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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다-9화 (9/351)

9. < 예상치 못했던 일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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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에는 다행히 마수가 없었다. 하지만 싸움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반태수가 있던 쪽에는 브렛 같이 마력량이 높은 사람이 섞여 있고, 반태수가 지원했기에 비교적 쉽고 빠르게 싸움이 끝났지만, 반대쪽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셰딤의 조직원들에게 형편없이 밀렸다.

그래도 반태수 일행이 도착하기 전까지 죽은 사람은 없었다. 다친 사람은 많았지만.

반태수 일행이 도착한 뒤부터 전황이 뒤바뀌었다.

셰딤 조직원들의 뒤를 치게 되었기에 기습의 효과까지 있었다.

브렛이 황소처럼 돌진해 적의 뒤를 파고들었고, 그가 그렇게 벌린 틈을 나머지 미끼들이 쑤시고 들어갔다.

브렛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돌진해 적을 둘로 가르고 일행에 합류했다.

그렇게 덩치를 키운 다음 셰딤의 조직원들을 압박했다.

싸움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결국 셰딤은 수적 우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브렛은 마치 자신이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려 쓰러진 셰딤의 조직원들을 꽁꽁 묶었다.

그렇게 사로잡은 모든 조직원들을 한데 모았다. 이제 상황이 끝났으니 이들을 데리고 나가거나, 아니면 벨리온 길드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다들 한데 모여 있을 때, 브렛이 무심코 말했다.

“뭔가 돈 될 만한 게 있지 않을까?”

그 말에 다들 눈을 번득였다.

명색이 건물까지 갖고 있고, 마수를 끌어들일 정도로 저력이 있는 조직인데, 뭐라도 건질 게 있지 않겠는가.

“이놈들을 지킬 사람도 필요하니 순번을 정해서 뒤져볼까? 아니면 싹 뒤져서 여기 모은 다음 공평하게 나눌까?”

“뭘 지켜? 그냥 내버려 둬도 아무 일도 없을 텐데.”

“혹시 모르잖아. 숨어있는 놈이 있을지도. 내버려뒀다가 이놈들 풀어주면 아주 골치 아플 걸?”

그때 누군가가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싹 죽여 버리자.”

“뭐?”

“어차피 임무가 이놈들 싹 죽이는 거 아니었어? 굳이 이렇게 살려놔도 결국은 벨리온 길드가 오면 다 죽여 버리지 않을까?”

그 말에도 다들 망설였다. 아직 사람을 제대로 죽여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끼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런 일의 경험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는 뜻이다.

그때 반태수가 나섰다.

“여긴 내가 지킬 테니까 다들 다녀와.”

“너 혼자?”

브렛의 물음에 반태수가 씨익 웃었다.

“충분해. 수상한 놈이 오면 소리칠 테니까 도와주러 오면 되잖아. 난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되고.”

“하긴.”

다들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지.”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

* * *

반태수는 꽁꽁 묶인 채 쓰러져 있는 셰딤의 조직원들을 슥 훑어봤다.

지금 이곳은 건물의 2층이었다.

싸운 장소도 2층이었다. 셰딤의 조직원들이 전부 2층에 있었기에 위층에는 올라갈 일도 없었다.

물론 확인은 했다. 대충 둘러보며 더 이상 적이 없다는 건 확신을 내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여길 지키고 있는 것이다.

2층은 세 개의 큰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양쪽 방이 계단과 이어져 있고, 중간에 있는 방은 양쪽 두 방을 합한 것보다 더 컸다.

그 중간 방에 셰딤의 조직원들을 모아놓았다.

반태수는 마력을 뽑아냈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마법진 하나를 그리고 거기에 의념을 실었다.

샤아아아.

마법이 발동하며 가루가 되어 은은히 빛나는 마력 알갱이들이 셰딤의 조직원들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방안에 적막이 감돌자, 홀로 남은 반태수는 그제야 주먹을 꽉 쥐었다.

오늘이 첫 번째 실전이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처음치고는 너무나 잘했다.

뒤늦게 희열이 찾아왔다.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떤 반태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자신에게 이런 성향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오늘 싸웠던 마수보다 더욱 강력한 적과 싸우고 싶었다. 더 복잡하고 스릴 넘치는 전투를 원했다.

물론 진짜 죽을 위기에 빠지면 어떤 마음이 들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그조차 괜찮을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안정만을 찾았다. 그래서 삶을 안정시킨 다음, 대부분의 시간을 마법 연구에 쏟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한데 막상 여기로 와서 전투를 겪어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지구에서는 안정을 찾고, 여기서는 전투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이 세계와 지구를 연결하는 자신만의 포탈이 필요하다. 아니면 포탈을 가진 조직에 들어가거나.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반태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굳이 자신이 셰딤의 조직원들을 지키겠다고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저들을 전부 재운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아까 마수와 싸울 때, 마력의 안개를 통해 정보를 입수할 때, 마수의 정보 말고 다른 정보를 하나 얻었다.

그 방에 있는 벽에 마법적 처리가 된 부분이 있었다.

전투가 더 급해 디테일한 분석은 하지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은신과 관계된 마법이라는 건 확인했다.

거기에 분명히 무언가 감춰뒀을 것이다.

옆방으로 들어간 반태수는 곧장 아까 그 자리로 갔다.

벽의 아랫부분을 확인해 보니 확실히 감춰진 마력이 감지되었다.

반태수는 자신의 코어에서 마력의 실을 뽑아 조심스럽게 마법에 접촉했다.

이곳의 마력은 분석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까처럼 전투 상황에서 광범위하고 러프하게 쓸 때는 괜찮지만 지금처럼 세밀한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태수는 차근차근 마법을 분석했다. 수준 높은 마법은 아니었다.

물리적, 시각적으로 외부와 안쪽 공간을 차단하는 마법이었다. 별다른 보안도 적용되지 않은 정말 단순한 마법이었다.

이런 건 힘으로 뜯어도 되지만, 굳이 흔적을 남길 이유가 없기에 마법을 부분적으로 해체했다.

나중에 다시 감쪽같이 복원할 생각이었다.

안쪽 공간이 살짝 드러났다. 거기에는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반태수는 마력의 실을 뽑아 USB를 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마법을 다시 복원했다. 애초에 건드린 부분이 많지 않기에 복원도 간단했다.

USB를 품에 넣은 반태수는 다시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도 혹시 감춰진 공간이 있는지 마력을 풀어 확인했다.

‘없네.’

내친 김에 다음 방도 가서 확인했지만 그곳에도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다.

어쨌든 재미있는 걸 얻었다. 아마 벨리온 길드에서 여기, 셰딤이라는 조직을 공격한 이유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방을 모두 조사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온 반태수는 남은 문제를 고민했다.

이제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의뢰 덕분에 돈은 좀 벌었으니 얼마간 버티는 건 가능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게 가능할까?’

반태수는 백진희 일행을 떠올렸다.

그들도 벨리온 길드의 의뢰를 받았다고 했다. 여기 없는 걸 보면 아마 마수가 있는 쪽으로 간 모양이었다.

이후의 일이 어찌 될지 모르지만 만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으리라.

잠시 고민하고 있으니 브렛을 비롯한 미끼들이 돌아왔다.

‘뭔가 찾긴 찾았나보네.’

표정들이 밝았다.

“혼자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자, 이건 네 몫이다.”

브렛이 다가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 위에는 지폐 한 뭉치가 놓여 있었다.

“위에 금고가 있더라고. 열어보니 현금이 잔뜩 있어서 좀 챙겼지.”

반태수는 고맙다고 말하며 돈뭉치를 받았다.

안 그래도 당장 쓸 수 있는 쪼개진 돈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 됐다.

저들이 돈만 찾았을 리 없지만, 반태수는 다른 물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마 다른 모든 것을 다 합해도 반태수가 얻은 USB가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곧 오겠지. 벨리온 길드가 여길 그냥 방치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럼 우리가 다 들쑤시고 다닌 걸로 뭐라고 하지 않을까?”

“그럼 우겨야지. 아니지. 어차피 의뢰도 다 끝났는데 그냥 튈까?”

브렛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다들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튀긴 뭘 튀어. 돈 받아야지. 아직 한 푼도 못 받았는데.”

그제야 브렛은 저들과 자신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반태수를 바라봤다.

“그럼 일단 벨리온 길드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겠군.”

“근데 여긴 창문도 없네.”

한 사람이 투덜거리면서 계단으로 갔다. 3층에는 창문이 있던 것을 확인했기에 그리로 가서 밖을 살펴보고자 함이었다.

그냥 기다리기만 하려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3층으로 올라갔던 자는 거의 올라가자마자 다시 내려왔다.

“누군가 이리로 오고 있어.”

이제야 벨리온 길드에서 사람이 나온 모양이었다.

잠시 후,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다들 알고 있는 오디스였다. 오디스 뒤로 낯선 얼굴들이 보였다.

오디스는 놀란 눈으로 2층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봤다.

“설마······ 전부 사로잡은 건가?”

“뭐, 그렇게 됐수다. 그쪽에서 지원해준 마법사 덕분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니까? 여기도 마수가 있더라고.”

“뭐?”

오디스의 눈이 커다래졌다. 마수가 있는데도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아니, 그보다 마법사라니. 대체 누가 마법사를 지원해줬단 말인가.

벨리온 길드가 그리 작은 곳은 아니지만, 마법사를 보유할 정도로 대단치는 않았다.

마법사가 어디 흔히 볼 수나 있는 존재던가.

한데 마법사가 도왔다니.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 얘기, 좀 더 자세히 해봐. 마법사라니?”

오디스의 물음에 브렛은 아까 겪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오디스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아무튼 우리 일은 이제 끝났으니 이만 가보겠소.”

브렛은 그렇게 말하고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오디스가 손을 들어 브렛의 움직임을 막았다.

“잠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추가 의뢰를 하지. 남은 일도 계속 도와줬으면 하는데, 어때?”

그 말을 듣고 다들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들 돈이 궁해서 여기에 온 사람들이다. 돈을 더 준다는데 굳이 안 할 이유는 없었다.

“대신 돈은 선불로 줬으면 하는데?”

브렛의 말에 오디스가 피식 웃었다.

“우리는 언제나 선불로 의뢰금을 지불한다.”

그 말에 브렛 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뭐? 선불로 지불한다고? 난 아직 한 푼도 안 받았는데?”

오디스는 어깨를 으쓱 했다.

“그건 브로커랑 상의해. 돈을 그쪽에 넘겼으니까.”

오디스는 그렇게 말한 다음 휙 돌아섰다.

“일단 나가자. 아, 저놈들 전부 끌고 오는 거 잊지 말고. 참, 돈은 밑에서 주지.”

오디스를 비롯한 벨리온 길드 사람들이 나가자, 남은 사람들이 얼른 셰딤 조직원들을 각자 한 명씩 짊어지고 움직였다.

* * *

엄대협은 오디스가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슬슬 움직일 준비를 했다.

아마 다 죽었을 테니 얼른 들어가 그놈들이 가진 황금카드를 회수해야 한다.

오디스가 죽은 시체를 뒤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도 브로커들이 선수금을 절대 안 준다는 걸 아니까.

벨리온 길드 사람들이 건물을 떠난 다음에 들어가면 된다.

엄대협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지급한 돈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왔다.”

엄대협이 히죽 웃었다. 드디어 건물에 들어갔던 오디스 일당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바로 사라졌다.

“어? 저거 뭐야?”

아까 투입했던 미끼들이 어깨에 한 사람씩 짊어지고 우르르 나오고 있었다.

엄대협은 반사적으로 숫자를 셌다.

“시발, 한 놈도 안 죽은 거야?”

안 죽고 의뢰를 성공해 버렸다. 돈을 회수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한데 거기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디스가 자신의 차에서 커다란 가방을 꺼냈다. 엄대협은 저 가방이 뭔지 안다. 황금수표가 들어있는 가방이다.

브로커들에게 대금을 지급할 때도 저 가방에서 돈을 꺼내준다.

“이거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오디스가 황금수표를 미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즉, 즉석에서 벨리온 길드가 의뢰를 맡긴 것이다.

잠시 후, 오디스를 선두로 미끼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오디스를 제외한 벨리온 길드 사람들은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엄대협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 뒤를 따라갔다. 인당 1천만 겔씩 총 4천만 겔, 거기에 천만 겔이 추가되었으니 무려 5천만 겔이다. 그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고 싶었다.

왠지 그게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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