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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1화 (11/351)

11. < 팀 대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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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태수는 처음 포탈을 넘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이 세계의 마력이 자신의 몸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그걸 회전을 통해 피부 아래에 둘렀고 말이다.

자신의 통제 하에 있지 않은 이질적인 마력이 몸을 장악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백진희도 그와 똑같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자신과는 달리 그 마력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가 저것이다.

막대한 마력을 온몸에 품고 그것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아마 저 마력은 지구로 돌아갈 때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는 건 지구로 돌아갈 때도 포탈을 이용한다는 뜻이겠구나.’

포탈을 분석해보고 싶었다. 차원을 넘나드는 기능에 마력을 줬다 빼앗는 능력까지 가졌다.

아마 상상도 못할 고도의 마법 체계가 그 안에 있을 것이다. 그걸 연구하는 것만으로 마법의 수준을 지금보다 몇 단계나 높일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여기도 전부 마찬가지네.’

이곳 역시 마력 코어를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력 코어를 가진 건 마수들뿐이었다.

그리고 가진 마력을 쓰는 것도 굉장히 단조롭고 비효율적이었다.

자신이라면 저런 식으로 마력을 쓰지 않는다. 설사 코어가 없고 몸 전체에 마력이 흩어져 있더라도 말이다.

지금 마수 사육장 안으로 들어온 미끼들은 적당한 수로 나뉘어 마수를 상대하고 있는 팀들에게 합류했다.

물론 합류한다고 해서 당장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팀들은 금세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의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미끼였다.

마수의 관심과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아니, 각 팀에서 미끼들을 효과적으로 다뤘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그들은 미끼의 안위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들을 부렸다.

미끼를 마수에게 내던지다시피 했다. 마수를 미끼 쪽으로 유인하기도 했고.

그렇게 마수의 시선을 돌린 뒤, 빈틈을 찌르듯 공격했다.

게다가 미끼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반태수 일행이 검은 마스크를 쓴 걸 보고서 자신들도 굳이 이런 일을 하면서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때문에 미끼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바로 구분할 수 있어서 오히려 미끼를 이용하기가 편했다.

미끼들은 죽지 않기 위해 발악했다. 사방으로 뛰고 뒹굴면서 마수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마수와 가까워지는 경우가 생겼다.

그건 제법 큰 문제를 일으켰다. 간신히 마수의 공격을 피한 미끼에게 다른 마수가 달려들었으니까.

반태수가 속한 미끼조에게 닥친 일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태수가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었으니까.

텅!

달려들던 마수가 마치 누군가에게 옆구리라도 후려 맞은 듯 옆으로 튕겨 나갔다.

쿠과과광!

바닥을 마구 구르며 밀려난 마수가 거칠게 포효하며 자신이 노렸던 미끼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크워어어!”

미끼는 다급히 도망쳤고, 빠르게 팀의 능력자들이 마수에게 달라붙어 공격을 퍼부었다.

그걸 지켜보던 반태수는 속으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력 저렇게 쓰는 거 아닌데.’

저래서 언제 마수를 죽이겠는가. 저들은 그저 주먹에 마력을 두르고 무작정 휘두르고 있다.

저렇게 하면 겉으로는 충격을 줄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입히지 못한다.

‘마수랑 싸운 경험이 없는 건가?’

아니면 여기 있는 마수들이 특별한 걸까?

아무튼 저 마수들에게 제대로 피해를 주려면 충격을 내부로 투사해야 한다.

마법사라면 관통 속성을 부여해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순수하게 마력만을 이용한다면 마력이 침투할 수 있도록 수를 쓰면 된다.

뾰족하게 정형하고 드릴처럼 회전시키면 충분히 저 정도 가죽은 뚫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무기는 왜 안 쓰는 거지?’

칼이나 창 같은 것에 마력을 담아 찌르면 최대한 안쪽까지 마력을 퍼부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이곳 마수 사육장에서의 전투는 그런 의문이 계속 생기게 만들었다.

반태수는 아무도 모르게 마법을 써서 위험할 때마다 도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오디스가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마법사의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반태수가 마법사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투는 굉장히 지지부진했다. 이대로라면 답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오디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저건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 믿을 구석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마수 사육장에 새로운 인물이 도착한 것이다.

반태수는 갑자기 입구 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하면서도 정제된 마력에 깜짝 놀라 그쪽을 쳐다봤다.

온몸이 차돌 같은 근육으로 꽉 찬 사내가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가 가진 마력은 오디스의 세 배 정도였다.

게다가 마력이 잘 정제되어 있어서 난폭하거나 거친 성질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지구의 마력과 비교하면 폭풍 속 바다 같았지만.

그는 곧장 오디스에게 걸어갔다.

“오셨습니까.”

“밖에 마수는 네가 죽인 거냐?”

“아닙니다.”

오디스는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내가 오디스의 말을 막았다.

“일단 상황부터 정리하지. 네가 있는 걸 보니 근거지 쪽은 끝난 모양이지?”

“예. 그쪽은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싸움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야. 그건 알지?”

“예. 저 빼고 다 남아서 뒤지고 있으니 금방 찾을 겁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장 가까이 있는 마수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등에는 거대한 검이 매달려 있었다.

사내가 검 손잡이를 잡자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등에 붙어 있던 검이 분리되었다.

사내의 몸에 있던 마력이 검으로 쭉 밀려들어갔다.

검에 하얀 빛이 점멸했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의 성질이 검에 들어감과 동시에 변했다. 빛이 점멸하는 이유는 마력이 검에 완벽하게 깃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력의 흐름이 끊어질 때마다 빛이 점멸하는 것이다.

‘관통이다.’

대검에 깃든 마력의 속성은 관통이었다. 정확히 검에만 관통 속성이 붙었다.

마법을 쓰지 않고 마력의 속성을 바꿔서 가성비가 지극히 낮아 마력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가 가진 마력의 양이 상당해서 별로 힘들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사내는 마수와 적당한 거리가 되자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의 발아래에서 마력이 살짝 폭발하며 추진력을 더해주었다.

순식간에 마수에게 바짝 붙은 사내가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관통 속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이었다.

쩍!

상체를 낮게 깔고 있던 마수의 미간을 사내의 검이 파고들었다.

관통 속성 마력이 뇌를 뚫고 뒤로 빠져나갔다.

마수는 뇌에 구멍이 뚫리고도 그냥 죽지 않았다. 그 상태로 사내에게 몸을 던지며 앞발을 휘둘렀다.

고양이 모양 마수였는데, 앞발의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사내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마수의 앞발을 피했다.

쿠웅!

마수는 앞발을 휘두르며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죽은 것이다.

“후우우.”

사내는 몸을 일으킨 다음 두 번째 마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 식으로 사육장 내의 모든 마수를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5분 정도였다.

오디스는 사내가 마수를 전부 처리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마수랑 싸우느라 여기 있는 사람들이 고생했지.”

“셰딤의 잔당을 처리하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별 거 아니었다. 하도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서 좀 귀찮긴 했지만.”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제 가서 마무리해라. 난 이만 쉬러 갈 테니까.”

“예. 맡겨 주십시오.”

사내는 입구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내 그가 사라지자, 오디스가 손뼉을 짝짝 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자, 이제 끝내자고. 일단 마수 사체를 밖으로 끌어낸 다음 대기해. 나머지는 우리 애들이 와서 마무리할 테니까.”

탐색은 벨리온 길드에서 도맡아야 한다. 그래야 마수 사육이나 셰딤이 감추고자 하는 비밀을 벨리온 길드가 독점할 수 있으니까.

그 중 적당한 것을 추려 시 정부로 보내고 나머지는 벨리온 길드에서 꿀꺽 삼킬 계획이었다.

팀을 이룬 능력자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모습은 패잔병이나 다름없었다. 힘없이 쳐진 어깨, 간간이 나오는 한숨. 그리고 칙칙하게 가라앉은 눈빛까지.

반면 미끼들은 상태가 좋았다. 어쨌든 그들은 돈을 벌었고 살아남았으며, 마수를 상대로도 훌륭히 제 역할을 했다.

미끼들은 능력자들이 다 나간 후에야 움직였다. 그리고 반태수도 중간쯤 섞여서 나갔다.

되도록 백진희의 눈에 띄지 않고자 함이었다. 최진혁은 여전히 기절한 채 못 깨어나고 있었고.

미끼들 사이에 끼어서 밖으로 나가니, 오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굉장히 아쉬운 표정이었다. 마법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태수는 그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마법사를 알아보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다. 코어가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설마 그걸 모르나? 마력을 감지하지 못하는 건 아닐 테고.’

그 엄대협조차 반태수가 피부 아래에 두른 마력을 확인하고 다가왔다.

브로커들이 미끼를 찾아내는 방법이 마력을 확인하는 것이니 마력을 감지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오디스쯤 되는 수준이라면, 아니, 오디스는 무리더라도 아까 마수들을 처리하던 사내 정도라면 반태수가 마법사라는 것 정도는 단번에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여기 마력이 불안정해서 감지도 그런 식인가?’

아니면 반태수가 난폭한 마력을 겉에 둘렀기에 내부에 있는 코어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당장 짐작이 가는 건 그 두 가지였다.

아무튼 재미있었다. 이제 백진희를 잘 따라다니면서 돌아가는 포탈을 찾고, 그 포탈을 잘 분석하면 된다.

그걸 토대로 돌아간 뒤에 자신이 쓸 만한 새로운 포탈을 찾아내는 것이 다음 목표였다.

아무튼 오디스가 미끼들 앞에서 차마 돌아가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결국 오디스는 마법사를 찾는 걸 잠정적으로 포기했다.

“이 중에 혹시 마법사가 있거든, 나중에 꼭 우리 벨리온 길드를 찾아주십시오. 이번 의뢰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오디스의 말에 미끼들이 눈을 반짝이며 서로를 바라봤다.

어쩌면 정말로 자신들 중 누군가가 마법사일 수도 있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브렛이 불현듯 말했다.

“우리 서로 연락처라도 교환하는 것이 어때? 어차피 이 바닥에 발을 들였는데, 서로 도움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잖아?”

그 말에 반태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마스크가 없었다면 굉장히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하긴 마스크가 없다면 외모 때문에 훨씬 시선을 모으겠지만.

그렇게 난감해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난 핸드폰 없는데.”

“나도.”

그제야 반태수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평범한 사연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이지.’

다른 세계에서 포탈을 타고 넘어온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 저쪽 팀에는 좀 있는 모양이지만.

‘팀 대영이라고 했지?’

오디스가 그들과 대화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나온 단어가 ‘팀 대영’이었다.

문득 백진희에게 받았던 명함이 떠올랐다. 대영물산 특수 자원관리부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대영 그룹에서 관리하는 마법사, 아니, 능력자 집단이라는 뜻이다.

‘다른 재벌들도 휘하에 능력자 팀을 뒀겠지?’

포탈이 있던 곳에서 들었던 대화 중에 분명히 다른 팀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반태수에게 브렛이 다가왔다.

브렛은 자신의 번호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 혹시 너도 전화가 없나?”

반태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브렛이 말을 이었다.

“그럼 혹시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브렛의 눈은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형형하게 살아 있었다. 앞으로 뭔가를 해볼 모양이었다. 아마 잘 될 것이다. 눈빛이 보여주는 만큼의 열정을 불태운다면.

물론 저 툭 튀어나온 배는 좀 집어넣어야 할 것 같지만.

미끼들은 그렇게 연락처를 주고받은 다음 흩어졌다. 몇몇은 뭉쳐서 브로커를 찾아가기로 했다. 반태수 일행과 달리 다른 미끼들은 선금조차 못 받았으니까.

반태수도 그들을 따라 자리를 떴다. 그리고 주변에 모습을 감추고 몸 주위에 빛의 왜곡을 펼쳤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포탈을 찾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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