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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61화 (61/351)

61화.  < 거대 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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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시와 도시 사이의 거리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천 킬로미터가 넘을 때도 있다.

그럼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뭐든 있다. 산, 강, 호수, 평원, 초원, 사막, 등등등.

그리고 마수가 있다.

마수의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마수도 상당했다.

가장 많은 마수는 늑대 형 마수였다.

100마리 이상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게 보통이고, 때로 수백 마리가 무리를 이루는 경우도 있었다.

별다른 능력은 없지만 몸놀림이 민첩하고 이빨과 발톱이 날카로운 데다가 치악력이 강한 마수였다.

그래도 약한 축에 속하는 마수이기에 일대일로 싸우면 웬만한 능력자라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지지 않는다.

하지만 늑대 형 마수의 가장 무서운 점은 무리를 짓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대일로 싸울 기회가 거의 없다.

머리도 좋아서 여럿이 달려들면서도 좀처럼 동선이 꼬이거나 하지 않는다.

연계 공격이나 동시 공격에도 능숙해서 세 마리 정도가 달려들면 굉장히 까다롭다.

이놈들은 도시 근처에도 제법 많이 서식한다. 이런 저런 일로 도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기습하곤 한다.

늑대 형 마수를 상대하는 법은, 이쪽에서도 다수가 나서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군대가 주기적으로 도시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수 소탕을 한다.

말이 마수 소탕이지 실제로는 늑대 소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도시의 군대는 도시에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을 방지하거나, 도시에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위협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위협을 군대가 막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거대 마수였다.

거대 마수에도 급이 있다.

급을 나누는 기준은 마력량이었다.

큰 마수가 더 많은 마력을 가지는 건 당연했다. 마수의 마력은 대체로 몸 전체에 퍼져 있으니까.

거대 마수는 보통 키나 길이가 10미터를 넘어간다.

그 거대한 몸을 유지하고 움직이려면 얼마나 단단하고 질긴 뼈와 근육을 갖고 있겠는가.

한데 거기에 마력까지 더해져 거대한 크기에 걸맞지 않은 움직임을 과시한다.

거대 마수의 크기는 다양하다. 10미터가 갓 넘을 정도에서부터 30미터가 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클수록 위험하지만, 때로는 크기가 작은데 오히려 마력이 평균치를 훨씬 상회할 정로로 막대한 경우가 있다.

그런 놈들이 훨씬 위험하다.

거대 마수는 마력량에 따라 레벨을 나눠 놨는데, 대부분 1레벨 수준이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가 군대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2레벨의 거대 마수부터는 5대 가문이 처리했다.

어쩌다 드물게 2레벨이나 3레벨의 거대 마수를 능력자와 마법사가 여러 명 모여서 처리하는 경우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조차 5대 가문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된 자들이 대거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엄대협이 받아온 의뢰가 바로 그것이었다.

2레벨의 거대 마수 사냥.

"지금 크랙톤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2레벨짜리 거대 마수가 한 마리 있어.”

“50킬로미터?”

엄청나게 먼 거리다. 그렇게 멀리 떨어진 마수를 굳이 건드릴 필요가 있을까?

그런 반태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엄대협의 설명이 이어졌다.

"응. 그 마수가 크랙톤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 중이야. 예상 도착 시간은 변수가 없다면 나흘 후. 하루거리로 들어오기 전에 잡는 것이 목표야.”

"여기로 오는 중이라고? 마수가 멀리서 도시를 감지할 수 있는 건가?”

"그건 아직 밝혀진 바가 없어. 하지만 그렇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고 추측 중이지. 그게 아니면 정확히 도시를 향해서 이동할 리가 없으니까.”

"거대 마수는 다들 이렇게 도시를 찾아오는 건가?”

“아니, 보통은 그냥 배회해. 그러다가 도시와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도시를 향해 이동하고.”

저 말만 들으면 일정 범위 안에 있는 도시를 감지하는 게 분명했다.

"아무튼 2레벨이나 되는 위험한 놈을 잡아야 한다 이거지?”

"맞아. 인원은 제법 많아. 2백 명 정도로 인원을 구성할 것 같으니까.”

“2백 명?”

반태수는 살짝 놀랐다. 2백 명이라니. 게다가 실력도 상당할 것 아닌가. 거대 마수를 잡으러 가는데 어설픈 자들을 보낼 리 없으니.

"그것도 많은 건 아니야. 거대 마수가 워낙 단단해서 뭘 하든 힘을 모아야 하거든. 예를 들어 마법을 쓰더라도 모든 마법사가 같은 속성의 마법을 써서 위력을 높이거나, 능력자들도 같은 속성끼리 모여서 한꺼번에 공격을 하거나, 뭐 그런 식으로 싸우니까.”

즉,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대 마수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내구력이 높은 모양이지? 그럼 디버프를 걸어주면 좀 수월해지려나? 그나저나 거대 마수한테는 내구력 약화를 몇 개나 동시에 걸어야 효과가 있으려나…….'

어쩌면 36개를 전부 던져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둬야 한다.

“나흘 후에 여기 도착하는데 하루거리에 들어오기 전에 처리하려면 모레쯤 출발하겠네?”

반태수의 물음에 엄대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모레 정오에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어. 이동은 차량으로.”

“오케이. 알았어. 그럼 그거 해보지 뭐. 참, 그런데 다른 의뢰는 뭐야?”

엄대협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특별한 의뢰.”

반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특별한 의뢰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듣는단 말인가.

"너 혹시 윌렉스 가문이라고 알아?”

“윌렉스? 처음 듣는데?”

"이 도시의 유력 가문이야. 바로 위에 프리든 가문이 있고.”

반태수가 묘한 눈으로 엄대협을 쳐다봤다. 참 별 걸 다 안다 싶었다.

솔직히 프리든 가에 대해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한데 어느새 그 관계까지 조사한 모양이었다.

“윌렉스 말고도 몇 가문이 더 있어 다 프리든 가의 지배를 받는 가문이지. 그리고 프리든 가는 여기 크랙톤 말고도 여러 도시의 가문을 휘하에 두고 있고.”

"별 걸 다 아네.”

엄대협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약간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유명인의 에이전트가 되었는데 상류 사회에 대한 조사야 필수지.”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의였든 아니든 프리든 가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와 비슷한 사람이나 조직과 엮일 가능성이 높았다. 미리미리 조사하고 준비해서 나쁠 게 없었다.

“아무튼 그 윌렉스 가문에서 유명한 여자가 한 명 있어. 가주의 막내딸인데, 크랙톤에서 손꼽히는 인플루언서지.”

반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의뢰랑 무슨 상관인가.

"자자, 이거 봐. 이게 그 여자 SNS야.’’

엄대협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확인해보니, 이면세계에 있는 여자 치고는 상당한 미모였다. 일상으로 가공한 사진들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뭔가를 먹거나 여행을 하는 사진들이 많았다.

"정확히 뭐 하는 사람이야?”

"보통 이 정도로 유명해지면 다른 일은 안 해도 되는데, 아쉽게도 이 여자는 아니야. 싱크라는 IT회사를 운영 중이야.”

"회사 대표라고?”

"응. 자기 지분이 10%정도고, 50% 정도를 윌렉스 가에서 갖고 있고.”

한 마디로 가문에서 준 회사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게 의뢰랑 무슨 상관인데?”

"이 여자가 파티에 갈 파트너를 구하고 있어.”

반태수가 인상을 팍 썼다.

"지금 장난해?”

"지정 의뢰야. 너한테 꽂힌 모양이더라고.”

"날 언제 봤다고?”

"경합할 때 그 여자도 왔거든.”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내가 그걸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

“안 될 건 또 뭐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그냥 단순한 파트너라고. 자리는 이 도시의 유력가들만 모이는 자선파티고."

엄대협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의뢰금으로 유물을 하나 걸었어. 게다가 그 여자, 소문이 자자해. 아주 끝내준다고.”

“유물?”

"아니, 끝내준다는 소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 아냐?”

"유물 얘기나 더 해봐.”

"무슨 유물인지는 몰라. 그냥 유물 하나 준댔어. 마법사들은 유물에 목숨도 걸잖아. 자, 그럼 소문에 대해 얘기해줄 테니까 잘들어봐.”

"됐어. 유물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간다고 해. 특별히 주의할 사항은?”

"그런 게 있겠냐. 그냥 가서 장신구 역할이나 잘 하고 와. 너한테 왜 꽂혔겠냐. 잘 생겼으니까 꽂힌 거지. 시발, 얼굴을 바꿀 거면 좀 우락부락하게 바꿔야 효과가 있지. 그렇게 바꿀 거면 왜 바꿨어?”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낫지? 내 자랑 같아서 얘기 안 했지만, 예전 얼굴로 다니는 거 되게 피곤해.”

"아오, 재수 없어.”

엄대협은 반태수에게 손을 휙휙 내저었다.

"파티는 일주일 후니까 차츰 준비하고, 마수 사냥은 당장 가보는 게 좋을 거야. 인원 다 차면 잘릴 수도 있으니까. 뭐, 미리 연락은 넣어놨지만.”

"알았어. 어디로 가면 돼?”

"시청.”

***

시청의 브리핑룸.

반태수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었다.

브리핑룸에는 반태수 말고도 스무 명쯤 되는 사람들이 길고 큰 테이블에 쭉 둘러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크랙톤을 향해 다가온다는 거대 마수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키 10미터의 거인이었다. 손에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몽둥이를 쥔 채 성큼성큼 걷는 중이었다.

벌거벗은 몸의 생김새는 인간과는 좀 달랐다. 얼굴에는 열세 개의 눈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또한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그 어떤 체모도 없었다.

모양은 눈이었지만, 사실 진짜 눈 역할을 하는 건 세 개뿐이었고, 나머지는 입이나 귀, 코의 역할을 한다.

몸 전체에 고르게 난 작은 돌기들이 없었다면 아마 몸이 굉장히 밋밋했을 것이다.

화면 옆에는 시청 직원이 서서 설명을 준비 중이었다.

"2레벨 거대 마수, 이름은 바늘거인입니다.”

모인 나머지 사람들은 바늘거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담담한 표정이었다. 아니, 약간은 지루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태수는 그럴 수 없었다. 아예 저기에 대한 정보가 없었으니까.

‘이름이 왜 바늘거인이지?’

마수의 이름은 인간들이 짓는다. 그러니 저 이름을 붙인 적합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화면이 돌기 부분을 확대한 것이다. 돌기인 줄 알았더니 가시였다.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가시가 온몸에 돋아 있었다.

굉장히 가늘고 뾰족한 가시였다.

‘저래서 바늘거인이라고 하는 거였군.’

시청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바늘거인은 저 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걷지 않고 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뒤로도 설명이 쭉 이어졌다.

바늘거인의 몸에 난 가시는 일종의 마력이었다. 저 몽둥이도 마력으로 이루어졌다.

몽둥이도 그렇고 바늘도 그렇고 마력이 유형화 된 물건이었다.

몸에 쌓은 마력이 흘러 넘쳐 몸 밖으로 밀려난 모습이 바로 바늘이었다.

바늘거인의 공격 방법은 육체를 이용한 것과 몽둥이를 이용한 것, 그리고 바늘을 이용하는 것, 세 가지였다.

다른 마수는 마법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바늘거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까다로운 마수였다.

다수의 적을 향해 쏟아내는 바늘 공격은 상당히 위협적이고, 몽둥이는 그저 단순한 몽둥이가 아니라 휘두를 때마다 마력이 쏟아져 나가 주변을 초토화 시킬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게다가 막상 싸울 때는 어찌나 몸놀림이 민첩한지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냥 깔려 죽는다.

"철저하게 원거리에서 싸워야 합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분들은 원을 그리며 이동하면서 공격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바늘거인의 신경을 긁어서 시선을 돌리십시오.”

대략적인 계획까지 시청에서 정해주었다.

세부적인 작전은 개별적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반태수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온 작전 계획을 확인했다.

마법사는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 미리 제출한 자신의 주력 속성을 토대로 그룹을 나눈 것이다.

반태수는 자신의 주력 속성을 일단 전격으로 제출했다. 실제로도 공격 마법 중에서는 주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숙련도가 높기도 하고.

‘전격 쪽은 마법사가 다섯이로군. 능력자도 스물이나 있고.’

전격 속성을 가진 능력자 중에서 원거리로 전격을 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 저들은 그저 전격을 조금이나마 증폭하기 위해 이쪽 그룹에 포함시켰으리라.

어쨌든 능력자들이 뿜어내는 전격을 투사하는 전격에 묻히면 출력이 늘어나긴 하니까.

하지만 반태수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반태수는 아예 좌표를 정교하게 계산해 최대한 타켓 근처에 전격을 생성시키니까.

원거리에서 전격을 날리면 생각보다 정확히 목표에 맞추기 어렵다.

그걸 위해 저항을 조절하는 마법으로 레일을 깔기도 한다. 하지만 마력으로 꽉 찬 거대 마수가 그런 걸 그냥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았다.

'이것도 뭔가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반태수는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거대 마수에게 내구력 약화 같은 디버프 마법을 어떻게 걸지도 고민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결국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번 거대 마수 사냥은 여러모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실제 사냥도, 그 준비과정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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