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74화 미네르바 자발적 피학성 구속 포즈 굴욕 조교 (1)
“훌쩍훌쩍…… 이 못된 놈, 나쁜 놈, 쓰레기 같은 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훌쩍.”
“후우…… 너 자꾸 그렇게 앙탈 부리면 나 또 하게 된다?”
피식 웃은 조니가 으름장을 놨지만 눈물을 찔찔 짜며 코를 훌쩍거리는 일리아스는 이미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러든가…… 훌쩍…… 어차피 네 맘대로 할 거잖아, 이 나쁜 놈아…… 훌쩍…….”
그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라서 조니는 아빠 미소를 지으며 일리아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솔직히 이대로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미네르바를 조교하기 위해 데리러 온것이었기에 더 이상 시간을 끌 순 없었다.
‘지금까지야 대체 뭘 준비해 오려고 이렇게 안 오나 하면서 안절부절못해 긴장해 있겠지만, 더 이상 늦어지면 긴장이 풀어지고 지칠 뿐이지. 지금이 딱이야.’
일리아스를 귀여워해 주면서도 미네르바 조교에도 도움이 되니 정말 유익한 시간이 아니랄 수 없었다.
“우리 자기 많이 화났어? 미안해. 자기가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
조니는 슬슬 본 목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일리아스를 다정하게 껴안아 품에 안아 주면서 등과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일리아스도 포옹해 주는 게 싫지는 않게 느껴져서 거부하지 않고 조용히 훌쩍거리기만 했다. 때려 주고 싶을 만큼 나쁜 놈이고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쓰레기 같은 놈인데, 이렇게 품에 안겨 있으니 희한하게 차츰 진정되어 가는 게 느껴졌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아니, 길들여진 것이었다.
‘이런 놈한테 내가…… 말도 안 돼. 훌쩍.’
하지만 일리아스는 조니를 밀쳐내지 않고 그의 품에서 울음이 완전히 그칠 때까지 얌전히 안겨 있었다.
“……이제 그만 안아 줘도 돼.”
“내가 더 안고 싶은데?”
“놔 달라구, 이 나쁜 놈아.”
“하하하.”
쏘아붙이기는 했지만 힘이 다 빠져 토라진 듯하게만 보이는 그 말투에 조니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날이 갈수록 점점 사랑스러워지는 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게 훤히 보였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었다. 고작 이 정도에 마음 다 얻었구나 생각할 정도로 조니는 물렁하지 않았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것처럼 굴다가 주인의 뒤통수를 치고 도망친 노예가 한둘이 아님을 너무도잘 알았다.
당장 미네르바만 보더라도 요구하는 모든 말투와 성격을 연기할 수 있는 걸 보면 일리아스라고 그러지 못하리란 법이 없었고, 이런 식으로 안심시킨 뒤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갈 틈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망은 못 갈 거야. 내가 놔주지 않을 테니까, 하하.’
못 뚫는 게 없는 창과 못 막는 게 없는 방패의 대결?
이기는 건 각본을 짠 연출가의 마음이다.
당장 어느 때고 토너먼트에 출전해도 챔피언은 손쉽게 올라갈 수 있는 아리스톨이 1회전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그래서 뭘 만들어 주면 되는데? 나 바쁘니까 빨리 말하고 가 버려.”
마음이 한결 열린 덕에 아까와는 태도가 달라졌지만 조니는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계속 몰아붙였으니 한 번 정도는 받아 줄 때였다.
“아티팩트 같은 건 아니고 새로운 조교법이야. 새 노예 조교용으로 생각해둔 게 있어서.”
“새 조교법?”
조니의 설명에 일리아스가 관심을 보였다. 노예 도시의 조교법은 이미 완벽하여 고치거나 새로 추가할 게 없었으니까.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오랜 옛날부터 줄곧 똑같은 조교법을 가지고도 노예들을 완벽하게 조교하여 유통하고 있었다.
“어떤 건데?”
“일종의 포즈 플레이 같은 건데 말이지…….”
조니는 일리아스에 귀에 대고 자신이 구상한 새 조교법을 알려 줬다. 그러자 설명을 다 들은 일리아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 나, 나보고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라고?”
“못 하겠어? 다른 노예들은 우리 자기만큼 똑똑하지가 못해서 자기한테만 부탁하려고 한 건데…….”
“…….”
치사하게 사람 자존심을 가지고 살살 약 올린다는 걸 당연히 일리아스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조니가 그렇게 말해 버린 이상 못 한다고 하면 다른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똑똑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너 진짜…… 아, 아니, 자기 진짜 너무 악독한 거 알아?”
조니가 황당해했다.
“그럼 몰라서 너 울리는 줄 알았어?”
“…….”
“몰랐구나…… 난 또알아서 즐기느라 앙탈 부리는 줄 알았더니만.”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그 이상 말하지 말아 줘.”
결국 일리아스의 항복 선언을 받아 낸 조니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채 관대하게 넘어가 주었다. 사실은 이제 미네르바를 조교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기에 그런 것이지만 뻔뻔한 조니는 그런 것조차 자신의 관대함으로 치부했다.
“그럼 도와줄 거지?”
“……꼭 해야 해?”
“응.”
“다른 건 안 될까? 내가 잘 연구해 볼게.”
“아냐. 걔한텐 그게 최고란 말야. 그리고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도 없어.”
“아, 진짜…….”
일리아스는 최대한 협조적으로 나가는 것이 자신의 신상에도 이롭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만큼 마음속으로 조니를 씹어 준 뒤에야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 진짜 내가 언젠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각오해, 흥.’
속으로나마 새침하게 일침을 놓은 뒤 연구하던 것을 정리했다.
“알았어. 도와줄게. 도와주면 되잖아. 대신 자기도 나중에 내 연구 도와줘야 해. 알았어?”
“응? 내 도움이 필요한 거야?”
“……응.”
약간의 침묵이 의미심장했지만 조니는 미네르바 조교 이후의 즐거움으로 남겨 놓았다.
“자, 그럼 올라가자.”
“하아…….”
일리아스는 도축장에 끌려가는 젖소 노예의 기분을 느끼며 착잡한 마음으로 지하 계단을 올라갔다.
침실로 올라온 조니는 숙달된 앙탈 조수에게 시범을 요구했다.
“자, 시범.”
“으으…….”
일리아스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중에 기필코 복수하겠노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천천히 자세를 취해 갔다.
양손을 등 뒤로 내밀고 두 손목을 마주 붙인, 마치 결박당한 것 같은 포즈를.
결박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일리아스는 스스로 그런 포즈를 취한 채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한 것처럼 연기했다. 팔뿐만 아니라 몸 역시 옴짝달싹못하게 구속당한 것처럼 눈을 꼭 감고 괴로운 듯 몸을 약간씩 꼼지락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두 손을 뒤로 묶이고 전신의 자유를 구속당한 채 주인님의 능욕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 있는 포즈 플레이.
그게 바로 조니가 만들어 낸 새로운 조교법이었다.
하지만 합친 것은 구속 조교와 피학 조교뿐만이 아니었다.
“묶이지도 않았는데 묶인 척하면서 당하려고 앙탈을 부리다니, 대체 얼마나 음란한 몸뚱이를 가진 거야?”
그랬다. 지금 일리아스는 스스로 구속당한 척하며 피학심을 부추기는 포즈를 취한, 말하자면 자발적 피학성 구속 포즈 조교법을 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묶인 채로 괴롭힘받고 싶었던 거야?”
음흉한 미소를 지은 조니는 그렇게 말하며 일리아스의 드레스를 슬며시 들추며 허벅지를 쓰다듬었고 다른 손으로는 등 뒤에서 안으며 가슴을 애무했다.
일리아스는 등 뒤로 묶인 척하는 양손을 꿈틀거리기만 할 뿐 크게 반항하지 않으면서 도리질을 쳤다.
“하, 하읏…… 아, 아니거든? 누가 너 따위한테…… 당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이건 단지…… 하으읏!”
“이건 단지 다음은 뭔데?”
조니는 아예 드레스 자락을 옆으로 훤히 들춰 한쪽 다리를 완전히 드러내게 하고 허벅지 사이로 왼손을 집어넣었다. 그곳은 이미 촉촉이 젖어 있어 아무 저항 없이 만져 줄 수 있었다. 또한 가슴을 주무르던 오른손은 앞섶을 파고들어 맨가슴을 유린하고 있었다.
스스로 결박당한 척을 하고 능욕당하는 굴욕심을 느끼는 상태에서 위아래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쾌감에, 일리아스는 꿀물을 울컥 흘려 내며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
그게 바로 그녀가 원하는 기쁨이었으니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가운데 저항할 수 없는 것을 연기할 때에만 비로소 느껴지는 아슬아슬하고 안타까운 그 달콤한 감정.
사실은 저항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저항하지 못하는 척할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자기 학대적인 굴욕심.
그리고 그런 꼴불견인 모습을 매도당할 때에 아니라고 앙탈 부리며 아양을 떨어 더 능욕해 주기를부채질하는 피학적인배덕감.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이 자발적 피학성 구속 포즈 굴욕 조교법이었다.
피학심에 눈뜨지 못한 노예는 귀엽게 앙탈 부리는 맛에 빠질 수 있게 해 주고 피학심에 눈뜬 암퇘지에게는 하루 종일이라도 같은 포즈를 취하며 매도당하면서 능욕당하길 기대하게 만들어 주는 빠져나갈 수 없는 질척질척한 늪지 같은 조교법.
아니나 다를까 이미 왕으로부터 완벽한 조교를 받은 미네르바 역시 현재 일리아스의 심리 상태를 단번에 꿰뚫어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정신적으로는이미 완전히 썩어 빠진 암퇘지였으며 그 상태에서 스스로 처녀를 바치면서 달아오를 수 있을 정도로 피학 조교가 끝마쳐진 상태였기에, 모르고 싶어도 모를수가 없었다. 외면하고 싶어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저런 포즈를 취하면 얼마나 달콤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포즈 플레이는 단순히 여러 가지 조교를 합친 것만이 아니었다.
구속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구속당했을 땐 느낄 수 없는 기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반항하고 싶어도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기 때문에포기하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마음 편한 구속감이 아니라, 반항을 하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저항하다 말다 저항하다 말다를 반복하여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추기며 스스로원하는 만큼 달콤함을 피워 낼 수 있다니…… 아아…… 저런 것에 맛들리면 소녀는…… 이 소녀는…….’
결코 두 번 다시 헤어 나올 수 없다.
1식 3찬을 동시에 버무려 먹어 제4, 제5의 맛을 이끌어 낸다는 걸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가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꿀쩍…….
그리고 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곳에서 꿀물 한 방울이 흘러나오는 걸 느낀 순간, 미네르바는 입술을 깨물면서 천천히 일리아스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손을 뒤로 내밀고 구속당한 포즈를 취하며, 허리를 앞으로 요염하게 숙이며 뒤에서 능욕하기 가장 좋은 자세를 취했다.
노예 도시의 왕마저도 느끼게 해 주지 못한 극상의 달콤함을 맛보며 앞으로 몇 번이나 울부짖고 실신하게 될지 기대하면서.
동시에 왕이 범한 치명적인 실수 한 가지를 발견했다.
쾌락에 물들어 굴복했다는 것은, 더 큰 쾌락의 맛을 알게 되면 결코 거부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었다.
‘전하는 어쩌면 최악의 실수를 하신 것일지도 모르옵니다. 손에 넣은 여신들을 모두 빼앗길 수도 있는 그런 실수를…….’
이미 미네르바 자신이 그 위기에 처해 있었으니까.
그리고그 극상의 쾌락에 저항할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왕에게 완벽히 조교받은 만큼 쾌락에 굴복할 때의 그 기쁨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죽 쑤어 개 좋은 일 하신것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