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황제-100화 (100/146)

팔몬토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호문클루스’를 만드는데 총력을 다했다.

이것이 멸종해가는 다크엘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크엘프는 종의 번식을 할 수가 없었다.

인간과 유사한 신체구조.

같은 종이나 이종교배를 통해서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필요한 생식기와 내부장기가 모두 존재함에도 왜 수정이 되지 않는 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저주다. 이것은.

수많은 학설을 세웠으나 페르세포 대공은 가볍게 묵살해버렸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종의 번식이 불가능해진 것일 뿐이다.

종 자체가 도태했거나, 그도 아니라면 종 자체가 저주를 받은 게 분병했다.

그래서일까.

대륙 전역에 남아있는 다크엘프의 숫자는 이백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섬에 모여있는 게 절반에 달했고 그중에서도 어린 다크엘프는 없다. 어린 다크엘프가 발견된 적 자체가 거의 없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멸종하리라.

자연의 섭리대로 사라지는 것이다.

‘다른 샘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번에 탄생한 ‘용’의 호문클루스.

대대적인 성공이지만 저것만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체내의 수정이 안 된다면 체외수정을 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백여가지에 달하는 방법으로 채외수정을 유도했다.

다크엘프의 인자를 지닌 인공자궁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 필요한 재료들을 융합해 수정이 이루어지길 기다렸다.

인간, 오크, 오우거, 엘프, 라이칸스로프, 자이언트, 고블린, 웨어베어, 하피······ 수많은 유전형질을 연구해 샘플로 투입했으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다크엘프의 인공자궁이 반응한 유전형질이 딱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라인하르트의 ‘피’다.

‘라인하르트 황태자의 피를 넣은 샘플들은 모두 배아(胚芽)형성에 성공했다.’

본 드래곤의 살이 돋아난 것과 같은 이치다.

놀라운 일이었다. 설마 인간인 라인하르트의 피가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이야.

다른 형질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다가 라인하르트의 피에만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성장하질 않지만······.’

라인하르트의 피 안에 깃든 유전형질과 결합해 인공자궁에 만들어진 배아는 성장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수정을 이루어냈으나 배아의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성장을 위한 생명에너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판단해 불을 지펴보았지만 결국 배아는 폐사했다.

팔몬토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이로인해 확신하게 된 것이 있었다.

‘라인하르트 황태자라면······ 다크엘프를 번식시킬 수 있다.’

체외수정의 한계다. 본 드래곤처럼 뼈대가 튼튼하면 모를까, 인공자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는 결국 어딘가 부족하여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다크엘프의 배아는 약하다.

그래서 체내수정이 필요하다.

더 많은 시간이 있어서 체외수정 기술을 발전시키면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자신이, 다크엘프가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라인하르트와 다크엘프가 직접 결합하여 수정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용, 발록이 깨어나는 것을 보며 팔몬토는 생각을 굳혔다.

‘그는 구세주다.’

종족의 구원자다.

어째서 라인하르트만 그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해부라도 하지 않는 이상 밝혀지지 않을 비밀이었다.

하지만 제국의 황태자를, 하나밖에 없는 샘플을 함부러 해부할 수도 없는 노릇.

다시 다크엘프가 번식할 수만 있게 된다면 ‘저주’도 사라질 터.

하여, 팔몬토는 아렐을 긴밀하게 불렀다.

“······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불렀다.”

“······?”

아렐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크엘프들의 사이에서 팔몬토는 페르세포 대공 다음가는 권력자다.

이 섬의 총괄자이며 당대최고의 연금술사이자 과학자인 그를 다크엘프들은 모두 존경했다.

하지만 그는 기술의 발달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었다.

그가 부를 때는 신기술의 실험을 위해서일뿐.

팔몬토는 숨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섬밖에서 황태자와 무슨 일이 있었느냐?”

“그게 왜 궁금하신 겁니까?”

“잤느냐?”

“······ 잠을 잤냐고 묻는 겁니까?”

“아니, 관계를 했느냐 묻는 게다.”

관계?

아렐이 눈을 깜빡였다.

“그게··· 뭡니까?”

“남자와 여자 간의 성적 관계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교배, 교미, 교잡······.”

“안 했습니다.”

다른 엘프나 다크엘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게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렐이 정색하며 답하자 팔몬토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매력이 없다더냐? 꽤 긴밀한 사이 같았다만.”

“······.”

“해본 적은 있고?”

“아무리, 팔몬토 님이라도··· 선을 지키지 않으면 베어버리겠습니다.”

베어버리겠다. 죽이겠다는 말이다.

아렐의 얼굴에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하지만 팔몬토의 표정 역시 변함이 없었다.

“중요한 사안이다. 사실대로 답해다오.”

팔몬토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외설적인 물음을 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팔몬토가 ‘중요한 사안’이라 언급하면 실제로 매우 중요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았다.

작게 한숨을 내쉰 아렐이 입을 열었다.

“······ 없습니다.”

자스민 성녀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루긴 했지만 신체적인 접촉은 없었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하나 마지막 선을 넘으면 언제든지 스스로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치하여 기억이 돌아온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몇 가지 대답을 하긴 했지만 라인하르트를 직접적으로 밝히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얼마 안 있어 성기사들과 함께 성녀가 모습을 감추었다.

이후 플릭 왕자가 나타나 자신을 구한 것까진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뒤 정신을 차렸을 땐 와이번의 위였고.

“단순한 주인과 종이라 하기엔, 황태자가 너를 아끼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한 번도 유혹해본 적이 없는 것이냐?”

“대체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는 겁니까?”

“그와 관계를 하면 다크엘프가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아······?”

다크엘프의 번식은 팔몬토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그녀의 기억 상에도 다크엘프, 애시르 신족은 평범하게 번식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에 이르러 다크엘프는 번식이 불가능해졌다.

그 불가능함을 라인하르트가 가능케 만들었다는 뜻이다.

팔몬토가 턱을 쓸었다.

“흐음. 네가 아니면 다른 아이라도 알아봐야겠구나. 혹시 황태자의 취향을 알고 있느냐? 뭐, 오랫동안 가까이 있었으니 황태자가 어떤 여자를 품는지 정도는 봐왔을 터. 잘 알고있겠지.”

“한 번도··· 그가 여자를 품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팔몬토가 웃어버렸다.

“하하. 아렐. 네가 농담도 할 줄 아는구나. 제국의 황태자라면 주변에 넘치는 게 여자일진대.”

아렐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농담이 아님을 팔몬토도 알 수 있었다.

“······ 남자를 좋아한다더냐? 허어, 그건 좀 큰 일인데······.”

“그건······ 아닐 겁니다.”

“건장한 성인이, 그것도 인간이 여자를 멀리한다? 생식기에 문제가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닐 겁니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냐? 눈이 높은 건가?”

눈이 너무 높아서 어지간한 여자가 성에 안 찰 수도 있다.

여자를 무서워할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렐을 옆에 두는 게 말이 안 된다.

팔몬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종족의 번영이 걸린 일이다. 그래도 인간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아이가 ‘오웰’이니, 오웰에게 오늘 황태자의 방으로 가보라고 해야겠구나.”

인간들과 간혹 거래를 해야할 때, 오웰이 나서곤 했다.

오웰의 미모를 본 인간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넋을 놓기 일수였다.

덕분에 거래가 쉬워지는 경향이 있었다.

황태자도 남자라면 오웰을 마다하진 않으리라.

오웰도 종족의 사활이 걸린 일이니 거절하진 못할 것이다.

“제··· 가, 하겠, 습니다.”

아렐 잔뜩 굳어버린 표정으로 말했다.

말을 하고서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순간 헷갈릴 지경이었다.

제정신으로 대답한 게 아닌 것이다.

“··· 오, 그래? 잘 되었구나. 그렇다면 이 책을 받거라.”

팔몬토가 건네는 책을 받아든 아렐의 표정이 급격하게 핼쑥해졌다.

“‘황, 홀, 경. 72가지, 체위’······!”

*

낯이 뜨겁다.

아렐은 늦은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무슨 낯뜨거운 일인가.

하지만, 종족의 번식이 가능해진다면 다크엘프는 멸종하지 않아도 된다. 아렐만이 아니라 다크엘프 전체에 중대사안이었다.

그런데 그 대상이 하필이면 라인하르트라니.

‘내가 왜······ 그런 소리를 했지?’

솔직히 상관없었다.

그가 누구와 자든.

자신은 그를 지키는 충실한 기사일 뿐이었으므로.

예전이었다면, 굳이 팔몬토가 오웰을 내세우는 걸 반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웰은 같은 다크엘프가 보기에도 아름다우니까.

자신과 달리 ‘여자’를 능숙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아렐은 발키리아다. 본래 발키리아는 감정을 갖는 게 불가능하다. 당연히 발키리아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오직 애시르 신족만을 위한 검과 방패가 되어야한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나서버렸다.

그 결과가 지금 라인하르트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가 정말로 절대자의 화신이라면.’

절대자. 태고부터 존재해왔던 가장 강력한 용.

십이주신의 탄생과정을 모두 지켜봐온 그 용은 오랜 고민 끝에 하늘을 지우길 택했다.

인간들의 ‘제국’을 세우고 자신의 피를 이은 후대의 자손에게 칼을 쥐어주었다.

그게 라인하르트다.

절대자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

그가 깨어난 순간 자신 역시 천 년의 시간을 넘어 깨어난 것이리라.

‘나는··· 지켜볼 의무가 있다.’

마치, 운명같다.

그러나 지켜보는 것과 직접 얽히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각성한 이후 아렐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라인하르트를 따르는 게 맞는지, 아니면 절대자의 말마따나 지켜보고만 있어야하는 건지.

아니, ‘정령왕’이 되기 위해선 그를 떠나는 게 맞다.

소녀 갈라틴과의 약속을 위해선 정령들을 모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며 라인하르트가 머무르는 집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

희번득한 눈빛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자신을 바라보는 인영이 있었다.

“암고양이.”

“··· 헬라.”

“분명히 말했을 텐데. 그는 내 짝이야.”

헬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라인하르트가 스스로 각성했다고 하더라도, 그녀 역시 혼자서 완성되어보겠다고 다짐했더라도, 그는 실버팽의 의지 역시 이은 자였다.

실버팽의 의지를 이은 그를 헬라는 자신의 짝으로 확정하고 있었다.

헬라가 앙칼진 표정으로 아렐을 향해 선포했다.

“나보다 먼저 부뚜막에 오르는 건 용납못해.”

“······ 산책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렇지?”

“헬라. 저와 대련하시겠습니까?”

“어······ 갑자기?”

“예.”

달아오른 몸을 식히는 데에는 대련만한 게 없다.

아침에 ‘발록’과 했던 싸움은 끝을 맺지 못했으니.

발키리아. 오직 전투를 위해 존재했던 아렐이었다. 제대로 끝을 못 본 싸움이 생긴다면 하루종일 근질근질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위아래를 나눠보자고.”

헬라가 나무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날, 헬라의 비명이 섬을 가득 채웠다.

*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발자크.

악마교단의 다섯 검 중 하나.

라인하르트 암살을 위해 황궁을 습격했던 그는, 한 달이 넘도록 수도에서 손가락만 빨며 라인하르트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라인하르트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위축되었던 귀족들도 활개를 치고 있건만, 어디가서 객사라도 한 건 아닐까?

“이봐. 이 빵 얼마냐고.”

“헤헤. 3브론즈입니다요.”

“3브론즈? 이 새끼가 이런 딱딱한 호밀빵 하나가 무슨 3브론즈나 해?”

길거리 빵집 상인으로 둔갑한 그는 수도에서 호밀빵을 팔고 있었다.

황궁을 습격한 이후 계속해서 기사단이 그를 쫓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짓은 할 수가 없었다.

“헤헤, 3브론즈면 저도 밑지고 파는 겁니다요. 여기보다 싼 빵은 없을 겁······.”

퍽!

날아온 호밀빵을 얼굴에 맞은 발자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프다. 호밀빵이 딱딱해서 더 아팠다.

피할 수 있지만 피하지 않은 건 역시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다.

“이 씹새끼야. 그러니까 우리 허락받고 장사하는 거냐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신지······?”

“오늘부터 이 구역에서 장사하는 놈들은 다시 자릿세를 받을 거다. 네놈도 매일 50브론즈씩 내지 않으면 장사 못할 줄 알아.”

자릿세를 노리는 깡패들이다.

저 깡패들은 모두 알게모르게 수도의 귀족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황태자가 쥐잡듯이 귀족들을 경칠 때는 보이지 않더니, 최근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귀족들이 관여하는 부분이 많았지.’

귀족들의 비호를 받고 활개치는 깡패들.

일반시민들의 입장에서 저들은 없으니만 못한 존재들이다.

귀족이 대놓고 나설 수는 없으니, 시민들의 등골을 휘어먹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며 재산을 불렸다.

라인하르트 황태자가 조사단장으로 나설 때, 모든이가 못미더워 했으나 적어도 귀족들의 비리는 제대로 케냈다는 평이 많았다.

황태자가 사라진 지금 귀족들이 다시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황태자도 황족이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야.’

발자크는 귀족이 싫다. 황족은 더 싫었다.

고아였던 발자크는 교단에 의해 검이 되었으나, 그래도 여전히 귀족들을 혐오하는 감정은 커서도 그대로였다.

황태자가 일반시민들을 위해서 귀족들을 족쳤겠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일을 하다보니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벙어리냐? 대답 안해?”

“··· 매일 50브론즈씩 내면 저는 뭘 먹고 삽니까요?”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3브론즈짜리 호밀빵을 하나 팔면 남는 건 1브론즈였다.

최소 50개는 팔아야 본전치기라는 뜻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0개가량을 파니, 팔면 팔수록 적자다.

‘확 죽여버릴까?’

발자크가 내심 이를 갈았다.

저 깡패 하나를 죽이는 건 숨쉬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혈법을 쓸 것도 없다. 사혈을 누르면 죽으니까.

한 달여간 이렇게 숨어만 있었더니 더 죽을맛이었다.

카를로스 대공 쪽의 부탁을 받고 교단에서 나왔다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언제 나타날지도 모를 황태자를 계속해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뭘 꼴아봐? 진짜 뒈지고 싶냐?”

그래. 저 깡패를 죽이고, 깡패의 가족들도 몰살시킨다.

깡패와 관련된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고 연관된 귀족도 죽이고 이 수도를 뜨는 것이다.

악마교단의 다섯 검 중 하나인 자신이 계속해서 이곳에서 썩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럴 시간에 검을 한 번 더 휘두르는 게 훨씬 유익하리라.

“확 눈깔을 뽑아······.”

“황태자께서 돌아오셨다!”

갑자기 광장에 소란이 일었다.

그러자 깡패의 표정이 굳었다.

“아이씨, 왜 갑자기 나타나서 지랄······ 음?”

그가 갑자기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머리에 무언가가 슥 지나간 느낌이 들자 그 직후 쓰러진 것이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빵을 팔던 상인 녀석의 입가가 광대까지 올라가있는 게 보였다.

그 눈빛도 아까의 비굴하던 그 녀석이 아니었다.

살기 가득한 눈.

광기마저 느껴지는 눈빛!

“드디어······!”

발자크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드디어 황태자가 돌아왔다.

자신의 사냥감이. 죽여야할 그놈이!

< 황홀경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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