들이 차례대로 그곳을 떠났다.

그렇게 다음 농장에 가서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반태수는 계속 따라 들어갔는데, 대화가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는 걸 보고는 농장주들이 전부 모여서 입을 맞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몇 군데의 농장을 돌았다.

그리고도 끝나지 않았는지 제법 멀리까지 이동을 했다.

도착한 곳은 역시나 농장이었다.

한데 이번 농장은 그동안 들렀던 곳과는 달리 곡물 농장이 아니었다.

끝없이 늘어선 나무가 보였다. 나무에는 사과가 잔뜩 달려 있었다.

여긴 과수원이었다.

반태수는 눈을 빛내며 안을 둘러봤다. 천장에서 빛이 쏟아지고 있었고, 여기도 그동안 봤던 농장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었다.

반태수는 사과나무를 잠깐 돌아보다가 살짝 커진 눈으로 칼드웰을 쳐다봤다.

대화 내용이 지금까지와 좀 달랐기 때문이다.

‘뭐야, 여긴 원래 바나블이랑 계약한 거야?’

대화 내용만 보면 딱 그랬다.

그렇다는 건 자샤드도 바나블과 똑같이 움직였다는 뜻일까?

‘하긴, 그게 공평하긴 하지.’

어쩌면 자샤드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애초에 판돈이 걸린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주최는 오카리타, 아니, 나서스 가일 테고 말이다.

대화가 마무리 되어 다들 빌딩을 나섰다. 그 뒤로 몇 개의 농장을 더 찾아다녔다.

전부 과수원이었고, 처음 과수원에서 했던 것과 거의 똑같은 내용의 대화가 이어졌다.

서로 비슷한 수의 농장이 걸린 듯했다.

승자독식이다. 이긴 쪽이 전부를 먹는 것이다. 단숨에 회사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

아마 오늘 본 농장들이 자샤드나 바나블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일 싸움에 져서 걸린 농장을 잃는다면, 굉장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어쩌면 상황을 정리하는 와중에 몇 가지 실수, 혹은 경쟁 회사의 견제 때문에 회사가 크게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얼마나 싸움이 치열하겠는가.

하도 들러야 할 농장이 많고, 각 농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일정을 다 마치고 나니 한밤중이 되었다.

그래도 동선을 잘 짰기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농장과 호텔의 거리가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자샤드 일행을 태운 차량들이 호텔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

"오늘 일을 거의 다 끝냈으니 내일 오전은 호텔에서 쭉 쉬고 오후에 일정을 시작합시다.”

칼드웰의 말에 같이 탄 능력자가 환하게 웃었다.

일도 다 끝났고, 호텔에도 거의 다 도착했고, 딱 방심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보통 교통사고도 집에 거의 다 가서 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반태수는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의 긴장감이 지나치게 떨어진 느낌이 들어서였다.

"반 마법사님,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으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아, 괜찮습니다. 좀 긴장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칼드웰이 빙긋 웃었다.

"저기 호텔이 보이잖습니까. 괜찮을 겁니다. 호텔 안에서는 아주 안전하니까요."

하지만 호텔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위험하다.

아니나 다를까, 반태수가 한껏 펼쳐놓은 영역화에 마력이 감지되었다.

"옵니다.”

반태수의 말에 칼드웰의 표정이 확 굳었다.

"적입니까?”

"그런 모양입니다. 시작은 마법 공격입니다.”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각 차량에 걸어놓은 내구력 강화를 확인하고 보강했다.

저 멀리서 밤의 어둠을 헤치며 거대한 불덩이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꽈과과과과과광!

각 차량에 화염구가 하나씩 작렬하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주변을 불길이 확 장악했다가 사그라졌다.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은 차량들이 여전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차량들을 향해 정면으로 두 대의 트레일러가 나란히 달려왔다.

반태수가 마력의 실을 뽑아내 빠르게 마법을 완성했다.

마력 역장이 트레일러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거기에 몇 가지 속성이 깃들었다.

꽈아아앙!

꽈르르릉!

마력 역장에 충돌한 트레일러들이 그대로 찌그러지며 압착되었다. 그리고 두 트레일러 사이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터졌다.

꽈아앙!

트레일러가 양 옆으로 확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자샤드의 차량들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차량들이 달려왔다.

마침 사방이 뻥 뚫린 곳이었기에 오프로드 차량들이 자샤드의 차량을 향해서 맹렬하게 달려왔다.

그리고 앞 도로를 트레일러 몇 대가 또 가로막고 있었다. 이번엔 멈춘 채로.

아무래도 싸움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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