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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화 〉87화 윈프레드 & 위니엘 싹독싹독 도끼 조교 (1) (88/95)



〈 88화 〉87화 윈프레드 & 위니엘 싹독싹독 도끼 조교 (1)

조니가 피 묻은 도끼를 내려놓고 잠시 지하 감옥을 나간 사이, 위니엘과 윈프레드는 눈빛을 교환했다.

‘언니, 괜찮아?’

‘괜찮아.’

지키는 사람은 없었기에 입을 열어 말로 전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들의 일족에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오랜 격언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말은 틀리지 않고 여러 번 들어맞은 적이 있었기에 자매는 적지에서는  아무리 안전해 보이더라도 입을 열어 의견을 교환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들켰다가는 작전을 들킬 수도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된 또라이를 만난  같아. 난 글렀으니 너라도 살렴.’

‘언니…… 난 언니 없이 못 산단 말야.’

위니엘의 눈빛이 애절해지자 윈프레드는 숨을 짤막하게 들이마신  혓바닥을 한 번 튕겼다.

딱.

짧은 울림이었지만 변화는 컸다.

위니엘의 눈빛이 달라졌다. 성격과 인격이 교체되고 과거사가 바뀌었다.

더 이상 위니엘은 언니 없이 못 사는 일급 암살자가 아니라 일족 최고의 재능을 타고난 특급 암살자가 되었다. 언니는 물론이고 일족의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위니엘은 연기의 차원이 아니라 성격과 인격을 아예 자유롭게 바꿀 수가 있었다. 그녀 자신이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성격이 되는 것이었기에 아무리 고문을 하고 최면을 걸어도 계속 같은 말만 할 뿐 숨기고 있는 진실을 토해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성격과 인격이 바뀌어 버리면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모르는 것이기에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유일한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위니엘 자신의 의지로는 다른 성격이나 인격으로 교체하거나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문제였다. 위니엘 스스로 바꿀 수 있으려면 거짓이고 연기란 걸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정말로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역할은 언니인 윈프레드가 맡고 있었고, 만약 본래의 성격과 인격이 아닌 다른 인물로 탈바꿈했을 때 윈프레드가 죽어 버리면 위니엘은 본래 모습으로돌아가지 못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위험성만큼 이점도 명백했기 때문에 위니엘과 윈프레드는 그 능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상황은 파악했겠지, 위니엘?’

‘응. 언니는 분명히 죽을 거야.’

‘괜찮아. 죽음 따윈 언제고 우리 곁에 있었던 일이니까. 하지만 살  있어. 언니의존증이 있는 소심한 일급 암살자 위니엘이라면.’

윈프레드의 눈빛에 위니엘이 가볍게 눈을 감으면 고개를 저었다.

‘그 성격으론 혼자서 복수하지 못 해. 살아 있어도 의미가 없어.’

‘그럼 어쩌려고?’

‘사실대로 말하겠어. 그러면 나도 살고 언니도 살 수 있으니까.’

언니의존증 위니엘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오자 무의식 속에서 보고 들었던 것을 토대로 그녀들을 붙잡은 남자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으며 정말로 죽어도 상관없다는 투로 양팔을 도끼로 잘라 버린 남자였지만, 언니 윈프레드가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필요했기 때문에 손에 넣고자 양팔을 자르고 죽이려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그건 필요는 하지만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그 자신의 뜻에만 철저히 따르는 인형 같은 수족을 원한다는 무의식의 발로였으니 위니엘은 어설프게 교섭하거나 타협할 생각은 버렸다. 그런 게 먹히고 통할 만한 남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돌덩이만큼이나 단호한 성격이지만 의외로 기분파이기도 했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아주 단호하게 행동해서 기분파 같지가 않을 뿐이지, 그때그때의 감정과 기분대로 움직이는 임기응변에 강한 남자가 바로 그였다.

그런 성격의 사람은 흥미를 끌고 마음에 들기만 하면 어지간한 건 다 들어주기도 한다는  잘 알았기에 위니엘은 모든 것을 밝히고 다 줌으로써 모든 것을 다 얻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걸리는 게 전혀 없는  아니었다.

소유욕.

집착.

그 남자는 속에서는 그 두 가지 감정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하고 한번 손에 넣은 것은 결코 내려놓지 않는 남자였다. 최대한의 자유를 얻어 내고자 모든 것을  바쳤다가, 까딱 잘못하면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밑에 있어야 할 수도 있었다.

‘언니, 그가 자의로 우릴 놓아주려고 하진 않겠지만 살아만 있으면 기회는 와. 10년이든 20년이든 철저히 그의 수족이 되어서 움직이고 안심하게 만들면 우리 둘이 동시에 달아날 수 있는 빈틈이 보일 거야.’

‘너무 길다. 그렇게까지 구차하게 살아갈 바엔 이대로 같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위니엘. 우린 암살자야. 이런 운명이 다가올  있단 것쯤은 알고 있었잖아?’

위니엘은 언니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강하게 뜻을 전달했다.

‘그래도 난 언니가 죽는 걸 바라지 않아. 함께 살아가고 싶어. 이 세상에서.’

‘……넌 언젠가 반드시 나 때문에 발목이 잡힐 거야, 위니엘.’

‘그래도 괜찮아. 언니까지 데리고 탈출할 테니까.’

윈프레드 역시 특급 암살자인 건 사실이었지만 위니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특급이 최고 단계기 때문에 둘  특급 암살자였지만 위니엘은 사실상 모든 면에서 특급 암살자보다 한 단계 위에 있었다.

그리고  자매가 잠정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추후를 도모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녀들의 주인이라는 남자가 다시 지하 감옥으로 내려왔다. 젊은 여자를 한  대동한 채였다.

“아, 팔다리 붙이는 건 몇  정도 할 수 있을까?”

“얼마든지 자르세요. 제가 괜히 성녀가 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 드릴게요.”

치유 마법이라도 쓸 줄 아는 치료사인 모양이었지만 어차피 따르기로 마음먹은 이상 굳이 고문을 더 받을필요는 없었다. 위니엘은 언니가 피를  흘리고 위험해지기전에  상황을 끝내려 입을 열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사실대로 말할 테니 언니를 그 이상 고문하지 말아 주세요.”

하지만 그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웃으면서 언니의 팔을 잘랐던 그 남자는 작은 손도끼를 들어 올리면서 그때와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

“잠.”

퍽.

빠른 속도로 날아온 손도끼가 위니엘의 입에 틀어박혔다.

“우리 시간 낭비하지말고 서로 좋아하는  하자고 했잖아?  더 재미 보려고 신성 제국 최고의 성녀까지 데려왔는데 벌써 이러면 섭섭하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있다는 것만 알아줄게. 듣진 않을 거야, 하하.”

위니엘은 정신이 까무룩 나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어이가 없어 넋이 먼저 나가 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래도 이번엔 언니의 말이 맞았다.

인간은 상또라이였다.

‘이게 아닌데…….’

뭔가 항복 같은 걸 하려는 위니엘의 입을 빠르게 ‘막아’ 버린 조니는 다시 윈프레드 쪽을 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다리를 마저 자르고 붙여 줄까, 아니면 팔을 붙여 준 뒤에 다시 잘라 줄까?”

두어 번쯤 죽여 버릴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 팔다리 도끼질은 애교에 불과했다. 김빠지는 항복 같은 생각을  다시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어 준 뒤에야 진짜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가소로운 협상 같은 게 아닌 진짜 주인님과 노예의 대화를.

그 의지를 윈프레드 역시 읽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상또라이 새끼. 기왕이면 팔부터붙여 주고 다시 시작해 봐. 잘려 나간 팔을 붙이는 경험은 나도 못  봤으니까. 이참에 경험해 보고 앞으로 참고하지.”

지금은 팔로 이어지는 통각만을 차단했지만 두 다리의 통각까지 차단하면 그만이었다. 통각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은 기로 신경을 끊거나 막아 버리는 것이었기에 감각을 아예 영구적으로 잃어버릴 위험성도 있었지만, 이런 또라이 같은 놈에게 잡히는 일도 분명히 지금처럼 일어날  있는 법이었기에 이참에 단련해 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윈프레드 역시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잔느. 얘네 통각을 차단할 줄 안다는데 그것도 풀어 줄  있을까?”

“통각을요? 음,  본 적은 없지만 가능할 거예요. 신성력으로 인한 치유는 몸을 올바른 상태로 되돌리는 거거든요. 통각 차단 역시 바른 상태는 아니니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봐요.”

“역시 잔느밖에 없다니까. 팔 붙여 주는 김에 그것도 부탁할게.”

“네. 맡겨만 주세요.”

똑 부러지게 대답한 잔느는 윈프레드의 팔을 집어 들고 잘린 단면에 갖다 대고는 성광의 지팡이를 들었다. 황금빛 성광이 번쩍이더니 팔이 잘린 자국 하나 없이 원래대로 매끈하게 돌아가 있었다. 그런 후 반대쪽 팔도 마저 붙여 주고는 잠시 눈을 감고 적당한 신성 마법을 골랐다.

“원기 복구.”

파앗.

황금빛 빛이   뿜어지자 잔느는 조니를 보며 말했다.

“잘라 보세요. 모든 몸 상태를 정상일 때로 되돌렸으니 차단했던 통각도 돌아왔을 거예요.”

“돌아왔으면 좋겠다.”

퍽.

조니는 기대심을 갖고 도끼를 들어 윈프레드의 어깨를 내리쳤고, 윈프레드는 어깨가 통째로떨어져 나가는 통증이 다시  번 느껴지자 눈을 부릅뜨며 이를 악물었다.

“크으으으읍!”

그리고 조니가 피 묻은 도끼를 다시 들어 올리는 걸 보고는 기절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통각 차단이 먹히지 않는다면 정말로 팔다리를 생으로 잘라 버리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껴야만 했으니까.

“즐기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나머지도 자르고 다시 붙여 주는  좋을 거야. 곧 통증으로 쇼크사하거나 출혈 과다로 죽을 것 같은 기분이니까, 훗.”

실제로 입에 손도끼가 박혀 버린 위니엘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곧 그녀도 동생의 뒤를 따라갈 터였다.

하지만 조니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괜찮아. 죽으면 도로 살려 줄 수도 있으니까. 잔느, 부탁 좀 할게.”

“네. 얼마든지 맡겨 주세요. 신성 부활!”

파아아앗!

주문과 함께 눈이 부신 빛이 위니엘의 전신에 서렸고, 빛이 가라앉자 입에 박혔던 도끼가 밀려 나오며뭉개졌던 얼굴이 원상태로복구되는 것이 윈프레드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얼굴에 혈색이 돌더니 이내 눈을 깜빡거리며 깨어나는 것이 보였다.

“죽은 것도 되살릴 수 있다고? 아니, 잠깐……  말은……?”

통각 차단을 못 하는 이상 죽음만이 유일한 도피처였는데 그 도피처에서 강제로 끄집어내는  가능하다?

“이제 네 처지를 좀 알 것 같지? 못 참아도 되고 안 참아도 돼. 죽으면 살려  거니까. 마음 놓고 죽어도 되니 편한쪽을 고르라구, 하하.”

“환장하겠군…… 훗. 후훗.”

윈프레드는 이 비현실적인 고문이 웃음이 다 터져 나왔다. 이 고문의 끝이 어떤 형태일지, 그녀와 위니엘이 어떤 꼴이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언제든 죽음이 다가오더라도 미련을 두지 않고 의연하게 받아들이고자 했지만, 이제 보니 배부른 고민이었었다.

죽음은 전혀 편안하지 않고 달콤하지도 않았다.

팔다리가 쪼개져 떨어져 나갈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퍽. 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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