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팀 대영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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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대영은 의뢰가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해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제 의뢰의 대가를 받을 차례였다.
팀 대영은 의뢰의 대가를 언제나 물건으로 받았다. 돈은 필요 없었다. 마련할 방도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현실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을 가져와 팔면 된다.
이 세계는 암시장도 흔했다. 사기만 안 당하면 얼마든지 괜찮은 값에 물건을 내다 팔 수 있었다. 반대로 사는 것도 가능했고.
하지만 어설픈 암시장을 통해서 특별한 물건을 살 수는 없었다.
여기서 특별한 물건이라는 것은, 힘이 깃든 물건을 말한다.
마력으로 인해 특별한 힘이 깃든 물건, 마도구.
벨리온 길드의 의뢰를 받은 이유는 그들이 대가로 마도구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백진희는 살짝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번 의뢰로 약속한 마도구는 다섯 종류의 포션이었다.
가장 흔한 두 가지 치료 포션은 20병씩 받기로 했고, 가장 귀한 능력 향상 포션은 한 병을 받기로 했다.
능력 향상 포션은 먹으면 마력 보유량의 최대치를 늘려준다. 능력자 입장에서는 정말 귀한 포션이었다.
물론 그래봐야 이 세계의 마력이 늘어나는 거라서 지구에서는 별 쓸모가 없지만.
더구나 먹으면 먹을수록 효과가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최대 3번까지 섭취할 수 있다. 그 이상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아무튼 그런 포션 외에 바닥난 마력을 보충해주는 마력 포션, 체력을 올려주는 스태미너 포션도 받기로 했다.
거기까지가 기본적으로 받기로 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의뢰 성과에 따라 추가로 물건을 지급해 주기로 했다. 그 추가 지급은 벨리온 길드가 자체적으로 정하기로 했기에 뭘 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벨리온 길드는 결코 인색하지 않다. 아마 포션보다 훨씬 가치 있는 물건을 줄 것이다.
다만 이번 의뢰에 팀 대영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아오, 그 마수를 잡았어야 하는데.”
백진희가 분한 듯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최진혁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백진희가 고개를 휙 돌려 최진혁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왜 나대!”
“아니······ 내가 뭐 그 마수가 그런 줄 알았나? 충격을 흡수하는 마수라니, 나도 사기 당한 기분이라고.”
확실히 그건 그렇다. 마수와 싸우는 게 처음도 아니었다.
그동안 꾸준히 마수를 사냥해왔다. 하지만 그 어떤 마수도 이렇게 충격을 분산하거나 흡수하거나 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번 마수는 그렇게 흡수한 충격을 되돌려주기까지 했다.
다른 팀이 상대한 마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충격을 흡수하는 건 물론이고 특이한 능력까지 갖고 있었다.
그래서 팀 중 하나는 마수를 막지 못하고 나가떨어지지 않았던가.
그 나가떨어진 팀은 지구에서 온 팀이었다.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 쪽 팀이었는데, 팀 대영과는 종종 같은 임무를 맡곤 했다.
“그 프랑스 애들 괜찮을까?”
“글쎄, 없는 걸 보니 벨리온 길드 쪽에서 데려다 치료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다음부터는 임무 받기 쉽지 않겠지?”
“그것도 모르지. 걔들이 상대하던 고릴라 마수가 보통 놈이 아니었잖아.”
주먹으로 충격파를 펑펑 쏴대는 놈이었다. 아마 팀 대영이 맡았어도 비슷한 결과를 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의뢰 대가를 받긴 어렵겠지.”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때, 오디스가 다가왔다.
“오래 기다렸죠? 미안합니다. 처리할 일이 많아서.”
오디스는 미끼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정중했다. 벨리온 길드 입장에서도 이렇게 따로 활동하는 팀들은 중요했다.
길드원의 수를 늘리지 않고도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병력이었으니까.
“일단 약속한 보상입니다.”
오디스의 뒤를 따라온 길드원이 백진희 앞에 세 개의 상자를 차곡차곡 쌓았다.
“아래에 있는 상자 두 개가 치료 포션이고, 나머지는 가장 위에 있는 상자에 있습니다. 확인해보시죠.”
그 말에 최진혁이 얼른 나서서 상자 안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오디스는 살짝 오만한 눈으로 백진희를 바라봤다. 초조함과 기대감이 뒤섞인 백진희의 눈빛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팀 대영은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상당한 실력자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그리고 그 팀을 이끄는 백진희는 절로 눈길을 끌 정도의 미인이었다.
오디스는 차근차근 팀 대영을 끌어들여 결국 백진희까지 얻고 싶었다.
물론 거기에는 팀 대영이 쓸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뭐, 그래봐야 변두리 중에서도 바닥에서나 통할 실력이긴 하지만.’
그건 오디스도 마찬가지였기에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더 위로 올라가겠다는 욕심만 내지 않으면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 수 있으니까.
“사실 이번 의뢰만 놓고 보면, 팀 대영이 기본 이상으로 기여했다고 보긴 좀 어렵습니다.”
오디스의 말에 백진희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도 그동안 팀 대영이 꾸준히 쌓아온 공적을 무시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약소하지만 이런 걸 준비해 봤습니다.”
오디스는 품에서 은을 세공해서 만든 제법 커다란 팔찌를 하나 꺼냈다.
손목 전체를 감쌀 정도 크기의 팔찌였는데, 안팎으로 빼곡하게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총 열 번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마도구입니다.”
팔찌가 일으킬 수 있는 불꽃은 참으로 보잘 것 없었다. 게다가 팔찌를 작동시키는 데에도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집중하지 않으면 불꽃이 생성되는 위치를 시전자가 정확하게 정할 수 없었으니까.
불꽃의 크기는 어린아이 주먹만 했고, 온도는 1300도에서 1500도 사이, 그러니까 촛불 정도였다.
불꽃 위치도 팔찌에서 먼 곳에는 지정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마법으로 쓰는 라이터 정도의 성능이었다.
하지만 그 불꽃을 마력의 힘으로 일으킨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건 향후 대영그룹 특수 연구팀의 중요한 연구재료가 될 것이다.
백진희는 그것을 소중하게 받았다.
“감사합니다.”
챙길 것을 모두 챙긴 팀 대영의 능력자들은 슬슬 돌아가고 싶어서 백진희와 오디스의 눈치를 살폈다.
오디스는 그런 분위기 자체에 만족하며 백진희에게 말했다.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보다시피 아직 우리 쪽 일이 산더미같이 남아서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군요.”
백진희가 빙긋 웃었다.
“저희도 돌아가 봐야 해요. 다음에 기회를 만들죠. 그럼 감사했습니다.”
백진희는 공손히 인사하고 팀원들을 챙겨 자리를 떴다.
오디스는 그런 백진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 * *
반태수는 왜곡을 펼친 채 멀리 떨어진 곳에서 팀 대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팀 대영이 보수로 커다란 상자 두 개를 받는 걸 확인했다.
저게 뭔지 참으로 궁금했다. 아마 보통 물건은 아니리라.
반태수는 마력의 안개를 뿜어냈다. 그것을 조절해서 팀 대영이 있는 쪽으로 쭉 밀어냈다.
이 세계의 마력은 워낙 거칠고 난폭해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니 마력이 허무하게 흩어졌다.
반태수는 이번에도 그것을 자신이 가진 코어의 마력으로 해결했다.
코어의 마력을 실처럼 뽑아 마력 안개의 중심을 잡았다.
마력 안개가 쭉쭉 나아가 이내 팀 대영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두 개의 상자를 마력의 안개가 덮었다.
그 안에서 읽어낸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태수에게 전달되었다.
‘포션이네?’
주로 치료 포션이고 마력 포션이나 체력 포션도 있었다.
포션에 대한 지식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적극적으로 연구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식이 확실히 자리 잡고, 그걸 언제든 이용할 수 있을 정도에 만족했다.
같은 일을 마법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굳이 포션을 만들 이유가 없었으니까.
다만 저기 있는 포션 중에서 능력 향상 포션은 연구해 볼 가치가 좀 있었다.
마력 안개를 통해 얻는 정보만으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반태수가 분석하기에는 몸의 체질에 변화를 주는 포션 같았다.
체질을 어떤 식으로 바꾸는 건지는 몰라도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중요했다. 방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제법 괜찮은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묘하네.’
포션에 담긴 마력이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이 세계의 마력답지 않게 말이다.
‘하긴, 이 세계의 마력처럼 난폭한 마력이 포션에 담기면 답이 없긴 하지.’
제대로 포션이 작용하기도 전에 마력 폭주로 몸이 망가져 버릴 테니까.
아무튼 여기서 포션을 보고 나니, 거기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겸사겸사 육체와 관계된 마법도 연구하고.
그동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포션과 마찬가지로 기본만 하고 말았었다.
한데 이번에 이 세계를 겪고 나니, 필요성이 느껴졌다.
반태수는 포션을 확인한 다음 마력의 안개를 그 주변으로 좀 더 넓게 펼쳤다.
그러면서 오디스와 백진희의 반응을 살폈다.
저들이 과연 자신의 마력을 감지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몸에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마력과 닿은 상황이니 알아차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오디스와 백진희는 반태수의 마력이 온몸을 휘감았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력의 안개라는 것이 은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직접 닿았는데 못 알아차리는 건 좀 이상했다.
아무튼 그렇게 상황을 살피고 있을 때, 오디스가 팔찌를 꺼냈다.
‘저게 마도구로군.’
마력의 안개를 통해 팔찌의 정보를 빨아들였다.
‘조잡하네.’
반태수의 기준에서 굉장히 조잡한 마도구였다.
보통 부여 마법으로 만든 마도구는 마력 안개만으로는 정보를 분석하기 어렵다.
한데 저 마도구는 어찌나 조악한지 순식간에 정보를 분석해 버렸다. 심지어 저 안에 어떤 식으로 마법진을 구성했는지까지 파악해 버렸다.
‘고작 저런 걸 얻으려고 그 위험한 일을 하는 건가?’
부여 마법은 반태수가 특히 신경 쓴 분야 중 하나였다. 현실에서 굉장히 쓸모가 많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감지 계열 마법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있었다.
그런 반태수가 보기에 저 은팔찌는 녹여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영속성도 없다. 고작 열 번쯤 쓰고 나면 정말 순수한 은팔찌만 남게 된다.
반태수는 문득 팀 대영을 자신이 잘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구가 아닌 이곳에서 말이다.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나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미래는 확신할 수 없으니까.
더구나 아직 반태수는 이 세계에 대해 잘 모른다. 지식과 정보가 더 쌓이면 저들이 필요할지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저런 자들이 팀 대영만 있는 게 아니랬지?’
다른 팀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들이 이 도시에서 활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태수가 그렇게 미래의 계획을 조금씩 구상하고 있을 때, 팀 대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들고 온 짐과 포션 상자를 전부 챙겨서 이동을 시작했다.
반태수는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띄운 채 조용히 따라갔다.
아직 날이 새지 않아 어두웠다. 그래서 왜곡이 드러날 가능성이 낮았다.
반태수는 지구로 돌아가면 빛의 왜곡도 좀 더 연구해서 손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더 정교하고 교묘해야 한다.
그리고 얼굴을 가리는 방법에 대한 것도 고민해야 한다.
‘돌아가면 할 일이 많겠군.’
반태수는 생각 하나를 할당해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하면서 팀 대영을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