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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24화 (24/351)

24. < 처음 만난 마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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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정보수집 패턴으로부터 뽑아낸 정보들을 확인했다.

두 놈은 능력자였다. 마력 보유량은 벨리온 길드장인 앤더레인보다 약간 못한 정도.

그리고 한 놈은 좀 달랐다.

굉장히 어설픈 코어를 가진 마법사였다.

‘코어가 저렇게도 만들어지나? 저게 유지가 돼?’

반태수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창고 안의 마법사가 가진 코어는 너무 마력 밀도가 낮았다. 이래서야 이걸 코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반태수는 저 어설픈 코어가 대체 어떻게 유지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폈다.

저 마법사의 코어는 반태수의 것과 달리 원통형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단순히 회전만으로 저 모양을 유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 반태수도 회전을 통해 이면세계의 마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기에 두뇌 하나를 할당해야만 한다.

그러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마법사라니?”

옆에서 엄대협이 놀란 표정을 여전히 지우지 못한 채 물었다.

반태수는 손을 들어 엄대협의 말을 막았다. 지금은 저 마법사의 코어를 살피는 게 더 우선이었다.

‘신기하군. 저 모양 자체로 안정되어 있어.’

희박하지만 마력이 저렇게 뭉쳐서 안정된 것이 바로 코어다. 여러모로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코어는 코어다.

‘그나저나 제법 큰데?’

코어가 거의 몸통을 꽉 채울 정도로 컸다. 한데 마력 밀도가 희박해도 너무 희박했다. 게다가 원통 내부는 텅 비어있다. 저걸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마법은 쓸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몸에 둘둘 감은 난폭한 마력으로도 마법을 쓰고 있으니까.

마법의 핵심은 코어가 아니라 마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컨트롤 하느냐, 그리고 마법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다.

물론 코어가 단단하면 마법의 기반도 단단해지니 마법을 펼치기 훨씬 수월해진다.

아무튼 반태수가 보기에는 신기했다. 어쩌면 이면세계의 마력이 워낙 불안정해서 저런 식으로 코어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런 식이면 코어가 마력을 생산해낼 수는 없을 텐데.’

코어의 또 다른 역할은 자체적으로 마력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설사 마력 공백 지역에 들어가더라도 코어를 가진 마법사는 마법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코어라면 아마 마력 공백 지역에 가는 순간 무능력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반태수의 판단으로는 원통의 크기를 줄이는 편이 더 나을 듯했다. 아마 그렇게 하면 코어의 밀도가 좀 올라갈 것이다.

아무튼 마법사에 대한 정보는 그 정도면 될 듯했다.

다음으로 저들이 가진 마도구에 대해 조사했다.

일단 마법사는 다섯 개의 마도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양 팔목에 팔찌를 하나씩, 손에 든 완드, 그리고 신발.

마지막으로 안주머니에 있는 작은 막대기.

아마 안주머니에 있는 작은 막대기가 칼덴에서 만든 신약 레시피인 듯했다.

그리고 마법사가 가진 마도구는 어떤 효능을 가졌는지 바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나름 철저한 보안 마법이 마도구를 덮고 있었으니까. 예전 백진희가 오디스에게 받은 은팔찌와는 달랐다.

“그렇지. 이게 정상이지.”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말해도 넌 모르는.”

“아이 씨, 진짜.”

반태수는 엄대협의 반응을 무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파악할 건 다 파악했으니 이제 슬슬 시작할 차례다.

“넌 여기서······.”

엄대협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려던 반태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돌려 엄대협 뒤쪽 어딘가를 쳐다봤다.

“왜? 난 여기서 그냥 기다릴까?”

“우릴 지켜보는 놈이 있는데?”

“뭐?”

엄대협이 깜짝 놀랐다. 자신들을 지켜본다고?

“저 마법사랑 한패가 아닐까?”

“글쎄, 내 생각에는 오히려 칼덴 쪽인 것 같지만, 확신할 수는 없지.”

“그래서 어쩔 건데? 그놈들부터 처리할 거야?”

“아니, 마법사부터 처리한다.”

“그러다 저놈들이 날 노리면?”

엄대협이 불안한 표정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자신은 이 상황에서 명백한 짐이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따라와.”

반태수는 주변에 있는 빈 건물 중 한 곳으로 엄대협을 데려갔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 가장 어둡고 으슥한 곳을 찾았다.

“거기 가만히 서 있어. 움직이지 말고 말도 하지 말고.”

“뭐?”

“내가 데리러 올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 그놈들이 와서 널 쳐다봐도 그냥 모른 척하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엄대협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반태수를 바라봤다.

반태수는 코어에서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엄대협에게 왜곡을 걸어주고, 소음 차단, 마력 차단 마법까지 걸어주었다.

건물 안이 워낙 어둡고 더구나 여긴 더 으슥해서 왜곡된 모습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원래라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지만, 엄대협이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잠시 깨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 말대로만 하면 별 일 없을 테니까 그냥 있어. 한 발이라도 거기서 움직이면 내가 못 지켜준다는 거 명심하고.”

반태수는 그렇게 말하고 건물에서 나갔다.

엄대협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시발, 내가 여기 왜 있어야 하냐고.’

* * *

롤프 헬턴은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후룩 마셨다.

낡은 창고에 숨어 있긴 하지만 미리 준비해둔 덕에 웬만한 건 다 있었다.

커피머신에서부터 먹을 걸 가득 채운 냉장고에 편안히 쉴 수 있는 침대와 소파까지.

롤프는 적당한 자리에서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두 용병을 바라봤다.

“너무 여유부리는 거 아냐? 곧 칼덴에서 고용한 용병 놈들이 올 텐데?”

용병 하나가 게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대꾸했다.

“거기서 고용한 놈들 정보를 미리 받았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여기로 두 놈이 오는데, 나 혼자서도 그 둘을 넉넉히 쓰러뜨릴 수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용병들은 롤프를 제법 깍듯하게 대했다. 어쨌든 마법사는 마법사니까.

“그럼 됐고.”

어차피 여긴 메인이 아니다. 메인은 칼덴 제약의 경호팀이 맡기로 한 곳이었다.

원래 자신이 있다고 알려진 곳 말이다.

애초에 여기까지 보고 세운 작전이었다. 칼덴의 레시피를 훔친 것도 모두 그걸 위한 일이었다.

롤프, 아니 그의 후원자인 메렌틸 제약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메렌틸 제약은 크랙톤에서 2번째 자리를 차지한 제약회사였다. 메렌틸의 목표는 언제나 하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칼덴을 흡수 합병하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단추가 바로 칼덴의 경호팀을 제거하는 일이었고, 이제 몇 시간 후면 마무리 된다.

칼덴의 경호팀이 가는 곳은 함정이다. 그들은 모두 죽으리라.

롤프는 자신의 품에 있는 신약 레시피를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었다.

애초에 거기서 뭘 갖고 나오든 상관없었다. 칼덴에서 자신을 쫓도록 만들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이건 내가 팔아야지.’

굳이 메렌틸 제약에 갖다 바칠 필요는 없었다. 거기 말고도 팔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포션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레시피다. 아마 백억 겔은 충분히 받을 수 있으리라.

겸사겸사 칼덴의 발전을 막는 셈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슬슬 여길 치기로 한 용병들이 올 때가 됐는데······.”

롤프의 중얼거림에 용병 하나가 일어났다. 그리고 8개의 모니터가 차곡차곡 쌓인 곳으로 갔다.

“CCTV 확인해 보겠습니다.”

용병은 8개의 CCTV를 이리저리 돌려서 주변을 확인했다. 굉장히 능숙했다.

“어? 누가 오는데?”

용병의 말에 그의 동료가 벌떡 일어나 무기를 점검했다.

“좋아, 시원하게 몸 한 번 풀고 나면 비행기 시간 다 되겠네.”

“공항 쪽 조력자들한테 연락하는 건 내가 맡지.”

롤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기를 꺼냈다. 이제 이 지루한 기다림도 끝이다.

“근데 왜 고작 한 놈이지?”

“뭐? 한 놈?”

두 용병은 함께 CCTV 화면을 확인했다. 그 사이 롤프가 공항 쪽으로 전화를 걸었고.

“이거 봐. 한 놈이잖아.”

“저 마스크는 또 뭐야? 왠지 용병 같은 느낌이 안 드는데? 장비도 없고.”

기본적으로 용병들은 방탄복에 총과 칼은 기본이었다.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최소한 그 정도 무기는 항상 들고 다녔다.

“그럼 용병이 아닌가? 그냥 능력자? 강해 보이지도 않는데? 칼덴에서 굳이 저런 놈을 보냈다고? 이해가 안 가는데?”

“그래도 왔으니 상대는 해줘야지. 일단 안으로 들이자고.”

두 용병은 싸울 준비를 끝낸 후, 리모컨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창고 문이 옆으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활짝 열리진 않고 한 사람이 옆으로 몸을 돌려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열렸다.

일부러 그런 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용병들은 일단 총을 겨눴다. 옆걸음으로 들어오는 순간 방아쇠부터 당길 작정이었다. 능력자가 총에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상처를 입힐 수는 있을 테니까.

싸한 긴장감이 창고 안에 맴돌았다. 이쪽이 압도적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싸움을 앞두니 절로 긴장감이 올라왔다.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꽈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창고 문짝이 뜯어지며 훅 날아왔다.

“이런 시발!”

용병 하나가 욕설을 하며 총을 내던지고 날아오는 문짝을 향해 돌진했다.

꽈아앙!

날아오던 문짝이 우그러지며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용병이 온몸에 마력을 둘둘 감고서 문짝을 몸으로 쳐낸 것이다.

빠지직! 퍽!

그 소리와 함께 창고 안의 전기가 모조리 나가 버렸다.

갑작스러운 어둠이 창고 안을 덮쳤다.

그 어둠에 반응한 것은 마법사인 롤프였다.

롤프의 코어가 회전하며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누군가 자신의 코어를 비롯해 모든 마력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밝은 구체 하나가 롤프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창고 안이 제법 밝아졌지만, 반태수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몸에 왜곡을 걸고 있었으니까.

왜곡은 어둠, 그림자와 함께 할 때 상당히 효과적인 마법이다.

용병들은 마력으로 온몸을 둘둘 감은 채,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반태수는 용병들은 일단 신경 쓰지 않고 마법사 관찰에 더 집중했다.

방금 마법사는 코어에서 무수한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충분히 이해했다.

마력의 실을 깔끔하게 뽑아낼 실력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개의 실을 뽑아 그 중에서 성공한 것만 이용해서 마법진을 구축한 것이었다.

마법진을 그리다 실이 끊어지면 다른 실로 이어붙이는 식으로 마법진을 완성했다.

그런 식으로 하는 건, 마력이 난폭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마력 컨트롤 능력이 모자라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고.

아마 완드가 없었다면 저렇게 깔끔하게 마법을 완성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마법사가 마법을 이뤄내는 모든 과정에 완드가 작용했으니까.

대충 마법사의 실력은 확인했다. 다른 마법사도 저 정도 수준이라면 앞으로도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갓 마법에 눈을 뜬 애송이라고 했지?’

더 수준 높은 마법사는 과연 어떨까? 반태수의 얼굴에 즐거운 미소가 떠올랐다.

반태수는 코어에서 마력의 실을 뽑아내 마법진을 구축했다.

빠르게 세 개의 마법진을 완성한 뒤, 그것을 차례대로 실행시켰다.

마법진이 부서지며 마력이 알갱이가 되어 흩어졌다.

그 중 일부가 바닥에 엎어진 철문에 스며들었다.

나머지는 강력한 충격파로 변해 용병 중 한 명에게 작렬했다.

꽈앙!

용병이 충격파에 뒤로 훅 날아갔다. 그의 얼굴에 고통과 당혹감이 뒤섞였다.

자신이 몸에 두르고 있는 마력은 충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속성이었다.

한데 충격파가 고스란히 자신의 몸에 들어왔다.

“커억!”

용병이 걸쭉한 피를 토해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덜덜 떨면서 고통과 싸웠다.

남은 용병이 몸을 날렸다. 방향은 동료가 날아간 반대쪽이었다. 그쪽에서 마법을 썼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태연히 마법진을 구축했다.

방금은 충격과 관통을 섞어서 썼다. 같은 마법을 다시 쓰면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꽈앙!

몸을 날리던 용병이 철벽에 부딪히기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갔다.

그 역시 동료와 마찬가지로 피를 토한 뒤 몸을 덜덜 떨며 쓰러졌다.

롤프의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가 본 거라고는 용병들이 제멋대로 날아가 쓰러진 것뿐이었다. 상대의 역량을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양 팔찌를 작동했다.

촤아아!

주변에 갑자기 뿌연 수증기가 일어나더니 사방을 장악했다. 안개가 펼쳐진 것이다.

롤프는 다음으로 신발을 작동했다. 온몸이 가벼워졌다.

그는 빠르게 입구를 향해 달렸다.

안개로 시야를 막고 빠르게 빠져나가면 분명히 도망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시야는 이미 확보했다. 팔찌가 두 개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 하나는 안개, 나머지 하나는 시야.

그렇게 달려서 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갑자기 시야가 휙 뒤집혔다.

뻥!

그가 밟고 지나가려던 철문이 갑자기 튀어 오른 것이다.

롤프가 언제 이런 상황을 겪어봤겠는가.

철문과 함께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며 거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콰과광!

철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반태수는 롤프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마력을 못 모양으로 정형했다.

그리고 두 용병과 롤프의 몸 곳곳에 마력의 못을 푹푹 박았다.

아마 최소 세 시간은 꼼짝도 못할 것이다.

롤프는 온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며 공포에 젖었다.

그래서 반태수가 자신의 품을 뒤져 레시피를 가져가는 것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반태수는 레시피를 품에 넣고 천천히 창고를 벗어났다.

너무 싱거웠다.

‘다음에는 좀 더 재미있는 의뢰였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엄대협이 숨어 있는 건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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