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마법사다-2화 (2/351)

2. < 카페 위자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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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위자드의 주인인 반태수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카페 문을 연 지 이제 1년 남짓이지만, 카페 위자드는 이 지역에서 제법 유명했다.

일단 주인인 반태수를 비롯해 일하는 모든 아르바이트생의 외모가 뛰어났다.

그 중 가장 뛰어난 것은 반태수였다.

반태수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자신은 마법사였으니까.

마법사는 마법 실력이 올라갈수록 외모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마력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의 균형이 맞춰지고, 노폐물이 배출되면서 피부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키도 커진다.

반태수는 자신에게 모이는 시선을 느꼈지만, 되도록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카페 위자드의 핵심은 지금 반태수가 만드는 드립커피였다.

커피머신을 통해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거기에 이 드립커피를 약간 가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반태수는 완성한 드립커피를 커다란 통에 담았다.

‘그리고 여기에 마력 한 스푼.’

드립커피를 통에 가득 채운 후, 거기에 마력을 밀어 넣었다. 들어가는 마력의 양은 일정해야 한다. 정량을 찾는 데 시행착오가 좀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완성한 드립커피는 굉장한 풍미를 갖추게 된다.

머신으로 완성한 커피에 몇 모금 추가하는 것만으로 커피의 맛과 풍미를 확 바꿔 버린다.

물론 거기에도 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딱 맞는 컵을 미리 준비했기에 누구나 간단히 양을 맞출 수 있다.

일단 마력 담긴 음료를 한 번 마시고 나면, 지속적으로 찾게 된다.

중독이 아니라 몸이 원하게 되는 것이다.

적당한 양의 마력은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예를 들어 피로를 해소해 준다거나 노폐물을 배출한다거나, 과하게 쌓인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전환해 준다거나.

물론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섭취해 줘야 약간의 효과를 보는 정도였다.

카페를 창업해 운영한 지 이제 1년, 이제 운영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 말은 딱히 반태수가 할 일이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보통 이쯤에서 분점을 내거나 프랜차이즈를 노려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반태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런 데 신경 쓸 시간에 마법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는 것이 나았으니까.

반태수가 마법의 길에 들어선 것은 만 17세 생일이었다. 물론 그 생일이 진짜 자신의 생일인지는 모른다. 반태수는 고아였으니까.

마법의 길에 들어선 대가로 반태수는 17년 동안의 기억을 전부 잃어버렸다.

대신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법에 관한 지식을 얻었다.

처음 떠오른 지식은 마법의 기초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것을 완벽하게 익히고 나자, 신기하게도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지식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각 단계를 완벽하게 클리어하고 나면, 다음 단계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사라진 17년간의 기억은 솔직히 별로 아깝지도 않았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리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을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그나마 좀 아까운 것은 그동안 했던 공부가 리셋되었다는 정도인데, 그조차 크게 아깝지 않았다. 대충 정보를 모아보니 썩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마법을 공부하려면, 단순히 마력만 있어선 안 된다. 굉장히 다양한 지식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다른 공부도 병행했다.

반태수는 처음 마법을 성공시킨 순간, 마법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거기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마법을 공부하기 위해 정말 별의 별 공부를 다 했으니까.

마법사가 되어 마력을 얻고, 수련을 통해 마력을 키워나가면서 몸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두뇌회전도 점점 좋아졌다.

그 결과, 반태수는 대학에 입학했다.

국내 최고 대학은 아니었지만, 제법 유명한 대학의 물리학과에 들어갔다.

반태수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와 공부에 집중했다.

마법사의 힘은 대단했다.

어떤 일을 해도 잘 해냈다. 마력으로 인해 강력해진 육체와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으니 무슨 일이든 어렵지 않았다.

두뇌 회전의 방향이 대부분 마법 쪽으로 치우쳐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머리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마법을 제외한 공부에서는 반태수의 능력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2년쯤 대학을 다니자, 본격적인 마법 공부를 위해서는 안정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지금 운영하는 카페 위자드였다.

카페 위자드의 창업은 완벽한 계획 하에서 진행되었다.

1년 동안 준비를 해서 개업했고, 그 후 1년 동안 많은 돈을 벌었다.

반태수는 그 와중에 학업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학업을 마법 공부와 절묘하게 연결시켜서 함께 진행했는데, 그것이 묘한 시너지를 일으켜 학업과 마법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곧 졸업이다.

반태수는 딴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커피를 내렸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통에 담고 거기에 마력을 밀어 넣었다.

그러다 보니 여덟 개나 되는 통이 꽉 찼다.

보통 하루에 한 통씩 쓰고, 주말에는 조금 더 쓰니 이 정도가 일주일 분량이었다.

할 일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바라던 안정감 아니겠는가.

아직 오전이었기에 비교적 한가했다.

이제부터 점심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인 이서영과 한서현, 둘이면 웬만한 상황은 전부 커버할 수 있으리라. 단체 손님만 안 온다면 말이다.

반태수는 카운터 뒤쪽에 마련된 자신만의 자리에 앉아 논문 몇 개를 꺼내 펼쳤다.

요즘 마법 공부의 진도가 벽에 막힌 것처럼 막막한 상태였다.

그 돌파구로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읽고 분석하며 마법에 적용할 만한 것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주로 읽는 것은 수학과 관련된 논문들이었다.

이렇게 벽을 마주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여러 번 벽을 만났는데, 지금까지는 훌륭히 벽을 넘어 왔다.

지난번에 막혔을 때는 물리학에 관련된 논문을 읽다가 돌파구를 찾았다.

마법이라는 것이 가면 갈수록 복잡해진다. 그리고 고도의 수리 능력과 다양한 방식으로 개념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진다.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카페에서 일하지 않을 때에는 수학 쪽 논문을 검색하는 것이 일이었다.

아니, 카페에서도 고성능 노트북 한 대를 놓고 가끔 논문을 찾곤 했다.

아니면 웹서핑을 통해 다양한 지식과 소문, 이야기들을 찾아다니거나.

마법사는 그저 단순히 공부만 해선 안 된다. 다양한 것들을 접해야 한다.

수리능력과 개념정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다.

상상한 것을 현실로 불러내는 것이 바로 마법사니까.

‘이 논문은 좀 도움이 되려나?’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니, 자꾸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래선 안 되지.’

반태수는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매장에는 제법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다들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노트북을 펴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거나 하고 있었다.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광경, 그야말로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그걸 보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래, 조급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나는 아직 젊은데. 마법에 입문한 지 고작 6년이었다. 그러니 남은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마법사는 마력을 쌓을수록 수명이 늘어나는데.

‘뭐 내가 다른 마법사랑 싸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태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처음 마법사가 되었을 때, 반태수가 가장 걱정한 것은 자신 말고 다른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또 자신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나올지 전혀 가늠이 안 되었으니까.

그래서 마법에 입문하고서 몇 년 동안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했다.

마법 공부에 반쯤 목숨을 걸고 임했다.

가장 먼저 터득한 마법이 감지와 탐지 계열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마력을 감지해서 다른 마법사의 흔적을 찾고자 했다.

그렇기에 지금도 다양한 계열의 마법 중에서 감지 계열의 마법이 가장 뛰어났다.

그 뛰어난 감지 능력을 토대로 틈나는 대로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마법사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몇 년을 투자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더럽게 무모했지.’

만일 수준이 높은 마법사가 있다면 자신이 탐지 마법을 썼을 때, 과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까?

역으로 이쪽의 정보만 넘기는 셈이 된다. 그것은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아무튼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일이 없었고, 반태수는 이제 슬슬 세상에서 자신이 유일한 마법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마법을 배우는 과정도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마법을 다 익히면 자연스럽게 그 다음 단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니 말이다.

다른 마법사가 없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는 확신이 생겼기에 이렇게 카페를 열 수 있었다.

카페 곳곳에 그동안 갈고 닦은 마법을 새겼다.

간판에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마법과 호감을 일으키는 마법을 새겼다. 또한 청결을 유지하는 마법과 손상을 방지하는 마법도 새겼다.

간판에 쓰인 카페 위자드라는 이름의 배경에 신비한 마법진 문양이 잔뜩 그려져 있는 건 그 때문이었다.

매장 내부에도 청결 유지 마법을 새겼다.

매일 청소를 하긴 하지만, 대충대충 빗자루 질이나 몇 번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매장은 항상 깨끗했다. 마법의 힘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마법이 매장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여러 마법의 효과로 인해 이곳에 온 손님들은 큰 진상을 부리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직원들에게 치근대지도 않는다.

직원들 역시 카페 일 외에 다른 것들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카페가 잘 되는 데에는 커피의 맛 외에도 추가로 그런 이유들이 있었다.

첫 번째 목표인 카페 창업과 성공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반태수는 두 번째 목표를 세웠다.

카페가 입점한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궁극적으로 몇 개의 사업체들이 알아서 돌아가게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자신은 오직 마법에만 매진하고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마법사의 꿈 아니겠는가.

반태수는 자신의 앞날에 평온과 안정, 그리고 마법이 펼쳐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심코 카페 입구 쪽을 쳐다봤다.

카페 밖에서 간판을 구경하다가 막 안으로 들어오려는 커플이 보였다.

반태수의 등줄기를 소름 한 줄기가 쭉 치고 올라가 정수리를 꿰뚫었다.

‘마법사?’

희미한 마력의 잔향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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