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85화 암살 자매 입수 (1) (86/95)



〈 86화 〉85화 암살 자매 입수 (1)

미네르바 조교에 대한 실마리를 붙잡고 기반을 다져 놓은 조니는 이제 어느 정도 안심할  있었다. 끝까지 저항한다면 마음을 놓을 수 없겠지만 미네르바 자신도 사랑을 갈구하는 이상 스스로 왕을 잊으려 노력할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네르바까지 안정권에 들어섰으니 당장 시급한 문제는 모두 해결한 셈이었다. 유일하게 조교하지 않은 드레니카가 남긴 했지만 알아서 몸을 사리는 형편이었으니 불안해할 부분은 없었다.

‘집은 정리가 됐으니 슬슬 다음 노예를 받으러 가 볼까?’

발랄라이카가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으니 슬슬 포장이 끝났을 터였다. 처음 주문했을 때보다 쓸모가 훨씬 많아진 만큼 하루라도 빨리 조교하여 써먹고 싶었다.

처음엔 혹시라도 귀찮아질  있는 미노타우르스를 깔끔하게 정리할 겸 취미 목적을 위해 구입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털어야 할 집이 생겼으니까.

왕이 사는 집, 교황청을.

“생각난 김에 다녀와야지. 밖에 좀 다녀올 테니 미네르바는 한숨 자든가 해.”

“주인께서 집을 비우시는데 어찌 소녀가 한가로이 잠을 청하겠나이까.”

“나랑 있을 땐 그래도 돼. 편히 있어, 미네르바. 알았지?”

“……하오면 그리하겠사옵니다. 모쪼록 무사히 다녀오시옵소서.”

“응, 그래, 착하다.”

조니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고는 집을 나서 밀수꾼들의 접선지로 향했다.


“왔어, 자기?”

“네. 슬슬 택배가 도착했을 것 같아서요.”

“잘 맞춰 왔어. 안 그래도 연락책을 보내려고 했거든.”

“제가 감이 좋잖아요. 물건은 어디 있나요?”

“따라와. 보여 줄게. 기대해도 좋을 거야.”

“호오,  정도예요?”

수많은 밀수품을 취급했던 발랄라이카였으니 당연히 눈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노예 도시에서도 흔히  수 있는 평범한 노예를 밀수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으니까. 그러니 발랄라이카가 칭찬할 정도라면 상당히 뛰어난 노예라는 뜻이었다.

“S+급을 넘나 보네요?”

“응. 개개인은 딱 S+급 정도인데 둘이 연합하면 거의 SSS-급이야. 하마터면 이 안에서 놓칠 뻔한 거 있지.”

“이야…… 라이코스 씨가 있는데도요?”

“그렇다니까. 어린 계집애 둘이라고 무시했다가 한 방 먹은  있지.”

“다친 사람은 없고요?”

“왜 없겠어?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도 칼침 한두 대씩은 다들 먹었어. 자기도 조심해야 할 거야. 불안하면 급수 떨어지는 다른 물건으로 바꿔 가고.”

“확실히 위험하긴 하겠네요. 일반적인 검투 노예랑 달리 전문 암살자니까 여러가지 내성이나 훈련도 받았을 테고, 어쩌면 굴복한 척하다가  목을 따려 들지도 모르고.”

“그래도 이상할  없지. 특히 언니 쪽이 성격이 괄괄해서 잘 묶어 놔야 할 거야. 혹시라도 펠라치오 같은 거 시키지 말고. 대번에 잘라 버릴걸?”

“……그건 좀 무섭네요. 근데 언니라뇨? 자매예요?”

“응. 닮기도 닮았고 우애도 아주 돈독하니 맞을 거야. 아주 유명한 암살자 일족 쪽에서  애들인데 실력을 보면 차기 당주나 그렇지 않을까 싶더라.”

“고마워요. 잘 써먹을게요.”

“치. 바꿔 가 주지.”

실력이 그 정도라면 언제나 위험과 마주해야 하는 밀수꾼들의 접선지에서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테니 발랄라이카가 아쉬워할 만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발랄라이카 씨가 탐낼 정도 물건이 어디 쉽게 구해지나요? 제가  길들여서 부러워할 만큼 잘 쓸게요.”

“쓸 만한 암살자가 둘만 더 있었어도 바꿔 줬을 텐데 걔네  빼고는 다 별로더라고. 받은 돈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하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소굴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굳게 잠겨 있는 문이 있었다. 혹시라도 문을 따고 도망칠 수 없게 하기 위해 자물쇠 같은 것이 아니라 쇠사슬로 감아 둔 문이었다.

철그럭.

쇠사슬을 풀어내고 문을 열자 천장에 기절한 채로 거꾸로 매달려 있는 두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아니, 여자라기엔 다소 어릴지도 몰랐다. 아담한 체구에 앳된 외모는 성인과 미성년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거꾸로 매달면 머리에  몰려서 위험하지 않아요?”

조니의 우려에 발랄라이카는 손사래를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란 게 그렇게 쉽게 죽는 동물이 아니거든. 죽을 것 같아도 다 살게 돼 있어.”

“…….”

다소 무책임한 듯한 소리였지만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바로 데려갈게요. 그런데 어…… 발을 풀어 줘도 위험할 것 같은데 어떻게 데려가야 하지?”

“집에 지하 감옥 있어?”

“네.”

“거기까지 배달해 줄게.”

이번엔 수취인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택배였기에 친절히 감옥까지 배달해 주기로 해서 편하게 돌아올  있었다.

그리고 조니는 자매끼리 사이좋게 나란히 감옥 벽에 매달아 묶어 두고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외모에 점수를 매기려는  아니라 성격이 어떤지 외모를 통해서 엿보기 위함이었다.

“흠…… 오른쪽이 언니고 왼쪽이 동생이구나. 확실히 동생 쪽이 어린 티가 나네. 성격은 언니 쪽은 드세고 괄괄할 것 같고 동생은…… 내성적이고 과묵하려나?”

아직 기절한 채였기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몰라 확신하긴 일렀지만, 그래도 조니는 자신의 눈썰미를 믿었다.

“언니는 시끄러울 것 같으니 동생부터 깨워 봐야지.”

조니는 수건 한 장을 가져와 찬물에 적신 후 동생의 얼굴에다 씌워 주었다. 그러자 당연히 숨이 막힘과 동시에 물이 코로 들어가 고통스러웠는지 켁켁거리는 기침과 함께 곧바로 깨어났다.

“정신이 들어?”

“…….”

수건을 치우자 겁에 질린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예쁘장한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상당한 동안이었다. 하지만 S+급 이상의 실력을 쌓을 정도로 오래 수련한 것을 보면 어려 보이는 것은 외모뿐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암살 대상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어려 보이게 하는 특별한 수련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름이 뭐지?”

“……위니엘요.”

“귀여운 이름이네. 좋아, 위니엘. 지금 네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어?”

“……몰라요.”

“저런. 너랑 언니는 노예로 팔려 왔단다. 내가 너희의 주인이지.”

“…….”

조니의 말을 들은 위니엘은 불안한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보다 자신과 똑같이 벽에 매달려 묶여 있는 언니를 발견했다.

“어, 언니. 언니.”

하지만 심한 고문을 당하고 기절한 언니는 깨어날 줄을 몰랐고 위니엘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니를 바라봤다.

“언니가 안 일어나요.”

“하도 난동을 부려서 잠시 기절시켜 놓은 거야. 생명엔 이상 없으니 걱정하지 마.”

그러나 위니엘은 고개를 세차게 도리도리 저으면서 눈물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만약 언니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따라 죽을 것 같은 기세였다.

‘이건 소심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 병적이잖아? 무슨 언니의존증 같은 트라우마라도 있는 건가?’

실력 있는 전문 암살자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고 믿기도 어려웠지만, 일단 태도나 눈빛에 담긴 감정은 진짜였다. 지금까지 감과 눈칫밥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오고 온갖 성격의 노예들을 조교한 조니가 보기에 정말로 진짜 같았다.

‘저게 연기라면  죽을 때까지 믿으면안 되겠네, 허허. 미네르바 뺨도 치겠잖아?’

어지간히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에 자신 있는 조니조차도 위니엘의 감정은 읽을 수가 없었다. 아니, 보기로는 분명 진짜가 맞지만 진짜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으니 자신의 눈까지 의심하는 것이었다.

언제라도 칼침 한 방 놓고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암살자였으니 더욱 그랬다.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의심을 푸는 순간 언제 비명횡사할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조니는 위니엘만큼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말고 언제나 조심하고 의심하기로 마음먹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고 있었다.

‘죽는 것보단 의심하는 게 나은 법이지. 앞으로 얜 절대 믿지 말자.’

그러는 사이에도 위니엘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언니만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언니. 언니, 일어나.”

“위니엘. 한 번만  언니 찾으면  언니  잘라 버린다?”

“…….”

황급히 조니를 바라보는 위니엘의 눈에 말없는 눈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이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 말을  들어도 마찬가지야.  들을 때마다 언니를 고문할 거고, 잘 들으면 편하게 해 줄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자, 그럼 내가 누구지?”

위니엘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대답했다.

“……주인님이요.”

“잘 아네. 그럼 네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 봐.”

“……네, 주인님.”

위니엘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구슬픈 목소리로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대륙 북쪽 오지에  대에 걸쳐 암살로 먹고살아가는 일족이 있는데 그곳에서 태어났으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암살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 오다 일급 암살자가 됐지만 특유의 소심한 성격과 언니랑 떨어지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특급 암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일족에서 인정받지 못할 거라면 두 자매끼리 힘을 합쳐 살자고 결의한 뒤에 큰돈을 걸린 의뢰를 받기 위해 안개의 숲까지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일생 대부분을 훈련과 암살로 보냈기에  듣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가며 위니엘의 이야기를  들은 조니는 결론을 내렸다.

‘연기 쩌네.’

인생 전체가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스토리였다. 막히는 구석도 없고 잘못된 구석도 없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의심 한 점 품게 만들지 못할 정도로.

노예 도시의 하나뿐인 엔터테이너인 조니는 그래서 믿을 수가 없었다.

당장 아무 노예나 하나 붙잡고 네 과거사에 대해 읊어 보라고 하면 어떻게 말할까? 누구라고 해도 다 똑같이 반응할 것이다.

‘에……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릴 땐 어…… 이러저러하게 살아오다가……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일도 있었는데…… 앗, 빼먹은 게 있네요. 사실은…….’라고 하면서. 하나씩 과거를 더듬으면서 말하느라 두서도 없고 중간중간 빼먹거나 보충하는 내용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니엘의 스토리에는 그런 것이 일절 없었다. 이런 날을 대비해서 만들어 뒀고 외워  각본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조니는 고문 기구 중에 하나인 뼈 자르는 도끼를 꺼냈다.

“딱  번만 기회를 줄게. 거짓말임을 인정하고 사실대로 말하면…… 아니다. 어차피 또 거짓말이나 할 텐데 들어서  해. 시간 아깝게.  그냥 거짓말하렴. 난 고문할 테니까. 우리 힘 빼지 말고 서로 좋아하는 걸 하자고.”

그러고는 웃으면서 위니엘의 언니의 왼팔 어깨를 내리쳤다.

퍽.

분수 같은 피가 튀면서 왼팔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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