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81화 일리아스 놀림 조교 (2)
“흐흑…… 흑…… 나쁜 놈…… 어떻게 맨날 이럴 수가 있어……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흑.”
“같이 죽고 싶은데 맨날 자기만 죽게 해서 밉다고? 알았어. 다음엔 자기보다 먼저 죽어 줄게.”
“……잘못했어요, 오빠. 일리아스가 너무 기분 좋아서 말실수한 것 같아요.”
“잘못했지?”
“……네.”
“그럼 벌 받아도 할 말 없지?”
일리아스는 심히 불안했지만 아니라고 하면 더 최악의 결과가 찾아온다는 걸 학습의 결과로 잘 인지하고 있었기에 불안한 눈초리로 눈치를 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
“다음에 알몸 노출 산책 갈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오, 오빠! 그, 그것만은…….”
그렇게 되면 일리아스의 인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지금도 이미 끝장난 인생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녀 자신만 감내하면 될 일이었다. 인간인 조니는 고작 몇십 년 뒤에는 죽어 버리니 그 후에 다시 그녀의 인생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몸 노출 산책을 하고 고위 귀족들이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일리아스는 정말 두번 다시 구제할 수 없는 나락까지 떨어지게 되는 셈이었다. 조니가 죽고 난 이후에도 다른 귀족들의 시선은 더 이상 옛날 같지 않을 테니까.
“못 하겠어?”
“…….”
못 하겠단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일리아스는 필사적으로 꾹 참아 냈다. 입 밖에 내는 순간 진정한 지옥이 열리게 될 것이 자명했으니까.
“그래도 지금까지 봐준 거면많이 봐줬잖아? 이제 슬슬 몸도 누가 주인인지 알아보고 있고.”
“흐, 흐읏…….”
조니의 손가락이 정액으로 가득한 보지 속으로 들어오자 일리아스는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껴지는 쾌감에 예쁜 눈썹을 곱게 찡그렸다.
이건 느끼고 싶지 않다고 해서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가 조니가 아니라 드레니카라고 해도 성감대를 애무하는 이상 쾌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 말고 다른 사람이 손가락 넣어도 느끼거든?’ 같은 소리는 죽어도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보지 않아도 뻔했으니까.
‘뭐? 누구든지 손가락만 넣으면 느끼고 마는 암캐가 됐다고? 목줄 채워줄까?’
‘미쳤어? 그런 게 아니라 생리적인 거거든?’
‘글쎄, 내가 머리가나빠서 그런 건 잘 모르겠네. 실험을 해 보자. 목줄 채워 보고 안 느끼는 것 같으면 믿어 줄게.’
‘저, 저기요? 여보세요?’
‘응, 그래, 내가 니 여보다.’
‘으아아앙!’
정말 끔찍한 상상이었지만 일리아스는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그게 현실로 이뤄지리란 걸 너무도 잘 알았다.
“입 벌려.”
“……네.”
그래서 조니가 자신의 보지 속에서 긁어 낸 정액을 두 손가락 가득 얹어 내밀 때에도 얌전히 입을 벌리고 받아들여 깨끗이 청소했다. 그 수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조금은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좋았을까?
“반항 안 하고 얌전히 말 듣는 거 보니까 사실은 알몸 노출 산책 가고 싶었는데 넙죽 받아들이긴 부끄럽고 수줍으니까 한 번 튕겨 본 거구나? 미안해. 내가 이해력이 좀 부족해서 말야.”
“…….”
“뭐야, 그 반항기 섞인 눈초리는. 지금 바로 나가고 싶은 맘을 왜 몰라주냐고?”
결국 일리아스는 항변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조차 포기하고 그냥 내리깔고 훌쩍였다.
‘난 이제 틀렸어. 이 악마 같은 새끼한테서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할 거야…….’
그리고 불안한 예측은 항상 들어맞는다는 법칙까지 떠오르자 더더욱 좌절하고 절망했다. 알몸 노출 산책에 끌려 간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니에게 목줄이 매이는 미래가 눈앞에 선명했다.
“응? 지금 바로 안 데려가 준다고 해서 낙담한 거야?”
“……아니에요, 오빠. 오빠가 데려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데려가 주세요. 일리아스는 언제라도 다 좋아요…….”
결국 모든 걸 다 포기한 일리아스는 그냥 머릿속을 텅 비워 버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조니의 손가락을 다시 빨기 시작했다. 뭘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신세라면 차라리 쾌락에 모든 걸 내맡겨 버리고 이대로 정신줄을 놓고 성처리 인형이 되어 버리는 것도…….
“산책 갈 때 드레니카도 같이 갈까?”
……빠직.
“……야, 내가 진짜 시키는 거 다 하고 이렇게 말도 잘 듣는데도 끝까지 그럴 거야? 이제 반항도 안 하잖아. 알몸 노출 산책이든 뭐든지 다 하겠다고 하잖아. 네가 그렇게원하던 대로 말 잘 듣는 노예가 되어 주겠다는데 대체 왜 그래? 왜 그렇게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이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내가 그렇게 미워?”
“못 괴롭혀서 안달 난 게 아니라 앙탈 부리는 게 보고 싶어서 안달 난 건데? 너 잘못한 거 없어. 잘못은 내가 하고 있는 거지. 앙탈 부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놀리는 거니까.”
“…….”
“그러니까 너무 얌전히 말 잘 듣지 말고 반항 좀 해 주라. 재미없게 왜 이래 선수끼리, 응?”
“…….”
“어라? 왜 그렇게 정신이 멍해졌어? 어디아프면 잔느 불러서 신성력 좀 부어 달라고 할까?”
“…….”
하도 기가 차서 이 새끼가 대체 무슨 개소릴 하는 걸까 하고 상념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일리아스는 이내 정신을 회복하고는 아주 진지하게, 정말로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되더라도 본 정체를 드러내 버리겠단 생각까지 하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조니. 잘 들어. 쥐를 사냥할 때도 도망갈 구멍은남겨 줘야 하는 법이야. 안 그랬다간 필사적으로 저항해서 고양이라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 지금까진 내가 실수해서 마법 낙인에 찍힌 것도 있고 그래도다른 노예들보단 이것저것 대우해 해서 진심으로 반항하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날 궁지로 몰고 가면 나도 죽고 너도 죽는 거야. 날 평범한 노예라고 생각하지 마. 난 마스터의 칭호를받은 대마법사야. 내가 지금은 지켜야 할 게 있으니까 노예 입장을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그걸 포기하게 되면 너 하난 반드시 죽일 수 있어. 내 말 알아들어?”
대답은 조니가 아니라 침대밑쪽 마룻바닥에서 들려왔다.
“알아들어야 할 건 주인님이 아니라 네년 계집이니라. 팔라디움.”
미네르바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집 안에 성스러운 힘이 가득 찼다.
그리고 일리아스는 사색이 되어 뒤로 물러나 침대 볕에 바짝 붙었다. 고통을 느끼는 건 아닌 듯했지만 딱 봐도아주 큰 낭패를 봤다는 표정이었다.
조니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몰랐지만 미네르바가 결계 비슷한 것을 쳤고 일리아스가 그에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미네르바, 언제부터 일어나 있던 거야?”
“저 언데드 계집이 상스럽게 암퇘지처럼 울부짖을 때부터였사옵니다.”
“언데드라고? 키마이라 가문은 짐승족의 가문이었을텐데?”
“마, 말하지 마! 너 죽여 버릴 거야!”
일리아스가 뾰족하게 외쳤지만 미네르바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조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그녀가 알고 있는 바를 설명했다.
“저계집이 특별한 소재라서 그런 것이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언데드가 되었지만, 다시 인간이 되고 싶었기에 키마이라 가문의 신체 융합 기술로 인간의 신체를 이식받아 짐승으로 다시 태어난 부정한 존재가 바로 저 계집이옵니다. 겉모습은 완벽한 인간이지만 그 진실한 정체는 삼신일체의 키마이라이오니, 인간으로 대하지 말고 짐승 계집으로 대해 주심이 적당할 것이옵니다.”
“호오…… 그거 흥미로운 소리네. 그럼 인간의 육신을 지키려고 언데드로서의 진정한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는 건가?”
“그런 것이옵니다. 하지만 소녀가 팔라디움을 소환한 이상 이 집은 신성한 전장이오니, 저 계집은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자멸할 것이옵니다.”
“잔느가 쳤던 성광 결계 같은 건가 보네. 어쩐지 그 안에서도 이상하게 불안해 보인다 했었더니 그런 거였구만. 그 인간의 몸 안에 언데드가 숨어 있나 보지? 베이면 성광 결계에 그대로 노출되게 되니 필사적으로 다치는 걸 피했던 거고.”
“…….”
일리아스는 낭패한 얼굴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정답이었다. 완벽한 인간이라는 키마이라가 되었지만 일리아스의 몸속에는 인간의 뼈가 없었다. 대신 언데드로서의진정한 육체가 뼈를 대신하여 인간의 몸을 지탱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게 바로 신성한 성광 결계 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이며, 동시에 델리아니에게 베이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진정한 까닭이었다.
“좋아. 대충 상황은 알겠어. 미네르바, 그 팔라디움이라는 건 얼마나 지속되는 거지?”
“소녀가 취소하지 않는 이상 영구하옵니다. 마침 소녀가 강림한 성녀가 아테나의 성녀였기에 팔라스 아테나로서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어 다행이었사옵니다. 그러니 소녀를 믿으시고 저 건방진 짐승 계집을 얼마든지 주인님 취향대로 조교하시옵소서.”
지혜로운 아테나라는 뜻의 팔라스 아테나는 지혜의 신성을 표현할 때의 아테나의 이름이었으니, 그게 바로 미네르바였다. 다만 전장을 지배하고 도시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신성한 신상인 팔라디움은 본래 아테나일 때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아테나의 성녀의 몸이어 아테나의 힘을 미약하게나마 지니고 있었고 미네르바가 그 안에 강림하였기에 팔라스 아테나로서의 능력인 팔라디움을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강림한 몸이 아테나의 성녀가 아니라 미네르바의 성녀였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조니에게는 그야말로 여신의 축복이 따르고 있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참, 이렇게까지 운이 따르고 일이 잘 풀리면 노예 도시의 왕이라도 되어야 하나? 이거 뭐 안 풀리는 일이 없으니 수상할 정도네.”
어쩌면 정말로 행운의 여신같은 게 자신을 수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리아스를 바라보았다.
상황은 대충 파악했으니 이제 반항 정도가 아니라 반기를들려 한 일리아스를 마음껏 벌해 줘야 할…… 때였는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했다. 일리아스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필사적으로 새침한 척을 하고 있었다.
“너 뭐 하냐?”
“뭐, 뭐 하긴. 자기가 앙탈 부리라며? 그래서 귀, 귀여워 보이려고 앙탈 부렸는데 그렇게 정색해도 되는 거야?”
“…….”
“앙탈 부렸으니까 빠, 빨리 괴롭히고 놀리란 말야. 나도 자기한테 놀림받는 거 사실 시…… 싫지 않았어.”
“아하하하하하하!”
조니는 웃음이 빵 터져 배를 잡고 웃어 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말 진심으로 반기를 들려 했던 게 맞는데, 빼도 박도 못한 상황이 됐고 미네르바 때문에 전세가 단숨에 역전되자 그걸 귀여움을 받고 싶어 앙탈 부렸던 걸로 해 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속으론 얼마나 분하고 원통한지 씩씩거리고 화낼 때처럼 얼굴이 벌게져 있었는데 그런 상태에서 토라진 척, 앙탈 부리는 척을 하자 또 묘하게 귀여웠다. 마구마구 괴롭히고 놀리고 싶어질 만큼.
“반기가 아니라 앙탈을 부렸을 뿐이라는 거지?”
“당연하지. 내가 우리 자기를 싫어할 리가 없잖아? 단지 귀, 귀여움받고 싶어서 그랬던 것뿐이라고.흐, 흥.”
“하하하하. 좋아, 좋아. 나는 내 노예들에겐 자상한 주인님이니까 못 봐줄 것도 없지. 하지만 상황이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걸 자기도 알겠지?”
조니의 말에 일리아스는 고개는 옆을 향한 채로 눈동자만 또르르 굴려 조니를 힐끔 쳐다봤다.
“……응.”
“어, 뭐야. 앙탈 부렸을 뿐이라더니 진심이었던 거야?”
“…….”
지금 이게 취조인 건지 놀림인 건지 대마법사인 마스터 일리아스조차 분간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었지만속단할 순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제 다른 길도 없는 데다 아주 큰 약점까지 꽉 잡혀 버렸으니 일리아스는 최대한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게 최선이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넙죽 엎드려 조니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잘못했어요, 오빠. 일리아스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까불었었나 봐요. 시키는 거 뭐든 다 할 테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앞으론 진짜 오빠한테 귀여움만 받으려고 노력할게요.”
“진짜 뭐든 다 할 수 있어?”
“네…….”
“좋아. 그럼 앙탈 부려 봐.”
“…….”
한순간 정말 이런 미친놈한테 진짜 노예가 되어 붙잡혀 살 바엔 콱 그냥 혀 깨물고 결계 속에 몸을 던져 죽어 버릴까도 싶었지만, 정말 자살할 게 아니라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반쯤 진심을 담아 앙탈을 부렸다.
“나쁜 놈. 나쁜 새끼. 맨날 나만 괴롭히고. 잘해 주면 어련히 말 잘 듣고 따랐을 텐데, 치. 못돼 죽겠어, 이 미운 놈.”
“뭐? 너 지금 그게 까불었다가 반성하는 애가 가질 태도야? 이거 영 태도가 글러먹은 애네?”
“…….”
일리아스는 직감했다. 죽더라도 본모습을 드러냈어야 한다는 걸. 차라리 그래서 그냥 콱 죽어 버렸어야 했다는 걸…….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 버린 뒤였다.
이건 이미 조니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될 걸 뻔히 알면서도 목숨을 끊지 못한 그녀 자신의 잘못이었다.
일리아스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또르르 흘러내리며 훌쩍거렸다.
“죄송해요, 오빠……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오빠가 가르쳐 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오빠 거니 오빠 시키는 대로 다 따를게요…….”
“싫은데? 한 가지면 몰라도 열 가지는 언제 다 가르쳐? 그냥 드레니카에게 맡기련다.”
“……도대체 누구 장단에 맞추라고, 이 정신 나간 놈아! 으아앙!”
“이 장단에 맞추라고.”
퍽퍽퍽퍽퍽.
조니는 으앙 울부짖는 일리아스를 뒤집고 뒤에서 신나게 박아 대며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지만 일리아스는 당연히 신나지 않았다. 그래도 지은 죄가 있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조니가 시킨 대로 하기 위해 순종적으로 굴었다.
그래서 조니가 삽입하는 장단에 맞춰 스스로 허리를 막 흔드는데, 심드렁한 조니의 목소리가 엉덩이 뒤에서 들려왔다.
“앙탈 좀 부리라니까 애가 또 순딩이가 됐네. 왜 이리 말귀를 못 알아듣냐.”
그 순간 일리아스의 이성이 뚝 끊겼다.
“야 이 미친놈아! 이렇게 정신 나간 장단에 누가 맞출 수 있다고 자꾸 그러는 거야! 좀 할 수 있는 걸 시키란 말야, 으아아아앙!”
조니는 그제야 흡족해하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는 엉덩이를 찰싹 후려쳤다.
“지금 바로 그 장단, 아주 좋았어. 그렇게만 해. 할 수 있으면서 왜 자꾸 못 하는 척이야? 아, 오빠 흥분시키려고? 하여간 우리 귀염둥이 귀여운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으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