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 유물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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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진짜 좋은 침대여서 그런지 잠이 솔솔 오려고 한다.
그냥 좋은 침대가 아니라, 마법이 각인된 마도구 침대였다.
침대의 크기가 크니 마법을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나 인챈트했다.
물론 그냥 쓰지 않고 반태수가 적절히 조정까지 했다.
여기서 자면 숙면, 피로회복, 컨디션 조절까지 가능하다.
반태수는 잠시 누워 있다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자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공간 팔찌는 나중에 보더라도 오늘 얻은 새로운 술식은 확실히 정리를 해둬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개량도 해야 하고.
반태수의 최종 목적은 그 술식을 영역화에 결합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머릿속에서는 술식 정리가 한창이었다.
아직 영역화에 결합하지는 못했지만, 누군가 대상을 지정해서 그가 지구인인지 이면세계 사람인지 구분하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술식을 제대로 정리하고 나면, 바로 영역화에 끼워 넣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쓸모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 작업이 자신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감이 왔다.
마력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통해 발전의 토대를 닦는 것이다.
반태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눈을 감고 모든 두뇌를 가동해 술식과 영역화를 잘게 쪼개고 또 쪼겠다.
그리고 다시 차근차근 조립해 나갔다.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다. 창을 통해 어스름한 빛이 스며들 무렵, 반태수는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쓰러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중천을 훨씬 지난 후였다.
***
"개운하다.”
반태수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씻고 나오니 훨씬 더 개운했다.
역시 침대는 좋은 걸 써야 한다.
그 불편한 자세로 잤는데도 온몸의 피로가 싹 풀렸다. 게다가 무거웠던 머리도 가벼워졌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으니 이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더 할 나위 없으리라.
반태수는 침실에서 나가 거실로 향했다.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에도 커피머신이 있지만, 거의 혼자 쓰는 거나 다름없는 거실에도 커피머신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니, 집안 곳곳에 커피머신이 있었다. 심지어 연구실에도.
반태수는 거실에 있는 커피머신을 통해 커피를 내렸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뒀던 드립커피를 섞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황홀할 정도로 대단한 맛과 향이 혀와 비강에 넘쳐흘렀다.
새삼 자신이 벽을 넘었다는 사실이 와 닿았다.
벽을 넘을 때마다 코어가 커지고, 보유한 마력량이 늘어나니 커피 맛도 그에 따라 성장했다.
물론 마력이 늘어날수록 맛과 향이 좋아지는 폭이 감소하기에 나중에는 마력이 아무리 늘어나도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세하게 성장 중이었다.
그리고 마법사는 마력 덕분에 미각이 예민하다. 그 미세한 성장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태수가 커피를 한창 즐기고 있을 때, 집을 관리하는 관리팀 직원이 들어왔다.
“엄대협 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예."
직원은 정중히 허리를 숙인 후 물러갔다. 몇 분쯤 지나자 엄대협이 들어왔다.
"헉. 뭐야. 커피 마시고 있었어? 나, 나는?”
엄대협이 반태수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 눈빛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는 걸 알아차린 다음부터 종종 써먹고 있었다.
커피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한 후부터 더더욱 커피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반태수가 엄대협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엄대협은 어떻게든 더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태수는 그렇게 커피를 모두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오랜만이니까.”
반태수가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본 엄대협이 혼자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입으로는 연신 ‘그렇지!’를 반복했다.
잠시 후, 반태수가 엄대협에게 커피를 내밀었고, 엄대협은 마치 왕에게 보물이라도 하사받는 듯한 표정과 태도로 그것을 받았다.
엄대협이 다시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반태수는 잠시 기다려 주었다.
커피를 다 마신 엄대협이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한 모금만 더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참, 어제 팀 에페인지 하는 애들, 불러 볼까?”
엄대협이 생각났다는 듯 묻자, 반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이미 얻을 건 다 얻었다. 앞으로는 팀 에페를 더 이상 안 봐도 된다. 그렇다고 아예 차단을 해버리겠다는 건 아니고.
반태수도 문득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어제 그 사람들한테 준 마도구는 어떻게 된 거야?”
"아, 그거? 별 거 아냐. 듀마이어 공방에 다니다 보니까 다른 공방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잦더라고. 그런 공방들이 생산하는 마도구 중에서 하자가 있는 걸 싼값에 업어온 거야.”
"하자가 있다고?”
반태수는 어제 자신이 확인한 마도구를 떠올려봤다. 딱히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좀 이상했다.
"술식이나 마력석에 하자가 있는 건 아니고, 제조 과정에서 디자인이 좀 어그러진 물건이야. 균형이 잘 안 맞는 달까? 그래서 막상 쓰려면 좀 불편해.”
반태수는 신기한 눈으로 엄대협을 쳐다봤다.
처음에는 그냥 잠깐 동안 브로커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고작해야 미끼 브로커나 하면서 남 등이나 처먹던 놈이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싶었다.
한데 지금 와서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능력이 훨씬 좋았다.
그 새 또 무슨 수를 써서 다른 공방들과 선을 댔단 말인가.
보아하니 원하면 마도구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듯했다.
물론 이제 그런 마도구는 필요가 없지만.
"좀 더 좋은 마도구를 얻을 수는 없나?”
"좋은 마도구? 어떤 거?”
"마력석을 쓰지 않은 마도구.”
"그런 건 어렵지. 적어도 5대 가문의 가신가문 정도는 되어야 만들 수 있을걸?”
"프리든 가도 가능하겠네?”
"가능하겠지. 린치필드 가문도 가능할 거고. 하지만 함부로 반출하지 않아서 얻기가 정말 어려워.”
반태수는 고개를 가웃거렸다. 그렇게 얻기 어려운 걸 처음 만났던 마법사, 롤프 헬턴은 몇 개씩이나 갖고 있지 않았던가.
물론 그 뒤에 만난 마법사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래서 좀 이상하긴 했지. 애송이 마법사도 마도구를 몇 개씩이나 갖고 다니는데 서클이 훨씬 높은 마법사들이 마도구를 아예 안 들고 있어서.’
반태수는 생각난 김에 물었다.
"우리 첫 번째 의뢰 기억나지? 칼덴 제약.”
"당연히 기억하지. 그게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인데.”
"그때 잡은 마법사도 기억해?”
“롤프 헬턴? 기억하지. 아, 그놈 풀려났어.”
"풀려났다고? 칼덴 제약에서 그걸 그냥 뒀어?”
"어디 대단한 가문 소속이었나 봐. 헬턴이라는 가문은 못 들어봤는데. 뭐, 세상에 가문이 워낙 많으니까.”
엄대협이 삐뚜름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얘기만 전해 듣긴 했는데, 아주 가관이었다더라고. 대표부터 이사진이 전부 나와 머리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숙이고, 롤프 헬턴이 당당하게 그 인사를 받으면서 떠났대.”
"진짜 대단한 놈이었던 모양이네. 그런데 왜 난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거지? 그놈 나한테 원한이라도 있어야 정상 아닌가?”
"그거야 나도 모르지. 솔직히 좀 알아보려고 했는데, 시도조차 못하겠더라. 진짜 보통 가문이 아닌가봐.”
반태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게 언제쯤에 있었던 일인데?”
"얼마 안 됐지. 한 열흘 전? 보름 전? 솔직히 칼덴 쪽 의뢰 해결한 지도 얼마 안 되잖아. 생각해보면 우리 너무 빡빡하게 달려온 거 아냐?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나?”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오늘도 의뢰 가져온 거 아냐?”
"가져왔지. 가져오긴 했는데, 그거야 그냥 일상적으로 하는 거고. 꼭 할 필요는 없어.”
"무슨 의뢰인지나 말해봐. 듣고 판단하게.”
들어보고 영양가 없고 귀찮기만 한 의뢰라면 바로 거절할 생각이었다.
엄대협의 말대로 숨 가쁘게 달려오긴 했다. 이제 차분히 실력향상을 위해 연구 쪽으로 방향을 돌릴까, 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다.
"네 명성이 이제 제법 올랐어. 일단 크랙톤 내에서는 굵직한 의뢰를 수행해서 소문이 쫙 퍼졌고, 듀마이어 방패도 있고.”
"좋은 일이네. 명성이 올랐으면 괜찮은 의뢰가 들어올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그렇지. 그래서 이번에 들어온 의뢰는 호위 임무야.”
“호위?”
반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호위는 좀 귀찮은 의뢰 같아서였다. 그리고 까다롭기도 하고.
"별로 안 땡기는데?”
그 말을 들은 엄대협이 씨익 웃었다,
"호위 대상이 다른 도시로 가서 일을 처리하는 동안 지키는 거야.”
"다른 도시?”
그제야 반태수의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아직 다른 도시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은가.
물론 칼체스터와 듀스트론에 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니다. 초대해줘야 할 사람인 오스윈 프리든과 페일라 린치필드가 아직 크랙톤에 있으니까.
"좀 먼 도시야. 오카리타.”
"오카리타?”
"여기서 4천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데, 식량 생산 도시라고 보면 돼.”
"식량 생산?”
반태수의 눈에 깃든 흥미가 더욱 짙어졌다.
그걸 본 엄대협이 신 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크랙톤에 식량을 공급하는 회사가 셋 있다.
이번에 의뢰를 넣은 곳은 자샤드드라는 회사고, 바나블이라는 회사와 경쟁 관계였다.
한데 그 경쟁이 깊어지면서 서로 은밀히 무력을 동원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들이 식량을 구입하는 곳이 오카리타였는데, 계약 문제로 대표가 직접 그곳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크랙톤에서는 경호에 전혀 문제가 없다. 경호 인력도 굉장히 많고 다양한 조직에 선을 대서 상당한 무력을 갖췄으니까.
문제는 오카리타였다.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니 데려갈 수 있는 경호 인력의 수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강력한 능력자와 마법사를 고용해서 질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럼 나 혼자 하는 건 아니겠군.”
"최대한 능력자와 마법사를 모으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믿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거든. 검증된 사람만 모으다보니 그렇게 많이 모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반태수는 턱을 쓰다듬었다.
"다른 도시에 가보고 싶기는 한데……."
누군가를 호위하는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과연 자신이 그걸 잘 해낼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내구력 강화를 걸어두면 기습 정도는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투야 경험이 좀 있으니 웬만한 돌발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보지 뭐.”
"그럼 한다고 한다? 일정은 사흘 후에 출발. 오카리타에서 3일 머물러.”
"사흘이라……."
딱 좋다. 사흘 정도 집중하면 아공간 팔찌의 보안을 풀 수 있지 않을까?
반태수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재밌겠네.’
***
엄대협이 돌아간 후, 반태수는 곧장 연구실로 달려가 유물 분석에 매달렸다.
아공간 팔찌가 아닌 나머지 두 팔찌의 보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뚫었다.
둘 다 보안을 뚫고 나니 고대문자로 이루어진 두 번째 보안이 나타났다.
암호는 똑같았고.
그리고 내부 술식은 여전히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
내부 술식을 분석하는 건 결국 이번에도 다음으로 미뤘다.
반태수는 마지막 남은 팔찌를 조심스럽게 집었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아공간 팔찌라니.’
이제 짐이 많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리라. 물론 보안을 뚫었을 때의 얘기지만.
반태수는 집중해서 팔찌의 보안을 확인했다.
더럽게 복잡했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유물의 보안보다 강력했다.
마치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다가 갑자기 절벽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보안의 격차가 컸다.
반태수는 모든 두뇌를 풀가동해서 아공간 팔찌의 보안에 달려들었다.
굉장한 수준의 보안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대문자로 이루어진 보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또한 이 보안 마법에 들어간 술식의 수준도 실제 유물에 적용한 술식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긴 하네.’
어떻게 보안이 내부 술식보다 수준이 한참이나 떨어질 수가 있을까?
내부 술식에 썼던 방식 중 몇 가지만 가져와도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보안 체계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마치…… 테스트 같잖아.’
이 유물을 쓸 자격을 테스트 하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술식의 수준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반태수는 강렬한 호기심이 들었다. 대체 유물은, 또 유적은 뭘까? 그리고 고대문자는 또 뭐고.
정말 이면세계의 고대에 세워진 문명이 있었고, 그 흔적이 유적으로 남은 걸까?
반태수가 지금까지 본 유적은 하나다. 그리고 사진으로 하나를 확인했다.
각각 무기고와 식량창고였다.
그것만으로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더 많은 유적을 확인해 봐야한다.
잠깐 딴 생각을 했던 반태수는 다시 아공간 팔찌의 보안에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꼬박 24시간이 지났을 때, 반태수는 이 보안이 이중으로 겹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진짜 보안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각각의 두뇌들이 제각기 다른 술식을 분석하고 계산했다. 술식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아니,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서로 다른 다섯 가지 정도의 보안 체계를 하나로 섞어서 쓰고 있었다.
그런 보안이 이중으로 겹쳐져 있으니 총 열 가지 보안을 동시에 뚫어야 하는 셈이었다.
반태수의 눈이 흥미로 물들었다. 일단 방향을 잡고 나니 정말로 재미있었다.
열 가지나 되는 보안 술식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빈틈없이 서로를 간섭하고 있었다.
두뇌가 열 개쯤 있으면 단숨에 풀었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좀 더 열심히 머리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반태수는 술식의 종류를 구분해 각각의 뇌에 넣었다.
기계적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풀어야 하는 술식 따로, 번득이는 영감이 필요한 술식 따로, 그리고 평범해 보이지만 속에 날카로운 칼이 숨겨진 함정 술식 따로.
그렇게 나눠서 동시에 진행했다. 머리가 뜨거워졌다. 김이 펄펄 솟아날 것 같았지만 참고 진행했다.
직감적으로 지금 이걸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놓치면, 다시 이 과정까지 오기 위해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코에서 피가 주루륵 쏟아졌다. 하지만 반태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조금씩 희열이 차올랐다.
착착 맞물려 길을 뚫는 술식의 향연이 바다처럼 쫙 펼쳐졌다.
찰칵.
뭔가가 스위치를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반태수는 그제야 아공간 팔찌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하아아. 됐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뒤늦게 찾아온 성취감과 희열이 파도처럼 쏟아졌다.
반태수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또 하나의 벽을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아공간 팔찌의 보안을 푼 것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집중력, 그리고 끈기와 독기가 우연히 겹쳐져 만들어낸 결과였다.
반태수는 더 이상 무언가를 할 기력이 없었다.
그대로 쓰러지듯 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곧장 잠들었다.
온몸에서 마력이 들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