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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62화 (62/351)

62화.  < 거대 마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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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마수 사냥 팀이 출발했다.

시청 앞에 모두 모여 그룹 별로 나눠서 차량에 탑승했다.

각 그룹마다 인원이 달랐지만 차량은 똑같았다. 전부 버스였다.

그냥 버스가 아니라 특별하게 개조된 버스였고, 각 버스마다 도시 밖에서 쓰기 유용한 마도구가 제공되었다.

도시 밖에는 곳곳에 마수가 서식한다.

그러니 마수를 토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최대한 마수와 싸울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각 버스마다 소리를 죽이는 마도구가 지급된다. 또한 진동을 줄이는 마도구도 지급된다.

여러 대의 버스가 줄지어 도로를 달렸다.

그리고 이내 변두리를 지나 도시를 벗어났다.

도로는 도시를 벗어난 뒤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반태수는 창밖으로 도시 밖 전경을 구경했다.

처음에는 광활한 평지가 쭉 이어졌다. 저 멀리 산이 보였다. 그리고 지평선이 보이는 방향도 있었다.

처음 버스에 탈 때부터 영역화를 펼쳤기에 지금도 버스를 중심으로 반경 몇 킬로미터 정도를 계속 살펴보는 중이었다.

반태수는 이번 사냥을 준비하면서 영역화에도 신경을 썼다. 그동안 너무 방치했다. 사실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할 마법인데 말이다.

벽을 넘어서 그런지 영역화의 개선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이제 영역화를 최대 반경 5킬로미터까지 늘릴 수 있었다. 다만 그 정도로 범위를 늘려 버리면 얻는 정보가 제한된다.

기존에 영역화로 얻던 수준의 정보를 원한다면 반경 2.5킬로미터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

그리고 범위를 반경 500미터로 줄이면 기존에 영역화로 얻던 정보보다 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반경 5킬로미터로 범위를 늘린 상태였다. 이 상태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범위 안에 일정 이상의 마력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그 생명체가 지금 대략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였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마수의 습격을 미리 파악하고 그걸 방어하면 되니까.

그렇게 도시에서 좀 멀어지니 영역 안에 마수가 걸려들었다.

‘저것들이 늑대 마수로구나.’

43마리의 늑대들이 어슬렁거리며 어딘가로 이동 중이었다. 도시 쪽 방향은 아니었다.

그 뒤로도 마수들이 몇 번이나 걸려들었다. 그 중에는 처음 보는 마수도 있었다.

하지만 늑대 마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마수 중에 가장 흔하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반태수의 영역에 거대한 마수가 훅 들어왔다.

토벌 대상인 바늘거인이었다.

‘어마어마하네.’

실제로 마력 정보를 직접 읽으니, 자료로 확인할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10미터에 달하는 키, 거기에 걸맞은 강인하고 단단한 육체, 그리고 온몸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이러다 폭발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막대한 마력까지.

'이거 내구력 약화가 통할 대상이 아닌데?’

아무래도 내구력 약화를 대폭 개선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앞으로 저런 마수를 상대할 일이 분명히 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저런 마수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혹시 아는가, 혼자서 저런 마수와 마주할 일이 생길지.

‘다른 마법이 통하긴 하나?’

저렇게 막대한 마력을 갖고 있으면 마력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공격이 잘 안 먹힐 가능성이 높다.

마력을 보유하는 것 자체로 마력에 대한 방어력을 가지게 되는데, 방어력의 크기는 마력량과 마력의 질로 결정된다.

한데 저 바늘거인은 마력의 양도 엄청나고 질도 상당하다.

반태수는 영역화를 바늘거인 쪽으로 집중했다.

이제 몇 분 정도 더 달리면 바늘거인이 보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주변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약점부터 찾아보고, 딱히 약점이 없다면 약점을 만들 방법을 구상해 봐야겠다.

반태수는 창밖을 멍하니 구경하면서 머릿속으로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런 반태수에게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 한 명이 슬그머니 일어나 다가갔다.

반태수는 딱히 당황하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저 여자가 처음부터 자신을 계속 주시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옆자리에 앉아도 되나요?”

여자의 말에 반태수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될 건 없다. 어차피 함께 싸워야 할 팀인데 굳이 각을 세울 필요도 없었고.

"전 페일라 린치필드라고 해요. 반 마법사님이시죠?”

"네. 반입니다.”

페일라 린치필드는 반태수의 대답과 태도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저 모르세요?”

반태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처음 뵙는 듯합니다만…… 혹시 알아야 하는 겁니까?”

"훗. 아뇨. 꼭 그런 건 아니죠. 그런데 자존심은 좀 상하네요.”

반태수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존심이 상한다면 혹시 유명인인가?

아직 능력자나 마법사 중에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옆에 앉은 페일라 린치필드가 그런 사람인지도 모른다.

"유명하신 분인가 보군요. 전 유행 같은 거 잘 모르는 사람이라 제가 모르는 게 당연할 겁니다.”

페일라 린치필드의 표정이 좀 더 묘해졌다.

"프리든 가는 아시죠?”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압니다.”

물론 프리든 가를 알게 된 것도 며칠 안 됐지만. 어쨌든 안다.

오스윈 프리든도 알고 그들이 크랙톤에서 지낼 때 쓰는 저택도 알고, 심지어 가문의 어르신이라는 사람을 셋이나 만났으니까.

"프리든은 아는데 어떻게 린치필드를 모를 수 있죠?”

‘5대 가문의 가신 가문이로구나.’

이제야 페일라 린치필드가 자존심 운운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프리든 가를 알게 된 지도 얼마 안 됐습니다.”

페일라 린치필드는 멍하니 반태수를 바라봤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솔직히 프리든 가문이나 린치필드 가문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건 아니니까.

오히려 두 가문에 대해서는 상위 계층들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윌렉스 가문이 훨씬 유명할 것이다.

"아무튼 오스윈 프리든이 관심을 두는 분이라고 해서 많이 궁금했어요. 그 사람이 무언가에 관심을 가졌다는 얘기는 정말 처음 들었거든요.”

페일라 린치필드는 잠시 반태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살짝 내밀었다.

"오늘 마수 사냥 같이 잘 해봐요, 우리.”

반태수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죠.”

페일라 린치필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걸 보는 반태수는 왠지 모르게 페일라 린치필드가 오스윈 프리든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김새도 행동도 말투도 전혀 다른데. 왜 이런 느낌이 들지?’

오스윈 프리든은 이면세계 사람들 중에서는 비교적 잘 생긴 편이다. 하지만 반태수의 기준으로 대단한 미남은 아니었다.

하지만 페일라 린치필드는 반태수의 기준으로도 상당한 미녀였다.

오스윈 프리든은 처음 반태수를 보자마자 호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페일라 린치필드는 마치 간 보듯 다가왔다.

말투야 말할 것도 없고, 성격도 분명히 달라 보인다.

게다가 오스윈 프리든은 마법사고, 페일라 린치필드는 능력자다.

그런데도 둘이 비슷해 보이니 좀 신기했다.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이제 거의 다 왔다.

***

바늘거인을 간신히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거리에, 반태수를 비롯한 마법사와 전격 속성 능력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물론 계속 이 자리에 있는 건 아니다. 공격을 하고 나면 바늘거인을 중심으로 크게 원을 그리듯 이동할 것이다.

마법사가 전부 같은 곳에 모인 건 아니었다. 속성 별로 위치와 거리를 나눠서 흩어져 있었다.

너무 많은 인원이 뭉쳐 있으면 아무래도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페일라 린치필드는 반태수 옆에 바짝 붙어서 말을 걸었다.

"저 방패 당신이 만들었다면서요?”

저 멀리, 마법사들이 자리 잡은 곳과 바늘거인의 중간쯤 위치한 곳에 미끼 역할의 능력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전부 듀마이어 방패를 들었다.

“마도구 제작에 재능이 있나 봐요? 저 방패, 소문에 하급 유물이랑 비벼볼 수준이라고 하던데.”

반태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유물? 감히 뭘 어디다가 비빈단 말인가.

만일 반태수가 유물을 본 적 없다면 그런가보다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에 유물을 확인해보지 않았던가.

유물에 걸린 보안을 뚫고 그 내부에 새겨진 술식을 충분히 분석했다.

수준이 아득했다.

어찌어찌 분석은 했지만, 그걸 재현하라고 하면 고개를 저을 것이다.

유물에 새겨진 술식은 그야말로 미친 수준이었다.

여러 개의 위상공간을 만들어 각각의 술식을 넣은 다음, 그 술식들을 서로 연계하고 간섭해서 효능을 도출해낸다.

솔직히 그걸 어떻게 거기에 새겼는지조차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요즘 반태수는 비슷한 효능을 가진 마도구 제작을 시도 중이었다.

완벽하게 똑같은 효능을 내지는 못하지만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었다.

다만 크기가 유물에 비교하면 열 배 가까이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런 식으로 연습하고 수련해서 언젠가 유물과 완벽하게 똑같은 마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왜 그렇게 웃으시죠? 제 말이 우스운가요?”

"유물에 비교할 정도로 대단한 물건은 아닙니다.”

"겸손하시네요. 제가 볼 때는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반태수가 그녀를 쳐 다봤다.

“듀마이어 방패 본 적 있습니까?”

"물론이죠. 크랙톤에 와서 제일 흥미로웠던 순간인데.”

"설마 경합을 구경한 겁니까?”

페일라 린치필드가 화사하게 웃었다.

"모습을 좀 가리고 가서 구경했죠.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걸 봤는데도 유물이랑 비교하는 겁니까?”

페일라 린치필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니까요.”

유물이라고 다 대단한 것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례로 반태수가 아쉬덴 길드와 함께 발굴했던 유물들 중에서도 듀마이어 방패 수준에도 채 못 미치는 유물들이 제법 많았다.

반태수가 이렇게 유물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것은 그가 받은 유물이 유적에서 제일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태수는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기에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저 방패 덕분에 이번 사냥이 좀 수월해지겠네요. 피해도 적을 테고.”

바늘거인을 상대할 때 가장 까다로운 것은 아마 바늘을 쏘는 공격이었을 것이다.

몸에 돋은 바늘들을 일정 범위 안에 쏟아내는 공격은 피하기도 어려워 막는 수밖에 없으니까.

한데 듀마이어 방패가 있다면 그걸 손쉽게 막을 수 있다.

물론 바늘 공격이 방패의 한계를 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다수의 방패가 모여 있으니 서로 간섭하며 충격을 분산할 테니 쉽게 한계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아, 이제 시작하네요.”

페일라 린치필드의 말에 확인해보니 미끼 역할을 맡은 능력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지시를 내렸다.

"우리도 시작합시다.”

전격 속성 팀의 리더는 반태수였다.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시정부가 정해준 결과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능력자들이 일제히 전격을 뿜어냈다.

반태수가 허공에 새파랗게 빛나는 마력 구체를 하나 만들어 띄웠다.

마력구체의 위치는 능력자들 앞쪽이었다.

"마법사들은 저 마력구체를 목표로 마법을 쏘면 됩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니 집중하세요.”

마법사들이 열심히 코어에서 마력의 실을 뽑아내 마법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얼추 다들 마법을 완성했을 때, 반태수가 손가락으로 마력 구체를 가리켰다.

그러자 마력구체에 숫자가 떠올랐다.

5, 4, 3, 2, 1.

발사.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기에 다들 정확한 타이밍에 마법을 뿜어냈다.

꽈르르르릉!

여러 줄기의 전격이 능력자들이 뿜어낸 전격을 가로지르며 마력구체를 향해 날아갔다.

일부는 정확히 마력구체를 꿰뚫었고, 일부는 아슬아슬하게 빗겨났다. 그리고 하나는 아예 터무니없을 정도로 멀찍이 벗어났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 정도 오차는 이미 계산 안에 있었으니까.

반태수가 준비한 마법이 발동했다.

꽈르르릉!

모든 전격이 하늘 높이 뻗어 나갔다. 그러면서 서로 꽈배기처럼 꼬여 전격이 훨씬 굵어졌다.

그렇게 하늘 높이 올라간 전격이 바늘거인이 있는 곳으로 내리꽂혔다.

꽈르르릉!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바늘거인이 순간 휘청거렸다.

엄청난 공격을 성공시킨 마법사들이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전격을 뿜어내던 능력자들이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마치 온몸의 마력을 쫙 빨린 듯한 기분이었다.

"이동합시다. 바늘거인이 정신 차리기 전에.”

반태수의 담담한 말이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주저앉았던 능력자들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고, 마법사들은 정신을 차렸다. 반태수는 그들을 이끌고 계획했던 동선을 따라 빠르게 걸었다.

저 멀리 바늘거인에게 거대한 화염이 작렬하고 있었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속으로 가늠했다.

'시간이 좀 많이 걸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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