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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56화 (56/351)

56화.  < 돌풍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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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마이어 방패의 돌풍이 제법 매서웠다.

15억 겔이라는 가격은 공방 제작 마도구의 가격으로는 좀 높은 편이었다.

제대로 된 마도구의 가격은 수십억 겔을 넘나들고, 진짜 대단한 마도구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지만, 공방 제작 마도구는 그런 대단한 마도구들과는 좀 달랐다.

대부분의 공방은 부품을 만든다.

자동차나 전자기기, 혹은 기계장치에 들어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부품을.

그런 부품의 경우 단가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부품에 비할 바는 아니다.

부품으로 돈을 벌려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그들은 그걸 목표로 삼는다.

듀마이어 공방처럼 진짜 마도구를 만드는 공방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보통 무기나 방어구 쪽을 선호한다. 술식을 새기기가 편하니까.

가끔 실력 있는 마법사를 보유한 경우 장신구에 도전하기도 한다.

어렵지만, 성공만 하면 여타 무구보다 훨씬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으니까.

아무튼 무기나 방어구 쪽의 마도구를 공방에서 제작하는 경우 보통 3억에서 7억 사이의 가격을 매긴다.

대부분 5억 겔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러니 공방 제작 물품에 15억 겔이라는 가격이 매겨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주문이 밀려 제대로 물량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듀마이어 공방이 뛰어난 방패를 제작한다는 소문이 도시 곳곳에 퍼졌다.

주문이 더 밀려들었고, 공방이 더 바빠졌다.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직원을 더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듀마이어 공방의 대표인 장명기는 빠르게 직원을 모집했다.

원래 공방은 직원을 구할 때 굉장히 신중하다.

별의 별 것을 다 따지고, 심지어 뒷조사까지 한다. 직원이 술식에 대해 알게 되니 당연했다.

한데 지금은 그렇게 일일이 따져가면서 직원을 구할 여유가 없었다.

시 정부에서 방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군인들에게 보급하고, 시 정부 요인들의 경호원들에게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패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니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한다는 건 정말 중요했다.

시 정부에서 원하는 조건 역시 안정적인 공급이었다.

계약만 따내면 향후 몇 년 동안은, 아니, 최소 10년 정도는 별 걱정 없이 공방을 운영할 수 있게 되리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직원들을 다수 채용했다.

그들은 검증되지 않았기에 제작 과정 전부에 인원을 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존 직원들을 둘로 나눠 공정 중 비교적 중요해 보이는 두 곳에 몰아 배정하고, 나머지 공정에만 새로 뽑은 직원들을 배치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듀마이어 공방이 검은 마수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그쪽은 이런 방면으로는 도가 튼 자들이니까.

***

플로드는 태블릿을 휙휙 넘기며 술식을 확인했다.

"잘게도 쪼개놨군.”

술식 유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 쪼개서 작업하는 건 기본이지만, 이렇게 많이 쪼갠 술식은 또 처음이었다.

플로드는 듀마이어 방패의 술식을 알아내기 위해 정말 많은 직원들과 접촉했다.

굳이 직원으로 위장한 사람을 들여보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술식을 알아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플로드는 먼저 최근 채용된 직원들에게 접근해 그들로부터 술식을 받아냈다.

한 가지 술식을 여러 명에게 받아내 교차검증까지 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아직 완벽한 술식을 모으지 못했다. 술식을 잘게 쪼갠 것도 문제지만, 그 쪼개진 술식 중에 좀처럼 얻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머리 좀 굴렸군.”

충성도 높은 직원들만 손대는 술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충성도 높은 직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듀마이어 공방에서 오랫동안 일한 직원들 말이다.

그들은 어쩌면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돈 말고도 써먹을 만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좀 더 성능 좋은 술식 스캐너는 안 나오나?”

술식 스캐너는 유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대하는 건 실제로 성능이 더 좋아진 술식 스캐너가 불과 얼마 전에 새로 나왔기 때문이다.

술식 스캐너는 유물이지만 비교적 흔한 유물이었다.

물론 존재하는 도시의 수와, 각 도시의 인구를 생각하면 한 도시에 스캐너 하나 돌아가는 것도 버겁긴 하다.

이곳 크랙톤이 좀 특이한 것이다. 스캐너를 가진 곳이 무려 세 군데나 있으니까.

그 중 하나가 바로 암흑 공방이었다. 게다가 최신형 스캐너까지 구했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 더 성능 좋은 술식 스캐너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유적을 계속 발굴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오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게 지금 당장은 없다는 점이고.

태블릿에 기록된 술식들을 일단 하나로 만들어봤다. 이건 순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수작업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

자동으로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쪼개진 술식을 완성해주는 앱이 있었으니까. 물론 지하 공방에서 개발했고.

그동안 이런 식으로 술식을 뽑아서 가로챈 마도구의 수가 수십 개나 된다.

일단 술식을 뽑아내면 지하 공방에서 보안을 새롭게 씌워 생산해 판매한다. 가격을 후려쳐서.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방이 망하고 나면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술식을 뽑아낼 수 있는 곳이 지하 공방 말고는 도시의 대형 공방 두 곳뿐이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술식 스캐너를 가진 세 업체가 손을 잡고 자기들끼리는 선을 넘지 않기 때문에 그들 셋은 언제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플로드는 앱을 이용해 술식을 하나로 모은 다음, 몇 군데가 비었을지 유추해봤다.

하도 자주 이 짓을 하다 보니, 대충 보면 뭐가 모자란지 알 수 있었다.

‘두 개 정도 모자란 거 같은데? 이제 거의 다 왔군.’

플로드는 남은 두 개의 술식 조각을 얻기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완벽한 술식을 손에 넣은 것은 그 후 고작 이틀 뒤였다.

***

아버 자쳇은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술식을 확인했다.

"이게 방패를 만드는 완벽한 술식이라는 거지?”

"예."

"테스트는?”

"진행 중입니다. 그거 때문에 진땀 한 번 뺐습니다.”

"왜?”

"이 술식이 정말 정교하고 교묘해서 듀마이어 방패와 똑같은 디자인이 아니면 술식이 작동을 안 하더군요.”

아버 자쳇이 그 말에 감탄했다.

"허어. 정말 대단한데? 그 정도로 정교하게 술식을 구성하는 게 가능한가? 일단 난 못하겠군.”

아버 자쳇 역시 뛰어난 마법사지만, 그 정도로 정교하게 술식을 구성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술식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보다 강대한 마력을 바탕으로 파괴력 높은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였으니까.

솔직히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술식을 분석하고 정교하게 조작하고 부여하는 일 등은 각인 장비를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건 마법사보다 오히려 기술자가 훨씬 잘하고.

"아, 결과 나왔습니다.”

"성공했나?”

"예. 완벽합니다.”

아버 자쳇의 입가에 드리운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좋아. 그럼 슬슬 시 정부 인사들을 만나야겠군. 아무래도 시 정부가 일찍 일을 벌인 모양이야. 끼어들려면 서둘러야겠어."

"제가 약을 좀 칠까요?”

"아니, 됐어. 그동안 친 걸로 충분해. 어차피 듀마이어 공방이랑 나랑 둘 중 하나가 선정되는데, 똑같은 물건을 들이 밀면 누굴 선택할 지 뻔하잖아.”

플로드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버 자쳇의 말이 맞는단 뜻이었다.

물론 아버 자쳇은 지하 공방의 이름으로 시 정부와 접촉하지 않는다. 그가 지하가 아닌 지상의 일을 처리할 때는 언제나 샤인이라는 이름을 쓴다.

“샤인 공방으로 일을 따내는 건 정말 오랜만이로군.”

“조만간 공방의 인테리어를 손보겠습니다.”

지금은 사인 공방이 암흑 공방 휘하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 정부의 일을 따내려면 일말의 흔적도 드러내선 안 된다.

이것 역시 여러 번 해봤던 일인지라 익숙했다.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는 플로드의 뒷모습을 보며 아버 자쳇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정말 기대되는군. 업체 선정에서 탈락할 때 듀마이어 공방 놈들의 표정이 어떨지.”

절망에 무너지는 순간을 바라보는 건 아버 자쳇이 가진 작은 취미 중 하나였다.

아버 자쳇의 영감을 자극하는 몇 안 되는 순간이기도 했고.

***

반태수는 오스윈 프리든의 초대를 받아들인 후, 남은 시간 동안 그에 대해서 알아봤다.

조사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냥 엄대협에게 맡겨 놓으면 되니까.

엄대협은 처음에 오스윈 프리든에 대해 조사하라는 말을 듣고 경기를 일으켰지만, 뒤를 캐라는 게 아니라 배경을 조사하는 거라고 하니 그제야 안심하고 조사에 나섰다.

반태수는 자신도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싶어서 마법사 전용 웹으로 가서 검색을 해봤다.

사실 별 기대는 안 했다. 등급이 낮아서 열람할 수 있는 게시판에 한계가 있었으니까.

한데 의외로 오스윈 프리든에 대한 정보가 곳곳에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이었다.

일단 그의 가문인 프리든 가는 5대 가문 중 하나의 가신 가문이었다.

보통 5대 가문이 휘하에 가신 가문을 두고, 그 가신 가문들이 무수한 휘하 가문들을 지배한다.

가신 가문에 지배되는 가문들의 힘도 엄청나다. 실질적인 힘을 휘두르고 5대 가문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이었으니까.

그 가문들은 각 도시에 뿌리를 내린 가문이었다. 도시 밖으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도시 안에서는 굉장한 힘과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었다.

그러니 오스윈 프리든의 배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나저나 다들 그냥 5대 가문이라고만 하네. 5대 가문의 이름도 검색이 안 되고.’

엄대협에게도 물어봤는데, 엄대협 역시 모르고 있었다. 그저 5대 가문이라고만 할 뿐이었다.

5대 가문이라는 것 외에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집단이었다.

아무튼 오스윈 프리든은 그 대단한 프리든 가문 내에서도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천재였다.

심지어 그는 5대 가문에서도 기대하는 인재였다.

물론 증거는 없고, 그냥 뜬소문처럼 떠돌아다니는 말뿐이긴 하지만.

반태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호텔 앞에 서서 오스윈 프리든이 보내준다는 차를 기다렸다.

잠시 후, 새까만 세단 한 대가 도착했다. 운전수가 내려서 반태수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그는 마력이 빵빵한 능력자였다.

“반 마법사님. 도련님께 모시겠습니다.”

운전수가 차 문까지 열어주었다. 반태수는 이런 대접은 또 처음인지라 약간 어색해 하면서 차에 탔다.

잠시 후, 운전수가 문을 닫고 운전석에 오른 후, 조심스럽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차가 출발했다. 승차감이 정말 좋았다.

반태수는 편안하게 시트에 기댄 후 차 구석구석을 마력으로 확인했다.

이 차에 쓴 마도구 형태의 부품이 상당히 많았다.

독립적으로 성능을 발휘하는 부품도 있었고, 전자장비와 연동해서 성능을 발휘하는 것도 있었다.

반태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내 차량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리로 들어섰다.

반태수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차량에 장착한 마도구들을 살폈다.

편도 4차선이나 되는데 오가는 차가 거의 없는 한적한 도로였다.

도로 초입에는 양쪽 도로변에 거대한 나무로 위장한 초소가 있었다.

굵기는 성인 남성 대여섯 명이 손을 잡고 빙 둘러야 할 정도였고, 높이는 거의 5미터에 달했다.

잎이 어찌나 무성한지 안쪽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고.

하지만 반태수는 그 안쪽에 능력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무기까지 들었다. 무기는 마법이 부여된 총기였다.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마법사였다.

두 그루의 나무에 각각 한 명씩, 총 두 명의 마법사가 있었다.

코어는 4서클. 하지만 예전 루델 아센 같은 마법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력 밀도가 높았다. 아마 컨트롤 능력도 보통이 아니리라.

두 그루 나무를 지나치니 깨끗한 도로가 안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도로변에는 깥끔하고 화려한 상가들이 마치 처음부터 계획해서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짜 맞춰져 있었다.

거기서 좀 더 가니 교차로가 나왔다.

차는 직진했다. 교차로를 지날 때, 양 옆으로 뻗은 길을 확인하니 높은 담장이 쭉 이어져 있었다.

아마 그 담장을 따라가면 거대한 저택이 나오리라.

목적지인 저택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런 교차로를 몇 번이나 지나쳤다.

아마 이 도시 안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인 모양이었다.

목적지인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차는 계속 직진만 반복했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장 힘 있는 가문의 저택이라는 건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택으로 들어선 차가 10분이나 달리고 나서야 멈췄다.

반태수는 운전수가 열어준 문으로 천천히 내렸다.

굉장히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눈앞에 있었다. 마치 예술작품 같은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 건물 입구에 오스윈 프리든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반 마법사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스윈 프리든의 얼굴에 깃든 미소에는 한 줌의 가식도 없었다.

반태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자신에게 저리도 호의적인 걸까?

그런 기분을 일단 가슴 깊은 곳에 집어넣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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