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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50화 (50/351)

50화.  < 듀마이어 공방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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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기가 가져다 준 마력석은 제법 많았다. 아마 반태수가 아니라면 이걸로도 모자랄 것이다.

연구 개발은 제작과 테스트의 끝없는 반복 속에서 이뤄진다. 당연히 재료도 엄청나게 필요하다.

하지만 반태수는 굳이 그렇게까지 많은 마력석이 필요 없었다.

대부분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결하니까.

또한 술식을 짜고 비틀어 변형하고 하는 건 항상 하는 일인지라 굉장히 능숙했다.

솔직히 반태수는 공방에서 제작 중인 방패를 보고 상당히 실망했다.

그리고 과연 이것이 공방의 수준 문제인지, 아니면 이면세계의 마법사들이 원래 이것밖에 안 되는지 궁금했다.

그냥 공방 수준 문제라고 생각하기에는 이곳 듀마이어 공방의 규모가 너무 컸다.

근처에 있는 다른 자잘한 공방들의 규모는 듀마이어 공방의 절반에도 채 못 미쳤다.

규모가 작다고 기술력이나 실력이 낮은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듀마이어 공방을 능가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법사들의 수준이 전부 낮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 예전 롤프 헬턴에게 빼앗은 마도구들은 정말 훌륭했다.

결코 어설픈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마도구들이었다.

그렇다고 그게 유물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미 유물을 한 차례 견식하지 않았던가. 유물의 수준은 롤프 헬턴의 마도구뿐 아니라 반태수가 만든 마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저 보안 하나만 확인했을 뿐인데도 그랬다. 아마 안으로 파고들면 훨씬 더 대단한 것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자신이 직접 손대서 만드는 마도구다. 어설프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걸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물건을 만들 것이다.

마법 술식은 이미 다 짰다. 남은 건 방패의 구조와 술식을 맞추는 조율 과정뿐이었다.

업체에서 판매한 마력석은 정말 품질이 균일했다. 품은 마력의 양과 출력, 그리고 모양도 전부 같았다.

반태수는 고개를 돌려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장명기를 쳐다봤다.

"이제 구조에 대해 얘기 좀 나누죠.”

"예. 어떤 구조를 원하십니까?”

반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같이 정해야죠. 이거 저 혼자 다 만들어요? 그럼 지분 20%로는 한참 모자랄 텐데?”

"그래서 아까 약간 준비를 해봤습니다.”

장명기가 얼른 태블릿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방패의 설계도가 있었다.

반태수가 그걸 받아 유심히 살폈다.

"사이에 회로처럼 넣은 금속은 뭐죠?”

"강철보다 마력 저항력이 약한 금속이면 뭐든 됩니다. 저는 주로 알루미늄을 썼습니다.”

"충격을 가장자리로 분산시키는 구조로군요.”

"예. 바로 받아서 반사하는 것보다 가장자리로 분산한 다음 방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장명기가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원래는 갑각 트롤의 근육 조직을 알루미늄에 섞어 써볼까 했습니다. 충격 전달력에 어느 정도 차이가 생기는지 테스트 중이었는데........"

"일단 거기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거 구하기도 힘든 재료 아닙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빼죠. 나머지는 괜찮아 보입니다.”

반태수가 장명기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이 구조로 만들죠. 마력석은 여기랑 여기에 들어갈 겁니다.”

"예. 그 부분 고려해서 제작하겠습니다.”

장명기는 바로 어딘가로 가더니 몇 시간 후 돌아왔다. 그는 손에 방패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 봤습니다.”

방패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었다. 거기에 마력석을 넣고 마무리하려는 모양이었다.

"먼저 시제품을 만들어보죠.”

반태수는 방패에 뚫린 구멍에 마력석을 끼웠다. 마력석이 안으로 쑥 들어가더니 자동으로 뚫린 구멍이 막혔다.

"오, 이런 식으로 만들었군요.”

"예, 한데, 이렇게 해도 마법을 새길 수 있습니까?”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물론이죠.”

그 정도야 부여 전문 마법사에게는 기본 아닌가.

반태수는 마력의 실을 뽑아 세심하게 마력석 주위에 마법 술식을 그렸다.

그냥 그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이걸 마력석과 연동시킨 다음, 완벽하게 방패에 녹아들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게 바로 부여 마법이다.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했기에 마법을 부여하는 건 순식간에 끝났다.

반태수는 장명기에게 방패를 내밀었다.

"다 됐습니다. 가서 테스트 해보시죠.”

장명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예? 벌써요?”

"일단 테스트 해보시고 개선해야 할 점을 파악해서 다시 가져오세요. 제 생각에 이런 식으로 두어 번 정도 반복하면 완성할 것 같네요."

장명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반태수와 방패를 번갈아 바라봤다.

무슨 마도구를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낸단 말인가. 뭘 하는 건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테스트 안 하십니까?”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장명기가 얼른 대답했다.

"아뇨! 합니다! 바로 테스트 하겠습니다.”

장명기가 후다닥 달려가자, 반태수는 테이블 위에 따로 놓아둔 마력석을 집었다.

이건 아까 장명기가 방패를 제작하는 동안 에메랄드 원석을 세공해서 만든 마력석이었다.

전문 업체에서 대량생산한 마력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좋은 마력석이었다.

마력량, 출력, 술식에 적용했을 때의 세밀한 조절 능력까지 압도적으로 훌륭했다.

이제는 이걸 대량생산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아니, 그보다는 전문 업체는 어떤 식으로 마력석을 만드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그 방법대로 따라가면 될 테니까.

만일 전문 업체의 마력석이 대량생산을 위해 단순화 시킨 거라면 이 마력석은 쓸 수 없다.

'그래도 개선할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

반태수는 작은 조약돌 모양의 에메랄드 원석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전문 업체의 마력석과 똑같은 모양으로 세공하기 시작했다.

마력을 이용해 세공하는지라 다른 도구는 필요 없었다.

마력석의 품질은 보석의 세공, 그리고 보석을 마력석으로 바꾸기 위해 주입하는 마력의 밀도와 그 마력이 보석에 달라붙게 만드는 술식으로 정해진다.

세공을 못 바꾸면 마력의 밀도와 술식을 바꿔주면 될 일이다.

반태수는 마력을 여러 번 압축해서 밀도를 극도로 높인 후 보석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마력이 흩어지기 전에 빠르게 술식을 새겼다.

마력석의 품질을 확인한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수준이었다. 제대로 세공을 해서 만든 것보다는 모자라지만, 그럭저럭 쓸 만했다.

"설마 세공이고 뭐고 전부 인력으로 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이건 여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전문 업체를 한 번 둘러본 다음 진행하기로 했다.

거기까지 하고 나니, 여기선 더 할 게 없었다.

일단 방패 테스트가 끝나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테니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는 그냥 기다려야 한다.

‘그나저나 엄대협은 왜 안 오는 거지?'

대단한 커피머신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사실 캡슐커피로도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그러려면 비율 조절을 좀 많이 해야 한다.

반태수의 커피 레시피는 드립커피에서 시작한다. 드립커피에 마력을 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였다.

물로 하지 않고 굳이 드립커피로 한 것은 그 편이 마력을 담기가 더 수월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료를 동원해 테스트를 했고, 가장 효과가 좋은 재료를 선택한 것뿐이었다.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실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거기에 드립커피를 내리는 도구가 있었다.

원두가 카페 위자드에서 쓰는 것과 달랐지만, 그것 역시 세심히 조절하면 된다.

예전에 하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이젠 원두를 마력으로 한 번 훑어만 봐도 어느 정도 마력을 첨가해야 할지 딱 나온다.

그렇게 드립커피를 내리고, 거기에 마력을 첨가했다. 그 다음, 아까 봐뒀던 통에 그것을 담았다.

잠시 멍하니 앉아서 좀 쉬었다. 30분쯤 그러고 있으니 엄대협이 도착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엄대협 뒤로 커피머신을 든 사람들이 따라 들어왔다.

미리 장명기와 얘기가 된 건지 2층에 있는 수도 시설 근처에 커피머신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엄대협은 커피머신을 설치하는 사람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반태수에게 다가갔다.

"어때? 저 정도면 쓸 만하겠지?”

반태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괜찮네. 없으면 캡슐커피라도 구하려고 했는데.”

“에이, 그래도 엄대협 이름값이 있지, 고작 커피머신 하나 못 구할까. 내 돈 쓰는 것도 아니고.”

커피머신 설치가 끝나자, 반태수가 능숙하게 그것을 조작해 커피를 내렸다.

엄대협이 원두도 넉넉하게 가져왔기에 커피 내리는 건 별 문제가 없었다.

반태수가 익숙하게 커피머신을 다루는 모습을 본 엄대협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잘 하네?”

"이것도 모르면서 카페 사업하겠다고 하겠어?”

커피를 내렸으면 이제 비율 조절을 해야 한다. 그것 역시 별로 어렵지 않았다.

제일 처음 이 커피를 제조할 때가 힘들었지, 그 이후에는 재료의 변경에 따라 미세 조절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를 하기도 했고.

이내 커피 두 잔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마침 방패 테스트를 하러 갔던 장명기가 돌아왔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대단합니다!”

그것이 장명기가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장명기가 막 말을 쏟아내려는 순간, 반태수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얘기는 나중에 하시고 커피부터 한 잔 드시죠.”

반태수가 양손에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장명기와 엄대협을 향해 내밀었다.

엄대협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커피를 받았고, 장명기는 지금이 이럴 때가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커피를 받았다.

반태수는 두 사람에게 어서 마시라는 듯 손짓을 했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잔을 입에 갖다 대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경악에 찬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한동안 반태수에게서 눈을 못 떼던 두 사람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 사람의 표정에 희열이 떠올랐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표정이었다. 반응이 너무 격렬해서 그걸 본 반태수가 흠칫 놀랄 정도였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저 두 사람은 마력을 제법 보유한 나름 능력자다.

마력이 많으니 커피에 대한 반응이 격렬한 건 당연했다.

두 사람은 커피가 줄어드는 것이 너무 아까운지 홀짝홀짝 아끼고 아껴서 마셨다.

커피를 모두 마실 때까지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오른 행복한 표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반태수는 그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카페 위자드에서 본 능력자들의 반응보다 저 두 사람의 반응이 훨씬 격렬했다.

특히 엄대협의 반응이 더 좋았다. 장명기 역시 능력자이긴 하지만, 보유 마력의 양이 엄대협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태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엄대협에게 물었다.

"어때? 맛이 제법 괜찮지?”

엄대협이 그 말에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지, 아니지. 제법이라는 말로 폄하하면 안 되지. 이건 천상의 음료야. 이런 커피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너무 과한 찬사 같았지만 엄대협이 보인 반응을 보면 이해가 가긴 했다.

반태수가 고개를 돌려 이번엔 장명기를 쳐다봤다.

장명기는 엄대협이 말하는 동안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반태수가 엄대협에게 물었다.

"어때? 잘 팔릴 거 같아?”

“당연하지. 팔면 나부터도 매일 이것만 마실 것 같은데.”

이런 커피를 파는 매장이 생긴다면 출근 도장을 찍을 수도 있었다. 아니, 하루에 세 번 이상 들러서 커피를 사 마실 것이다.

반태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넌 분명히 안 한다고 했다?”

엄대협의 표정이 마치 무너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변했다.

"어? 내가?”

"그래. 네가. 브로커가 무슨 카페냐고 했잖아. 영업 뛰느라 바쁘다면서.”

"내 기억 속에 없는 얘긴데?”

"내 기억 속에는 있어. 그게 중요하지.”

“아니, 그러니까 잠시 내 말 좀 들어봐.”

반태수는 신경 쓰지 않고 장명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테스트는 어땠습니까?”

테스트 얘기가 나오자 장명기의 표정이 환해졌다.

“대박입니다! 완벽합니다! 이런 제품이라면 시장을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반태수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개선할 점이 없다는 뜻입니까?”

"예! 완벽합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최소 두 번은 더 개선해야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정말 완벽합니까?”

반태수가 재차 묻자, 그제야 장명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충격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 회로 주변으로 충격이 번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사실 별 문제될 건 없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내구력 손실로 이어지니……."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예상하던 문제였다.

"그리고요?”

"그리고……."

완벽하다더니 그 뒤로 다섯 가지 나 되는 문제점을 나열했다.

다짜고짜 문제점부터 말하면 반태수의 기분이 상할까봐 나름 조심한다고 그런 거였다.

반태수는 다시 방패를 받았다. 그리고 술식 조정에 들어갔다.

술식 조정은 지구에서도 수시로 하던 거라 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 테스트 다시 하시죠.”

반태수가 조정이 끝난 방패를 넘기자, 장명기가 얼른 받으며 대답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장명기가 후다닥 달려 나가자,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엄대협이 묘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뭐야, 갑자기 저 사람 태도가 왜 저래?”

"태도?”

“무슨 재벌 회장님 모시는 충신처럼 굴잖아.”

재벌이라는 말에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재벌도 있어?”

"또 모르는 소리 하네. 재벌이 왜 없어? 너 진짜 도시 밖에서 살다가 들어온 거 아니지?”

"아니, 5대 가문이 재벌 같은 걸 그냥 내버려 둬? 아, 5대 가문이 재벌인가?"

"뭔 소리야. 5대 가문은 그냥 5대 가문이지. 그리고 5대 가문이 재벌을 왜 건드려? 어차피 다들 5대 가문에 설설 기는데."

하긴, 5대 가문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으니, 수틀리면 재벌이고 뭐고 다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마력석 전문 업체 좀 알아봐라.”

"그건 또 왜?”

"견학 좀 하려고."

엄대협은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억지로 관리하며 반태수를 바라봤다.

대체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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