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80화 일리아스 놀림 조교 (1)
잔느를 달래 준 조니는 편히 쉴 수 있게 노예 방으로 데려다주고 침실로 향했다. 인생 목표가 잡힘에 따라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일리아스와 미네르바에 물어볼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절정을 느낀 그대로 침대와 바닥에 늘어져서 자고 있는 두 노예를 본 조니는 일단 일리아스부터 깨웠다.
“일리아스, 잠깐 일어나 볼래?”
“으응…… 무슨 일이야?”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으으, 깜빡 잠들었네. 씻지도 않고 옷도 안 입고 이게 뭐 하는 건지…… 물어볼 건뭔데?”
“근데 우리 자기 벗은 몸을 보니 또 하고 싶어지네?”
“……할 거야?”
조니의말에 살짝 당황하던 일리아스가 슬며시 눈치를 보면서 은근슬쩍 물었다. 이전이라면 하지 말라고 앙탈 부리며 나쁜 놈이라고 했을 텐데 반응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오, 우리 자기도 이제 기대하기 시작한 거야?”
“아니거든? 단지 할 거면 빨리 하라구. ……씻을 거니까.”
“하하, 그런 거야?”
눈을 흘깃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이는 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조니는 나중에 추궁하기로 했다. 좀 더 앙탈 부리게 신경질적으로 만들어야 빛을 발하는 게 일리아스였으니까.
“애드베르토 세르빌리 때문에 궁금한 게 생겨서. 그거 여신한테 써도 효과 있지?”
확신에 찬목소리로 물어보는 말에 일리아스 또한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하지.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이 여신을 굴복시키기 위한 거니까.”
“그럼 왕은 왜 여신한테 마법 낙인을 안 찍고 조교하는지 알아?”
“……!”
조니의 말에 일리아스의 눈이 갑작스럽게 휘둥그레졌다. 조니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네가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닐 텐데?”
얼마나 당황했던지 호칭마저 평소대로 돌아왔지만 지금은 그걸 지적해서 분위기를 망칠 때가 아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던 거네.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정보야? 딱히 비밀 가치는 없는 것 같은데.”
“대귀족들은 다 아는 거긴 하지만 대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니까 그렇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하하. 그렇게 궁금하면 애교라도 부려 보든가.”
“……됐어. 안 들을래, 흥.”
일리아스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지만 조니의 눈에는 앙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기가 찬 게 아니라 정말로 명백한 앙탈이었다. 콧소리에 섞인 미약한 달달함이 그것을 증명했다.
‘얜 진짜 입만열었다 하면 덮치고 싶다니까. 어쩜 이리 박음직스러운지 모르겠네.’
혀에 찍힌 노예 낙인 때문에 도망은커녕 알던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에 얼마든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단 게 다행이었다.
“뭐, 우리 자기니까 특별히 알려 줄게. 쟤, 여신이야.”
조니는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두 팔을 뒤로 모으고 만족스런 얼굴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미네르바를 턱짓하며 말했다.
“……뭐, 뭐라고?”
당연히 일리아스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난데없이 여신 노예를 잡아왔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말하는 내용을 보면 왕 밑에 있던 여신이란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건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저게 여신이라고?”
“어. 원래는 아테나였는데 정신만 성녀 몸으로 들어가서 미네르바가 됐다던데?”
“전쟁의 여신 아테나? 이런 맙소사…….”
일리아스는 아예 사색이 돼서 얼굴이 새하얗게 창백해지고 말았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가치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게 바로 노예 도시를 세운 일원 중 한 명인 일리아스였으니까.
아테나야말로 노예 도시의 최대 숙원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여신이었고, 당연히 그 가치는 그 어떤 여신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억겁에 가까운 세월 동안 고작 몇 명밖에 되지 않는 여신을 힘들게 잡아야만 했지만 이젠 반대로 노예 도시가 직접 군대를 일으켜 쳐들어가서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여신들을 잡아 올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신성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때문에 가장 공들여서 오랜 시간 동안 왕이 친히 조교 중이었는데, 그런 아테나를 이 겁도 없는 대책 없는 인간이 훔쳐 버린 것이었다.
“왕이 이 사실을 알아? 들킨 건 아니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일리아스가 앞으로 닥쳐 올 파란을 예상하며 그렇게 묻자 조니는 피식 웃기만 할 따름이었다.
“뭐야, 자기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응?”
그리고 일리아스 역시 자신이 하던 양을 깨닫고는, 천천히 뻣뻣하게고개를 돌리며 원래 그러려고 했다는 듯이 새침하게 팔짱을 꼈다.
듣고 보니 자기가 왜 그러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이 정신 나간 나쁜 놈을 걱정이라도 해 주는 꼴 같지 않은가?
“아닌데? 왕한테 맞아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오히려 나야 좋지.”
“어유, 그랬어? 그래서 그렇게 귀엽게 오빠 걱정해 준 거야?”
“…….”
대답은 없었지만 옆으로 돌린 고개의 볼이 발갛게 물드는 게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조니는 그런 일리아스가 너무 귀여워서 참지 못하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박고 싶어졌는데 박아도 돼?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지게 만든 다음 자궁에다씨 뿌려 주고 싶은데.”
“……하든가.”
“하기 싫다고 하면 안 할게.”
“…….”
“말없이 얼굴 빨개지는 거 보니까 박히고 싶은 건가? 박아도 돼?”
조니는 평소라면 그냥 그대로 덮쳤을 타이밍임에도 일부러 허락을 구하며 일리아스를 재촉했다.
일리아스도 조니가 왜 이러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말발에 넘어가서 앙탈 부리는 모양새가 된 채로 박힌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그냥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맘대로 하라고 한 건데, 허락을 물으니 화딱지가 치솟았다.
‘나쁜 놈의새끼. 하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약 올리듯 물어볼 거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아니, 아니지. 이 새낀 내가 그런 걸 다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이러는 게틀림없어. 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걸로 또 놀려 먹기 위해서. 흥, 내가 또 당하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속으로 그런 다짐을 하자마자 사람이 아니게 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하아…… 다른 노예들한테 뭐라고말해야 하나. 너희들한텐 정액 먹여 주지 말라던 언니가 자긴 먹을 생각도 없었는데 심술부린 거라고 해야 하려나?”
“…….”
“우리 자기 이러다 천하에 다시없을 쌍년 될지도 모르는데 어떡해야 하나. 자기가 하기 싫다고 했어도 그냥 모른 척하고 박아 줘야 하나? 아니다. 내가 짐승 새끼도 아닌데 그럴 수야 없지. 자기도 그런 나한테 실망할 테고.”
“……나 그런 말 한적 없거든? 자꾸 애들 선동해서 나 나쁜 년 만들지 말아 줄래? 그리고 아무 기대도 안 하는데 내가 뭔 실망을 해?”
“그럼 박게 허락해 줘야지. 허락도 안 하면서 그렇게 말해 봤자 내가 어떻게 믿으라고.난 자기 강제로 덮치고 싶지 않아.”
“……아우, 진짜. 해. 하라고. 니 맘대로 하세요.”
결국 천하에 다시없을 쌍년까지 될 수 없었던 일리아스는 화를 풀풀 내면서 조니의 행동을 허락해 줬다.
물론 조니가 그걸 그대로 넙죽 받아먹을 리가 없었다.
“뭘 해? 난 자기 같은 대마법사가 아니라 그런지 말귀를 못 알아듣겠어.”
“……박아. 박으라고. 나한테 박고 싶다며?”
“응?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머리가 나빠서 영 기억이…….”
“…….”
“엇, 우리 자기 또 냉담해졌다. 휴. 계속 상대 안 해 주니 드레니카나 만나러 가야겠네.”
“야 이 나쁜 새꺄! 너 진짜 나한테 평생 이럴 거야?”
또 드레니카를 시켜 힘으로 꼼짝 못 하게 한 뒤 장난감처럼 다른 노예들 다 보는 앞에서 강간해 버리겠다고 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리아스는 이번에도 참았어야만 했다.
“응? 자기 나랑 평생 같이 살고 싶은 거였어? 이렇게 쥐 잡듯이 잡혀 살면서 성노예 취급 당하는데도?”
“…….”
“아니야? 그럼 드레니카랑 놀아야겠네.”
“도대체 드레니카가 지금 이 대화에서 무슨 상관이라고 자꾸 들먹이는 건데! 아우, 씨, 진짜!”
한계까지 몰리자 감정이 북받친 일리아스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서 뒤는 생각 안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일단 화를 내고 보려고 했는데, 조니가 무표정하게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자 또 겁이 번쩍 들었다.
‘뭐, 뭐야.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런 진지한 표정을 짓는 건데? 화내야 할 건 난데, 아우우우! 나쁜 놈! 나쁜 자식! 천하에 다시없을 나쁜 새끼!’
그리고 한없이 진지해진 조니가 입을 열었다.
“자기가드레니카를 그렇게 의식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렇게까지 정색할 정도로 질투하고 있었을 줄이야…… 질투 안 하고 사이좋게 지내면 안 돼? 내가 한동안 두 사람만 붙여 줄 테니까.”
……주루룩.
결국 일리아스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도저히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이건 이긴다는 게 드레니카와 짝꿍 되겠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침대에 엎드린 후 조니를 향해 엉덩이를 공손히 내밀었다.
“잘못했어요, 오빠. 사실 박히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앙탈 부려 봤어요.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 주시고 박아 주세요. 오빠 정액 자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자궁에 정액 가득 채워 주세요, 오빠. 네?”
“엇, 나는 아까도 해서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않은데…….”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지만 일리아스는 더 이상 꼬치꼬치 따질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갖지 않았다. 그냥 빨리 만족시켜 주고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게 최선이었다. 씹고 욕하는 건 말 안 통하는 척하는 개자식을 눈에서 치워 버린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제가 받고 싶어서 그래요, 오빠. 하루 종일 오빠 정액 자궁에 담고 돌아다니고 싶어요. 저 정말 오빠 정액 좋아해서 앙탈 부렸던 거예요. 오빠가 귀엽게 봐주시면 안 돼요?”
“호오…… 이젠 인정하는 거야? 그럼 드레니카도 질투 안 할 거고?”
“……네, 오빠. 그동안 아닌 척해서 죄송했어요. 드레니카도 질투 안 하고 사이좋게 지낼게요.”
“들었지, 드레니카? 네 언니가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댄다.”
“뭐?!”
조니의 말에 대경실색한 일리아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침실 입구를 바라봤다.
그리고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
“아, 지금 그 표정완전 최고였어. 나 새삼 너한테 또 반했다, 일리아스. 내 심장 어쩔 거야?”
일리아스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
“터져서 뒈져 버리든가 이 나쁜 새끼야. 확 그냥 박다가 복상사나 해 버려라!”
“알았어, 알았어. 복상사하고 싶어질 정도로 박아 줄게. 그럼 되는 거잖아? 앙탈은.”
“야 이 미친놈아! 나 그런 소리 안 했거든?!”
조니는 자신만만해했다.
“하게 될 거야. 이제 곧.”
“으아아아앙!”
그날 조니의 침실에서는 일리아스의 울음과 앙탈이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