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82화 미네르바 불공정 맹세 조교 (1)
“후우…… 맛있었다.”
조니는 진한 만족감이 어린 한숨을 내쉬며 아랫배를 슥슥 문질렀다. 대체 몇 번이나 쳐 댔는지 멍이 들어서 아프기까지 했다.
그래도 멍든 보람은 있었다.
“우리 자기 잘도 자네, 하하.”
그 도도했던 일리아스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새근새근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가슴을 만지며 젖꼭지를 가지고 놀자 일리아스는 잠결에도 가슴을 열어 조니가 더 만지기 쉽게 해 줌과 동시에 하체는 더 찰싹 달라붙어 조니의 다리에 그녀의 다리를 얽고 꼬았다.
남자로서 여자가 그런 모습을 보여 주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장면이 있을까? 찾아보면 없진 않겠지만 조니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자면서 보이는 모습은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일리아스는 잠들기 직전에 완전히 굴복하여 마음을 열었다는 의미였다.
“뭐, 그래도 확실히 도장 찍으려면 화이트 타운 무역 광장에 가서 공개 노출 조교 후 섹스까지 보여 줘야겠지?”
일리아스의 최후의 보루는 조니의 사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상 복귀하는 것이었으니 뭇 귀족들 앞에서 노예 낙인이 찍힌 혀를 칠칠맞게 늘어트리면서 가게 되면 더 이상 붙잡을 동아줄도 없으니 그때야말로 비로소 완전히 조니의 노예가 될 것이었다.
지금은 일단, 조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현재의 처지를온전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정도였다. 물론 반항도 반기도 없이.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일리아스의 성격상 이렇게 모든 걸 열지는 않고 입술을 삐죽이거나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봤겠지만, 잠들기 직전의 일리아스는 마치 깨달음을 얻어 해탈한 대주교 같은 눈빛이었었다.
“흠.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일리아스만큼은 애드베르토 세르빌리가 잘 안 먹히는 것 같았는데, 혹시 미네르바넌 그 이유를 알아?”
일리아스를 데리고 노는 동안 적극적인 서포터가 되었던 미네르바가 머리를 조아리며 알고 있는 바를 고했다.
“그 마법을 만드는 데 주축이 됐던 것이 바로 그 계집이기 때문이옵니다. 다른 노예들에게는 사악한 목소리가 굴복하고 노예임을 받아들이라고 음산하게 속삭이는 것 같겠지만, 그 목소리가 바로 그 계집의 것이오니 자기 목소리로 쫑알쫑알하는 게 짜증은나서 미칠 것 같을지는 몰라도 마음의 의지가 꺾이진 않는다고 보시면 되옵니다, 주인님이시여.”
“이야, 그런 거였어? 우리 일리아스가 생각보다 대단한 마법사였나 보네.”
“지닌바 마력은 바티칸의 대주교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니 지상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라 보시면 될 것이옵니다.”
“언데드였을 적의 정체가 뭐였길래 그러는 거야? 아주 학을 떼는 걸 보니 상당히싫어했던 모양이던데.”
“그럴 만도 할 것이옵니다. 그 계집은 울다 죽어 죽은 뒤에도 울기만 하는 최하층 계급의 언데드가 되었을지니.”
조니는 머리를 갸웃했다. 노예 도시에도 언데드족은 상당히 많이 살고 있었지만 대부분 스켈레톤이나 구울, 미라, 뱀파이어였지 울기만 하는 이상한 자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언데든데 울기만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런 최하층 언데드가 어떻게 대주교급의 마력을 쌓았지?”
“그 계집의 진실한 정체는 죽을 자가 나타날 때마다 우는 방구석 귀신, 밴시이옵니다. 마력은 맨날 울기만 하는 게 짜증 나서 주변 언데드들이 마력을 나눠 주며 달래다 보니 밴시 여왕이 될 정도의 마력이 쌓인 것으로, 능력도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여왕이 되다 보니 언데드족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 키마이라 가문에 의탁해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짐승이 되었사옵니다.”
듣고 보니 조니라고 해도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역사기는 했다. 그리고 어째서 고지식할 정도로 약속을 지키려 하고 자신의 명성에 누가 될 만한 일을 꺼리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그랬던 전적이 있었던 만큼 그런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 않기위한 반사적인 가면이었던 것이었다.
언데드족의 여왕까지 올랐다가 모든 걸 팽개치고 다른 가문의 가신으로 들어갔으니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평판이 어떻게 되겠는가. 일리아스로서는 더 이상 받아 줄 곳도 없었으니 최대한 얌전하게 지내며 명성을 쌓고 평판을 지키기에 안달이 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평소엔 고지식할 정도로 고리타분한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가면이 깨지면 왜 자꾸 으아앙 울고 애처럼 톡톡대고 앙탈을 부리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어린 나이에 죽어 언데드로 되살아난 만큼 정신 연령은 낮았던 것이었다.
“덕분에 좋은 정보를 많이 알았네. 상 좀 줘야겠는데 뭐가 제일 받고 싶어?”
조니의 말에 미네르바는 눈빛을 총총히 빛내고 입술을 촉촉이 적시면서 몸을 요염하게 비틀었다.
“소녀 같은 암퇘지는 그냥 박아 주시면 되옵니다. 그저 처녀를 거둬 박아 주시기만을 언제나 갈망하고 앙망하나이다. 너무 과하다면 발을 핥게 해 주시기만 해도 감읍할 것이옵니다.”
“…….”
영혼까지 썩어 빠진 암퇘지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 단지 대우나 생활적인 측면에서 물었던 것이었는데 바라는 건 오직 섹스뿐이라니 할 말이 없을 수밖에.
하지만 백 년 동안 조교란 조교는 다 당했는데 처녀만 남겨 두고 있었으니 굴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얼마나 애가 탔을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계속 간지럽혀서 간지러워 미치겠는데 긁어 주진않는심정과도 비슷하리라.
“후우…… 상은 알아서 내려 주도록 하지. 그보다 알고 있는 것들 좀 더 얘기해 봐. 왕에 대해 말하기 어려우면 그주변에 대한 것이라도. 여신 노예는 몇이나 데리고 있는 거야?”
“다 만나 보지 못해 소녀도 정확히는 모르오나, 채 열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옵나이다.”
“열 명 가까이나 된다고? 그렇게 많아?”
조니는 놀랐지만 미네르바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열도 안 되는 것이옵니다. 드높은 천상계에 가면 여신은 무수히 많사옵니다.”
“……어째 갑자기 기대치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네. 네가 직접 본 건 누구누구였지?”
미네르바는조교를 받으며 봤던 완전히 굴복하여 왕에게 예속된 여신들을 하나씩 거론했다. 이름은무엇이고 어떤 신성을 지니고 있었는지, 어째서 왕이 그 여신들을 필요로 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여신의 이름을 언급했을 때, 조니의 눈이 미노타우르스처럼 커졌다.
“누구라고?”
“아프로디테 말이옵니까?”
“진짜 아프로디테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러하옵니다만…….”
“허허…… 살면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황당한 소리네. 아프로디테가 처음부터 이 노예 도시에 있었고 왕의 애첩이라니. 어쩐지 신성 제국이 아무리 쳐들어와도 한 번도 이기질 못하더라. 안 봐도 뻔하지. 신탁으로 부추기되 제대로 된 정보는 주지 않아서 질 수밖에없게 했겠지. 반대로 왕에게는 신탁의 내용을 알려 줘서 어느 정도의 전력이 오고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 미리 대비하게 했고. 아, 그것까진 아니려나? 신탁이 내려왔어도 세부적인 작전을 짜는 건 신성 제국에서 자체적으로 했을 테니 대략적인 시기와 신성 제국의 전력 정도만 알 수 있었겠군. 그래, 거기다 정벌전마다 성녀를 동행시켰을 테니 성녀를 통해서 실질적인 전력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을 테고. 내가 생각한 게 맞아?”
“너무나도 지혜로우신 추론이었사옵니다, 주인님이시여. 말씀하신 것이 전부 정확하나이다.”
“띄우기는. 이 정도야 생각 좀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데.”
“결코 그렇지 않사옵니다. 이곳에는 최근까지만 해도 지혜가 존재하지 않았던 땅이기에 벌써 지혜를 능숙하게 다루시는 주인님이 매우 특별하신 존재이옵니다. 과연 소녀의 주인님이 되시기에 부족함이 없으시나이다.”
“박아 달라고?”
“…….”
조니는 움찔거리며 고개를 푹 숙이는 미네르바를 보고 픽 웃어 준 뒤 잔느를 생각했다. 아프로디테가 처음부터 왕의 노예였다면 잔느는 속아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모든 사실을 알게 되어도 믿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프로디테 이야기는 다른 노예들 앞에서 절대로 꺼내지 마. 잔느라고 아프로디테의 성녀가 하나 있거든. 이미 거의 다 넘어와서 슬슬 손에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중이었는데 만약 아프로디테가 애초부터왕의 손아귀에 있었단 걸 알게 되면 자신이 공물로 바쳐진 것을 알게 될 테니 믿음이 깨질 거야. 그렇게 될 수야 없지.”
“온전한 성녀를 조교하신 것이옵니까?”
“응. 이미 날 어느 정도 좋아하게 됐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도 머지않았지. 아주 화려하게 데뷔시킬 테니 노예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걸? 하하.”
조니의 자신 있는 말투에 미네르바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전긍긍했다. 왕께서도 못 한 걸 이 새로운 주인님이 만천하에 드러내게 되면 왕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영혼까지 왕의 것이 된 미네르바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녀 조교를 방해할 수 있는 것도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 건데, 잔느에게 수작을 부리면 넌 당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꼴을 당하게 될 거야.”
“소녀에게 어떤 벌을 내리실 것이시온지…….”
조니는 불안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네르바를 향해 해맑은 미소를 지어 주었다.
“왕 앞에 데리고 가서 두 구멍을 모두 뚫어 버리고 안에 싸 준 뒤 던져 줄 거야. 왕이 참 좋아하며 널 받아 주겠지?”
“……결코 입 뻥끗하지 않고 손 하나 대지 않겠사옵니다.”
“여신의 이름으로 맹세할 수 있어?”
“지혜의 신성을 걸고 맹세하나이다.”
미네르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맹세했다. 왕의 심기를 더럽히고 버림받는 일이었으니 맹세코 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또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조니가 일리아스를 조교하는 걸 보며 그 일이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그럼 난 잔느를 너한테 던져 줄게. 어디 그러고도 손 하나 대지 않을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
“……??????? 주, 주인님?”
미네르바의 두 눈과 머리 위로 혼란스러워하는 물음표가 뿅뿅 튀어나오고 유쾌해진 조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내가 지혜의 신성을 손에 넣으면 지혜의 신이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