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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30화 (30/351)

30. < 마법 전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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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슉! 피슉!

반태수는 적들이 자신을 향해 연달아 석궁을 쏘자,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은근히 총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면세계가 어떤 곳인지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총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각오는 해두고 있었다.

예전 마법사 롤프 헬턴과 함께 있던 용병들은 실제로 총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결국 쓰진 않았지만.

총이 나오더라도 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실드도 있고 내구력 강화도 있으니까.

반태수는 일단 실드를 펼쳤다.

강력한 마력 역장이 펼쳐졌고, 거기에 물리력이 깃들었다. 굳이 단단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를 못 느꼈으니까.

석궁이 몇 발 더 날아왔다.

제법 정확히 반태수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는데, 실드에 부딪히며 속도가 줄어들고 궤적이 휘어지면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힘을 잃고 떨어졌다.

보아하니 석궁을 든 자들도 몇 명 없었다.

반태수는 잠시 고민했다. 왜곡을 계속 걸고 있을지, 아니면 왜곡을 풀고 싸울지.

왜곡은 반태수가 분할한 뇌 하나를 온전히 차지한다. 왜곡을 풀면 마법 두 개를 동시에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마법을 한 번에 하나만 쓸 수 있다고 해도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기에 여러 마법을 동시에 쓰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별 의미가 없긴 하다.

반태수가 고민하고 적들이 석궁을 쏘는 동안에도 건물 옥상에 설치한 마도구가 연이어 마력 알갱이를 뿌려댔다.

퓩! 퓩! 퓩! 퓩!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력 알갱이가 마도구에서 쏘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뒤면 어김없이 바닥에서 압축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울렸고.

저 마도구는 반태수가 멈추기 전까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할 것이다.

‘소리가 좀 거슬리네.’

시간이 없어서 마도구를 만들 때, 술식을 좀 단순화했다. 작은 소리가 난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거슬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밤이라서 소리가 더 신경 쓰이는 듯했다.

반태수가 슬슬 제대로 된 전투를 하려는데, 상대편 마법사가 마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개의 원통이 회전하는 속도가 약간 빨라졌다. 회전이 빨라지니 마력의 실을 뽑아내는 속도도 빨라졌다.

반태수는 미리 깔아둔 정보 영역화를 통해 마법사가 만드는 마법진의 정보를 빠르게 확인했다.

좀 투박하긴 하지만 분명히 전격을 다루는 마법이었다.

아까 반태수가 날린 전격 마법을 막아낸 것도 그렇고, 지금 전격 마법을 준비하는 것도 그렇고, 저 마법사의 특기가 전격 계열인 모양이었다.

반태수는 빠르게 마법진을 분석했다. 워낙 투박하고 단순해서 분석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동안 포탈을 비롯해 레시피나 마도구들을 분석한 경험 덕분인지 마법진 분석 실력이 확 뛰었다.

방향성을 가진 전격을 쏘아내는 마법이었다. 방향만 지정하고 마력 속성을 전격으로 바꿔서 방출하기만 하면 되기에 간단하지만 위력적이었다.

저런 건 아주 간단히 피할 수 있다. 공기 중의 전도율을 마력으로 약간만 조정해 주면 되니까.

전격이 잘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면 된다.

반태수의 입가에 악동 같은 미소가 살짝 맺혔다가 사라졌다.

몸을 휘도는 마력에서 마력의 실을 열심히 뽑아 빠르게 마법진을 만들었다. 상대 마법사보다 더 빠르게 완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태수의 두뇌가 팽팽 돌아갔다. 평소보다 더욱 맹렬했다. 빠르게 술식을 짜고 그걸 토대로 마법진을 구축했다.

상대 마법사, 리고 훌 주변의 전도율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맞게 리고 훌이 마법진을 완성하고 거기에 의념을 불어넣었다.

꽈르르릉!

강력한 벼락이 리고 훌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앞으로 잠깐 나가던 전격이 갑자기 크게 휘어지더니 리고 훌 뒤쪽에 콱 꽂혔다.

빠지지지직!

“크아아악!”

리고 훌 뒤에는 그의 동료 능력자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갑자기 쏟아진 전격을 피하거나 막을 능력이 없었다.

세 사람의 능력자가, 그것도 메렌틸 제약 소속 경호팀원들이 전격에 휘말려 뒤로 뻥 날아갔다.

리고 훌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이, 이게 대체 뭐야!”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리고 훌이 생각하기에 딱 하나뿐이었다.

“마법사?”

상대편에 마법사가 있었다.

‘내가 어떤 마법을 쓸지 미리 예측하고 전도율을 건드렸거나, 아니면 내가 마법을 쓰는 순간 어떤 마법인지 알아차렸거나.’

둘 중 하나였다. 리고 훌은 전자라고 판단했다. 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으니까.

리고 훌은 침착하려 애쓰며 다시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빠르게 마법진을 만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코어에서 뽑아낸 마력의 실이 평소보다 훨씬 질기고 선명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반태수는 하마터면 한숨을 내쉴 뻔했다.

‘뭐가 저리 느려?’

마법진 구축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렸다. 이해는 한다. 코어에서 뽑아낸 마력의 실이 자꾸 끊어지고 다른 실을 거기에 이어서 계속하다보니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느렸다. 아까는 이 정도로 느리지 않았는데, 이것만 느린 걸 보면, 이건 순수하게 술식 계산이 느린 것이다.

반태수는 리고 훌의 마법을 실시간으로 분석 중이기 때문에 그의 술식 계산이 느려진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정말? 고작 그것 때문에? 대체 계산 능력이 얼마나 모자라는 거야?’

지금 리고 훌이 쓰려는 것은 상대에게 벼락을 떨어뜨리는 마법이었다.

상대의 머리 위쪽 적당한 자리에 좌표를 설정하고 근처 마력을 빨아들이고 전격 속성을 부여하고, 방향성을 지정하면 끝난다.

한데 지금 좌표를 술식에 대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반태수는 굉장히 합리적인 의심이 떠올랐다.

‘저 마법사, 설마 마법 술식을 통째로 암기한 다음에 딱 필요한 부분만 계산해서 적용하는 건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삽질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 고작 저 정도 계산 능력을 가지고 어떻게 마법사가 되었을까?

게다가 3서클이다. 반태수는 서클을 올린다는 건 벽을 부수는 것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벽을 부수는 과정이 얼마나 혹독한지 잘 알기에, 그런 과정을 통해 서클을 올린 마법사의 계산 능력이 고작 저 정도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더 지켜봐야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태수는 빠르게 마력의 실을 뽑아내 새로운 마법진을 그렸다.

좌표를 먼저 알았으니 거기에 수작을 부리는 건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저놈은 이쪽의 정보를 파악할 생각을 안 하네.’

혹시라도 마력을 이용해 이쪽을 간섭하고 정보를 뽑아낼 때를 대비해 몇 가지 준비를 하고 두근거리며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쓸데없는 기대였던 모양이다.

‘마도구도 없고.’

저 마법사는 전에 봤던 롤프 헬턴과 달리 마도구도 갖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마법지팡이도 없었다.

말 그대로 개털이었다.

반태수가 마법을 완성했다.

전격 계열의 마법은 전도율만 조절할 수 있으면 정말 간단히 막아낼 수 있다.

그걸 방해하려면 전도율이 높은 다른 물질과 관련된 마법을 섞어 써야 한다.

아무리 공기의 전도율을 건드려봐야 진짜 전도체가 있으면 전류는 그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으니까.

방금 당했으면서 같은 방식의 마법을 또 쓰고 있으니 솔직히 좀 답답하기도 했다.

이내 리고 훌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꽈르릉!

한 줄기 벼락이 반태수의 머리 위 허공에서 내리꽂혔다.

하지만 그 벼락은 반태수의 머리에 맞지 않았다. 비스듬하게 떨어지며 리고 훌의 머리로 떨어진 것이다.

쩡!

리고 훌이 미리 펼쳐둔 실드가 벼락에 맞아 깨졌다. 벼락은 실드를 깨고도 힘이 남아 리고 훌의 뒤에 떨어졌다.

빠지지지직!

“크아아악!”

또 한 차례 리고 훌의 동료들이 당했다.

당연했다. 반태수는 거기까지 보고 공기의 전도율을 조절했으니까.

‘차라리 롤프 헬턴이 낫네.’

롤프 헬턴에게는 마도구가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다양한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반면 리고 훌은 기대 이하였다. 고작 전격 계열 마법 하나, 그나마도 술식 계산 능력이 모자라는데, 대체 뭘 믿고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반태수는 리고 훌이 벼락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그에 대한 방어를 끝내놓고, 뒤이어서 쓸 마법을 미리미리 만들어뒀다.

리고 훌 뒤에 있는 능력자들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리고 훌의 마법 실력이 모자라면 자신들이라도 나서서 뭔가를 시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설마 마법 맞는 게 두려워서 대책 없이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반태수는 왠지 그 가정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준비한 마법을 발현했다.

다섯 개의 마법진이 순차적으로 발동했다.

사방에서 마력이 모여들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메렌틸에서 고용한 모든 능력자들을 전부 아우를 정도로 큰 궤적을 그리며 회전했다.

제법 센 바람이었지만 사람이 몸을 못 가늘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그저 옷자락이 거세게 날릴 정도였다.

거기에 물이 쏟아졌다. 방울방울 흩어진 물방울들이 바람을 타고 날렸다.

능력자들이 전부 당황했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났을 리가 없으니까.

그 순간, 바람의 움직임이 복잡해졌다. 다른 바람이 섞인 것이다. 자연스럽게 물방울이 더 잘게 쪼개졌다.

세찬 바람에 무수한 물 알갱이가 섞여서 날리니 다들 몸이 젖었다.

그제야 다들 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마력을 끌어올려 몸을 강화했다. 자리를 피하려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 강렬한 벼락이 떨어지는 것이 먼저였다.

꽈르릉!

빠지지지지지지직!

떨어진 벼락이 잘게 쪼개지며 바람으로 가둔 영역 전체에 쏟아졌다.

이건 막고 어쩌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이를 악물고 쏟아지는 전격을 버텨냈다. 벼락은 그저 한 순간에 지나가니 이것만 버티면 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전격 샤워가 지나가자마자 두 번째 벼락이 떨어졌다.

꽈르릉!

빠지지지지지직!

두 번째 전격 샤워가 떨어지자, 결국 버티지 못한 자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세 번째 벼락이 떨어졌다.

꽈르릉!

빠지지지지지직!

모든 능력자들이 쓰러졌다.

남은 사람은 마법사, 리고 훌뿐이었다.

리고 훌의 몸을 타고 자잘한 전격이 계속 흘러 다녔다. 그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었고, 어찌나 이를 꽉 물었던지 어금니가 부서졌다.

두 번째 전격 샤워가 떨어지기 전에 전격을 방어하기 위해 마력을 온몸에 둘렀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반태수는 리고 훌을 향해 느긋하게 걸어갔다.

리고 훌은 왜곡을 두르고 다가오는 반태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반태수가 손가락을 들어 휘휘 저었다. 그 위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빙글빙글 회전했다.

모여든 마력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마력의 못이 되었다.

반태수는 리고 훌 앞에 서서 그것을 명치에 꽂아 넣었다. 그곳에 리고 훌의 마력 코어가 있었다.

마력의 못이 리고 훌의 코어를 파고들었다. 그러자 리고 훌을 감싸고 있던 마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빠지지지지직!

그때까지 간신히 버티고 있던 리고 훌이 온몸으로 전격을 받아들이며 눈을 까뒤집었다.

쿵.

리고 훌이 쓰러지자, 반태수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엄대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끝났어. 사람들 보내라고 해. 위치는 알지?”

반태수는 엄대협과 전화를 하며 쓰러진 능력자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여전히 영역화는 풀지 않았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정보를 차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영역화를 풀지 않은 덕을 봤다.

반태수의 시선이 쓰러진 능력자 중 한 명에게 향했다.

전격 샤워를 세 번이나 맞고도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텨낸 자였다.

“알았어. 어디 안 가고 여기 있을 거야. 걱정 말고 빨리 오기나 해.”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면서 정신을 잃지 않은 능력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모르고 있다는 듯이.

반태수가 엎어진 능력자 앞을 지나는 순간, 능력자가 눈을 번쩍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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