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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39화 (39/351)

39. < 아쉬덴 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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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야, 여기!”

엄대협이 손을 번쩍 들고 막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반태수를 불렀다.

반태수는 엄대협의 호들갑에 눈살을 찌푸렸다.

카페 안의 시선이 온통 반태수에게 모였다.

반태수는 엄대협에게 다가가며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자 모였던 시선이 천천히 흩어졌다.

그리고 엄대협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얼른 어정쩡하게 일어나 말했다.

“어······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착각했지?”

눈매부터가 다른데 마스크를 썼다고 해서 몰라봤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반태수 특유의 분위기를 이 사람이 가졌기 때문인 듯했다.

“잘못본 거 아니니까 앉아.”

반태수가 그렇게 말하며 엄대협 앞자리에 앉았다.

엄대협은 놀란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여전히 앉지도 못했고.

“반?”

“그럼 누구겠어?”

“아니, 그, 뭐냐······ 얼굴이 좀 달라졌네?”

아니다. 좀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변했다. 저게 어딜 봐서 같은 사람인가. 전혀 다른 사람이지.

반태수는 씨익 웃으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어때? 괜찮아 보여? 약간 손봤는데.”

“약간 정도가 아닌데?”

“다른 사람 같지?”

엄대협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이 얼굴로 활동할 거야. 아무래도 눈에 덜 띄겠지?”

“예전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건 여전해.”

외모를 확 죽여 놨지만, 그럼에도 그럭저럭 잘 생긴 데다, 전체적인 체형이라든가 뿜어내는 분위기 같은 것들이 남아 있어서 여전히 눈에 띄었다.

물론 반태수에게 있어서 그런 건 상관없었다. 오직 지구에서 온 사람들만 속이면 되니까.

“이 정도면 만족해. 마스크 안 썼는데 아무도 안 보잖아.”

“뭐, 그거야 그렇지만······.”

엄대협은 그렇게 말하면서 반태수를 힐끗 살펴봤다. 아직도 좀 의심스러웠다.

반태수가 품에서 신분증과 스마트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턱턱 내려놨다.

“전화 걸어.”

그 말에 엄대협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는 즉시 반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전적인 전화벨 소리가 반태수의 폰에서 흘러나왔다. 반태수는 확실히 하자는 듯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

“이제 됐어?”

목소리는 정말 똑같았다. 그리고 전화까지 했는데 믿어야지 어쩌겠나.

“그럼 이제 의뢰 얘기를 하자고.”

그렇게 말하는 반태수의 목소리가 얘기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 확연히 달라졌다.

엄대협은 반태수를 괴물 보듯 바라봤다.

“목소리도 바꾸는 거야?”

“별 거 아냐. 하려면 확실히 하는 게 좋으니까. 앞으로 이 목소리에도 익숙해져.”

엄대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마법사의 마음을 누가 헤아리겠는가.

역시 마법사는 마법사였다.

엄대협은 폰에서 문서 하나를 찾아 반태수에게 보내줬다.

“일단 이거부터 확인해.”

반태수는 엄대협이 준 문서를 빠르게 읽었다.

이번 의뢰의 개요였다.

일단 유적지는 놀랍게도 도시 안에 있었다.

“이 도시에 유적지가 있었어?”

“이번에 발견한 모양이야. 다 읽은 거야?”

“기다려.”

반태수는 남은 내용을 순식간에 확인했다. 정말 별 거 없었다.

도시 안에 있는 유적을 탐사하고, 여력이 되면 발굴도 함께 진행하는 일이었다.

유적 탐사 시작일은 이틀 후, 탐사에 참여하는 총 인원은 20명이었다.

“나도 이번에 알았는데 유적 탐사에는 마법사가 최소 세 명은 포함되어야 한다더라고.”

“그래서 나한테까지 기회가 온 거야?”

“그런 셈이지.”

“여기도 마법사가 하는 일에 대한 건 없네.”

“너무 당연하니까. 거기 능력자가 하는 일도 안 쓰여 있잖아.”

“싸우고 탐색하고 함정 부수고, 뭐 그런 거?”

“맞아. 그거면 돼. 가끔 지혜나 지식도 빌려주고. 뭐, 보아하니 넌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네.”

엄대협이 보기에 반태수는 기본적인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마치 도시 밖에서 평생 살다가 들어온 사람처럼. 아니, 마수에 대한 것도 잘 모르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니다.

‘꼭······ 딴 세상에서 온 것 같단 말이야. 그건 또 그것대로 말이 안 되지만.’

엄대협은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유적 탐사 과정에서 괜히 물건 빼돌리고 그러면 안 돼. 보수는 따로 받는 걸로 만족해. 유물을 얻는 건 아마 어려울 테니까.”

“유물이라는 게 가치가 좀 되나?”

엄대협은 그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어떤 유물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뭐, 나도 여기저기서 뜬소문이나 들은 정도라서 확실히는 몰라.”

“알려진 게 별로 없는 모양이네?”

“최상위 계층에서 독점한다고 했잖아. 그러니 소문밖에 없지. 듣기로 유물 중에서 진짜 쓸모없는 건 외부로 반출되기도 한다는데, 확실치 않아.”

“쓸모없다는 건 아무 기능도 없다는 걸 말하나?”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 아무튼 소문일 뿐이지만 유물 중에서 대단한 건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

“대단하네.”

“소문일 뿐이니까 진짜 대단한지 아닌지는 모르지.”

엄대협은 계속 소문이라는 걸 강조했다.

“의뢰금은?”

“일단 기본 5억 겔. 비싸지? 그런데 유적 관련 일에 참여하는 마법사 치고는 싼 거야. 딴 마법사들은 그 두 배는 받아.”

“내가 알려지지 않은 마법사라서 그런 건가?”

“그런 셈이지. 아래쪽에서 아무리 활약해봐야 위에서는 조금도 인정해주지 않거든.”

그거야 차차 바꿔 나가면 된다. 반태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이번 의뢰는 돈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유적을 보고 하는 일이다.

“가서 활약할 때마다 인센티브가 붙으니까 열심히 해봐. 어쩌면 기본 의뢰금이 우스워질 정도로 큰돈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엄대협은 어딘가 들떠 있었다. 보아하니 밑바닥에서 미끼나 낚아 올리다가 상위 계층과 엮이기 시작하니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반태수는 그런 엄대협에게 툭하고 던지듯 말했다.

“사고치지 마라.”

“뭐?”

엄대협이 화들짝 놀라 커진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어설프게 사고치지 말라고. 너 죽으면 귀찮아지니까.”

“내가 사고칠 일이나 있겠어?”

“지금 보니까 있어 보이네.”

“야야, 나 엄대협이야, 엄대협. 이 바닥에서 10년이나 살아남은 엄대협이라고.”

“지금까지의 10년이랑 이제부터랑 얼마나 비슷할 거 같아?”

엄대협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니까.

반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엄대협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 생각해. 앞으로도 오래 살아남고 싶으면. 초심 잃지 말고. 너 이 바닥 처음 들어왔을 때도 이랬어?”

그 말을 남기고 카페에서 나간 반태수의 뒷모습을 엄대협이 멍하니 바라봤다.

마지막에 한 말이 화인처럼 뇌리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 * *

반태수는 엄대협과 함께 아쉬덴 길드를 찾아갔다.

도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길드라더니 건물도 상당히 컸다.

유적 탐사까지는 아직 이틀 남았지만, 미리 이들과 만나서 안면을 터 두고 혹시 알아야 할 사항이 있으면 미리 파악하고자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냥 한 번 보고 싶었다. 도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길드는 과연 어떤지.

아쉬덴 쪽에서도 반태수의 실력을 한 번쯤 확인하고 싶었는지, 오겠다고 하자마자 반색을 하며 허락했다.

반태수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슬쩍 웃었다.

“대단하네.”

“당연히 대단하지. 도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길드잖아. 이 도시에 길드가 몇 개나 있는지 알아?”

“몇 개나 있는데?”

“나도 몰라. 그 정도로 많다고.”

그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니 이 정도 건물쯤에 놀라면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태수가 대단하다고 한 것은 그저 건물의 크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건물에 흐르는 마력 때문이었다.

건물 전체에 마법을 부여한 것이다. 게다가 부여한 마법이 정보차단이었다. 외부에서 내부의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어쩌면 건물 내부에도 같은 마법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지 모른다.

단 한 번의 부여로 저 큰 건물 전체의 정보를 차단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걸 여러 개로 쪼개서 하면 훨씬 수월해진다. 다만 이때는 각 마법 사이의 간섭이나 충돌을 세밀히 조정해야 한다.

그건 술식을 잘 계산할 수 있고, 잘 변형할 수 있으면 의외로 간단하다.

반태수는 정보 영역화를 펼쳤다. 건물을 향해 주변 마력들이 쫘르륵 패턴을 이루며 이어졌다.

마력 패턴은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파고들었다. 마력 자체를 막아내는 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력 패턴은 건물 안에 들어가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 느낌도 없었다.

정말 대단하네, 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다른 마법사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반태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영역화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보차단 마법을 분석해야 한다.

반태수는 오랜만에 피가 끓는 기분이 들었다. 굉장히 난해하고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길은 있을 것이다. 포탈을 파악할 때처럼 막막하지는 않았으니까. 분명히 해낼 수 있다.

“뭐해? 안 들어가?”

엄대협이 의아한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가자.”

반태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쉬덴 길드를 향해 걸음을 성큼 내디뎠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넓게 펼쳐진 로비가 보였다. 끝부분에 안내 데스크가 있었고, 그 양옆으로 우아하게 휘어진 계단이 보였다.

천장이 높아 2층은 물론이고 3층까지 보였다. 계단은 3층까지 부드럽게 이어져 있었다.

로비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일부는 로비 한구석에 놓인 소파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반태수는 두뇌를 할당해 이 안에 흐르는 정보차단 마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공간 전체에 정보 차단의 힘이 흐르고 있기에 굳이 마력의 실을 길게 뽑을 필요도 없었다.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주변 정보를 읽고 그것을 분석했다.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서 더 즐거웠다.

그렇게 로비 입구에 잠시 서 있으니 경비원이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반태수는 반사적으로 경비원의 정보를 읽으려 했다. 영역화를 이용했는데, 의외로 쉽게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역시.’

거리가 가까우면 정보 차단의 힘이 줄어들 거라고 추측했는데, 딱 맞아 떨어졌다.

아마 건물 전체에 정보 차단의 힘이 균일하게 퍼져 있지도 않을 것이다. 마법진에 가까우면 힘도 더 강해지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그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만들면 오히려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아마키르 이사님과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아마키르라는 이름을 들은 경비원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 미리 얘기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엄대협은 경비원의 깍듯한 태도를 즐기듯 빙긋 웃으며 뒤를 따랐다.

경비원이 안내한 곳은 건물의 10층에 있는 커다랗고 화려한 방이었다.

그 방에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 한 명이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는 마흔쯤으로 보였다.

엄대협은 그를 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아까 연락드렸던 엄대협입니다.”

아마키르는 엄대협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반태수에게 꽂힌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반태수는 왜 저러나 하고 아마키르를 보다가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마키르의 몸에서 은밀한 마력이 빠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마 정보 차단을 분석하느라 온몸의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세우지 않았다면 미처 감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 정도로 은밀했다.

반태수는 빠르게 마력을 둘러 다가오는 마력을 튕겨냈다.

‘어라? 이것 봐라?’

방금 튕겨내면서 확인한 건데, 다가온 마력은 정보 차단 마법의 힘을 이용한 것이었다. 다만, 속성을 뒤집었을 뿐이다.

게다가 반태수의 영역화처럼 패턴을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반태수의 패턴과 비슷하기까지 했다.

이 건물에 부여한 정보 차단 마법, 어쩌면 정보를 차단하는 것뿐 아니라, 흡수하는 기능도 있는 모양이다.

반태수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이 상황,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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