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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10화 (10/351)

10. < 팀 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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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스는 미끼들을 데리고 지금 한창 작전 중일 셰딤의 마수 사육장으로 향했다.

솔직히 미끼들이 살아남을 줄은 몰랐다.

셰딤은 굉장히 잔인하고 독한 놈들이었다. 그들이 승리했다면 저 어설픈 미끼들처럼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미끼들의 역할은 셰딤의 조직원들을 근거지에 묶어두는 것과 그들의 힘을 빼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힘이 빠진 셰딤의 근거지를 벨리온 길드에서 나서서 정리하면 끝이었다.

마수 사육장 쪽도 마찬가지였다.

팀 대원을 포함한 다섯 개 팀에 의뢰를 넣었다. 그들이 할 일은 마수 사육장의 마수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마무리만 벨리온 길드에서 나서기로 했다.

힘들고 고되고 지저분한 일은 의뢰를 통해 맡기고, 핵심만 챙기는 것이 이번 계획의 요지였다.

애초에 셰딤의 저력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 세운 계획이었기에 잘못될 가능성은 없었다.

한데 계산이 빗나갔다.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개입한 것이다.

‘마법사라니.’

미끼들을 전원 재고용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저들 중에 마법사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저들 중 누군가가 마법사와 인연을 맺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지나가던 마법사가 우연히 흥미를 느끼고 개입했을 가능성도 지극히 낮지만 없는 건 아니다.

그 마법사와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 수 있다면, 무조건 남는 장사다.

미끼들에게 지급한 돈 따위 아까울 것도 없다. 벨리온 길드의 재정은 탄탄하기 그지없으니까.

게다가 이번 일이 마무리 되면 셰딤의 연구자료로부터 얼마든지 돈을 뽑아낼 수 있다.

시 정부로부터 받을 보상금도 만만치 않고 말이다.

다행히 미끼들이 전부 의뢰를 받아들였다. 저들 중 한 명이라도 빠졌으면 굉장히 난감했으리라. 빠진 자가 마법사와 관계된 자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변수까지 순조롭게 통제했다. 이제 과실을 따먹는 일만 남았다.

오디스는 그렇게 계산을 마무리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일이 다 끝나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 * *

부지런히 걸어서 그런지 셰딤의 마수 사육장에는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반태수는 마수 사육장이라는 곳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상당히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한데 그 마력이 이 세계의 마력이 아니었다.

이 세계의 마력은 난폭하고 거칠다. 한데 마수 사육장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잔향은 깔끔하게 정제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겁고 어두웠다.

마수는 한 마리밖에 겪어보지 않았지만, 마수가 품은 마력도 분명히 이 세계의 마력이었다.

‘여기서는 코어를 하나쯤 챙길 수 있을까?’

아까 싸웠던 마수는 죽으면서 코어가 흩어져 버렸다.

아마 다른 마수들도 죽으면 코어가 흩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마수의 코어를 가져가 연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수 사육장을 둘러보고 싶기도 했다.

‘한창 싸우는 모양이네.’

마력과 마력이 부딪치며 생기는 강렬한 마력 파동이 여러 차례 느껴졌다.

“다 왔다.”

오디스의 말에 다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의뢰를 받을 때는 돈 때문에 한껏 흥분하고 들떴는데, 막상 여기까지 오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셰딤의 마수 사육장은 들어가기 전인데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수 사육장의 겉모습은 거대한 창고 같았다.

높이가 10미터도 넘고 폭이 5미터도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마수가 도망칠 수도 있으니 들어간 다음 문을 닫는 걸 잊지 마라. 마지막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문을 닫는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오디스가 문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꽈앙!

문의 오른쪽 부분이 터지면서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사람이었다.

반태수는 반사적으로 누군지 확인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꽝! 꽝! 꽝!

세 번의 폭음과 함께 문에 세 개의 구멍이 더 뚫렸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사람도 셋이 추가되었고.

오디스는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다급히 문을 열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문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꽈아아앙!

철과 나무를 섞어서 만든 단단한 문이었는데, 그것이 산산이 조각나 문 앞쪽을 휩쓸어 버렸다.

오디스는 몸을 살짝 웅크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자신에게 쏟아지는 문의 잔해를 견뎌냈다.

마력의 작용 덕분에 몸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디스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박살 나 문이 사라진 입구에서 거대한 마수가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마수의 모습은 거대한 고릴라와 비슷했다. 상체를 단단한 갑각이 감싸고 있어서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반태수는 마수를 보자마자 일단 마력부터 뿜어냈다. 마력의 안개가 고릴라 마수를 뒤덮었다.

‘코어가 3개네?’

고릴라 마수는 코어를 3개나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심장에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각각 양 손에 있었다.

양 손의 코어에는 특별한 마력이 맴돌았다. 반태수는 그것이 마법진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바로 파악했다.

‘오른쪽은 충격파. 문을 부순 게 저것인 모양이군.’

아까 문이 터져 나갈 때, 반태수는 거기서 휘몰아치는 마력을 분명히 감지했다. 마법을 쓴 뒤에 나타나는 흔적이었다.

‘왼쪽은······ 전격 계열인가?’

전형적인 전격 계열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더 정확한 걸 알아내려면, 직접 마법을 관측하거나, 아니면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했다.

지금으로서는 주먹에 전격을 두르는 건지, 전격을 날리는 건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아무튼 위험한 능력을 두 개나 가지고 있으니 섣불리 다가가다간 지금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될 것이다.

“뭣들 하고 있어! 가만히 서서 죽을 거야! 다들 달려들어!”

오디스가 미끼들에게 외쳤다. 그리고 그대로 땅을 박차고 마수에게 달려들었다.

마수의 시선이 오디스에게 힐끗 돌아갔다. 그리고 그쪽을 향해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꽈앙!

강렬한 충격파가 오디스를 덮쳤다. 하지만 오디스는 옆으로 뛰면서 그걸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의 옆구리 부분 옷자락이 퍽 터져버렸다. 하지만 충격파가 직접 몸에 닿지는 않았다.

괴물에게 가까이 다가간 오디스가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오디스의 주먹이 전격으로 파직거렸다.

그걸 본 반태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그거 아닌데.’

고릴라 마수는 전격 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굉장히 높았다. 전격 능력을 가졌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빠악!

오디스의 주먹이 고릴라 마수의 허벅지에 꽂혔다. 그 안으로 전격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고릴라 마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내려 오디스를 쳐다봤다.

오디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즉시 뒤로 몸을 날렸다.

부아앙!

방금 오디스가 있던 자리를 고릴라 마수의 발이 훑고 지나갔다.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면 아마 몸이 터져버렸으리라.

“다들 공격하라니까!”

오디스가 다시 외치자, 미끼들이 주춤주춤 움직였다. 어쨌든 돈을 받았으니 돈값을 하긴 해야 했다.

하지만 아까 그 늑대 마수 앞에서도 꼼짝을 못하던 미끼들이 이런 거대한 고릴라 마수에게 달려들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들 엉거주춤한 자세로 머뭇거리기만 했다.

오디스는 답답했다. 누가 마수의 시선이라도 끌어줘야 자신이 뭐든 해볼 텐데 저러면 어떻게 마수를 물리친단 말인가.

‘그나저나 저렇게 무시무시한 마수를 사육했다고? 고작 셰딤이?’

고릴라 마수가 이번엔 미끼들 쪽으로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꽈앙!

강렬한 충격파가 전방을 휩쓸었다.

콰아아아!

그리고 무언가에 막혔다.

꽈아앙!

반태수가 미리 준비해둔 실드였다.

“크워어어어!”

고릴라 마수가 포효했다. 그리고 냅다 달려들어 실드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꽈아앙!

고릴라 마수의 그 무지막지한 파괴력에도 실드는 굳건하게 버텨냈다.

반태수가 만든 실드는 기본적인 마법으로 제공하는 실드보다 훨씬 강력했다.

고릴라 마수는 실드를 몇 차례 가격하더니 이내 왼쪽 주먹을 꽉 쥐었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강렬한 전류가 주먹을 휘감았다.

꽈아아앙! 꽈르릉!

실드를 타고 전류가 사방으로 흘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드는 멀쩡했다.

이번엔 오른쪽 주먹을 들었다. 주먹 주변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고릴라 마수가 실드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퍼엉!

“꾸어엉!”

실드가 충격파를 반사해 고릴라 마수를 덮쳤다. 고릴라 마수는 그 충격에 뒤로 훅 날아가 마수 사육장 입구에 처박혔다.

꽈과과광!

입구 근처의 벽이 무너지면서 고릴라 마수를 덮쳤다.

반태수는 그걸 보며 미리 준비한 마법을 차례대로 펼쳤다.

고릴라 마수의 외부는 단단하고 전격에도 강하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았다.

방금 충격파를 맞으면서 내부가 흔들리는 바람에 잠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다.

미리 준비한 마법진이 발동하며 쓰러진 고릴라 마수 위로 막대한 마력이 모여들었다.

반태수는 그 마력에 관통 속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내리찍기.’

마력이 해머처럼 고릴라 마수의 가슴을 내리찍었다.

떠엉!

그 한 방에 마수의 심장이 터졌다.

“그워억!”

고릴라 마수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심장이 터졌는데도 마수는 바로 죽지 않고 비척비척 일어났다.

그리고 미끼들을 향해 한 발씩 쿵쿵 걸었다.

다들 기가 질린 표정과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고릴라 마수는 그렇게 일곱 걸음을 걷고 앞으로 쓰러졌다.

쿠웅!

한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상황에 압도된 것이다.

이번에도 누군지 모를 마법사가 자신들을 도왔다.

그런데도 고마운 마음보다는 왠지 무서웠다.

가장 먼저 입을 열고 움직인 사람은 오디스였다. 그 역시 방금 상황에 놀랐지만, 이렇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체 마법사는 어디 있는 거지?’

마법사를 찾고 싶었지만 어디서 마법을 쓰는지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일단 상황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다들 안으로 들어가! 이제부터 머뭇거리면 의뢰 포기로 간주한다. 의뢰 포기하면 세 배로 물어줘야 하는 거 알지?”

다들 화들짝 놀라 마수 사육장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오디스는 미끼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다음, 쓰러진 마수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 * *

사육장 안은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서 마수와 능력자들이 싸우고 있었다.

마수의 수는 총 네 마리였다.

그 네 마리를 네 개의 팀이 각각 하나씩 맡았다.

그리고 벨리온 길드의 길드원들이 필요한 순간마다 도왔다.

팀 대영의 리더인 백진희는 이를 악물고 마수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꽝!

강력한 일격을 먹이고 재빨리 빠져나왔다.

후웅!

마수의 꼬리가 방금 그녀가 있던 곳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 틈에 나머지 팀원들이 마수의 몸에 주먹을 때려 박은 후 물러났다.

퍼버버벙!

마력을 한껏 담은 주먹질이었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그들이 맡은 마수의 능력 때문이었다.

온몸에 비늘이 달린 인간형 마수였는데, 키가 3미터나 되는 거인인 데다가 굵은 꼬리까지 달려 있었다.

꼬리로 후려치는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초반에 접근했다가 한 대 맞은 최진혁은 그대로 기절해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이 마수의 비늘은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흡수한 충격을 각 비늘이 미세한 떨림을 통해 꼬리로 전달해 그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최진혁이 꼬리 한 방에 기절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무튼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아무리 주먹을 날려도 큰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속성력이었다.

한데 팀 대영에서 속성력을 가진 사람은 최진혁뿐이었다.

“아오! 하여튼 하루라도 말썽을 안 피우는 날이 없어!”

백진희가 짜증을 내며 마수에게 달려들어 또 주먹질을 하고 꼬리를 피했다.

어쨌든 지금은 최진혁이 깨어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팀들 역시 마수와의 싸움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마수 한 마리가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했다.

그렇게 열심히 싸우는 팀 대영의 모습을 반태수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력이······ 훨씬 늘었네?’

지구에 있을 때보다 100배 정도 많아졌다.

백진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원들 전부 그랬다.

‘역시 그게 그런 거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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