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19화 (19/351)

19. < 수상한 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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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킹이 이동을 멈췄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반태수는 바로 차를 세웠다.

“저 여기서 내릴게요.”

택시기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요?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나중에 차 잡으려면 힘들어요. 여기는 시내랑 너무 멀어서 다들 잘 안 오려고 하거든.”

“괜찮습니다.”

“허, 나중에 정말 고생할 텐데. 잘못하면 시내까지 걸어가야 될 수도 있어요. 차로 20분이나 걸리는데.”

차로 20분 거리면 걸어서는 몇 시간을 가야 한다.

반태수는 그저 웃으며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렸다.

여기는 차도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도로는 1차선이었고. 근처에 민가고 건물이고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마킹이 멈춘 곳은 여기보다 더했다. 대충 스마트폰 지도로 살펴보니 창고 몇 개만 덩그러니 놓인 장소였다.

심지어 창고까지 들어가는 도로도 놓이지 않았다.

반태수는 택시가 떠나는 걸 확인한 뒤에야 움직였다.

일단 날이 저물어야 움직이기 편하니, 마킹이 있는 곳까지 느긋하게 걸어가기로 했다.

택시에서 일찍 내렸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랫동안 걸었다.

인적도 없고, 지나다니는 차도 거의 없으니 이대로 그쪽으로 가면 바로 들킬 것이다.

그러니 적당한 순간 미리 왜곡을 걸어 모습을 감춰야 한다.

왜곡도 좀 더 개선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 그건 좀 어려웠다. 제대로 개선하려면 시간이 제법 많이 필요했다. 마법에 대한 연구도 더 필요했고.

그래도 어두울 때 쓰면 크게 위화감이 없으니 아직은 쓸 만했다.

도로가 끝났다.

이제 도로를 벗어나 이동해야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반태수는 하늘을 봤다. 해가 지긴 했는데, 아직 날이 그렇게까지 어둡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갈 수는 없으니 여기서부터는 왜곡을 써야 했다.

반태수는 일단 주위에 다른 시선, 그러니까 CCTV나 카메라, 혹은 사람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런 건 몇 번이고 반복해서 확인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왜곡을 걸었다.

그리고 도로 바깥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따로 길은 없었다. 그냥 황무지 같은 땅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좀 떨어진 곳에는 낮은 야산이 이어져 있었고.

왜곡이 티 나지 않게 야산 쪽에 붙어서 이동했다. 그쪽에 그늘이 져서 왜곡 현상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쯤 걷다 보니 서서히 어둠이 깔렸다.

확실히 어두워지니 왜곡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야산에 붙어서 이동했다. 좀 더 걷다 보니 창고 세 개가 덩그러니 서 있는 곳이 나타났다.

그 앞에 열 대가 넘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반태수는 창고에 좀 더 다가갔다. 생각 외로 보안에 신경을 별로 안 쓴 모습이었다. CCTV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살피는 시선도 없었고.

대영 그룹이 관리하는 포탈을 둘러싼 시설과는 차이가 많았다.

그들은 심지어 도로변에 위치했다.

여긴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반태수는 창고로 다가가면서 코어에서 마력을 뽑아냈다.

최근 개량한 마법 하나를 펼쳤다.

마력의 실이 반태수의 컨트롤에 의해 복잡한 마법진을 그렸고, 그것이 가루로 흩어지면서 마법이 발현되었다.

이것은 그동안 반태수가 쓰던 마력의 안개를 섬세하게 정형한 마법이었다.

사실 마력의 안개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반쯤 우격다짐으로 하는 방식이었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정보를 뽑아낼 일이 없었기에 따로 관련된 마법을 연구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한데 이면세계에서 능력자들을 만나고 전투를 겪으면서 정보 수집에 관한 마법의 필요성을 느껴 이번 기회에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았다. 우격다짐으로 마력을 뿜어내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상대가 제대로 마력을 다룰 줄 안다면 아마 쓸모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세상에는 마력이 거의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다.

반태수가 방금 쓴 마법은 그 마력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마법이 발현되며 반태수 앞쪽의 마력이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주 단순한 패턴이었는데, 계속해서 증식하며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처음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식하다가 점차 속도가 느려졌다.

그렇게 마력 패턴이 창고 셋을 전부 덮은 뒤에도 약간 더 전진하다가 이내 증식을 멈췄다.

반태수는 그렇게 연결된 패턴에 코어에서 뽑은 마력의 실 한 가닥을 꽂는 것으로 그 안에 있는 모든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반태수가 새로 만든 마법, ‘영역화’였다.

방금 한 식으로 마력 패턴으로 일정 영역을 뒤덮고, 그 패턴에 다양한 효과를 부여하는 마법이었다.

일단 지금은 정보 수집밖에 할 수 없지만, 후에 다른 효과를 패턴에 씌울 수 있도록 개량할 여지를 충분히 남겨두었다.

아무튼 지금은 저 앞에 있는 세 개의 창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력의 안개를 썼을 때는 마력에 관한 정보나 생명체가 있다면 그에 관한 정보, 예를 들면 약점이라거나 하는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나오는 소리나 움직임까지 파악이 가능했다.

세 창고에는 각각 열 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

수가 꽤 많았는데, 전부 능력자였다.

‘생각보다 능력자가 흔한 모양인데? 요즘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아.’

그동안 찾을 때는 그렇게 안 보이더니 막상 보이기 시작하니 줄줄이 나타나는 느낌이다.

아니면 그동안 정말로 없다가 갑자기 우후죽순처럼 나타난 건지도 모르고.

반태수는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들어봤다.

대부분 신변잡기였다. 주식이 어땠느니, 어제 갔던 술집이 어땠느니, 여기가 너무 멀어서 오가기 불편하다느니, 커피가 정말 맛있다느니, 등등등.

그러다가 아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대영 쪽은 좀 어때? 알아봤어?

-누군가 백진희를 습격한 모양이야.

-백진희를 습격해? 누가?

-그걸 모르겠어. 잡힌 놈 중에 알만한 놈은 죽었고, 그놈들이 쓴 차는 전부 대포차. 그래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근데 왜 하필 백진희였을까?

-뭐가?

-굳이 백진희를 습격한 이유가 있나?

-백진희만 습격한 게 아니야. 쉬쉬하고 있지만 진성 쪽 팀장 하나도 당했어. RW 그룹 쪽도 당했고.

-뭐? 그럼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우리가 위험할 일이 뭐 있어. 우리 같은 놈들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래도 알면 가장 만만한 게 우리 아냐?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아무도 몰라. 아직은.

-나중 일도 대비를 해야겠어. 결국 경매장 이용하기 시작하면 드러날 테니까.

-아우, 진짜. 여기까지 사람 모으기도 쉽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더 첩첩산중이네.

-그래도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조직을 만든 게 어디야.

-그렇지. 그러니까 감안해야지. 회사에 출근하는 놈들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벌 테니까. 목줄 잡히지도 않고.

-그러니까 오늘처럼 돌발행동 하지 마. 커피 한 잔 마시겠다고 그 먼 거리를 다녀오는 게 말이 돼?

-너도 마셨으니 이해하잖아. 그게 어디 보통 커피야?

-그래. 그건 인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심해.

-당연하지. 나도 여기 있는 동안은 갈 생각 별로 없어. 오늘만 특별히 다녀온 거라고.

그 뒤로도 비슷한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반태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했다.

한데, 갑자기 반태수의 감각에 뭔가 싸한 느낌이 걸려들었다.

뒤쪽 멀리서 차 소리가 난 것이다.

라이트까지 끄고 조용히 접근하는 승합차들이 있었다.

여기서 도로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는데, 속도를 한껏 죽인 채 느릿느릿 다가오다가 중간 쯤 멈췄다. 그리고 복면을 쓴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들 중 한 명이 한껏 낮춘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이동.”

모두 서른 명이나 되는 인원이었다. 그들은 다들 장전된 석궁을 들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목적이 아주 확실했다.

반태수는 야산 쪽에 바짝 붙은 채 그들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눈을 크게 떴다.

묘한 느낌이 감각을 툭 건드렸다.

반태수는 창고 쪽으로 펼쳤던 영역화를 흩어 버리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자들을 향해 영역화를 펼쳤다.

무수한 마력 패턴이 빠르게 증식하며 그들을 덮쳤다.

다가오는 자들은 자신의 주변을 반태수의 마력이 장악했는데도 그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반태수는 자신의 감각을 건드렸던 것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마도구?’

저들 중 한 명이 마도구를 갖고 있었다.

반태수는 마도구를 분석하기 위해 정보를 더욱 세심히 뽑았다.

한데 알 수가 없었다.

예전 이면세계에서 오디스가 백진희에게 주었던 어설픈 은팔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짜 마도구였다.

보안 마법이 마도구를 워낙 촘촘하게 뒤덮고 있어서 어떤 효능을 가진 마도구인지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

저건 제대로 분석하려면 직접 손에 넣어야 한다. 아마 그렇게 해도 분석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리라.

반태수가 마도구에 신경을 쓰는 사이 서른 명의 사내들은 빠르게 이동해 반태수가 있는 곳을 지나쳐갔다.

가장 앞에서 이동하던 자가 손을 옆으로 들자, 모두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품에서 마도구를 꺼냈다. 수정구 형태의 마도구였다. 위아래를 손으로 잡고 반대방향으로 돌리자 수정구가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어 돌아갔다.

철컥.

뭔가 맞물리는 소리가 나면서 마력이 쫙 뿜어져 나왔다.

반태수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그저 단순한 마력의 안개였기에 집중해서 마력을 뒤로 흘려보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역시나 감지 계열의 마법이 내장된 마도구였다.

수정구 안쪽에 희미한 형상이 떠올랐다. 반태수는 그걸 볼 수 없었지만, 수정구를 든 사내는 확인한 모양이었다.

사내가 손가락으로 가장 왼쪽 창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포탈이 있다.”

사내의 말에 다들 긴장하며 석궁을 단단히 쥐고 왼쪽 창고를 바라봤다.

“포메이션A로 간다.”

그러자 그들은 셋으로 인원을 나누었다. 각각 다섯 명씩 두 무리, 그리고 스무 명이 한 무리가 되었다.

“포탈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 포탈 확보 후, 나머지를 신속히 정리한다. 시작.”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이 빠르고 조용히 움직였다.

그들을 지켜보던 반태수의 눈이 반짝였다.

‘포탈 감지 마도구가 분명해.’

저 수정구 모양의 마도구는 포탈을 감지하는 마도구가 분명했다. 보아하니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반경 100미터 남짓의 범위를 스캔할 수 있는 정도였다.

반태수는 왜곡을 다시 한 번 점검한 다음 그들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그리고 영역을 이동시켰다. 저들과 창고를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가 반태수의 머릿속에 전달되었다. 아까는 대충 넘겼던 포탈의 존재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반태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저들의 목적이 뭔지, 대체 어떤 놈들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때 백진희를 기습했던 놈들과 한패인 것 같아서였다.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는 오른쪽과 가운데 창고 입구를 중심으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포진했다. 그리고 석궁을 겨눴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오면 바로 제압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스무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는 왼쪽 창고로 다가갔다.

무리를 이끄는 자가 창고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고는 바로 창고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뒤를 나머지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 들어갔다.

슈슈슈슉!

석궁 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으악! 뭐야!”

“적이다!”

소란이 일면서 나머지 두 창고의 문이 벌컥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슈슈슈슉!

앞서 나오던 자들은 이마에 석궁을 박고 그대로 쓰러졌다. 즉사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능력자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반태수는 그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다짜고짜 전부 죽여 버릴 줄은 몰랐다.

싸움은 거의 일방적으로 끝났다.

습격한 쪽의 사상자는 제로. 원래 창고에 있던 자들은 전멸.

반태수는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확인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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