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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3화 (13/351)

13. < 일단 돌아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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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대영이 향하는 곳은 변두리에서도 굉장히 한적하고 음산한 곳이었다.

어두워서 그런지 분위기가 굉장히 살벌했다.

꼭 어딘가에서 살인마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니, 마수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오. 여긴 아무리 와도 익숙해지지가 않네.”

“그래도 그동안 한 번도 사고 난 적 없잖아.”

“그건 그렇지.”

최진혁은 일부러 계속 백진희에게 말을 걸었다. 왠지 불안해서였다.

“야, 그건 그렇고 오디스 어떻게 할 거야?”

“뭐? 갑자기 오디스가 왜 나와?”

“걔 눈빛 보면 모르겠냐? 너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하는 거잖아. 넌 여기 사람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거 잊지 마라.”

“왜? 내가 여기 눌러 앉기라도 할까봐? 아서라. 내가 이런 데에서 어떻게 살아?”

“안 될 건 없지 않나? 여기 있으면 마력도 펑펑 쓸 수 있고. 그렇다고 문명생활을 못 누리는 것도 아니고. 중심 지역 쪽으로 가면 서울 못지않잖아?”

“일단, 오디스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싫어. 아니, 이 세계는 잘 생긴 사람이 너무 드물어서 안 돼.”

“하여간 얼굴 더럽게 따진다니까.”

“그러는 넌, 얼굴 안 따져?”

“당연히 따져야지. 하지만 난 얼굴보다는 몸매를 더 따진다는 말씀.”

백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긴 몸매 좋은 사람은 제법 많은 편이지.”

“그렇지? 남자들도 몸매는 꽤 봐줄 만해. 근육질도 제법 많고.”

“난 그딴 고릴라들 필요 없어. 내 이상형은······.”

“그 카페 사장 같은 놈들이지?”

“그렇지!”

백진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어이가 없네. 생각만 해도 그렇게 좋아?”

“좋지. 그 사람이 원한다면 바로 사귈 수도 있어.”

“전에 사귀던 놈들처럼 안달만 나게 하고 버리게?”

“그건 장담 못하겠다. 나도 날 잘 모르니까.”

“웃기고 있네.”

그렇게 되도 않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이걸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음산하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제법 넓은 공터였는데, 공터와 연결된 골목이 열두 개나 있었다.

그리고 공터 한가운데에 붉은 포탈이 우뚝 서서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자, 다들 돌아가서 쉬자. 포션은 미루지 말고 회사에 가져다 두고. 나머지는 알아서 쉬다가 모레 출근해.”

백진희는 말을 끝내자마자 포탈로 들어갔다.

나머지 팀원들도 전부 포탈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반태수가 그곳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반태수는 사방으로 마력의 안개를 뿜어 혹시라도 누가 오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했다.

‘이걸 이렇게 방치한다고?’

이곳으로 넘어오는 포탈에 대한 방비는 상당히 철저한 편이었다.

포탈에 통째로 건물 하나를 씌워놨으니까.

게다가 건물 옥상에 CCTV를 모서리마다 두 개씩 달아 놨다. 누가 봐도 과도한 보안이었다. 주변에 별다른 건물도 없는 도로였는데 말이다.

정확히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경비원들도 많았다. 실력도 상당했고.

한데 여기는 그와는 정반대였다.

지구에서처럼 건물로 씌워놓는 것까지는 어렵다고 해도 지키는 사람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아니면 이리로 들어오는 길목을 막거나.

여기까지 오면서 반태수는 포탈을 보호하거나 감추기 위한 그 어떤 대책도 보지 못했다.

‘막힌 곳도 아니고.’

이 공터로 연결된 골목이 열 개가 넘는다. 정확히는 열두 개다.

그리고 보아하니 공터와 붙은 건물이나 집들이 전부 비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절반 정도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쪽에 관심이 없어서 아예 볼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이건 좀 알아봐야겠는데?’

이런 식이면 벨리온 길드에서도 모를 리 없다. 한데 그들은 팀 대영을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대하지 않았다.

여길 모른다는 뜻이다.

반태수는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만일 자신이 벨리온 길드 사람이라면, 팀 대영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장소가 드러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반태수는 잠시 그런 고민을 하다가 이내 털어내고 포탈에 바짝 붙었다.

내막이야 어쨌든 지금은 포탈을 분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차분히 마력의 실을 뽑아 포탈에 연결했다. 그리고 동시에 마력 안개까지 뿜어내 포탈을 넓게 감쌌다.

포탈의 정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한데 대부분, 아니, 전부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정보였다.

아무래도 보안이 철저한 마법 시스템인 모양이다.

반태수는 마력 안개를 끊었다. 이런 경우 마력 안개는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마력의 실, 그것도 코어에서 뽑은 마력의 실을 여러 가닥 포탈에 쿡쿡 찔러 넣었다.

역시 그냥 정보를 주지 않는다. 굉장히 복잡한 보안 마법진이 포탈 표면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보안 마법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해오긴 했다. 하지만 관심 분야는 아니었다.

자신이 유일한 마법사라고 여겨왔기에 마법적 보안을 신경 쓸 이유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기본은 해왔다. 그러지 않으면 벽을 넘고 새로운 지식을 못 받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좀처럼 보안 마법진을 뚫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래서가 아니다. 이 포탈에 쓰인 보안 마법은 그 수준이 엄청나게 높았다.

일단 시작부터 두 가지 전혀 다른 종류의 보안 마법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었다.

하나만 뚫어선 안 되고, 그 둘을 동시에 뚫어야 첫 번째 보안 마법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부터 반태수의 수준을 넘어 버렸다.

반태수는 일단 분석을 포기했다.

아무래도 보안 마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할 듯했다.

갑자기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좀 암담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졌다.

가까운 곳에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훨씬 높은 성장을 가져온다.

안 그래도 살짝 나태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잘 되었다.

그렇게 분석을 포기하고 마력의 실을 전부 회수했을 때, 누군가 골목으로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마력을 광범위하게 깔아서 기척을 감지하고 있었기에 누군가 골목에 들어온 순간 바로 알아차렸다.

반태수는 일단 왜곡을 쓴 다음 벽에 바짝 붙었다.

아직 어두운 밤이었기에 들킬 염려는 별로 없었다.

이내 일단의 무리가 골목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다섯 명의 남자들이었는데, 다들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그들은 공터 중간, 그러니까 포탈 근처까지 달려가더니 그대로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시발, 조금만 쉬었다가 움직이자.”

“그래도 제법 거리를 벌려 놨으니까 이제 괜찮을 거야.”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방에 난 골목 입구를 하나하나 확인하듯 바라봤다.

“여기까지 왔으면 성공이지. 그놈들도 우릴 쫓으려면 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거 아냐.”

골목이 무려 열두 개나 된다. 흔적만 안 남긴다면 저 중 어느 골목으로 자신들이 들어갔는지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흔적이 워낙 많아서 특정한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여기를 도망자의 골목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만 오면 거의 도주에 성공했다고 봐도 된다. 특별한 추적법이 없다면 말이다.

“자, 슬슬 움직이자고.”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 중 하나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일단의 무리가 공터로 우르르 몰려 나왔다.

그들은 일행을 셋으로 나누더니 각각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반태수는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포탈이 안 보이는 건가?’

안 보이는 건 둘째 치고, 처음 도망자들은 정확히 포탈을 지나갔는데도 그냥 통과해 버렸다.

‘이 세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작동하지도 않는 포탈인 건가?’

팀 대영에서 이 포탈을 방치하는 이유를 알았다.

관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직접 포탈로 들어가 사라지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누가 또 오기 전에 나도 가야겠다.’

반태수는 포탈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포탈을 통해 넘어가는 과정은 올 때와 반대였다. 그러니까 엄청난 흡력이 마력을 빨아들였다.

반태수는 일단 버텨봤다. 더욱 맹렬히 마력을 회전시키면서 안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당기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그걸 버텨낼 수가 없었다.

또한 버티는 동안은 아무래도 지구 쪽으로 건너갈 수 없도록 설계된 모양이었다.

마력에 대한 통제를 풀어버리자 다른 세계의 마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마력이 모두 사라진 순간, 반태수는 이미 지구에 도착해 있었다.

인적이 없는 골목이었다.

“진짜 엄청나네.”

반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포탈이 마법이라는 건 거의 확실했다. 보안 마법이 걸려 있었으니까.

보안만 마법으로 하고 내용물은 다를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튼 직접 몸으로 겪어보니 포탈은 정말 까마득한 수준의 마법이었다.

당장은 올려다볼 엄두도 안 날 정도로.

하지만 반태수는 오히려 의욕이 타올랐다. 포탈을 만든 마법사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결국 그자를 넘어설 것이다.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냐.”

반태수는 일단 걸음을 옮겼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 * *

반태수는 지하철을 탔다.

지구에 도착했을 때 반태수가 있던 곳은 종로 어딘가에 있는 인적 드문 골목이었다.

포탈에 들어갈 때, 그 세계는 새벽이었는데, 지구로 돌아오니 이곳은 느지막한 오전이었다.

대충 계산해보면 그곳과 이곳은 여섯 시간 정도 시차가 있는 듯했다.

여기서 그곳으로 넘어가면 여섯 시간을 빼면 되고, 그곳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면 여섯 시간을 더하는 식이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면서 어떻게 하면 포탈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포탈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었다면 포탈 감지기라도 어떻게 만들어 볼 텐데, 그것도 아니라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길은 있을 거야.’

몇 번만 더 오가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포탈을 찾아야 한다.

대영 그룹의 포탈을 이용하는 건 아마 어려울 것이다. 보안이 훨씬 더 철저해졌을 테니까.

‘가만, 탐지기가 있다고 했지?’

반태수는 의문이 들었다. 저쪽에서는 포탈의 존재 자체를 모를 텐데 어떻게 포탈 탐지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면······ 저쪽에서는 다른 걸로 쓰고 있는데, 그게 탐지기 역할을 하는 건가?’

일단 가장 합리적인 추론은 그랬다.

그렇다면 탐지기의 원리가 뭘까? 포탈 자체를 탐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포탈에 쓴 마법의 수준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확인했다. 그 정도 포탈을 전문적으로 감지하려면 정말 대단한 수준의 탐지기가 필요하리라.

그런 대단한 걸 고작 팀 대영 같은 조직에서 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며 지하철에서 내리고 걷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일단 자자.”

반태수는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엎어져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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