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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69화 (69/351)

69화.  <지하 공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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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세 개의 팔찌를 내려다봤다.

하나는 페일라 린치필드가 준 것이고, 두 개는 오스윈 프리든이 준 것이다.

각 유물의 설명서도 상자 안에 같이 있었다.

페일라 린치필드가 준 유물은 마력을 모으기 편하게 도와주는 효능이 있었다.

유물이 자체적으로 마력을 모아 그것을 사용자의 몸으로 밀어 넣는다.

그 과정을 잘 이용하면 마력에 대한 컨트롤 능력이 올라간다.

즉, 마력 수련에 큰 도움이 되는 유물이었다.

하지만 반태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애초에 이런 유물이 아니더라도 마력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금도 온몸에 마력을 둘둘 감고 있지 않나.

그 마력을 전부 없애 버려도 얼마든지 다시 모을 수 있다.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게다가 반태수는 마력 코어를 갖고 있다.

마력을 아무리 모은다고 해도 코어 자체가 성장하지는 않는다. 코어가 성장하는 건 코어 생성 초기에 안정을 이루는 과정에서나 모이지 그 이후에는 벽을 넘어야 성장한다.

또한 마력 코어를 가졌기에 마력 컨트롤 능력 하나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반태수는 그 팔찌를 옆으로 살짝 밀었다. 이건 나중에 분석할 것이다.

두 번째로 확인한 팔찌는 오스윈 프리든이 반태수를 보호하기 위해 준 유물이었다.

"괜찮은데?”

설명서를 확인하니 기준 이상의 충격이 근처에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실드를 펼치는 유물이었다.

실드의 강도가 상당해서 웬만한 중화기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착용하는 즉시 주변에 마력 역장을 깔아 지속적으로 충격을 감지한다.

실드 발생 속도도 엄청났다.

어느 정도냐 하면, 반태수가 실드를 쓰는 것보다 발동이 빨랐다.

사실 그 정도는 되어야 갑작스러운 충격에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총알 같은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데, 총알이 주변에 다가올 때 실드가 늦게 펼쳐지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마력 역장에 총알이 들어온 순간 실드가 발동되어도 충분할 정도로 마법 발동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물론 더 정확한 건 분석을 해봐야 안다.

반태수는 그것도 옆으로 슥 밀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아공간 팔찌를 집었다.

이건 설명서고 뭐고 없다.

당시 사진을 통해 고대 문자를 읽고 알아낸 건, 이 아공간 팔찌가 있던 곳은 식량 보관소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팔찌 안에 상당량의 식량이 들어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이걸 발굴한 자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오스윈 프리든이 했던 얘기만으로 판단하면, 모르는 듯했다.

아무튼 안에 식량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이걸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드디어 아공간이 생기는 것이니까.

앞으로는 상당한 물자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이건 정말로 매력적인 일이었다.

반태수는 심호홉을 하고는 팔찌의 보안부터 확인했다.

“와우!”

깜짝 놀랐다. 보안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예전에 오스윈 프리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지금까지 많은 유물을 본 건 아니지만, 경험한 그 어떤 유물보다 보안이 복잡했다.

‘이게 다 뭐야?’

지금까지처럼 단일 보안으로 결계를 만들어 덮은 것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몇 겹이나 되는 보안 체계가 서로 간섭하고 연결되어 있었다.

이 보안을 뚫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하루 이틀 투자해서 될 일이 아니었기에 반태수는 일단 팔찌를 내려놓았다.

이걸 분석하기 시작하면 며칠 밤은 꼴딱 새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하 공방 놈들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능력자 팀들을 여럿 고용했어도 반태수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지하 공방 놈들을 처리하기가 어려울 테니까.

일단 지하 공방 놈들을 처리하고, 그 다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 아공간 유물의 보안을 뚫어야 한다.

과연 이 유물도 고대 문자로 이루어진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을지 궁금했다.

만일 그렇다면 그 보안을 뚫는 건 일도 아니리라.

'그나저나 왜 그런 식으로 보안을 이중으로 만든 거지? 솔직히 하나만 뚫어도 유물을 쓰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는데.'

고대 문자로 이루어진 보안은 유물의 술식을 보호하는 보안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내가 만든 마도구에는 술식을 보호하는 보안밖에 없구나.’

다른 마도구들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보안은 술식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오직 유물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사용하기 위해서 보안을 뚫어야 한다.

반태수의 머릿속에 지금까지 보안을 뚫었던 유물들이 좌르륵 떠올랐다.

그리고 각 유물의 보안을 다시 한 번 차분히 떠올렸다.

그제야 몇 가지 그냥 넘어갔던 점들이 보였다.

다들 한 번 뚫렸던 보안이다. 단 하나, 오스윈 프리든이 유적 발굴 대가로 준 총을 제외하고는.

‘그나저나 보안 수준이 너무 차이나잖아.’

같은 사람이 제작했다면 왜 두 가지 보안에 그렇게 차이를 둔 걸까?

반태수는 그 점에 대해 고민해봤지만, 결국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유물을 연구실에 있는 금고에 넣었다.

이 뒤는 지하 공방 일을 마무리한 후에 이어가리라.

***

반태수는 변두리의 거리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지금 그가 향하는 곳은 엄대협이 알려준 변두리 구석의 작은 건물이었다.

변두리는 그 자체로 위험하다.

부랑자들도 많고, 별의 별 조직들이 다 있다.

변두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길드도 여럿 있고, 능력자 팀들도 제법 많다.

그런 다양한 조직들이 이리저리 얽혀서 가끔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데 지금은 거리에 인적이 아예 없고, 쥐죽은 듯 조용했다.

반태수는 영역화로 주변을 싹 훑으면서 가고 있었는데, 영역화에 걸려드는 사람이 근처에는 한 명도 없었다.

최소 반경 300미터는 넘어야 사람이 한두 명 걸려드는데, 그나마도 일반인이었다.

‘이걸 엄대협이 나서서 미리 정리했을 리는 없고…….'

그럼 원래부터 이런 거리였을까?

그럴 리는 없다. 아무리 변두리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텅 빈 거리가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하다못해 변두리를 전전하며 목숨으로 벌어먹고 사는 부랑자라도 들어와 있어야 한다.

한데 이렇게까지 아무도 없다는 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할 사안 아니겠는가.

이제 목적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거리의 끝에 가면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엄대협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그랬다.

한데 그때, 목적지가 있는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꽈과광! 꽈르릉!

뭔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전격이 날아다니는 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도 간간이 섞여 있는 듯했다.

아무래도 완벽하게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도 반태수와 엄대협은 충분히 가정했다.

아니, 반태수는 반드시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고 짐작했다.

지하 공방 놈들은 암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러니 뒤통수를 치고 맞는 것이 얼마나 흔했겠는가.

엄대협이 판 함정도 일종의 뒤통수다. 어쩌면 지하 공방 입장에서 보기에는 어설픈 함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반태수는 걸음을 멈췄다.

저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소란이 난 쪽으로 달려오길 바라지 않을까?

함정에 대기하고 있는 팀들이 위험에 빠진 상황일 테니, 그들을 돕기 위해 반태수가 빠르게 다가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영역화의 범위를 확장했다. 현재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의 정보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거의 다 와서 그런지 크게 확장하지 않아도 금세 싸움터의 정보가 몰려왔다.

능력자 팀들이 작은 건물에서 나와 넓은 공터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지급한 방패를 다닥다닥 붙이고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방어에 집중했다.

그래서 그런지 별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적은 능력자라기보다는 무기로 무장한 자들이었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총을 마구 쏴대는 중이었는데, 몇몇이 수류탄까지 던졌다.

꽈앙! 꽈앙!

방패의 수가 많아서 수류탄 한두 개로는 방어를 흔들지도 못했다.

몇몇 섞인 능력자들이 전격 공격을 퍼부었는데, 그것 역시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방패가 충격을 흡수해 반사하면서 오히려 적의 피해가 조금씩 누적되는 중이었다.

이런 식이면 저 쪽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했다.

한데 그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컨테이너 트럭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역에 들어와서 알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저 트럭으로 능력자들을 받아버릴 심산인 모양이었다.

‘저건 어떻게 될까?’

트럭이 맹렬히 달려가 들이받으면 충격 반사에 의해 트럭만 부서질 것이다.

하지만 트럭이 천천히 밀고 들어와 힘으로 밀어낸다면 상황이 좀 달라질지도 모른다.

트럭이 방패를 타넘고 들어가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당장 어떻게 될 것 같지는 않으니 아직까지는 지켜보기로 했다.

'왔네.’

반태수가 걸음을 멈춘 채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드디어 기다리던 놈들이 왔다.

영역 안으로 마법사가 들어왔다. 경합에서 봤던 그놈, 아버 자쳇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능력자 두 명이 따라붙었다.

상당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태수는 적이 더 있을지 확인해봤다. 영역을 좀 더 확대했는데, 아버 자쳇 일당으로부터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총기 마도구로 무장한 자들이 30명이나 있었다.

‘좀 바빠지겠네.’

반태수는 냉정하게 적과 자신의 전력을 비교하면서 마력 역장을 펼쳤다. 그리고 거기에 물리력을 부여했다.

마력 역장에 마치 쿠키에 초코칩이 박히듯 콩알만 한 속성 코어가 쿡쿡 박혔다.

이건 반태수가 최근 바늘거인을 잡을 때 썼던 방식을 개량해 실드에 섞은 것이다.

속성 공격이 오면 그것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코어였다.

이렇게 적의 기습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영역화로 적의 전력을 파악해 싸움의 승산을 파악했다.

'100%.’

이건 무조건 이긴다. 저 뒤에 있는 30명은 아마 나설 기회도 없을 것이다.

반태수는 이미 영역화로 아버 자쳇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좌표를 포함한 술식을 계산했고, 그와 거의 동시에 마법의 실을 뽑아 마법진을 그렸다.

꽈르릉!

한 줄기 벼락이 아버 자쳇의 정수리로 내리 꽂혔다.

전격이 아버 자쳇의 주위로 비처럼 흘러내렸다. 아버 자쳇도 미리 실드를 준비한 것이다. 그것도 전격에 대응하는 실드를.

하지만 반태수의 마법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불꽃이 같은 자리에 쏟아졌다.

화르르륵!

쏟아지는 불꽃의 비가 아버 자쳇의 실드를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버 자쳇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갑자기 일어난 바람이 불꽃을 날려 버린 것이다.

화르르르륵!

불꽃은 반태수가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반태수는 이 두 번의 방어가 아버 자쳇이 갖고 있는 마도구의 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마도구가 아니라 유물이었다.

아버 자쳇은 방어의 능력을 가진 유물과 마도구를 도합 네 개나 갖고 있었다.

그래서 반태수는 일단 아버 자쳇 뒤에 바짝 붙은 두 사람에게로 공격 방향을 돌렸다.

꽈릉! 꽈릉!

두 개의 벼락이 플로드와 리어스트롬의 정수리를 그대로 때렸다.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온몸에 흐르는 전격을 견뎌냈다. 그들의 마력이 빠르게 증발했다.

그걸 확인한 반태수가 눈을 반짝였다. 이건 바늘거인과 비슷한 방식의 방어였다.

그 메카니즘을 분석하며 다시 한 번 같은 마법을 펼쳤다.

꽈릉! 꽈릉!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두 사람이 결국 쓰러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버 자쳇이 빠르게 반태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뒤에 있던 30명의 사내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반태수를 크게 포위하듯 내달렸다.

사방에서 저격을 통해 반태수를 견제하고자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는 사이 아버 자쳇이 유물 하나를 발동했다.

지잉!

새하얀 빛줄기가 반태수를 향해 쭉 뻗어나갔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반태수가 채 반응할 틈도 없었다.

하지만 미리 역장을 깔고 속성 코어를 심어뒀기에 괜찮았다.

반태수의 역장에 닿은 빛줄기가 그대로 코어 중 하나에 빨려 들어갔다.

코어의 크기가 확 커졌다.

그리고 흡수한 속성을 다시 내뱉었다.

지이잉!

반태수한테 왔던 것보다 두 배 정도 두꺼워진 빛줄기가 아버 자쳇을 향해 쏘아졌다.

꽈앙!

아버 자쳇은 빛줄기에 맞고 뒤로 휙 날아가 버렸다.

유물 하나의 마력이 희미해졌다.

반태수는 더 시간을 끌지 않았다. 유물로 도배를 했으니 그에 걸맞은 화력으로 유물의 방어력을 부숴 버리거나, 빈틈을 노려야 한다.

반태수의 선택은 부수는 거였다.

십여 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 커다란 마법진이 생겨났다.

처음 나타났던 십여 개의 마법진이 흩어지며 그 자리에 빛 덩어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가운데 있던 커다란 마법진이 흩어지며 굵은 빛줄기가 쭉 뻗어나갔다.

방금 아버 자쳇이 유물로 했던 공격과 흡사했다.

한데 그 굵은 빛줄기는 주변에 떠오른 빛을 모조리 흡수해서 전부 데리고 갔다.

마력 전이의 응용이었다.

처음보다 다섯 배쯤 굵어진 빛줄기가 그대로 아버 자쳇에게 작렬했다.

꽈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아버 자쳇이 사라져 버렸다.

"아, 사로잡았어야 하나?”

상관없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까. 저들을 시정부에 넘기면 알아서 처리해 주리라.

반태수는 아버 자쳇이 있던 자리로 가봤다.

시커멓게 그을린 유물 몇 개가 떨어져 있었다. 마도구는 반태수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다 부서져 버렸다.

떨어진 유물을 챙긴 반태수는 일단 엄대협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끝났어. 와서 데려가. 살아남은 건 둘.”

전화를 끊은 반태수는 이제 저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능력자들을 돕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어가는 반태수의 주위에 30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가 흩어졌다.

꽈르르르릉!

30개의 벼락이 사방에 흩어진, 총기를 든 30명의 사내들을 쓰러뜨렸다.

반태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원래의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

마침 컨테이너 트럭들이 방패를 든 능력자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적 능력자와 마법사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반태수의 주위로 마법진들이 또 훅훅 떠올랐다.

이번엔 전격이다.

꽈르르르릉!

굵은 전격 다발이 꽈배기처럼 꼬이면서 거대한 벼락 줄기가 되어 적들이 있는 곳을 그대로 덮쳤다.

아수라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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