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0화 (20/351)

20. < 수상한 놈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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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창고로 다가갔다.

오른쪽과 가운데 창고에는 각각 다섯 명씩 남아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무 명은 포탈이 있는 왼쪽 창고에 있었고. 그들 역시 뒷정리 중이었다.

아무래도 저들이 여기 포탈을 먹기 위해 온 것 같았다.

‘더럽게 복잡하네.’

저들을 전부 정리해도 여기 포탈을 이용하는 건 이번이 끝일 듯했다.

반태수는 왼쪽 창고로 걸어가며 마력 코어에서 마력의 실을 뽑아냈다.

그러면서 전투 계획을 세웠다.

일단 영역화를 통해 정보는 계속 흡수했다. 그래서 적의 위치와 현재 상태, 그리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고스란히 파악했다.

저들은 지금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해 방심하고 있었다. 석궁을 재장전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반태수는 포탈 감지기를 든 놈을 첫 번째 타겟으로 정했다. 다른 건 몰라도 포탈 감지기는 얻어야 했다.

여긴 너무 멀다. 아무리 이곳의 포탈을 확보한다고 해도 계속 이용할 수는 없었다.

저들의 조직이 이 포탈을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반태수가 쓰기엔 문제가 많았다.

아마 조만간 대영의 포탈처럼 철저한 관리 하에 들어가리라.

반태수는 첫 번째 마법진을 완성한 다음, 거기에 의념을 덧씌우기 전에 두 번째 마법진도 만들었다.

두 번째 마법진이 완성되었을 때, 반태수는 창고 입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마법진을 발동했다.

샤아아아.

마법진이 흩어지면서 바닥에 물이 촥 깔렸다. 발등을 살짝 덮을 정도의 양이었다.

그걸 안에 있는 능력자들이 못 알아챌 리 없다. 다들 깜짝 놀라 바닥을 내려다봤다.

“갑자기 웬 물?”

누군가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순간, 두 번째 마법이 펼쳐졌다.

쩌저저저적!

물이 사람들의 다리를 타고 오르면서 얼어붙었다.

어찌나 단단하게 얼어붙었는지 순간적으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다들 깜짝 놀랐지만, 생각보다 크게 동요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들은 빠르게 석궁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리에 힘을 잔뜩 줘서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애썼다.

“여의치 않으면 포탈을 탄다! 살아남는 것에 집중해!”

이들을 이끌던, 그러니까 포탈 감지기를 든 자가 그렇게 외쳤다.

반태수는 그러는 사이 그의 바로 옆으로 접근했다.

창고 안은 그리 밝지 않았지만 그래도 천장에 달린 등 덕분에 제법 시야가 확보된 공간이었다.

반태수를 감싼 빛의 왜곡이 몇몇의 눈에 띄었다.

“팀장님! 옆에!”

그 중 한 사람의 외침에 팀장이라 불린 자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반태수를 발견했다.

일단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렸다.

후웅!

하지만 주먹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어느새 반태수가 뒤로 쭉 물러난 것이다.

팀장은 자신의 품이 허전해졌다는 걸 깨닫고 외쳤다.

“저놈이 감지기를 가져갔어! 뭣들 하는 거야! 준비됐으면 쏴!”

하지만 그들이 석궁을 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팀장에게 접근해 포탈 감지기를 빼낼 때까지 준비하던 마법이 완성되었으니까.

꽈르르르르릉!

반태수가 있던 곳에서 수십 줄기의 강렬한 전류가 일어나더니 바닥을 타고 뱀처럼 튀어나갔다.

치이이익!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바닥이 녹았다. 그리고 창고 바닥을 전류가 전부 뒤덮었다.

마치 전격의 바다가 펼쳐진 듯한 광경이었다.

강력한 전류가 창고에 서 있던 자들의 몸을 타고 올라가 그들을 빠르게 구워 버렸다.

그 와중에도 팀장의 몸에는 스파크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팀장은 부하들이 전기구이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장전한 석궁을 들고 사방을 주시했다.

어느새 물이 다 녹아 다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 포탈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포탈에 바로 뛰어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든 포탈로 뛸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완벽하게 투명하지 않아. 집중하면 발견할 수 있다.’

팀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배경이 일그러진 부분을 발견했다.

다행히 위치는 포탈과 반대쪽이었다.

팀장은 그쪽을 향해 석궁을 발사함과 동시에 포탈로 뛰었다.

슉! 퍽!

석궁이 어딘가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팀장은 그걸 확인하지도 않고 달렸다.

포탈이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다급하고 빠르게 달린 것이다.

막 포탈에 들어가려는 순간 거대한 벽에 온몸을 들이 박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꽝!

팀장은 달려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튕겨났다.

투당탕탕!

바닥을 구르며 뒤로 한참 밀려난 팀장은 가물거리는 정신을 잡으려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두 번째 충격이 온몸을 덮쳤다.

꽝!

바닥을 무언가 후려치는 소리가 팀장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반태수는 나머지 두 창고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정리했다. 별로 어렵지 않았다. 고작 다섯 명이었기에 가벼운 마법으로 처리가 가능했으니까.

그 과정을 진행하면서 반태수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화감이 들었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놈들이라지만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도 아무 감흥이 없었다.

자신이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마법사이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면세계에 다녀온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신을 관조하면서 답을 얻어야 할 문제였다.

무언가 자신의 정신에 개입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라면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되니까.

반태수는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포탈에 던져 봤다. 시체는 포탈을 그냥 통과해 반대편에 떨어졌다.

살아있는 능력자 말고는 포탈을 이용할 수 없게 설계된 모양이었다.

반태수는 정신을 잃은 팀장을 구석으로 옮겼다. 그리고 마력을 못 모양으로 정형해 팀장의 몸 곳곳에 박았다.

사람의 몸에는 마력이 주로 이동하는 경로가 있다. 마력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고, 또 몸 전체에 퍼져 있지만,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흘러 다니는 길이 존재한다.

반태수는 마력의 못으로 그 길을 막아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길로 마력이 이동하겠지만 한동안은 마력이 정체되면서 몸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반태수는 팀장이 깨어나더라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조치를 한 뒤, 그의 머리에 마력을 끼얹었다.

팀장은 갑자기 머릿속을 찬물로 씻어내는 듯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는 눈을 뜬 뒤에도 한동안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뭔가 초점이 잘 안 맞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은신 능력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 뭐야. 이딴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나?”

반태수가 피식 웃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팀장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면세계가 아닌 지구에서도 능력을 쓰는 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 자처럼 압도적인 능력을 쓸 수는 없었다.

오늘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것만 네 가지였다. 아니, 저 은신 능력까지 하면 다섯 가지였다.

한 사람이 다섯 가지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게 말이 될까?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한 놈이 아니야.’

그의 결론은 그랬다.

팀장은 반태수가 있는 곳을 노려봤다. 모습이 확실히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길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반태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여길 차지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팀장은 반태수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지만, 꾹 참았다.

“네놈이 가져간 탐지기, 그냥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거 지속적으로 위치를 추적하게 되어 있어. 넌 결국 죽을 거다.”

사실은 아니지만 불안하라고 한 말이었다. 불안과 초조는 실수를 만들어낸다. 당장은 효과가 없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리라.

반태수는 그 말에 수정구를 품에서 꺼냈다.

크기는 주먹만 했다. 그리고 정말 매끈한 수정이었다.

위치추적기 같은 것이 붙어 있을 공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걱정할 거 없다. 만일 추적 마법이 걸려 있어도 얼마든지 해체가 가능하니까.

그리고 수정구 주변에 흐르는 마력 흐름을 봤을 때, 추적 계열의 마법은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태수는 다시 수정구를 품에 넣었다.

그리고 팀장을 보며 말했다.

“아는 게 많은 편인가?”

팀장의 표정이 굳었다.

“아는 게 많으면, 내가 말할 것 같아?”

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반태수의 마력 코어에서 마력의 실이 쭉쭉 뽑혀 나왔다.

이제 심문의 시간이다.

* * *

반태수는 인적이 드문 거리에 서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두 번째로 오는 이면세계였다.

그래도 두 번째라고 포탈을 넘을 때 주입되는 마력을 훨씬 능숙하게 몸에 두를 수 있었다.

그래도 받은 마력의 양은 저번과 똑같았다.

이면세계로 오기 전에 포탈을 자세히 분석해봤다.

역시나 반태수의 현재 실력으로는 겉에 두른 보안 마법조차 뚫지 못할 정도로 아득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면세계에 있던 포탈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극히 미미하지만, 그래서 큰 의미는 없지만, 지구의 포탈은 끊임없이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렇게 흡수한 마력이 어디로 가는지 세심히 추적했더니, 이면세계로 넘어가 버렸다.

‘그러니까 포탈을 만든 놈들의 목적 중 하나가 지구의 마력을 여기에 풀어 놓는 건가? 왜?’

마력은 지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우주에 걸쳐서 퍼져 있다.

그러니 지구에서 마력을 끌어온다고 해서 지구의 마력이 말라붙을 일은 없다.

반대로 지구의 마력을 이리로 끌어온다고 해서 이곳의 마력에 무언가 변화가 생기지도 않는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 그대로 무한이다. 수십억 년의 시간이 지나야 그나마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다.

‘아무튼 포탈을 하나 확보해야 돼.’

반태수는 품에 있는 포탈 감지기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이걸 이용해 어떻게든 포탈을 찾아내야 한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반태수는 걸음을 옮겼다.

‘여긴 어디일까?’

지난번과 같은 도시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도시일 수도 있다.

다른 도시라면 지난번 도시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이동에는 문제가 없을까?

그런 생각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점점 더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 * *

“하, 시발, 인생 참 고달프다.”

엄대협은 투덜거리며 거리를 누볐다. 그가 원래 활동하던 거리가 아니라 도시를 싹 훑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며 다녔다.

지금 이렇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엄대협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브로커들도 꼬리에 불붙은 멧돼지처럼 사방을 쏘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찾는 사람은 반, 지난 벨리온 길드의 의뢰에 참석했던 미끼였다.

다른 미끼들은 다 한데 뭉쳐서 행동하고 있는데 반이라는 놈만 연기처럼 사라졌다.

한데 벨리온 길드에서 그 반이라는 놈을 찾아서 데려오라는 의뢰가 떨어졌다.

말이 의뢰지 실제로는 명령이었다.

브로커들이 꼭 벨리온 길드하고만 일하는 건 아니지만, 벨리온 길드가 힘을 쓰면 다른 길드들이 브로커 몇 날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의뢰와 관계된 일 아닌가. 그리고 반을 찾을 수만 있다면 벨리온 길드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아예 손해만 보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럴 시간에 어설픈 미끼들 잡아서 의뢰를 수행하는 것이 낫긴 하다. 돈도 더 많이 벌고 힘도 덜 들이고.

그렇게 얼마나 헤매고 다녔을까. 엄대협은 원래 활동하던 지역에서 정말 멀리까지 나왔다.

다른 브로커들이 활동지역 근처를 차근차근 뒤지고 있으니 자신은 아예 멀리 나오자고 작정한 것이다.

엄대협은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라? 저놈 아닌가?”

뒷모습뿐이었지만, 저렇게 눈에 띄는 놈은 그동안 딱 한 명밖에 못 봤다.

엄대협은 뒷모습이 잘생긴 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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