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퍼진 마나.
일반적인 비인가 나노머신은 ‘만능유도 줄기세포’라는 인자와 결합한 상태다.
특정한 명령어를 입히면 발동되도록 만들어진 인자이자 마법의 매개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보통 자신의 체질이나 특성따위에 걸맞은 나노머신을 심장에 품어, 서클을 그리며 부리면 마법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비인가 나노머신이 저 줄기세포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드물게, ‘특수한 마나’를 품은 인간이 존재했다.
사이오닉 에너지는 그러한 마나 중에 하나였다.
‘명령어를 입히지 않아도 되는 나노머신.’
한 마디로 무영창.
초능력이다.
제로로 지배한 나노머신도 특수한 현상을 일으키려면 원을 그리고, 명령어를 입에 담아야만 했다.
원을 그리지 않아도, 명령어를 입에 담지 않아도 마법이 구현된다는 건 그야말로 ‘권능’이란 말 외엔 설명할 길이 없는 사기인 셈이다.
특히 고서클의 강력한 마법일 경우 발동의 시간이 길어진다.
그것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건, 모든 마법사와의 전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다준다는 것과도 같았다.
여태껏 쌓아올린 마법사회의 통념이 단번에 무너지는 일이었다.
‘백은의 마왕도 얼음마법을 무영창으로 구사했지.’
제로로 지배한 나노머신도 특수한 현상을 일으키려면 원을 그리고, 명령어를 입에 담아야만 했다.
여태껏 쌓아올린 마법사회의 통념이 단번에 무너지는 일이었다.
원을 그리지 않아도, 명령어를 입에 담지 않아도 마법이 구현된다는 건 그야말로 ‘권능’이란 말 외엔 설명할 길이 없는 사기인 셈이다.
‘백은의 마왕도 얼음마법을 무영창으로 구사했지.’
특히 고서클의 강력한 마법일 경우 발동의 시간이 길어진다.
강을 얼리고, 영지 하나를 뒤덮는 얼음송곳의 비를 뿌렸다.
그것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건, 모든 마법사와의 전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다준다는 것과도 같았다.
수백의 기사가 그녀에게 닿지도 못한 채 즉사했으며 수많은 마법사들이 그녀의 앞에서 영창만 외우다가 목이 잘려나갔다.
아마도 이것이 바알의 권능이리라.
하지만 그런 백은의 마왕도 결국 죽었다.
하늘 아래 적수가 없을 것 같은 마왕도 말피엘의 한끼 식사였을 따름이다.
삼일밤낮을 싸웠다는 건 미화된 이야기일 터.
특히 고서클의 강력한 마법일 경우 발동의 시간이 길어진다.
여태껏 쌓아올린 마법사회의 통념이 단번에 무너지는 일이었다.
그것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건, 모든 마법사와의 전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다준다는 것과도 같았다.
‘백은의 마왕도 얼음마법을 무영창으로 구사했지.’
강을 얼리고, 영지 하나를 뒤덮는 얼음송곳의 비를 뿌렸다.
수백의 기사가 그녀에게 닿지도 못한 채 즉사했으며 수많은 마법사들이 그녀의 앞에서 영창만 외우다가 목이 잘려나갔다.
말피엘은 관심종자고, 자신의 ‘신화’를 만드는데 열심히였다.
그리고 백은의 마왕을 죽인 말피엘을 향해, 연구를 위한 시체의 포기와 양도를 바란다며 마탑들의 어마어마한 접촉이 있었다.
무영창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전하. 하늘과도 같은 은혜를 제가 어찌 갚아야 될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에디스가 말했다.
그의 눈시울은 아직도 붉었다.
핏줄이 터질만큼 울었기 때문이다.
미칠 듯이 기쁘고 가슴이 터질 듯이 뻐근해서.
카이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녀.
그녀가 폭주를 일으키고 거진 10년 가까이 그가 안해본 건 없었다.
모든 종류의 마법을 탐독했다.
폭주한 채 죽은 시체를 불법적으로 구해오기도 했으며, 짐승을 상대로 실험을 해나간 적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스스로의 몸에 폭주를 가속화했다.
하지만 비밀은 풀리지 않았다. 카이첼은 여전히 얼어붙은 채였다.
결국 그는 폐인이 됐다.
마탑 의회의 요구에 못이겨 황실로 가지 않았다면, 계속 폐인이었을 것이다.
처음 황자들의 시연이 있던 그날.
3황자 카르몬의 폭주가 멈춘 것을 보며 그는 몸을 잘게 떨었다.
그냥 폭주가 아니라 이중중첩과 마나번 현상에 의한 폭주였다.
죽거나 살아도 산 게 아니게 되는, 해독 불가능한 독이 몸에 퍼진 것과 같은 현상.
그런데 폭주가 멈췄다.
순식간에.
그 대상이 황태자로 지목됐을 땐, 솔직히 믿지 않았다.
―연극을 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황태자를 띄우기 위해 최강의 검사라는 작자가 연극을 하는 것이라고.
우연의 일치일뿐 황태자가 정말로 폭주를 멈췄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릎쓰고 확인을 위해 팔을 걷었다.
이는 얼음마탑 전체가 황실에 매도당할 수도 있는 큰 도박수.
허나 개의치 않았다. 그에겐 폭주의 해결 실마리가 먼저였으니까.
―정말······ 폭주가 완화됐다.
심지어 팔의 폭주 현상이 어느정도 완화되었음에도 쉽게 믿기지가 않았다.
10년을 넘도록 붙잡아온 일이다.
그걸 느닷없이 제3자가 해결해버렸다.
허나 그는 마법사다. 겸허하게 인정하며 황태자 라인하르트의 주변을 돌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게 먼저였으므로.
―인간말종, 쓰레기, 미치광이.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았지만 그 성향은 대충 비슷했다.
안 좋은 쪽으로 극에 닿은 인물.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잔악한 놈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그를 북방에 있는 손녀의 옆에까지 데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 소문이 잘못됐다는 걸 깨다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대의 완치다.
설령 그것이 입에 발린 말일지라도 그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입과 행동이 다르다.
하여 약간의 흔들림은 있을지언정 믿지 않았다.
너무 오랜시간 그는 ‘믿음’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져 있었으니까.
그런데 라인하르트는 먼 북방까지 와서, 카이첼의 폭주를 단번에 말살해버렸다.
황태자라는 자리에 앉은 자가.
고작 일개 마법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전장의 중심부로 온다는 건, 다른 왕국이라 할지라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리고 꿈이라면, 절대로 깨지 않기를 바란다······.
“잘됐군. 그리고 바라는 것은 없다. 약속을 지켰을 뿐이니.”
정령의 소환을 도와주면, 손녀의 폭주를 완화해주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정말로 지킬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권력을 쥔 자들은 하나같이 말뿐이다.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난 뒤에는 한결같이 입을 닦는다.
마법사들이 귀족들을 혐오하는 이유였다.
황실 역시 연구비를 주는 대신 그 이상의 것들을 요구해오곤 했으므로.
에디스의 눈시울이 다시금 붉어졌다.
손녀의 생환을 염치없이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마나여, 내 의지에 순응할지어다.”
찬란한 빛의 무리가 그의 전신에서 뻗어나온다.
에디스의 모든 마나가 그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오직 8서클에 다다른 자만이 사용 가능한 ‘스피릿’이다.
짧은 영창만으로도 고서클의 마법을 사용하게 만들어주는.
에디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저 에디스는 라인하르트님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제 ‘서클’에 걸고.”
서클에 건 맹약.
마나에 걸어놓은 의지.
어기면, 폭주를 일으킨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나의 맹약’을 절대로 맺지 않는다.
설령 맺더라도 ‘기피조항’을 만들어놓았다.
예컨대 ‘얼음마탑의 마탑주 에디스’라고 했다면, 그저 마탑주의 자리를 내려놓기만 하면 그만인 일이다.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폭주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에디스는 아무런 수식어도 미사여구도 붙이지 않았다.
충성. 마음에서 우러나와 진정으로 따르겠다는 말.
단순히 손녀의 생명을 구해줘서만은 아니었다.
이 사람이라면, 라인하르트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마법사의 충성이라. 낯간지러운 기분이군.”
마법사는 충성하지 않는다.
마법사는 계산적이며 이해타산적이다.
허나 이는 잘못 알려진 편견이다.
마법사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마음을 연 대상에겐,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낸다.
에디스가 그랬다.
“라인하르트님은 존귀하며 존엄한 분이십니다. 제가 충성하는 게 누가 될 정도로요.”
“대마법사라 그런지 말도 환상적이로구나.”
“아닙니다. 저는 그저······.”
뚝.
순간, 에디스의 표정이 굳었다.
에디스만이 아니라 크로프트와 파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위를 쳐다봤다.
“‘덫’에 누군가가 걸렸습니다.”
“추적대군.”
에디스가 걸어놓은 덫.
그 덫에 누군가가 걸렸다.
크로프트는 단번에 그들이 자신들을 잡기 위해 카를로스가 보낸 추적대라고 확신했다.
“덫이 제거됐습니다. 상당한 실력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에디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8서클 대마법사가 쳐놓은 덫을 간파하고 제거했다.
만만찮은 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전하, 피하시겠습니까?”
크로프트가 물었다.
빠르다. 예상보다 빠른 추격이었다.
허나 지금이라면 충분히 피할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온 걸 보면 내가 미친 듯이 보고싶었나보군.”
“······ 예. 아마도, 테베우스이겠지요.”
테베우스.
그 망나니 녀석이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즉시 달려가 카를로스에게 일러 추격할 병력을 받아낸 것이다.
크로프트와 함께 있는 것을 알 테니, 맞춤형으로 데려왔겠지.
상위의 소드마스터 한, 두 명과 함께 오고 있으리라.
하지만 테베우스는 에디스가 8서클 마법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다.
‘예상대로다.’
예측했던 범위 안이었다.
테베우스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착실하게 카를로스에게 메신저 역할을 해주고, 적당한 병사와 함께 나를 급히 추격하고 있었다.
시간을 끌며 지치게 만드는 방법도 있으나.
“맞이해주지.”
크로프트, 에디스, 파간.
그리고 이들 모두를 속이고 있는 저 가증스런 바알이 있다.
마침, 나 역시도 테베우스를 이전에 그냥 보내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이전이라면 쉽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떨까?
‘질 것 같지 않다.’
그 멍청한 놈을 상대로 패배한다는 것 자체가 그려지지 않았다.
***
‘아무리 생각해도 복덩이가 따로없단 말이야.’
테베우스는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패트릭과 크로우.
최강의 소드마스터가 자신을 따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사들과 함께 무려 ‘크로프트’를 잡으러 가는 중이었다.
‘내가 라인하르트와 크로프트를 잡는다. 이만한 공은 없다.’
검왕, 제국 최고의 실력자.
그를 잡을 절호의 기회다.
뿐만 아니라 라인하르트까지 설욕한다면 다른 형제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공을 세우게 되는 셈이었다.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라인하르트는 복덩이였다.
그러니 살살 갖고 놀아주자. 울며불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제발 살려달라고 빌 때까지.
“이쪽으로 갔다.”
“강력한 마나의 파장이 느껴진다. 근처다.”
“꽤 강력한 마법사가 같이 있다.”
“숫자는 일곱.”
심지어 패트릭과 크로우는 추적의 대가들이었다.
순식간에 저들의 위치를 특정한채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테베우스는 발견할 수 있었다.
“라인하르트! 도망칠 시간도 없었나?”
너무 빨리 온 모양이다.
도망칠 틈도 없이 자신들을 맞이해주는 걸 보면 말이다.
라인하르트에게선 답이 없었다.
하기야, 패트릭과 크로우를 보면 겁을 먹은 만하다.
저 둘은 카를로스 대공도 아끼는 최강자들이니까.
“라인하르트는 내 것이다. 저놈은 내가 갖고 놀 거다. 알겠나?”
패트릭과 크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프트를 눈앞에 둔 그들도 나름대로 긴장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파간과, 강력한 마법사의 존재까지 둘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테베우스는 기고만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라인하르트! 겁 먹었냐? 아니면 말을 못 하는 벙어리가 됐나? 이전처럼 한 번 나불거려보란 말······!”
하지만, 테베우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시야가 낮아지고 있었다.
옆을 보자, 패트릭과 크로우는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어느새 검을 뽑아 오러를 피워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날아온 마법을 둘은 본능적으로 막았지만, 테베우스를 구하진 못한 것이다.
‘뭐야?’
이상한 일이었다.
마법을 영창하면 모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고위의 마법사라도 ‘영창’없이 마법을 사용하진 못하는 까닭이다.
아니, 설령 숨어서 저격하는 것일지라도 소드마스터의 기감 안에 잡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만약 그랬다면 진즉에 패트릭과 크로우가 제거했을 터.
하지만, 아무런 낌새도 없었다.
‘왜?’
그런데 왜, 자신의 시야가 말의 아래까지 닿고 있단 말인가.
심지어 점점 더 낮아진다.
툭!
그렇게 바닥에 머리가 닿고 나서야, 테베우스는 비로소 자신의 죽음을 인지했다.
ㅋ
< 능력 발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