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5장 최신성 그레이 (21/56)

제5장 최신성 그레이

후반 작업은 감독이라도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첫 주에는 행여 찍어 놓은 게 잘못될까 봐 편집실과 영상 보정을 하는 MI 작업실에서 눌러살았다. 그러나 다들 워낙 꼼꼼하게 작업을 해서 믿음이 생겼다. 엉뚱한 편집본을 보정하는 실수가 나와도 원본이 있으니 며칠 딜레이 될 뿐이었고.

후반 작업 기간이 비교적 여유가 있는 석 달이었다.

해서 후반 작업 점검 틈틈이 라이터스에 가서 회의도 하고, 진행 중인 작품들도 검토했다.

코어가 작품 수준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주긴 했지만 작가 팀의 아이디어 회의도 그 못지않게 시나리오 수준을 끌어올렸다. 내가 없어도 라이터스가 잘 굴러갈 정도로.

내가 쓴 영화 요한은 500개 스크린에 개봉되어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는 여성 관객도 상당히 많았고.

주인공인 요한 역의 여진국과 파출소장 역의 정효주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정효주는 올해 영화제 여우주연상은 독차지할 거란 말도 나왔다.

나도 요한으로 시나리오 상 후보에 올랐고. 서연도 TV 부분 여자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전년에 상을 받은 후보자는 상을 주지 않는 전례가 많아서 나도 서연이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그녀와 내가 방송 사고를 친 것도 있고.

김영석 감독 작품 ‘특검’은 2주 전에 개봉되어 딱 내가 예상한 만큼 흥행했다. 현재 관객은 340만. 이대로 한 달 상영하면 500만은 들 것 같았다.

조약돌에선 첩보물 재고 작업을 시작했다.

망명한 북한 외교관이 가진 특급 기밀 설정이 어려웠다. 해서 외교관이 아닌 김정은이 실제 거주하는 ‘특각’ 설계자의 딸을 여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아버지가 처형되기 직전에 넘겨준 특각의 설계도를 가지고 탈북한 것으로.

이 특각 위치 및 지하 통로 정보는 유사시 미국 특수부대가 작전을 하거나, 정밀 폭격을 할 수 있는 특급 정보였다.

해서 그 여자를 확보하려는 국정원 요원과 CIA. 북한 공작원과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등이 복잡하게 얽힌다.

설정을 바꾸고 난 뒤 감독 초고가 상당히 좋았다.

재설정은 라이터스에서 했다. 그래서 현재 라이터스에서 3고 진행 중이었다. 강원도에서 촬영하다가 세탁을 하러 서울에 갈 때마다 라이터스에 들러 작품 회의를 했다. 작가들이 방향을 잡은 걸 내가 조금 더 보태 주었을 뿐이다.

제목은 다이스(The Dice).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에서 따왔다.

주제 의식도 강하고, 액션도 박진감 넘친다.

중국. 독일. 영국 로케이션이며 순 제작비만 110억.

내가 보기엔 조약돌이 연이어 대박을 칠 것 같았다.

로즈 엔터의 일도 들여다보았다.

제니스는 신곡 준비를 했고, 비주얼 록밴드로 데뷔할 ‘락키’는 열심히 트레이닝 중이었다.

건하는 최근 드라마 출연을 검토하고 있었다. 라이터스 소속인 임성희 작가가 메인으로 집필한 작품이며, CG 계열사인 tvM이 방송할 의학드라마였다. 작가진에게 건하를 추천했더니 바로 배역이 결정되었다. 임성희 작가가 건하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렇게 각자가 바쁜 가운데.

마침내 내 영화 ‘아비도’가 최종 편집을 끝내고 기술 시사를 했다. 편집이 거의 다 됐다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각각의 편집본을 수도 없이 봤지만 완성본은 전체 흐름을 봐야 하기에 또 다를 터였다.

조감독과 함께 작은 극장에 들어갔다.

팀장들만 미리 와서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들과 인사를 한 뒤 좌석에 앉았다.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내 모든 걸 쏟아부었다. 남다른 촬영지와 현장이 시나리오보다 200% 나은 작품을 만들게 해줬다. 시나리오엔 미장센과 연기의 디테일이 나오진 않으니까.

평범한 주민의 악한 본성과 이기심.

인간을 홀리는 듯한 동네의 음침한 기운.

그 이면을 지켜보는 김강헌의 공허한 응시.

어떤 장면에선 읍내 도로 한가운데 서 있는 김강헌을 1분 넘게 가만히 찍기도 했고, 전처와 자신의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그의 얼굴을 장시간 화면에 담기도 했다.

표정없는 얼굴로 내면을 말하는 미친 듯한 연기였다.

배우의 얼굴만 찍어도, 깊은 내면이 담긴 그 얼굴만 가만히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날 수 있는 게 영화다. 자연 풍광만 찍어도 영상 미학이 생기는 게 영화고, 인물의 말 한마디에 삶을 돌아보는 게 영화 예술이다.

아비도는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영화다.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작품성만큼은.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마음을 졸이며 영화를 보았다.

기술적인 부분이 자꾸만 눈에 걸렸는데, 중반을 넘어가자 나도 모르게 영화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짝짝짝짝짝!

뒤에서 나온 박수 소리에 긴장이 한 번에 풀렸다.

극장에 불이 들어왔다. 팀장들이 저마다 웃는 얼굴로 내게 악수를 청해왔다. 말없이 악수하고 포옹했다. 다들 한 마디도 없었다.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고생하셨습니다! 이대로 개봉합니다!”

“축하합니다, 감독님.”

“다들 고생하셨어요.”

극장에서 나가는 이들의 표정이 먹먹해 보였다.

왜 그런지 안다. 나도 그런 심정이니까.

영화를 창작하는 사람들 중에 처음부터 돈을 벌려고 영화를 시작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 영화 자체를 사랑하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영화를 한다. 그런 영화인들이 마음에 남는 거 없는 오락영화만 찍고 있으면 순수 영화 예술에 대한 갈망이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 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

오늘 스태프들 얼굴에서 그걸 봤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그걸 느꼈다.

내 영화 아비도.

나만의 고유한 작가주의 영화로 태어났다.

충동적 욕정에서 비롯된 걷잡을 수 없는 악의 발현.

고리타분하지 않다. 재미도 있다. 기괴하고 섬뜩하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증오를 넘어 연민을 자아내게 했다.

정말 좋았다.

몇 가지 흠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 * *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오늘 언론 시사에서 판가름날 터였다.

기자들이 상당히 많이 왔다. 지성이가 각 매체에 보도 자료를 몇 번 보낸 덕분이었다. 2년 넘게 영화를 하면서 알게 된 기자들이 알은척을 해왔다.

“현장이 좋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기대할게요.”

“네. 좋게 봐주세요.”

“최 감독님, 입봉 축하해요.”

“예. 고맙습니다. 얼른 들어가세요.”

기자들을 극장으로 들여 보내고 나도 들어갔다.

내 자리는 김강헌 바로 옆이었다.

그는 영화를 아직 안 봐서 꽤 긴장했다.

“영화 어때요?”

“보시면 압니다.”

“솔직히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아비도 촬영 현장이 제 영화 인생을 좀 바꿔놨습니다.”

“어떤 의미로요?”

“어떻게 집중하면 연기가 뜻대로 되는지 알게 됐어요.”

“좀 심하게 놀긴 했죠.”

“고맙습니다.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저도요. 정말 고마워요.”

배우 김강헌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김강헌에게 그 어떤 스트레스도 주지 않았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게 두었다. 김강헌이 감정몰입을 해야 촬영을 했고,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었다. 모두 김강헌을 편하게 해준 현장 분위기 덕이다.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상영되었다.

나도 영화에 집중했다. 기자들 반응을 보면 모양 빠지니까.

그렇게 영화가 끝이 났는데.

짝짝짝!

예상치 못한 짧은 박수가 나왔다.

그걸 시작으로 박수가 몇 군데에서 더 나왔다.

뒤를 보자 영화주간지 기자 하나가 내게 엄지를 보였다. 여기자들도 활짝 웃으며 안심하라는 듯한 얼굴을 했고.

조감독과 제작부가 무대에 테이블을 설치했다.

나와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제 무슨 말들이 나올지.

기자들이 앞줄에 죽 앉으면서 간담회를 시작했다.

“최신성 감독님. 장시간 고정된 앵글에선 짐 자무쉬 감독. 어떤 시퀀스에선 데이비드 핀처 감독 느낌이 나던데, 영향을 받으셨나요?”

마이크를 들었다.

“딱히 영향을 받은 건 아닙니다. 학생 때 즐겨 본 그분들 영화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었나 봐요.”

“형사가 친구인 의사한테 본인이 진범인 걸 털어놓은 셈인데, 형사는 자신의 삶을 포기한 것이라고 봐야 하나요?”

“일부러 열린 결말로 갔습니다. 관객은 주인공이 체포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의사 친구는 아마 신고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강헌 씨. 본인의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강헌이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으로 제 연기에 만족했습니다. 현장 덕분이라고 보는데, 다시는 아비도 같은 현장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군요.”

“아비도 현장이 어땠죠?”

“최신성 감독님이 저의 연기 밑천을 탈탈 털어가셨습니다. 농담이고요. 현장 분위기가 너무도 편했습니다. 덕분에 오직 연기만 생각할 수 있었어요.”

배우와 기자들 사이에 미소가 번졌다.

한 기자가 외쳤다.

“최 감독님. 올해 영화제 작품상 노리신 건가요?”

“남우주연상은 노렸습니다.”

“김강헌 씨. 올해 남우주연상을 기대하십니까?”

“감독상과 작품상은 기대합니다.”

“우-!”

나와 김강헌의 대꾸에 기자들이 야유하며 놀렸다.

아무튼 기자간담회는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기자들의 질문도 매체에 따라 달랐다.

영화전문지 기자는 영화 해석에 현학적이고 난해한 질문을 하고, 인터넷 매체는 가십성 질문을 하고.

물론 전문지 기자의 질문이 곤란하면서도 대답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의식하지 않은 곳에서 은유를 찾아내는 것이나, 숨겨둔 상징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눈이 대단했다.

기자들이 내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해석력을 뽐내고 싶었는지.

기자 간담회가 100분이나 이어졌다.

기자들도 아비도 같은 작가주의 톤의 영화를 오랜만에 보기 때문인 듯했다. 내가 작가주의 영화만 찍을 것이 아니니 아비도의 영화 톤은 아비도에 국한될 터다.

저녁이 되어 VIP 시사회도 열렸다.

흥행성이 높은 영화가 아닌데도 초대받은 유명인은 대부분 왔다. 김강헌을 응원하러 온 큐즈 배우도 많았다.

그중에 톱스타인 한동원도 있었다.

“저희 로즈에 가도 되죠?”

“저희라면?”

한동원과 함께 온 큐즈 배우는 3명이다.

톱스타이거나, 한창 인기가 많은 남녀 배우들.

4명 전원이 로즈에게 오겠다는 뜻인가.

“오셔도 됩니다. 자세한 건 김강헌 씨에게 물어보세요.”

“네. 그럼 다음에 뵐게요.”

한동원과 함께 온 큐즈 배우들도 내게 눈인사를 하고 극장에 들어갔다. 김강헌이 내 영화를 찍으면서 큐즈 배우들이 어떤 결심을 한 모양이다.

서연과 친한 탤런트나 여배우들도 꽤 왔다.

그들과 함께 제니스도 왔고.

서연이 긴 건너편에 있는 날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늘 길 건너에서 지켜봤으니 바로 찾을 수밖에.

그러자 기자와 구경꾼들이 일제히 날 보았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날 향해 플래시가 수도 없이 터진다.

가장 늦게 들어가려 했더니.

“오빠! 얼른 와.”

포토 라인으로 걸었다. 그러자 꽉 막힌 인파가 좌우로 갈라졌다. 포토 라인에 서서 제니스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때 제니스 애들이 갑자기 쏙 빠져버리고 나와 서연만 남았다. 구경꾼과 기자들의 고함도 커졌다.

“감독님! 소감이 어떠십니까?”

“두 사람 잘 어울려요!”

“서연 씨 예뻐요!”

“최 감독님, 서연 씨와 다정한 포즈 한 번요!”

“안 돼!”

갑자기 터져 나온 말에 포토 라인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고함을 지른 남학생은 후다닥 도망가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서연은 내내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대중에 연애를 증명한 것 같은 표정이다.

극장 안이 시끌벅적했다.

다들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온 사람들이다.

다소 소란스럽던 장내가 영화가 시작된 후로는 고요해졌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에만 집중했다.

기자들은 원래 건조하니 그렇다 치고, 일반 관객의 반응은 어떤지 좀 궁금하긴 했다. 그런데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아! 하는 탄성도 나오고, 아… 하는 탄식도 나오고.

와, 진짜. 하는 괴로움도 나오더니, 마지막 진범이 형사였음이 밝혀질 땐 어? 하는 놀라움까지.

영화 톤이 작가주의라서 그렇지 영화적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스릴러를 기반으로 범인을 찾는 추리기법을 썼고, 흉악한 살인과 파렴치하고 끔찍한 동네 남자들의 열연도 나온다.

형사만 제3자인 것처럼 차분했을 뿐.

영화가 끝나자 말 그대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어째 7인의 사무원 때보다 반응이 더 좋다. 예술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지적 허세일까.

제니스 애들이 달려와 날 덥석 안았다.

서연도 나와 제니스 애들을 안았고.

연희와 세라는 울었는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아우 씨! 동네 아저씨들 진짜!”

“잘 죽었어! 그 못된 인간들!”

“여자 딸은 이제 어떻게 해? 형사 잡혀가면.”

“안 잡혀가. 형사가 딸 돌볼 거야.”

다들 한마디씩 했다.

서연은 묵묵히 내 등을 어루만져 줄 뿐이고.

애들과 함께 극장을 나섰다. 뒤처리는 조감독과 제작실장이 하겠다며 먼저 가라고 했던 터다.

이번에도 중국집으로 향했다.

“영화 재밌게 봤어?”

“응! 난 정말 재밌게 봤는데.”

“나도!”

“상업영화가 아닌데 재미가 있어?”

멤버들이 무슨 소릴 하느냐는 표정으로 날 본다.

애들에겐 상업영화와 작가영화 구분이 없나 보다.

서연이 말했다.

“난 공포 영화처럼 너무 무서웠어. 형사가 내내 조용했잖아. 나중에 결말 보고 늘 차분했던 게 오히려 울컥하는 거 있지. 마음이 어땠을까 하고.”

“나 한 번 더 봐야 할 거 같아. 무표정한 형사 얼굴을 다시 보면 눈물 날 것 같아.”

“오빠. 영화가 정말 느낌이 묘해. 분위기도 그렇고, 배우들 연기하는 것도 그렇고. 그 마을 광경까지 다 잊히지가 않을 것 같아.”

“내가 정리할 게. 이 영화 대박 난다.”

“나도 대박에 한 표.”

미주와 연희, 세라에 이어 리즈도 한마디 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한 뭔가가 영화에 있었나.

영화의 객관성을 잃은 건 사실이다.

편집본부터 수도 없이 봤으니.

애들 반응을 봐선 기자들만 좋아한 건 아닌 것 같다.

영화의 어떤 분위기가 마음을 잡아끌기라도 한 걸까.

내가 모르는 마력 같은 게 있나.

시나리오야 서스펜스를 강조하긴 했다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영화 아비도가 개봉했다. 개봉관은 478개.

일반 저예산보다는 조금 더 확보한 스크린 수다.

스크린 수가 많을수록 흥행하는 건 당연하고.

그런데.

리즈 예언처럼 정말 대박이 났다.

배급사도,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상업영화가 아닌 끔찍한 스릴러임에도.

* * *

입을 쩍 벌린 채 개봉 첫 주 성적을 보고 있었다.

첫 주에 260만이 넘었다.

개봉 첫날에 언론시사회에 왔던 기자들이 호평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포털에는 감상문이 줄줄이 올라왔다. SNS에선 아비도에 대한 언급이 폭증하더니, 그게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이유를 4일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라는 한 네티즌의 분석.

어떤 평론가는 오락영화에 지친 한국 관객에게 아비도는 소중한 단비 같은 영화라고 했다.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한 영화를 알아본 우리나라 관객은 세계 최고의 관객이라는 낯 뜨거운 찬사도 있었고.

그리고 한 프리랜서 기고가의 감상평.

[영화의 예술성을 상업적 성과로 이끌어 낸 걸작.]

좋은 평을 보고 기분은 좋았으나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띄워 주고 나중에 상업 영화를 하면 욕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그러다 내가 설득당할 만한 비평도 발견했다.

[최신성 감독은 충무로에서 이미 작가로 남다른 명성과 필모를 쌓았고, 1년에 일곱 작품 집필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이룬 바 있다. 현재도 그가 창립한 작가 팀 ‘라이터스’는 꾸준히 양질의 각본을 집필하고 있으며……]

[또한 최신성 감독은 영화 제작사 대표를 겸하고 있는바. 본인이 영화 아비도를 집필하고 연출하고 제작하고 투자한 특이한 사례다. 이것이 어쩌면 일찍이 한국 영화에 없었던 종류 혹은 방식의 괴작을 탄생시킨 배경이라 할 수도 있겠다.]

[최신성 감독은 작가 데뷔작인 국경의 끝을 통해 예술로서의 영화적 기능을 비범하게 발휘한 바 있으며, 천만 흥행 영화인 나는 보스다의 각본으로 탁월한 상업성도 증명한 바가 있다. 따라서 영화 아비도는 전작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체득한 가장 이상적이며 지능적인 ‘두 마리 토끼’라고 볼 수 있다.]

이 비평이 날 가르쳐 준 셈이었다.

읽어보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으니.

영화 흥행도 흥행이지만 감상평이 범람하듯 넘쳤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유행이 일어난 것처럼.

작가주의 대표 감독인 홍상석 감독 영화처럼 작가주의 영화라고 난해한 메타포가 있거나, 고도의 해석이 필요한 영화적 기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직관적으로 직설적으로 사람이 사는 어떤 단면을 보여 줄 뿐이지.

아비도도 그런 편에 속했다.

다만 장르가 스릴러였을 뿐.

이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노력한 결과라고 봐야 하나.

내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도 있으니 둘 다라고 해야겠지.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두 번이나 보았다.

감상평에 나오는 해석을 생각하며 보았는데, 난 너무 익숙해서 그랬는지,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와는 여러 면에서 톤과 분위기가 좀 다르긴 했다. 배우들 연기도 일반 영화와는 정서나 색깔 같은 게 사뭇 다르고.

이건 두 가지 중 하나다.

내가 영화 연출에 미숙해서 이런 톤이 나왔든가.

내가 만든 새로운 모든 것이 관객에겐 특별했든가.

전자든 후자든 나만의 영화 문법이 생겼다는 의미다.

내가 별 작품을 다 하는 작가라서 그런지, 이 문법을 고집할 생각은 없었다. 다시 작가 영화를 찍으면 모를까.

다만 어떻게 찍어야 내 고유의 색이 나오는지는 알 만했다.

어느 기자가 아비도를 보고 그랬다.

내가 ‘최신성 그레이’를 창시했다고.

주인공의 절제된 연기와 영화의 우울한 톤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중충한 분위기를 위해 회색 필터를 쓴 것도 있고.

영화를 몇 번 더 보고 나니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 * *

영화 개봉 3주 차.

집에서 쉬면서 영화 감상평만 들여다보았다.

국경의 끝이 개봉했을 때 감상평과 댓글에 중독되어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중독성이 더 컸다.

영화가 흥행한 것보다 더 기쁘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흥행까지 하고 있다.

현재 스코어 430만. 최종 스코어는 500만이 넘는다.

내 예상보다 150만이 더 들어오는 셈이다.

350만도 초대박이라고 봤는데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영화가 흥행 한계를 넘어 버렸다. 평이 좋고 스크린 수도 2주 차에 600개로 늘어나면서 일어난 결과다. 재관람 붐이 일어난 덕분이기도 하고.

최종 흥행 수익을 500억으로 잡고 계산을 했다.

흥행 수익 -> 약 500억.

극장 수익 50% 공제 후 -> 250억.

배급사 수수료 10% 공제 후 -> 225억.

메인투자사 관리비 2% 공제 후 -> 220억 5천만.

총 제작비 35억 공제 후 -> 185억 5천만.

투자사 순수익 60% -> 111억 3천만.

제작사 순수익 40% -> 74억 2천만.

부가 판권 수익 -> 약 9억.

해외 판권 수익 -> 약 7억.

제작비 35억 중 15억을 투자한 지분이 42. 8%.

따라서 투자 순수익 47억 6천만.

여기에 투자 및 제작사의 판권 수익 10억에.

투자 수익과 제작사 수익을 합계하면.

총 수익 131억.

내가 투자와 제작을 겸하다 보니 엄청난 수익이 나왔다.

15억 투자해서 131억이면 8배가 넘는 수익이다.

투자 배급사는 20억 투자해서 3배를 훌쩍 넘게 벌었고.

나는 보스다에 투자하여 50억을 벌었을 때는 속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좋더니, 내 영화 수익을 보니 그냥 담담했다.

열심히 찍어서 그런가.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액을 투자해서 흥행작을 내면 당연하게 여긴다. 실패하면 욕먹고 퇴출되는 거고.

그런데 저예산으로 대박을 내면 대우가 달라진다.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얻으려는 심리는 다 마찬가지니.

게다가 작품성마저 인정을 받으면 ‘작가’ 대접도 해 준다.

지금 내가 그렇게 된 상황이었다.

이제 내 영화를 배급하기 어렵다는 말은 안 나올 것 같다. 10억짜리 영화를 찍는다 할지라도. 작가로서도, 감독으로서도 난 줄곧 검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가장 큰 검증 하나는 통과한 셈이고.

차기작은 천천히 준비하기로 했다.

두 달 후 정산이 나오면 그때부터.

그 두 달 동안 여기저기 놀러다녔다.

먼저 라이터스에 가서 집필 지원을 하고 김영석 감독을 만나러 갔다. 김 감독 영화 특검도 540만 흥행 수익을 올리고 개봉이 끝났다. 해서 김영석 감독과 각자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소주도 한잔 마시고.

의학드라마에 환자역으로 출연하는 건하도 보러 갔다.

모르는 사람과 촬영하는 게 처음이라 걱정이 되어서 지성이를 전담마크 시켰다. 다행히 건하가 잘 적응해서 촬영하고 있었다.

며칠 뒤에는 조약돌에 갔다. 신작 첩보영화 ‘다이스’가 프리에 들어갔는데 진행 상황이 무난해서 그 영화에 20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못해도 700만은 나올 영화인데 당연히 투자해야지.

내가 쓰고 CT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신촌검호’가 개봉 후 정산을 끝내서 그 작품 수익 배분도 받았다.

내 감독 작품을 제작하고 찍느라 근 7개월 정신이 없는 동안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동안 내가 썼거나, 라이터스가 집필한 작품의 잔금과 3% 수익 배분이다.

네 작품의 수익배분 총액 11억에 계약 잔금 및 라이터스 정산 수익을 모두 합친 금액이 무려 13억이다. 이 돈은 로즈 엔터 자산이 아니라 온전히 내 돈이었다.

두 달 후 로즈 엔터 자산은 무려 185억에 이른다.

나는 보스다로 벌고 투자하고 남은 35억.

이번 내 영화로 벌어들일 131억.

거기에 제니스와 서연의 활동 수익으로 쌓인 20억.

그 모든 수익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집 책상에 앉아 회계 비슷한 걸 했다.

지금까지 번 돈과 지출 등을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

그 결산표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맥주 맛이 돈 맛처럼 느껴졌다.

캔 맥주를 하나 더 꺼내 오는데 문자가 왔다.

앱을 만들고 있는 개발자 문인규였다.

[앱 개발 끝냈어요. 뵐 수 있을까요?]

[네. 내일 뵙죠.]

한 달 전에 문인규에게 연락했더니 거의 완성되었다는 말이 나왔었다.

* * *

문인규와 그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앱을 개발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내가 들어가자 20대 중후반 친구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앉으세요.”

문인규가 내주는 의자에 앉았다.

“앱부터 봐도 될까요?”

“네. 여기.”

문인규가 본인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메인 화면과 인터페이스가 제법 훌륭했다.

가상의 영화 타이틀이 주르륵 뜨고 터치해서 들어가면 영화 펀드 가입 화면으로 이어진다. 금융사와 연계하는 터라 돈만 입금하면 된다. 본인 인증이나 계좌 개설 등도 세밀하게 잘 되어 있고.

이 앱을 전문가가 다시 손을 보면 될 듯했다.

금융사와 펀드 시스템 구축도 전문가가 맡으면 되고.

“이 사업 관리직을 하고 싶어요? 앱만 팔고 싶어요?”

문인규가 동료를 보았다.

이미 다들 논의를 끝낸 모양이다.

“솔직히 앱 개발하는 게 비전도 불투명하고 그래서, 관리직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앱 시장도 포화 상태라 더 획기적인 게 나오기도 어렵고요.”

“관리직이라면 앱 펀딩 관리와 사이트 관리입니다. 경영 경험이 없으니 그쪽은 전문가가 맡아야 하고요.”

“네. 저희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승진을 하면 경영도 할 수 있겠죠. 사이트는 어느 정도 구축했죠?”

한 친구가 말했다.

“저 포함 세 사람이 만들고 있는데요. 이제 겨우 기반만 구축한 상태입니다. 완벽하게 완성하려면 2년은 더 걸릴 것 같아요.”

모여 있는 이들을 보았다.

“여기 5명이 전부죠?”

“네.”

“내년 초에 펀딩 앱을 완성하기로 하고, 5명 전원 앱 구축에 힘을 합쳐 주세요. 펀딩 앱을 시작으로 몇 년 후에 영화 플랫폼을 시작할 겁니다. 회사는 내년에 창립하게 될 테고요. 여러분 모두 관리직으로 쓰겠습니다.”

“회사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펀딩 대행 수수료와 광고 수익입니다. 시작할 때는 직원이 여러분 포함하여 10명 안팎입니다. 중견기업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5명 전원 얼굴 밝아졌다.

펀딩 앱을 내 폰에 내려받은 뒤 사무실에서 나갔다.

영화 펀딩 사업은 20억 이내의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서다.

100억 대 영화가 있다면 내가 최대 30억가량. CT가 20억 남짓. 그 외 투자사와 투자배급사가 40억 정도 투자한다.

투자배급사는 여러 영화에 투자하기에 한 번에 30억 이상의 투자는 잘 안 한다. 부족한 20억 정도를 채우려고 제작사 대표들이 벤처캐피털 등에 찾아가는 것이다.

그 나머지를 펀딩으로 채우면 잘 맞물린다. 일반인도 영화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내가 관여한 영화 홍보도 하고.

이 펀딩으로 영화 플랫폼에서만 상영할 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다. 그러면 스크린 독점으로 극장에 걸지 못하는 영화도 제작된다.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영화계 전체 파이를 넓히는 일이다.

현재 작가영화와 예술 영화는 극장에서 좀처럼 안 걸어준다. 돈이 안 되니까. 그런 영화를 내가 만들 영화 플랫폼에 걸겠다는 거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영화 규모가 다르니 배급사가 견제할 것도 못 된다.

이후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이지은 씨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소개로 전문가들을 하나 둘 만나 앱과 사업을 설명했다. 영화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그리하여 나와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이 하나씩 모였다.

영화 펀딩 경영을 맡을 40대 중소기업 부장.

앱 보안 전문가. 펀딩과 금융 실무진 등등.

모두 5명으로 현직에 있다가 내 비전을 믿고 과감히 이직하신 분들이다. 특히 영화 플랫폼에 거는 기대가 컸다. 모두 코어가 호감을 전달한 분들이기도 하고.

이들이 실무를 맡고 난 투자자 및 대주주로 남았다.

하여 일단 5억을 투자했다.

사무실을 얻는 비용과 월급 및 개발비다.

앱 공개 전에 5억 정도를 더 투자할 텐데.

그 10억이 훗날 영화 플랫폼과 연동하면서 얼마로 불어날지는 아무도 모를 터다.

이 역시 내가 경영하는 건 아니다.

난 대주주로 남고 경영은 임직원이 한다. 따라서 그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는 지금은 알 수 없다. 그저 세계를 목표로 한다는 방향을 잡았을 뿐.

현재로선 극장과 관계없이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0여 일에 걸쳐 펀딩 사업을 마무리했다.

집으로 차를 몰고 가는 그때 서연에게서 톡이 왔다.

[오빠, 우리 신곡 나왔어.]

[바로 갈게.]

오랜 공백 끝에 드디어 제니스 신곡이 나왔다.

이번 신곡은 미니 앨범이다. 4곡이 들어 있는.

두 곡은 방준혁 작곡가가 썼고, 두 곡은 샀다.

지성이에게서 이번 곡도 좋다고는 들었다.

* * *

로즈 엔터 사무실에 들어가자 직원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갓 들어온 신입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직원이 부족해서 늘 외근 나가 있던 성 대표님과 고 본부장님도 자리에 있었다.

두 분이 웃으며 날 맞이했다.

“직원들 많아졌네요.”

“예. 어제까지 신규 채용한 직원이 24명입니다.”

성 대표의 말에 고 본부장이 덧붙였다.

“경영지원부서에만 12명이고요. 매니지먼트에도 배우 부분과 가수 부분을 나누어서 팀장 이하 8명입니다. 콘텐츠사업부에는 팀장과 회계직원 포함 4명이 추가되었고요.”

사무실을 다시 둘러보았다.

이사할 때는 넓어 보이더니 이제는 좁은 느낌이다.

“인원은 충분합니까?”

“지금은 충분합니다. 아티스트가 더 들어오면 매니저 쪽에 증원해야겠죠.”

“한동원 씨 계약했다고 했나요?”

“예. 네 분이 함께 오셔서 한 번에 계약했습니다. 어휴, 큐즈 대표가 어찌나 뭐라고 하던지 싸울 뻔했네요.”

고 본부장이 웃었다.

“그 양반도 웃기는 양반이에요. 우리가 무슨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를 하기라도 했나, 배우분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계약한 것인데 말입니다.”

큐즈의 톱스타와 유명 배우 5명이 로즈로 왔다.

큐즈 수익 원천인 배우 8명 중에 5명이다.

아직 계약이 안 끝난 한류스타 나희준도 나간다면 큐즈는 기둥이 다 뽑혀서 하이니스만 근근이 수익을 낼 지경이 된다. 큐즈 신인 남자 아이돌은 지금 인기몰이를 못하고 있고.

손님인 양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을 때.

서연이 왔다.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오자 남자 직원들이 일제히 놀랐다.

서연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힐끔거린다.

대부분 그녀를 처음 보는 듯.

하기야 남으로 서연을 만났다면 배우의 아우라가 보인다며 신기했을 것도 같다. 지금은 가로숫길에서 처음 만났던 그때의 서연이 아니다. 미모가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이다.

서연이 내 표정을 보더니 말했다.

“오빠, 나한테 반했구나?”

“응. 몹시.”

서연이 킥킥대며 웃었다.

“가자. 아래층 사무실에 다들 모여 있어.”

서연과 함께 아래층으로 갔다.

몇 달 전에 방준혁 작곡가 작업실 겸 연습실로 개조한 곳이다. 매번 넓은 안무 연습실을 빌리는 것보다 아예 임차하는 것이 나아서 지성이가 추진했다. 락키 애들이 연습할 곳도 필요했고.

연습실에 들어가자 락키 아이들이 넙죽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어, 연습 잘하고 있어?”

“네!”

지금 여름방학인지라 다들 회사에 와서 연습하고 있던 터다. 애들 모두 이제 고3이 됐다. 보름 전 왔을 때 연습하는 걸 봤는데, 이미 합주가 가능한 상태였다. 기특하게도 벌써 작곡을 해서 맞춰 보는 중이라고 한다.

제니스 멤버들은 어? 왔어? 하며 손만 흔들었다.

방 작곡가는 눈인사를 하고.

“곡부터 들어봐요.”

다들 모여서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먼저 타이틀 곡. 전주가 나오자마자 감탄을 했다.

제니스의 현재를 있게 한 이전 곡보다 더 좋다.

하우스 기반으로 드럼 비트 그루브가 끝내준다.

거기에 징지징 징지징 하며 깔리는 기타 리프.

곡 제작비에 여유가 있으니 세션을 제대로 썼다.

곡이 끝나자 락키 아이들이 요란을 떨었다.

“와! 노래 너무 좋다!”

“언니들. 이 곡 대박 날 것 같아요!”

제니스 멤버들은 이미 들어본 모양이다.

그냥 씩 하고 웃고 만다.

방준혁 작곡가가 말했다.

“타이틀 곡은 세라와 공동 작업했어요. 본인이 좋아하는 곡을 가져와서 그 느낌으로 가 보자고 해서요. 좋죠?”

“아주 좋네요. 세라가 무슨 곡을 가져왔는데요?”

세라가 대답했다.

“마돈나의 Give It 2 Me. 나 그 노래 좋아해서.”

나는 모르는 노래다.

“다음 곡도……”

띠리리리리-

말을 하다 말고 전화가 와서 받았다.

지성이었다.

“왜?”

-형. 사고 났어. 빨리 좀 와.

“무슨 사고? 다쳤어?”

-아니. 내가 탤런트를 때렸어. 건하가……

뭐라 묻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전화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전화기 너머가 소란스러웠으니.

급히 사무실에서 나갔다.

서연도 빠르게 내 뒤를 따랐다.

“건하 때문이야?”

“그런 거 같아. 내가 해결할 테니, 나오지 마.”

“응.”

건하의 태도를 오해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 봤다.

지성이는 학교 다닐 때 싸움 한번 안 한 놈이다.

그러니 상황이 어땠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건하가 잘못한 건 없을 테고.

어쨌든 이번 일을 통해 건하가 사회를 좀 배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해결이야 어렵지 않고.

* * *

촬영장인 분당의 한 병원으로 달려 들어갔다.

연락받은 지 30분이 넘은 터라 드라마 촬영은 재개된 상태였다. 촬영이 한창인 병실로 가자 경찰과 지성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 쪽에 앉아 있는 건하 오른쪽 뺨에 멍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경찰과 대화하던 지성이가 한숨을 쉬었다.

“상황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

“건하가 맞았어?”

“뺨을 세 대나 맞았어.”

“누구야?”

“저 인간.”

촬영이 진행 중인 곳을 보았다.

송호식. 30대 남자 탤런트다.

드라마에서 감초로 주로 나오고 이번 드라마에선 병원 내 주인공 상대 파벌의 선배 의사다. 사고만 치는 주제에 주인공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캐릭터. 신인인 건하보다 약간 더 비중이 있는 조연일 뿐이다.

송호식의 뺨 한쪽에 약간의 멍이 들었다. 사고뭉치 의사 역할이라 멍이 있는 그대로 가는 모양이다.

“건하가 왜 맞았는데?”

“인사 안 했다고.”

“고작 그 이유로?”

“첫 촬영 때 건하가 인사를 안 했어. 당연하잖아. 4년이나 텔레비전 안 보고 산 얘가 누군지 알고 인사를 해.”

“그 뒤에 찍힌 거야?”

“그런가 봐. 건하를 빤히 보긴 했는데 별일 없는 줄 알았거든. 선배인 거 안 뒤로는 건하도 인사를 했고. 그런데 오늘 작정을 하고 왔나 봐. 건하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더니, 욕을 하더라고. 선배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냐고. 그 바람에 건하가 공황상태에 빠져서 나가려고 했는데, 잡은 거야.”

예상했던 상황 그대로다.

송호식이 건하의 정신 건강 상태를 전혀 모르기에 오해를 한 거다. 싸가지없는 후배라고. 그래서 한마디 하려고 불렀는데, 선배를 피하려는 건하의 태도에 더 화가 났던 거고.

건하로선 영문을 모른 채 화가 난 선배 때문에 불안 상태에 빠졌고, 숨기려고 애썼던 자폐적인 모습이 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딴청을 하며 말을 듣지 않고 도망가려고만 하자, 결국 송호식이 뺨을 후려쳤던 거다. 그것도 세 번이다.

지성이가 말했다.

“건하 맞는 걸 보고 처음엔 나도 말렸어. 그런데 송호식이 우리 회사가 어쩌고, 부모 교육이 어쩌고 하면서 건하 부모님을 들먹이잖아. 그때 건하가 진짜 화가 나서 덤비더라고. 나도 깜짝 놀랐어. 건하 때문에 송호식도 눈이 뒤집어졌고. 둘이 주먹다짐 벌이기 직전에 내가 먼저 때려 버렸어. 건하가 대형 사고 칠까 봐.”

지성이가 화가 나서 때렸다기보다는.

상황을 수습하려고 때린 거였다.

건하보다 매니저인 자신이 수습하기엔 나으니까.

“폭행 장면 누가 봤어?”

“상황 끝난 뒤에 스태프들이 화장실에 왔지.”

“당사자 말고 본 사람 없는 거네.”

“응.”

경찰이 다가와 말했다.

“양측 상해가 경미해서 벌금형이나 기소유예될 사안입니다. 송호식 씨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하시니, 대화를 좀 하시고 합의하는 것으로 가시죠?”

“합의하겠습니다.”

“검찰 송치는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촬영 세팅 때까지 기다렸다.

송호식이 나와 지성이를 보며 비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격지심에서 벌어진 일 같다.

본인이 인기가 없어서 후배가 무시했다고 여긴 듯.

보통 선배 탤런트들은 말 수 없는 신인이 인사를 안 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정 안 되면 대화로 풀어 보려고 할 터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건하에게서 남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버릇이 없는 게 아니라, 심각하게 소심하구나 하고.

게다가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그냥 일로 만나는 관계에서 그치면 되는 거다. 그럼에도 건하의 뺨을 때렸다는 건 평소 송호식의 인간 됨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마침내 촬영이 끝났다.

바로 송호식에게 갔다.

PD는 촬영에 방해될까 봐 눈치를 주고.

“이야기 좀 하시죠.”

송호식이 귀찮은 기색으로 날 피하려 했다.

“합의 안 한다니까요.”

“합의 안 하면 사건 넘어가서 송호식 씨도 처벌받습니다. 그리고 건하는 폭행 상해에 대해 민사 소송을 걸 것이며, 우리는 송호식 씨의 일방적인 폭력행위를 저지하고자 정당방위를 한 것으로 주장할 겁니다.”

송호식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날 고소한다고? 저 새끼가?”

“말 함부로 하지 마시죠.”

송호식이 날 빤히 보더니 말했다.

“신인이 아주 싸가지가 없길래 선배가 교육 좀 했어요. 그런데 매니저가 날 치네? 내가 재판정 들락거리면 이 드라마는 어떻게 촬영할 건데요? 윤건하를 자르는 게 나을까, 내가 고소당하는 게 나을까?”

“그러니까, 합의하자는 말입니다.”

“내가 그깟 푼돈 때문에 합의 안 하는 거 같아요? 난 윤건하 저 새끼랑 촬영 못 해.”

“합의합시다. 마지막 요청입니다.”

“합의 없다니까, 그러시네.”

송호식이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걸어가 버렸다.

바로 PD에게 갔다.

“송호식 씨 회당 촬영분 많습니까?”

“악역 조연이라 한 회에 두 번 정도 나옵니다. 송호식 씨가 합의를 안 하겠답니까?”

“그렇다네요.”

“아, 그 양반 진짜!”

PD가 간호사 배역과 잡담을 하는 송호식을 보았다.

이 드라마는 아직 방송 전이다.

3화까지 미리 찍어 놓고 4화 찍을 때 방영한다.

현재는 2화 초반 촬영 중이고.

바로 임성희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PD 들으라고 일부러 스피커 폰으로.

“아, 전데요. 지금 몇 화까지 나왔어요?”

-3화 작업 중이에요. 왜요?

“송호식 씨가 건하를 때렸다네요. 건하 매니저는 송호식을 때렸고요. 그래서 합의를 하려는데 합의를 안 해주네요. 건하 잘리기 전에는 촬영 못 하겠답니다.”

대답이 없었다.

잠시 뒤 임성희 작가의 음성이 들렸다.

-주인공을 괴롭혀서 시청자들의 욕을 먹던 방만한 선생은 결국 3화에서 의료사고로 퇴출당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별말씀을요. 감히 우리 건하 씨를 때려요?

전화를 끊자 PD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날 보았다.

“그렇다네요.”

“아, 예.”

PD라고 별수 있나. 작가가 보내 준 대본 대로 찍어야지.

송호식이 3화에서 잘린다고 했으니 3화까진 찍어야겠지.

건하에게 갔다.

건하가 날 보고는 웃으며 인사했다.

애써 별일 아니라는 얼굴을 한다.

“송호식이 널 오해해서 그런 거야.”

“네. 알고 있어요.”

“계속 촬영할 수 있지?”

“그럼요. 이제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 잘할게요.”

영화든 드라마든 건하가 한 번은 겪을 일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 사람들이 어떻게 오해하는지 건하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잘할 것 같다.

딱히 할 일도 없고 그래서 드라마 촬영을 지켜보았다.

환자복을 입은 건하가 복도를 걸어가면 간호사들이 반해서 호들갑을 떠는 장면을 찍었다. 그런 건하가 비중 높은 막내 간호사와 풋풋한 사랑을 나누다 14화에서 죽는다.

단독 촬영을 끝낸 건하가 또 송호식과 붙게 되었다.

방만한 선생이 꽃미남 환자에게 반한 간호사들에게 저 환자는 6개월 못 버티고 죽을 거라는 악담을 하는 장면이다.

건하와 송호식이 PD 콜을 기다리며 위치했다.

송호식이 건하에게 말했다.

“6개월이 뭐냐, 넌 3회에서 아웃이야, 이 새꺄.”

“또 우리 부모님 욕하면 가만히 안 있습니다.”

“네가 가만히 안 있으면?”

“내가 맞은 거 그대로 할 겁니다.”

“이 새끼 봐라? 이제 막 나가자 이거네?”

송호식이 PD를 보았다.

“감독님. 이 새끼 지금 말하는 거 들었어요? 선배한테 싸대기를 치겠다네? 이 새끼 나 고소하겠다는데 어떻게 하죠? 그냥 고소당할까요?”

PD는 대꾸가 없었다.

송호식이 다시 말했다.

“싹싹 빌면 합의를 해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요. 감독님, 저 이 새끼랑 촬영 못 하겠습니다. 이 자식 이거 배역을 없애든가, 급사를 하던가 무슨 조치를 해야……”

“송호식 씨.”

“예.”

“본인은 지금 잘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후배란 놈이 선배 알기를…….”

“그만!”

PD가 화를 꾹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촬영에 집중합시다. 3회 때 결정 날 겁니다.”

“그렇죠?”

PD 속도 모르고 송호식이 웃음 지었다.

PD가 이렇다저렇다 설명을 안 하는 이유는 안다.

3회까지는 송호식이 잘린 거 모르고 촬영을 하는 게 나으니까. 일단 오늘도 촬영은 해야 하는 거고. PD의 대처 방식을 보니 이런 상황이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다시 촬영이 진행되었다.

건하가 잘릴 거라고 봤는지 송호식도 더는 건하를 건드리지 않고 촬영을 이어갔다.

촬영장에 올 때만 해도 합의를 하려 했는데, 이젠 내가 합의할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은 악역이라 퇴출되면 시청자들이 좋아라 박수 칠 일이다.

건하는 지성이에게 맡기고 로즈 엔터로 돌아갔다.

* * *

제니스 신곡을 다 들었다.

미니 앨범 4곡 중 2곡은 아주 좋고, 2곡은 그럭저럭 좋았다. 다른 작곡가에게 산 곡이 나머지 그 2곡이다.

서연이 말했다.

“뮤비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고 싶어?”

다들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번에도 여행 가서 찍고 싶은 내색이다.

이번엔 영화 콘셉트로 가볼까.

타이틀 신곡 내용은 스토커에 관한 이야기다.

스토커를 좀비로 은유해서 공포물로 갈까.

그래. 이왕 하는 거 웹 단편 영화 한 번 만들어보자.

그 영화의 장면과 NG 컷을 사용하면 발랄한 느낌이 난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 좀비물로.

“너희 20분짜리 영화 한 편 찍을래?”

“영화? 뮤직 비디오 안 찍고?”

“그 영화 메이킹 필름과 NG 컷을 뮤비로 쓰면 돼.”

“난 찬성.”

“재밌을 것 같아.”

“그 영화 무서워요?”

“그래. 아주 무서울 거야. 뮤비는 웃길 거고.”

서연은 감을 잡았는데, 멤버들은 무섭고 웃긴다는 그 간극을 잘 모른다. 아비도 찍으면서 알았다. 영화와 현장은 아주 다르다는 걸. 공포 영화 한번 찍고 싶었는데 잘 됐다.

영화와 뮤비에 건하도 출연시키고, 락키 애들도 나오면 홍보 효과도 있을 테고. 멤버들이 오케이하면 가는 거지 뭐.

촬영 기간은 딱 4일.

청평 펜션을 잡아서 거기서 로즈 엔터 식구들 단합대회를 겸해서 찍고 오면 된다. 페이크 다큐라 영화 화면처럼 공을 들일 필요는 없다. 안 그래도 새로 온 직원과 배우들이 많아서 얼굴도 익혀야 하고, 여름휴가도 즐기는 거지.

영진이를 불렀다.

“지성이 오면 알려줘. 8월 16일부터 21일까지 제니스와 건하 스케줄 비워 놓으라고. 청평에 펜션도 알아보고. 거기서 MT도 하고 단편 영화도 찍을 거야.”

“알았어요.”

“너희는 신곡 녹음 잘해.”

“응!”

사무실에서 나왔다.

바로 승철이에게 전화했다.

“나다. 8월 16일에 시간 있어?”

-왜요? 또 뮤비 찍어요?

“아니. 단편 영화다. 좀비물.”

-웬 단편 영화?

“뮤비도 겸해. 조감독 좀 해라.”

-얼마 주실 건데요?

“500.”

-에이, 겨우?

“싫으면 다른 사람 찾으면 되고.”

-누가 싫대요? 내일 뵐게요.

집으로 가면서 시나리오를 짰다.

로즈 엔터 단합대회가 열리던 펜션에 좀비가 나타난다. 건하와 지성이, 내가 멤버들을 지키려고 좀비들과 싸우고, 건하만 마지막까지 버티다 결국 죽는다. 그 과정에서 제니스 멤버들은 여전사로 성장하고 겨우 차에 올라 서울로 향하는데. 서울은 이미 좀비 세상이 되고 말았다.

집에 도착한 뒤 바로 시나리오를 썼다.

제작비는 약 3억. 휴가 비용까지 합치면 약 5억.

대형기획사에서 공들여 뮤비를 찍는 수준이다. 단편 영화는 영화대로 제니스 신곡 홍보를 위한 이슈가 될 테고. 그러니 영화를 먼저 공개한다.

* * *

박승철이 이 녀석. 기특한 놈이다.

단 하루 사이에 필요한 스태프 모집을 끝내 버렸다. 아비도 제작진 각 팀의 세컨드와 막내를 죄다 불러 모아버렸으니.

“재주도 좋다. 어떻게 다 모았어?”

“감독님과 영화 찍으니까요. 4일 일하고 두둑하게 일당받는데 형님 같으면 안 하겠어요?”

“누가 두둑하게 준대?”

“어차피 차기작도 감독님하고 하고 싶은 스태프들이에요. 노느니 감독님에게 잘 보여서 도장도 찍어 놔야지.”

몇 가지 문서를 내밀었다.

“제작 일정표야. 꼼꼼하게 작성 안 해도 돼.”

“저 이거 잘 모르는데.”

“단편 영화에 제작실장이라도 있어?”

“하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제작 일정을 주로 짰다.

예산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렸다. 내 식구들이 영화를 재밌게 찍고 실컷 놀다가 가게 하려고.

무술팀 4명과 좀비 영화에 나왔던 연극배우들도 불렀다.

페이크 다큐라 카메라 등 장비는 최소로 하고, 분장과 좀비 연기, 미술에 좀 더 신경을 썼다.

촬영지 섭외하러 가서 벽돌과 슬레이트, 통나무로 만든 창고 세트 시공도 했다. 그 창고가 단편 영화의 클라이맥스 씬이 될 터였다.

그렇게 15일에 걸쳐 모든 준비를 끝냈다.

촬영지는 청평 펜션과 인근 창고.

회사 게시판에 오는 8월 16일에서 20일까지. 회사 전체 식구들이 청평으로 여름휴가와 단합대회를 겸해 제니스 뮤비이자 단편 영화를 찍으러 가니 시간을 비워두라고 했다. 회사는 당연히 휴업이고.

그렇게 알려두고 쉬고 있었는데 반가운 소식이 왔다.

직원 31명 전원 2박 3일까지는 참가하겠다고 했고, 김강헌 씨를 비롯한 새로 온 배우들도 모두 가겠다는 연락이 왔다. 한동원은 화보 촬영까지 없던 일로 하고.

고맙게도 배우들 전원 조연으로 영화 및 뮤비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출연료는 스태프들 받는 수준. 로즈 엔터 단합대회 중 좀비가 나타나는 내용이니 당연히 가야 한다나.

김강헌이야 의리로 한다 치고, 한동원 외 3명은 톱스타급이다. 그런 배우들이 제니스 뮤비에 모두 출연한다.

그야말로 역대 급 단편 영화이자, 아이돌 뮤비다.

이러니 소속 배우들이 예쁘지 않을 수가 있나.

차기작 주인공은 당연히 우리 배우가 하는 거지.

그리하여 8월 16일.

로즈 엔터 직원 31명과 소속 아티스트 16명. 스태프 20명. 단역 출연자 6명. 모두 73명이 단체로 청평으로 향했다.

단편 좀비 영화. ‘새벽이 올 때까지.’

아주 재미있는 촬영이 될 것 같았다.

제니스가 좀비 김강헌과 한동원을 때려잡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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