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65화 (65/351)

65화.  < 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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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대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쏠쏠했다.

기본적인 의뢰금이 높기도 했지만, 이번에 잡은 마수가 변종이라는 것이 밝혀져 추가 수당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반태수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페일라 린치필드가 확인해줘서 또 추가로 수당을 받아냈다.

하지만 집 때문에 들어간 돈과, 대출 때문에 앞으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여전히 숨이 턱 막혔다.

물론 듀마이어 공방에서 꾸준히 목돈이 들어오겠지만, 당분간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제 두 번째 의뢰를 해결할 차례였다. 이 의뢰의 대가는 유물이다.

‘안드렐라 윌렉스.’

자신을 파트너로 초대한 사람의 이름이다.

윌렉스 가문 가주의 막내딸. 나이는 22세.

엄대협을 통해, 그리고 마법사 전용 웹과 일반 웹을 통해 나름 조사를 했다.

상당한 유명인이었다.

비단 SNS만 그런 게 아니었다. TV출연도 자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게다가 신분 자체가 무기나 다름없었다.

이 도시, 크랙톤의 명가, 윌렉스 가문 출신이니까.

시민들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5대 가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것은 5대 가문과 어떤 식으로든 선이 닿아 있는 다른 것들이었다.

윌렉스 가문은 크랙톤에서는 5대 가문만큼이나 유명했다.

아니, 5대 가문보다 더 유명했다.

윌렉스 가는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크게 드러냈다. 홍보에 관한 예산까지 편성해서 가문을 알렸다.

이는 위에서 내려온 지침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5대 가문보다 그 휘하에 있는 다른 가문들에게 시선을 집중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5대 가문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으니 여기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안드렐 라 윌렉스는 SNS와 방송을 통해 젊은 층에 윌렉스라는 이름을 전파했다.

그녀는 아름답고 개방적이었다.

알아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대협이 말하던 화끈한 소문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애인이 자주 바뀐다.

그녀가 찍었던 남자는 어김없이 애인이 되었고, 짧은 만남 후에 헤어진다.

보통 남녀가 짧게 사귀다 헤어지면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안드렐라 윌렉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와 헤어진 남자들은 여전히 좋은 감정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언제든 그녀가 다시 원하면 사귈 의향이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이번에 찍은 남자가 나라 이거지?”

반태수는 그녀에게 놀아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딱 의뢰대로 파티에 참석하고 유물만 받아올 생각이었다.

아무튼 자선 파티면 중요한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아마 비교적 젊은 층일 테고.

그 중에는 안드렐라 윌렉스에게 관심을 가진 남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 남자친구도 있을지 모르고.

귀찮고 짜증나는 견제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유물을 하나 얻을 수 있으니까.

유물을 얻어서 확인해 보고, 만일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팔 계획이다.

윌렉스 가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고작 가주의 막내딸이 의뢰비로 주는 유물이 그렇게까지 대단할 리 없다.

‘그나저나 파티에 가려면 뭘 해야 하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뭘 준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반태수는 이럴 때 자신을 도와줄 만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지체하지 않고 오스윈 프리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하면 친절하게 도와주리라 기대하면서.

***

안드렐라 윌렉스는 스마트폰에 뜬 사진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행동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 사람이 이번 파티의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것이다.

"반이라고 했지?”

얼마 전 시 정부에서 주관한 마도구 경합 때 반태수가 마법을 펼치는 광경을 보고 단숨에 꽂혀 버렸다.

그녀가 보기에 반태수의 마법은 정말로 우아했다.

게다가 외모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안드렐라 윌렉스는 이번 결과를 얻어낼 때까지 제법 애써야 했다.

중개인을 통해서 연락할 수밖에 없어서 더 힘들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그냥 파트너 제안을 했고,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녀는 중개인을 끼기 때문에 그렇다고 판단해 대가로 돈을 제시했다.

그래도 거절당했다.

처음에는 밀당하는 줄 알았다. 한데 중개인과 계속 연락을 하다 보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돈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대가를 제시해야 했다. 중개인이 은연중에 계속 힌트를 줘서 뭘 원하는지 알아냈다.

그래서 유물을 대가로 제시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나저나 무슨 유물을 줘야 하지?”

아무 유물이나 건넬 수는 없었다. 유물의 가치는 천차만별이고 아무리 자신이 윌렉스 가의 직계라고 해도 함부로 유물을 처분할 수는 없었다.

"그럼…… 이게 적당하겠네.”

자신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유물은 총 다섯 개였다. 그 중에서 쓸모가 없고 흔한 유물 하나를 선택했다.

지름이 20센티미터쯤 되는 커다란 수정구였다.

마력을 흘려 넣으면 속성에 따라 수정구의 색이 변하는 유물이었다.

이걸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게다가 흔해도 너무 흔했다.

요즘은 좀 뜸하지만 예전에는 유적만 발굴하면 이 수정구가 수십 개씩 쏟아졌다.

그러니 자신에게까지 순서가 온 것이고.

수정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머지 유물은 다시 금고에 넣었다.

그리고 파티 플래너를 불렀다.

그는 안드렐라 윌렉스가 여는 모든 파티를 주관하는 사람이었다.

파티 플래너가 들어오자, 그녀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어서와. 준비는 끝났어?”

"예. 저택에서 하는 거라 장소 섭외가 필요 없어서 간단했습니다. 아가씨가 원하시는 대로 클럽 스타일로 꾸몄습니다.”

다들 젊은 층이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번 파티는 클럽처럼 신나게 놀기로 했다.

그리고 파티 광경을 모두 촬영해 자신을 홍보하는 데 써먹기로 했고.

물론 사전 동의도 전부 받았다. 그 모든 일을 파티 플래너가 처리한 것이다.

"다들 참석한다고 하지? 추가 참석자는 없고?”

미리 초대 명단을 작성해 초대장을 뿌렸다. 하지만 뒤늦게 소문을 듣고 파티에 참석하길 원하는 유명인도 있는 법이다.

매 파티마다 그런 사람이 대여섯 명은 있었다.

“있습니다.”

파티 플래너의 눈이 반짝였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그제야 그가 평소보다 더 흥분한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

"여기 추가 명단입니다.”

파티 플래너가 건넨 서류를 받은 안드렐라 윌렉스는 서류를 슥 훑어봤다.

위에 있는 이름들은 익숙했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유명인들이었다. 자신의 파티에 참석했던 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도 있었다.

한데 명단의 끝에 있는 두 이름을 본 안드렐라 윌렉스는 그걸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그녀가 놀란 눈으로 파티 플래너를 바라봤다.

"이게 진짜야? 정말로 이 사람들이 내 파티에 참석한다고?”

"네. 저도 믿기지가 않아서 그쪽에 연락해서 확실히 답을 받았습니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다시 명단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오스윈 프리든이랑 페일라 린치필드가 온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두 사람이?”

둘 다 이런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안드렐라 윌렉스가 여는 파티는 평범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지라 더더욱 두 사람과 맞지 않았다.

게다가 페일라 린치필드는 몰라도 오스윈 프리든은 더더욱 이런 번잡하고 번거로운 것을 싫어한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마법을 연구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니까.

한데 그 둘이 자신의 파티에, 그것도 사전에 클럽 형식으로 연다고 미리 고지까지 한 파티에 참석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파티 플래너를 보며 힘 있게 말했다.

"이번 파티, 평소보다 훨씬 공들여서 해. 결코 실수가 있어선 안 돼. 초대 명단 다시 확인해서 불편한 상황은 미리 제거하고.”

"이미 그렇게 진행 중입니다.”

"몇 번이고 다시 점검해. 완벽하다고 확신해도 다시 점검하라고. 알았지?”

"물론입니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여겼다.

오스윈 프리든과 페일라 린치필드는 각각 두 가문의 미래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그들과 제대로 된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지위를 얻을 수 있으리라.

이번 파티가 너무 기다려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

자선 파티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반태수는 엄대협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파티가 열린다는 윌렉스 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가다 보니, 굉장히 익숙한 길이 나타났다.

프리든 가의 저택이 있던 바로 그 지역이었다.

엄대협은 첫 번째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며 말했다.

“여기 전에 한 번 와 봤었나? 여기야말로 크랙톤의 최상류층이 모여서 사는 곳이라 할 수 있지. 안으로 들어갈수록 대단한 가문이라는 뜻이야.”

엄대협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무 일찍 꺾었지? 여긴 윌렉스 가의 막내딸이 사는 저택이라서 그래. 진짜 윌렉스 가의 저택은 훨씬 안으로 들어가야 해. 이쪽 길에 윌렉스 가의 딸들이 전부 살고 있다고 보면 돼.”

반태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다.

"그나저나 옷, 정말 그걸로 되겠어? 아무리 그래도 상류층의 파티인데. 턱시도 정도는 입어야 하는 거 아냐?”

"클럽 같은 분위기라고 하더라.”

"클럽? 하긴, 우리 윌렉스 가의 아가씨가 그런 걸 좀 선호하긴 하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저택에 도착했다.

정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앞에 경호원으로 보이는 능력자들이 여럿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은 반태수가 내민 초대장을 확인하고 차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안쪽 건물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안드렐라 윌렉스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짝 달라붙는 바지에 탱크탑을 입었는데,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내부를 확인하니, 그녀는 오히려 수수한 복장임을 알 수 있었다.

거의 벗다시피 한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남자들은 대부분 상의를 탈의했고, 여자들 중에는 비키니를 입은 사람도 제법 많았다.

"어서 와요. 사진을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처음 보는 건데도 익숙하네요.”

안드렐라 윌렉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반태수에게 팔짱을 꼈다.

"오늘은 제 옆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잘 부탁드려요.”

"그러죠.”

반태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런 식의 파티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마법에 매진하느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어떤 것보다 마법이 즐거우니 한눈을 팔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지구의 일이고, 이면세계에서는 좀 달랐다.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의뢰를 열심히 받는 거고.

안으로 들어가니 빠른 비트의 음악이 귀를 두드렸다. 시끄러웠지만 시끄럽지 않게 알아서 조절할 수 있었다.

영역화로 확인하니 여기에 있는 대부분이 능력자이거나 마법사였다.

"어때요? 제법 괜찮죠?”

"즐거운 곳이군요.”

반태수는 그렇게 대답하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반태수의 팔을 좀 더 바짝 끌어안았다. 어떻게 하면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시간은 많다. 이제부터 천천히 실력을 발휘해 보리라.

반태수는 신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음악과 조명, 그리고 몸과 마음을 활짝 연 사람들이 사방에서 흘러 다니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눈이 확 뜨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수영장까지 있었다. 왜 비키니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걸 보니 알 수 있었다.

물속에서 술잔을 든 사람들이 곳곳에 모여 이 활기차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를 즐겼다.

안드렐라 윌렉스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번갈아 다가왔다.

반태수는 그때마다 살짝 긴장하며 그녀가 사람들과 대화하는 광경을 유심히 지켜봤다.

안드렐라 윌렉스는 그런 반태수에게 웃으며 말했다.

"전 파트너를 원한 거지 경호원을 원한 게 아니에요. 여긴 안전하니 절 지켜주지 않아도 돼요.”

"아, 이해했습니다.”

의뢰라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던 모양이다. 이제 좀 긴장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견한 안드렐라 윌렉스가 더없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 사람을 맞이했다.

"어? 드디어 오셨군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 사람, 페일라 린치필드는 그녀의 인사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반태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반 마법사님, 취향이 아주 남자다우시네요.”

반태수는 남자다운 취향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안드렐라 윌렉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태수와 페일라 린치필드를 번갈아 바라봤다.

"두 분…… 서로 아시는 모양이군요?”

반태수가 대답했다.

"얼마 전에 같이 의뢰 하나를 해결했죠.”

"아, 일로 만나셨구나.”

안드렐라 윌렉스의 말에 페일라 린치필드가 살짝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반태수가 대답했다.

"의뢰죠.”

"아, 일로 만난 사이로군요.”

안드렐라 윌렉스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페일라 린치필드를 바라봤다.

이 묘한 분위기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때 반태수가 어딘가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어? 저분도 여기 오셨군요?”

두 여인은 반태수가 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스윈 프리든이 기분 좋게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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