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84화 미네르바 행복 조교
“후우우…….”
조니는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하체를 죽이기 위해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일리아스를 여러 번 괴롭히고 울리면서 성욕은 다 가라앉아 있던 상태였는데 불의의 기습을 받자 의도치 않게 세워 버리고 만 것이었다.
일리아스는 계속 당하기만 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수순이었는데 그래도 미네르바는 명색이 여신은 맞는 모양이었다.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는데 아버님 소리에 흥분할 줄은 몰랐네. 거참.’
그런 플레이에 로망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미네르바의 자태와 목소리가 그만큼 고혹적이었다. 정말로 자신이 ‘아버님’이 되고 미네르바가 ‘며느리’가 된 듯한 기분이랄까. 그야말로 마성의 암퇘지였다.
‘확실히 왕에게 잘 배우긴했어.’
유혹에 그대로 넘어가 덮친 것까진 아니었지만 갈굼 조교 도중 흥분해서 흐름을 끊어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계속해 나갈 순 없었다. 이미 흐름이 끊어진 이상 이어서 해 봐야 자신만 졸렬해지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조교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새로운 조교법을 만들어 더 큰 쾌락으로 덮어씌우는 것보다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미네르바는 정신적으로는 분명 육욕에 빠진 암퇘지였지만 실제로는 처녀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인지 소심하고 순진한 면이 적잖게 있었다. 아테나일 적의 모습일 땐 말 한마디 안 할 정도로 고고했던 것을 보면, 분명 왕의 조교가 그렇게 만들었을 터였다.
‘그렇다면 이용해 주지 않으면 나만 더 손해겠지?’
조니는 태도를 바꿔 미네르바를 부드럽게 칭찬해 주었다.
“제법이야, 미네르바. 칭찬해 줄게.”
“아버님의 사랑만 받을 수 있다면 저는…….”
미네르바가 계속 아버님을 잊지 못하는 며느리 연기를 계속하려 했지만 조니는 단호하게 끊었다.
“그만. 더 이상은 하지 마.”
“…….”
“이리로 올라와 봐.”
대신 조니는 손을 까딱거리면서 미네르바를 침대 위로 불렀다.
“알겠…… 사옵니다…….”
미네르바는 불안해하면서도 조니의 말을 따라 주섬주섬 침대 위로 올라와 눈치를 살폈다. 갈구는 건 더 이상하지 않았지만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주눅이 든 것이다.
그러나 조니도 더 이상 갈굴 생각은 없었다. 부드럽게 한 손을 뻗어 미네르바의 몸을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갈굼받다가 이러니까 기분이 어때?”
미네르바는 머뭇거리면서도 일단 대답을 했다.
“……좋사옵니다.”
“어느 정도로 좋은데?”
“많이…… 좋사옵니다. 행복감마저 느껴지기도 하옵고…….”
“그럼 이래 주는 게 좋겠어, 아니면 아까처럼 갈궜으면 좋겠어?”
“…….”
사실대로 말했다간 반대로 해 주려는 게 아닐까 싶어 미네르바가 눈치만 보자 조니는 피식 웃으면서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아 주었다.
“불안해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거짓말하면 또 갈군다?”
“이렇게 대해 주시는 게 훨씬 더 좋사옵니다. 하, 하지만 어떻게 대하신다 한들 소녀는 다 마땅히 감내할 것이오니…….”
“어허.”
“……죄송하옵나이다.”
“내가 못되게 굴려면 얼마나 못되게 굴 수 있는지 이젠 어느 정도 알겠지?”
“예, 아옵니다…….”
“더 심하게도 할 수 있지만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진 않는한은 안 그럴 거야. 대신 다른 노예들처럼 잘 대해 주기로 하지. 그럼 기분이 어떨 것 같아?”
“행복할 것 같사옵니다.”
미네르바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 새 주인님이 악독하게 굴기 시작하면 얼마나 악독해질 수 있는지 그 일각이라도 맛본 후였기 때문이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신을 미치게 만들 수 있었으니 그러지 않아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자상하게까지 대해 주면 당연히 행복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네가 그 행복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
미네르바는 잠시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불손이고 불경이었지만, 입에 올리지 않으면 지옥이었기 때문에. 왕께 다시 가기 전에 피골이 상접해 죽게 생겼으니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왕을 잊고 진심으로 몸과 마음을 다해 새 주인님만을 사랑하고 섬겨야 하옵니다…….”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역시 입에 올리는 것까지가 한계였다. 정말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했다.
그래서 새 주인님이 원하시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데, 갑자기 새 주인님이침대 위로 몸을 누이면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키스해 주면서 예민한 곳들을 다정하게 애무해 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그 사랑스러운 태도에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여자로서의 기쁨을 아는 미네르바는 곧바로 긴장이 풀리며 새 주인님이 더 만지기 좋게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키스에 열중했다.
왕이 없는 곳에서 스스로 다른 남자에게 매달리는 것이기에 바람을 피우는 기분도 들고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죄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미네르바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에 대한 죄악감보다 이 새 주인님의 갈굼이 훨씬 더 무섭고 두려웠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지옥 같은 시간을 겪은 바로 직후였기 때문에 그만큼 더 달콤하고 행복했다.
몸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고 정신이 몽롱해지며 아늑한 기분이 들 만큼 행복한 키스와 애무가 지나간 후, 미네르바는 몽롱해 뿌연 시야 속에서 새 주인님의 얼굴을 찾으며 두 손을 뻗어 목을 끌어안았다. 그만큼 기분 좋고 행복한 키스였다.
그렇게 바람을 피우고 있기에 불안해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갈팡질팡 감정 속의 키스가 끝나자, 조니가 그윽한 눈빛으로 미네르바를 바라보았다.
“어때. 매일 이렇게 해 주면 할 수있을 것 같아?”
미네르바는 이번에는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답하는 대신 다시 조니의 목을 끌어안으며 다시 한 번 키스를 했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하고 두 번 한 이상 세 번째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키스를 마친 후에는 조니의 품을 파고들어 가면서,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행복하게 해 주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옵니다. 소녀를 더…… 좀 더 괴롭히고 벌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주인님께서 얼마나 잘해 주시는 것인지 뼈에 사무치도록 느끼게 하여 결코 잊지 못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래야 왕을 잊고 주인님께 빠져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감정이나 조교나 결국 둘 다 상대적인 것이었다. 그냥 잘해 주기만 하는 게 기쁜 정도라면, 악마처럼 괴롭힌 후에 잘해 주는 것은 기뻐 눈물 흘릴 정도로 행복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진 몰랐지만 겪어 보니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미네르바는 다시 그 끔찍한 기분을 느끼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으면서도 원하지 않기때문에 스스로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지혜의 여신이 짜낸 지혜였기에.
“그게 너의 지혜야, 미네르바?”
“그러하옵니다.”
조니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지혜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난 그러지 않을 건데? 오히려 지금처럼 잘해 주기만 할 거야. 악하게 굴 수 있으면서도 잘해 주기만 하는 데서 충분히 감사할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한 여자가 바로 너니까.”
“…….”
미네르바는 대답도 하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받아 입만 뻐끔거렸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틀렸어, 미네르바?”
“아니옵니다!”
미네르바는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조니의 품을 강하게 파고들며 그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맞사옵니다. 실로 주인님이 말씀이 맞사옵니다…….”
정말로 그러했다. 그러할 수 있을 것이란기분이 들었다. 왕 밑에서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기분이었기에 생소했지만, 암퇘지로서만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 인정받는 것은 크나큰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그리고 그것 또한 왕의 잘못이었다.
드높은 천상에서의 여신이었을 때는 하계의 인간 따위에겐 눈길도 주지 않을 정도로 고고하고 도도했지만, 암퇘지로 전락하여 인간조차 주인으로 모실 수 있게 된 지금에는 여자로 인정받는 것조차 더없이 기뻐 행복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고통과 공포로 인해 일그러진 쾌락에 져 버린 뒤가 아니었다면결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고, 또한 고통과 공포로 인한 일그러진 쾌락에 절어 버린 뒤였기 때문에 사소한 친절과 자상함에도 진심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미네르바는 이제 알았다. 그녀가 지닌 지혜로움이 알려 주고 있었다.
천상에 있었을 때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이라면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섬기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대상이 될 인간이 눈앞에 있는 이 새 주인님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될 수 없단 것을.
‘천상의 여신이 한갓 인간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이 가능해질 줄이야.’
왕이나 새 주인님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왕의 손을 거치고 새 주인님의 품에 안기자 가능하게 바뀌었다.
물론 지금 미네르바가 사랑하고 섬기는 것은 여전히 왕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미네르바는 새 주인님에게 나직하게 요구했다.
“거짓이어도 좋사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조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그녀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여 줬다.
“사랑해,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그 달콤한 거짓말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왕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지만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을 외간 남자에게 먼저 들었기에, 그리고그 말이 그토록 행복하게 들렸기 때문에.
신들의 왕이자 모든 신화의 주인이 단 한 번이라도 사랑으로 대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줬더라면 그어떤 지옥 같은 두려움을 겪고 악마처럼 달콤한 말을 속삭여도 넘어가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사랑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사랑을 속삭여 주지 않았기 때문에 미네르바는 비뚤어질 수 있었다.
사랑을 알게 해 준 왕을 잊고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터였다.
왕을 진심으로 마음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만큼 그 감정들을 충족시켜 주는 다른 남자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조교로 왕을 잊게 하는 것은 채워 넣을 빈자리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거나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왕에게 느끼고 싶어 했지만 단 한 번도 느끼게 해 주지 못한 행복을 채워 주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미네르바가 깨달은 지혜였고, 그보다 먼저 조니가 깨닫고 실행한 지혜였다.
왕의 노예들을 빼앗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