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9화 (29/351)

29. < 마법 전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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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지지지직!

바닥을 타고 파도처럼 쏟아지던 전격이 갑자기 바깥쪽으로 흘러갔다.

전격이 갈라지는 지점에 메렌틸 소속 마법사, 리고 훌이 서 있었다.

리고 훌은 인상을 쓰며 마력 코어에서 열심히 마력을 뽑아냈다.

방금 적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운이 절반, 그리고 미리 공격을 예측하고 준비한 것이 절반이었다.

리고 훌은 가장 뒤쪽 승합차에 타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앞장서던 승합차가 미끄러지며 쓰러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리고 훌은 적이 수작을 부렸다고 직감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적이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법을 하나 예측했다.

전격 마법.

바닥의 얼음을 이용하면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 마침 날씨가 따듯해서 얼음이 제법 녹았을 테니까.

그래서 그걸 방어하기 위한 마법 술식을 짰다.

자신을 중심으로 전격이 더 잘 흘러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마법이었다.

이쪽으로도 전류가 좀 오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전격은 얼음 가장자리로 흘러가도록 말이다.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술식을 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효과를 냈다.

리고 훌은 식은땀을 흘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일단 적이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내야 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리고 훌은 열심히 뽑아낸 마력으로 빠르게 술식을 구축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전이었다.

굉장히 복잡한 술식을 담은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리고 훌은 바로 마법을 발현했다.

우우웅!

나직한 진동과 함께 리고 훌의 전면에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실드 마법이었다.

그가 실드를 완성하는 사이 승합차에서 내린 능력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공격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에 그들의 사기는 제법 높았다.

그들은 쓰러지거나 충돌한 냉장 트럭들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펼쳤다.

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한껏 긴장한 상태였다.

그 중에 유독 덩치가 큰 능력자 한 명이 성큼 앞으로 나섰다.

“내가 찾아보마. 너희는 잘 지키고 있어.”

사내는 메렌틸 제약 소속 능력자였고, 메렌틸 경호팀을 이끄는 팀장이기도 했다.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세심히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그의 몸에서 무지막지한 양의 마력이 불길처럼 넘실댔다.

* * *

반태수는 트럭 사고가 난 곳에서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 있었다.

당연히 몸에 두른 왜곡을 풀지 않았다. 나중에 전력으로 싸우게 된다면 왜곡을 풀겠지만, 당장 그럴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떨어져서 숨은 채 마법으로 공격하면 웬만해서는 들키지 않을 것이다.

반태수의 마법은 자신의 몸 주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공간을 격해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마법 술식을 조금만 변형하면 마법의 시작 위치를 바꾸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말이다.

사실 저쪽 마법사가 자신의 전격 마법을 흘려냈을 때는 좀 놀랐다.

그리고 살짝 흥분하기도 했다. 이게 바로 마법사와의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 이 지역은 반태수가 펼친 영역화가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저들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계속 들어왔다.

반태수는 영역화를 깐 다음부터 지속적으로 마법사의 코어를 확인했다.

그리고 3서클이라고 했던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냈다.

저 마법사의 코어 역시 속이 빈 원통형이었다. 한데 그 원통이 세 개였다.

큰 원통 안에 조금 작은 원통이 들어가 있고, 그 원통 안에 좀 더 작은 원통이 들어간 식이었다.

가장 바깥쪽 원통은 시계 방향으로, 두 번째는 반시계 방향, 세 번째 원통은 다시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했다.

원통과 원통 사이의 간격은 제법 촘촘했다.

저 마법사가 마법을 쓸 때도 어떤 식인지 확인했다.

마력의 실은 가장 바깥쪽 원통에서만 나왔다. 예전 롤프 헬턴이 마법을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수히 많은 실이 나왔다.

다만 그때보다는 실이 조금 더 질기고 선명했다.

‘그러니까 원통이 늘어나면서 점점 진짜 마력 코어와 비슷해져 가는 식인가?’

촘촘하게 원통이 쌓이면 아마 진짜 코어만큼은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저 원통형 코어의 장점은 뭘까?

반태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저런 식으로 코어를 만드는지도 이해하지 못했고.

마법사가 새로운 마법을 펼쳤다.

반태수는 그가 구성하는 마법진의 술식을 분석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법이 발현되어 그의 전면에 투명한 막이 생겨나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하, 설마 저게 실드?’

마법 술식을 분석할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술식이 너무 비효율적이고 군더더기가 많아서였다. 너무나 무식한 방식이었다.

마력을 경화해서 앞에 펼친 것뿐이다.

반태수의 실드는 마력 역장을 이용한다. 반태수를 중심으로 마력의 역장을 만들어내 발산하는 방식이다.

마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실드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너무 쉽게 깨지기 때문이다.

저 마법사가 만든 실드 역시 반태수의 지식 안에 있었다. 하지만 반태수는 그걸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더욱 연구해서 다른 방식의 실드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저 마법사의 실드는 반태수의 기억에 새겨진 실드보다 효율과 성능이 더 떨어졌다.

저건 너무 쉽게 깨진다.

반태수가 괜히 역장으로 실드를 만든 게 아니었다. 역장은 결코 깨지지 않으니까.

다만 더 큰 힘으로 밀어붙이면 좀 밀려날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상대 마법사의 실드를 감상하고 있을 때, 우락부락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사내의 몸에서 마력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대단하네.’

마력량이 엄청났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능력자보다 많은 마력을 보유한 자였다.

그 넘실거리던 마력이 응축되더니 앞으로 쫙 퍼지면서 부채꼴 모양으로 쏟아졌다.

반태수는 저게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마력으로 마력을 감지하려는 것이다. 다른 마력에 닿으면 아까 저 사내의 몸에서 타오르던 것처럼 마력이 불길처럼 일어날 것이다.

저 사내 나름의 능력자 탐색 방법인 모양이었다.

다만 탐색 범위가 좁았다.

부채꼴로 마력이 쫙 퍼지긴 하는데, 10미터 정도 지나고 나면 마력이 힘없이 흩어졌다.

그래도 저런 식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면 근처에 숨어 있는 능력자들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듯했다.

물론 여기엔 그런 능력자 따위 없다. 오직 마법사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계속 지켜봐도 되지만, 그건 반태수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반태수는 싸워보고 싶었다. 준비한 것도 많고 말이다.

다만,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상대가 자신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리고 적에게 자신을 발견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면 앞에 나선 저 사내를 치워야 한다.

반태수의 마력 코어에서 마력의 실이 쭉쭉 뽑혀 나왔다. 그리고 마법진을 그렸다.

반태수는 술식을 조금씩 비틀어 마법 발현 위치를 조절하면서 마법진을 여러 개 만들었다.

여러 마법진을 미리 구축한 후, 동시에 터트리는 방식이었다.

저기서 실드로 몸을 가린 마법사는 흉내도 내지 못할 방식이었다.

가장 나중에 구축한 마법진이 완성될 때까지, 처음 구축한 마법진의 형체를 정확히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마법진을 그린 마력의 실이 단단하고 선명해야 하는데, 저 마법사의 코어로는 그게 불가능하니까.

마법진 하나 그리는 데에도 여러 실을 준비해 이어 붙여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하겠는가.

그렇게 반태수가 빠르게 구축한 마법진의 수는 모두 열두 개. 전부 같은 마법이었다.

반태수는 열두 마법진에 의념을 불어 넣었다.

아직까지는 반태수도 열두 개가 한계였다.

아무리 마력의 실이 단단하고 선명해도 형체를 변형 없이 유지하는 시간이 그리 길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동시에 의념을 불어 넣는 것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열두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발현했다.

뻐어어어엉!

열두 개의 충격파가 동시에 터지는 소리가 밤거리를 찢을 듯 울렸다.

그와 동시에 열 대의 승합차가 허공에 떠올랐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남은 두 개의 충격파는 앞으로 나선 사내와 마법사에게 터졌다.

앞으로 나선 사내는 온몸을 웅크린 채 충격을 버텨냈다. 뒤로 쭉 밀려나긴 했지만, 마력을 한껏 응축해 충격파가 지나갈 때까지 버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법사에게 터진 충격파는 실드를 깨고 사라졌다.

콰과광!

허공으로 떠올랐던 승합차들이 떨어지면서 굉음을 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나마 다들 트럭에 모여 있었기에 충격파나 승합차에 다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디냐! 나와라!”

앞에 나선 사내, 메렌틸의 경호팀장인 경호팀장이 마력을 불길처럼 일으키며 소리쳤다.

뻐엉!

그 순간 경호팀장 앞에서 충격파가 또 터졌다. 경호팀장은 급히 몸을 웅크리며 충격을 견뎌냈다.

한껏 몸과 마력을 공처럼 말고 있던 경호팀장은 갑자기 몸에 스며드는 기이한 느낌에 흠칫 놀랐다.

‘이건 뭐지? 마력?’

분명히 마력이었다. 특이한 느낌의 마력이 몸으로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경호팀장은 당황해서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몸으로 들어오는 마력을 밀어내기 위해 마력을 움직였다.

하지만 몸으로 스며들어온 마력은 밀려나지 않고 몸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경호팀장은 당황했다. 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몸에 들어온 마력이 무슨 작용을 하는지 채 알아볼 새도 없이 또 충격파가 터졌다.

충격파가 터지기 직전에 앞에 무언가가 모여드는 느낌이 들었기에 경호팀장은 또 마력을 응축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충격을 견딜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뻐엉!

“커어억!”

경호팀장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그의 눈에 불신이 가득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에 준하는 타격을 입었다. 마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텅!

뒤에 있던 트럭에 처박힌 경호팀장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반태수는 경호팀장이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경호팀장에게 쓴 것은 내구력 강화 마법의 술식을 역으로 계산해서 만든 내구력 약화였다.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할 때, 충격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낼 수 있도록 마력의 빈틈을 쐐기처럼 파고들어 활짝 여는 마법이었다.

또한 마력 파동을 이용해 충격을 증폭하는 효능까지 가미했다.

반태수는 정보 영역화를 통해 그 과정을 세심하게 확인했다.

자신이 설계한 대로 마법이 작용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술식을 어떤 식으로 수정해야 할지도 파악했다.

‘제법 괜찮네. 이걸 광범위하게 쓸 수 있으면 정말 효과적이겠어.’

방금 한 것은 반쯤 즉흥적으로 술식을 계산해서 펼친 마법이었다.

그러니 좀 더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면 훨씬 괜찮은 마법이 될 것이다.

반태수는 마력의 실을 길게 뽑아 도로 근처에 있던 건물로 보냈다.

시간이 촉박해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을 거의 써먹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 정도는 쓸 수 있도록 근처 건물에 설치해 두었다.

이제 그걸 발동할 일만 남았다.

퓨퓨퓨퓩!

건물 옥상에서 뭔가가 툭툭 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갑작스럽게 난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일 리가 없었다. 옥상에서 튀어나간 것은 작은 마력 덩어리였으니까.

마력 덩어리는 바닥에 닿을 때까지 주변 공기를 쭉쭉 빨아들였다.

그리고 바닥에 닿는 순간 터졌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압축된 공기가 터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직접적으로 맞지 않는 이상 큰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끊임없이 떨어지니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반태수는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저건 지속적으로 압축 공기를 터트릴 수 있으니 이렇게 다수와 싸울 때는 그나마 다른 것들보다는 나았다.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면 공략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반태수가 막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뭔가가 날아왔다.

피슉!

짧은 화살이 반태수 옆을 지나갔다. 누군가 석궁을 쏜 것이다.

그리고 석궁을 쏜 사람이 반태수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기 있어.”

난데없는 말에 근처에 있던 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석궁을 쏜 사내, 폴로즈 용병단의 단장, 갈란듀를 바라봤다.

갈란듀는 반태수가 있는 쪽을 정확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재차 말했다.

“저기 이상한 게 있어! 저기 있는 게 분명하다고!”

그제야 다들 갈란듀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 경관과 위화감을 보이는 왜곡된 공간을 발견했다.

“거기 숨어 있었구나.”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마법사, 리고 훌이었다.

그의 코어에서 맹렬하게 마력의 실이 뽑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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