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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79화 델리아니 젖소 조교 완료 (80/95)



〈 80화 〉79화 델리아니 젖소 조교 완료

조니는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델리아니의 모습에 실로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도하고 반항기 심하던 성기사가 이렇게까지 유쾌하게 타락해 버릴 줄은 짐작조차  했으니까. 이게 바로 노예 도시가 자랑하는 최고위 마법, 애드베르토 세르빌리의 위력이었다.

‘처음엔 굳건한 정신력으로 버텨 냈었지만 이간질을 당하고 잔느에게 의심을 하는 순간  부분이 빠르게 검게 물들어 저렇게 돼 버린 거겠지. 꼴을 보아하니 자기가 이미 굴복해서 세뇌당했단것도 모르는 듯하잖아? 하하. 대체 얼마나 자존감이 높아야 저런 형태로 자기도 모르게 세뇌당할 수 있는 거지?’

아주 조금씩 원치 않게 마음이 열려 갈팡질팡하며 앙탈 부리는 일리아스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마법 노예를 통해 애드베르토 세르빌리를 찍을 수 있게 된다면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갈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정도 위력을 보여 줄 줄은 미처 짐작치 못했었다. 어린 시절 뒷골목을 전전하며  때는 애드베르토 세르빌리를 시전할 줄 아는 노예 상인을 몇  만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시전할 줄 아는 노예 상인들이 델리아니 같은 특수하고 특별한 노예를 길들이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거 여신들한테도 통하려나? 그러고 보니 100년 전에 이미 성국을 무너트리고 아테나를 잡아 조교하고 있었다는 건데…… 왜 왕은 애드베르토 세르빌리를 찍지 않았지? 성녀와 마찬가지로 여신의 능력을 잃어버리게 돼서?’

조니는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아니, 그건 아니겠지. 성녀는 여신에게 자격과 능력을 부여받는 거라서 정신 마법으로 타락시키면 여신이 알아차리고 성녀의 자격을 회수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던 거니까. 따라서 여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야. 그럼  왕은 기껏 손에 넣은 아테나에게 마법 낙인을 찍지 않았지? 조교가 훨씬 빨리 이뤄지게 될 테고 만에 하나 도망가게 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을 텐데.’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여신이기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아니고 여신이기에. 인간과는 다른 존재이자 위대한 존재이기에 인간이 만들어 낸 정신 마법 같은  통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런 이유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성녀의 몸에 강림했다고 해도 말하는 거나 생각하는 거나 인간이랑 별로 다르지도 않잖아? 왕에게 다른 평범한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조교받아서 정신은 이미 암퇘지로 전락했고. 정신이나 몸이 인간과 아주 다르게 위대하다거나 하는  아닐 거야. 그럼 그냥…… 취미인가?’

노예 도시의 지배자들 중엔 영생을 살아가는 존재도 많고 인간이 아닌 자도 많았으니  역시 그런 부류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는 게 지겹고 재미없어서 꽃씨를 심고 매일같이 손수 가꿔 꽃을 피우게 하는 것처럼, 아테나를 100년에 걸쳐 느긋하게 조교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취미 삼아서.

‘그럼 말이 되지. 빨리 끝내면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다음 여신을 손에 넣기 전까지는…… 어?’

그 순간 조니는 노예 도시의 무구한 역사와 현재 진행 중인 양상을 떠올렸다.

대체 언제 세워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

짧아도 수백 년, 길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가는 지배 가문의 지배자들.

언제나 침략이 끊이지 않지만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고 그때마다 특수한 전리품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침략을 축제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사에 기록된 모든 침략국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여신이 가호를 받던 신성한 나라들이라는 것…….

‘설마 아니겠지? 와, 말도 안 돼. 얘네 미친 거 아냐?’

조니는 알고 있는 지식들을 조합하고 궁구해 떠올려 낸 자신의 추리에 소름이 다 돋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참신한 생각을   수 있는 거지? 너무 멋지잖아!’

조니는 자신이 노예도시에서 태어나 노예 상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이것이야말로 여신의 축복이었다. 이게 바로 여신의 선택이자 부름이었다.

여신의 선택을 받은 여자들이 성녀가 된다면, 노예 도시에 태어난 남자인 자신은 성자였으니까.

여신을 잡아들여 노예로 부리려고 세워진 도시에 태어나게 해 준 것이니 그렇지 않고서는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니는 지금  순간 아주 원대한, 지극히 노예 상인다운 꿈을 마음속에 품었다.

‘이제 여신들은 다 내 거야. 왕이 가진 것도 조교해서 뺏어 버리겠어. 여신 노예를 유통하는 여신 노예상이 아니라, 조교한 노예 여신을 부려 노예를 유통하는 단 하나밖에 없는 노예 상인이 되는 거야.’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신이 났다.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침대에 누워 노예 여신들의 봉사를 받기만 하고, 돈은  다른 노예 여신들이 다른 노예들을 조교해서 파는 걸로 벌어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진정한 전자동 가내수공업.

가진 자가  많이 갖게 되고 많이 버는 자가 더 많이 벌게 되는 황금의 순환 고리!

행복이 뭐 별거겠는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이루어 내기 위해 달려가고 있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조니는 지금 이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

‘태어나길 잘했어, 하하.’

생각은 길었지만 시간적으로는 지극히 일순간이었다. 앞으로의 방침과 목적을 정한 조니는 여전히 자신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유혹하고 있는 델리아니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젖만 짜면 그만인 노예에게 더 이상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빨리 인생 최대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좋아, 기회를 주지. 하지만 지금 바로는 아냐. 평소 행실을 봐서 잔느보다 잘하고 있다고 여겨지면 그때 일일 조교권을 줄게. 잔느보다 못하면 당연히 기회는 없는 거고. 뭘 잘해야 하는지는 노예인 네가  잘 알겠지?”

조니의 시원스런 말에 델리아니는 입술을 핥으면서 요염하게 웃었다.

“물론이고말고. 반드시 만족하게  주지.”

“보아하니 평생 가도 못 하겠네. 어디 젖소 따위가 말투를 그따위로 해?”

조니가 싸늘하게 말하자 델리아니는 곧바로 비굴한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숙여 복종을 표시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젖소 주제에 잠시 본분을 잊었습니다.”

“알면 됐어. 나머진 곧 노예 하나 보내서 쇠사슬 풀고 농장에 넣어 줄 테니까 거기서 네 가치를 증명하고.”

“맡겨만 주시지요. 반드시 주인님을 만족시켜 드려서 저년을 조교할 기회를 얻고 말겠습니다.”

“지켜보지.”

 말을 끝으로 조니는 잔느를 데리고 고문실을 나섰다. 델리아니의 정신이 완전히 굴복했으니 그 자리에서 처녀를 접수하며 잔느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었지만, 너무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했다. 충격은 충분히 받았을 테니 이젠 달래 주는 것으로 옭아맬 차례였다.

또한 잔느는 많은 노예들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다. 지금까지 노예 도시의 그 누구도 타락시키지 않고 조교에 성공한 적이 없는 성녀였으니까.

앞으로의 계획에 성녀인 잔느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스스로 노예를 자처하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노예는 없었다.

앞으로 손에 넣을 여신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더.

그래서조니는 계단을 다 올라오자 두려움에 겁에 질려 있는 잔느를 꽉 끌어안으면서 등을 쓰다듬고 달래 주었다.

“놀라지 않아도 돼. 델리아니에게 잔느를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저, 정말이에요?  정말 델리아니에게 던져 줄 거라 생각해서 얼마나 무서웠는데…….”

“내가우리 잔느를 그렇게 대할 리가 있겠어? 단지 델리아니가 보통 수단으론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아서 당근을 제시한 것뿐이야. 실제론 평생 젖이나 짜게 할 거야. 델리아니보단 잔느가 백배는 더 소중하니까.”

“조니…….”

조니의 말에 감동하면서 겁먹고 있던 것이 풀리자 깊은 안도감을 받은 잔느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조니에게 와락 안겨 들었다.

“키스해 줘요. 키스해 주세요, 조니.”

“우리 잔느가 바란다면 얼마든지.”

“응…… 쪽…… 쪼옥, 쪽…….”

잔느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키스가 아니라 스스로 먼저 입술을 끊임없이 부딪치며 조니를 애타게 갈구했다. 불안했던 마음을 지워 버리려는 몸짓이었고 이제 자신에겐 정말 조니밖에 없다는 수줍은 고백이었다.

그것만 해도 델리아니는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낸 것이었으니 아직 잔느의 공략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더라도 조니는 흡족해했다. 이제는 델리아니 없이도 충분히 단시일에 잔느를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었다. 영원히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순간 고문실에 혼자 남겨진 델리아니는 조니를 생각하며 큭큭 웃고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굴복했다고 생각하고 진짜 주인님이라도 된 것처럼 유세부리기는. 잔느 그년을 괴롭혀 줄 수만 있으면 아양을 부리며 발을 핥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거늘. ……아니지, 이러다 혹시 들키면 안 되니까 혼자 있을 때도 주인님이라고 불러야겠군. 아, 빨리 주인님께 봉사해 드리고 싶다. 그래야 기회를 주실 텐데, 큭큭. 입도 엉덩이도 모두 맛있는데 우리 주인님은 대체 언제 맛봐 주실려나? 일단 내가 맛있다는 걸 알려 드리기 위해 우유부터 짜야겠군, 크큭큭.”

델리아니는 철두철미한 자신의 조심성에 비틀린 미소를 지으면서 잔느를 괴롭혀 줄 온갖 망상에 빠져들었다. 복수심과 증오심에 미쳐 어딘가 한 군데가 망가져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로.

그렇게 끊임없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젖을 짜 우유를 담는 델리아니는 이미   다시 구제할  없는 한 마리의 젖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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