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0화 첫 번째 노예 여신 (71/95)



〈 71화 〉70화 첫 번째 노예 여신

오기 전까지만 해도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지금은 부정맥이 오고 있었다. 조니는 이 성녀 잘못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밀수꾼들의 접선지마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긴장하고 있을 정도의 물건이었다. 그 긴장의 원인은 열에 아홉이 원주인에게 들켰을 상황일 것이니 만약 집에 데리고 갔다가 들키게 되면 노예 하나 때문에 집안이 무너질 수도 있음이었다.

‘아니지. 아직 낙인도  찍었잖아? 도망친 노예도 주우면 임자가 되는데 단순 점유 이탈물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성녀가 아니라 여신을 뺏어 와도 뺏긴 놈이 잘못이지 뺏은 놈은 죄가 없는 거지. 그곳은 노예 도시니까.’

이곳은 노예 도시 바깥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지만, 노예 도시 안에 살고 있는 조니는 아무 죄가 없었다. 잃어버린 성녀를 가지고 있단 걸 죄로 삼으려면 일단 규칙에 근거해야 하는데 노예 도시의 유일한 절대 규칙은 모든 여자는 노예로 삼는다는 것 하나뿐이었으니까.

괜히 새벽마다 길거리에서 장기 자랑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좋아요, 살게요. 어차피 살 만한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싸게 해 줄 거죠?”

장고 끝에 결정을 내렸지만 발랄라이카도 만만치 않았다.

“10,000스파크. 할인은  되고.”

“……얼마요? 10,000? 조교도 안 됐는데?”

“응. 제대로 조교해서 팔면 얼마일 거라 생각하는데? 최소 100,000스파크야. 그 이상 불러도 얼마든지 살 사람들이 있고. 타락하지 않은 성녀 노예는 타천사보다도 비싸.”

타천사의 날개만 해도 10,000스파크지만, 날개 잃은 타천사는 당연히 그 이상으로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타락하여 여신의 가호를 잃어버린 성녀보단 날개 잃은 타천사가 비쌌지만 온전한 성녀 노예와 비교하자면 당연히 날개 잃은 타천사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래도 너무 비싸요. 그 돈이면 조교 완료된 S+ 노예도 하급 정도는 구할 수 있다고요.”

“그 S+급 노예의 원가를 생각해 봐. 비싸 봐야 350스파크잖아? 조교만 제대로 하면 수십 배는 아무것도 아닌 게 노예 유통이야.”

“그래 봐야  아니면 선뜻 도전할 만한 구매자도 없잖아요? 아무리 도전해보고 싶어도 원가가 10,000스파크면 엄두도 못  텐데.”

“걱정   줘도 돼. 자기 말고 다른 사람에겐 5,000스파크에 팔 거니까.”

“특별 할인이 아니라 특별 인상이라니, 너무하시다?”

“물건은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제 가치에 넘겼을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니까. 안 그랬으면 오벨 왕국의 나머지 공주는 다른 사람에게 헐값에 넘겨도 괜찮겠어?”

“……와. 나 협박당했어. 이 내가 협박당하다니. 두고 봐요, 발랄라이카 씨.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구매해 줘서 고마워. 역시 자기밖에 없다니까? 전에 주문한 특별 소포도 셀프 배달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도착할 거야.”

“셀프 배달요?”

“응. 안개의 숲을 뚫고 이곳까지 침투해 와서 날 암살하라고 현상금을 걸었거든. 도착한 노예 중에서 제일 쓸 만한 걸로 보내 줄게.”

“……실력은 확실하겠네요.”

제정신으로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작전은 아니었지만 실력은 확실히 보장되는 데다가 배달까지 알아서 스스로 셀프로 해 주니 확실히 손해 볼  없어 보였다. 여러 명이 도착하면 남는  또 다른 구매자를 찾아서 팔거나 직접 조교해서 쓰면 될 일이고.

“응. 이미 안개의 숲에 들어와 있는 암살자들도 있으니까 빠르면 내일이나 모레면 될 거야.”

“알았어요. 그럼 이 성녀나 깨워 주세요. 돈은 바로 드릴 테니까.”

“어머, 일시불로? 자기 너무 멋지다. 여신도 하나 빼돌려 줄까?”

“됐거든요?”

아무리 도망친 노예는 줍는 사람이 임자라지만 문 따고 들어가서 훔쳐간 것도 인정해 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건 규칙으로 정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자 당연한 일이었다. 안 그랬다간 노예 도시는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 하룻밤 사이에 인구수가 1/10 이하로 줄어들어 버릴 테니까.

“소심하기는. 남자라면 여신 조교 정도는 목표로 둬야지. 냉동 깨우는 건 금방 되니까 지금 바로 꺼내 줄게. 뭐, 검투 노예도 아니고 성년데 자기 혼자 가져가는 건 어렵지 않…….”

발랄라이카는 잠시 조니의 위아래를 눈으로 슥 훑더니 실버바이올렛 머리카락을 꼬면서 한참을 고민했다.

“……라이코스 붙여 줄게.”

“…….”

전갈은 받은 라이코스가 도착하고  5분여가 흐르자 냉동 보존 장치의 해동이 완료됐다. 압축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고 안에 들어 있는 노예의 모습이 드러났다.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에 탄력 있는 허벅지, 매끈한 복근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수준 높은 전사라는 걸 알려 주었고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가슴이나 티 하나 없이 아리따운 외모는 과연 여신의 가호를 받을 만했다.

“라이코스  불렀으면 맞을 뻔했다, 자기. 그치?”

“그러게요. 전쟁 여신의 성녀라서 그런지 잔느랑은 완전히 다르네.”

“걔는 아프로디테의 성녀잖아. 반반해서 뽑은 거야.”

“얘는 전쟁 잘해서?”

“아마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성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신비로운 느낌의 모랫빛 눈동자가 정면에 있던 조니를 응시하고 사막에 피어난 꽃밭 같은 느낌의 샌드핑크 머리카락이 너울거리며 흔들거렸다. 성녀는 이내 천천히 좌우를 훑어보고는 다시 조니를 보고 입을 열었다.

“……노예 도시가 아니네요. 여기는 어딘가요?”

“흠. 상황 판단은 하고 있는 건가? 성국이 무너질 때 잡혔을 거라 생각되는데.”

“네, 맞아요.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당신은 누구시죠?”

“일단은  주인이라 하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조니의 말에 성녀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누구 앞에서 감히, 마치 그런 뜻이 담겨 있는 듯한 자신감이 서린 미소였다.

“당신이 내 주인님이라는 소린가요?”

“응. 넌 붙잡혀 노예가 됐고 난 널 샀거든.”

“호호, 재미있는 소리네요. 눈을 뜨자마자 주인님이라는 사람이 나타나다니. 그렇다면 내가 누군지 알려 드려야겠군요.”

그렇게 말한 성녀는 냉동 보존 장치에서 우아하게  걸음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이제부터 일어날 일을 각오하라는 듯한 자신만만해하는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아양을 부리는 듯한 미소로 바꾸면서 조니의 발치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발등에 키스했다.

“소녀, 미네르바라 하옵니다. 모쪼록 사양 마시고 어떤 플레이든지 간에 주인님 취향껏 다뤄 주시길.  하는 플레이는 없지만 특히 좋아하는 플레이는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니 상을 내려 주신다면 그쪽으로 부탁드리옵니다.”

“……?”

“……?”

“……?”

조니와 발랄라이카, 라이코스는 셋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조니가 대표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얘 뭐야……? 성녀라매  이래……?”

하지만 대답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미네르바는 그저 방싯방싯 웃으며 조니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시킨다면 그대로 발이라도 핥을 기세로.

* * *

“포도.”

왕좌의 앉은 왕의 말에 과일 쟁반을 들고 있던 노예가 고운 손가락으로 포도알을 따 왕의 입으로 가져갔다. 껍질을 까 넣어 주고는 왕이 그 손가락마저 입에 넣고 빨자 거부하지 않고 더 빨기 좋게 부드럽게 움직이며 혀를 애무했다.

“꿀.”

왕이 나직하게 말하자 노예는 왕이 빨던 손가락으로 자신의 꽃잎을 벌리고 들어가 안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꿀이 넘치기 시작하자 왕좌의 팔걸이 위로 무릎 꿇고 올라가 왕이 빨기 편하게 꽃잎을 입가로 가져다 댔다.

“아…… 아앗…….”

넘쳐흐르는 꿀을 받아 마시는 건 처음뿐이고 이내 혀가 꽃잎 안을 가르고 들어가서휘젓자 노예는 허리를 꿈틀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쾌감을 확실히 느끼는 달콤한 신음이었지만 허리의 꿈틀거림에는 미약한 저항감이 남아 있었다.

“여전히 저항하는군. 내 은총이 받고 싶지 않은가 보지?”

노예는 점점 강해지는 쾌감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나  움직임은 어딘지 뻣뻣한 구석이 있었다.

“결코 아니옵니다…… 소녀의 마음은 온전히 주인님의 것. 다만 쓸모없는 몸뚱이가 멋대로 저항하는 것뿐이니…… 아아…… 노여워 말고 부디 그대로 길들여 주시옵소서…….”

“일단 이대로 보내 주지.”

왕의 혀가 안까지 찌르고 들어가 처녀막을 가볍게 문질러 주자 노예의 허리가 부르르 떨리더니 그대로 꿀물을 울컥울컥 토해 냈다. 오랜 세월 동안 왕의 취향대로 길들여진 육체는 처녀막을 건드리는 쾌감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혀에 꽂혀 처녀막을 관통당한 것 같은  쾌감에 교태 섞인 미소를 지으며 절정에 오른 노예는 그대로 왕의 몸 위로 쓰러져 내리며 열병에 빠진 소녀처럼 고백했다.

“아아……! 전하의 은총에 소녀, 너무나 행복하옵니다. 부디 바라건대 이대로…… 이대로…… 전하께 바치기 위해 간직해 온 처녀를 가져가 주시옵소서.”

“쓸모없는 것. 네 스스로 바치기 전엔 취하지 않겠다 했음을 또 잊은 거냐?”

“멍청하고교만한 계집이라 죄송하옵니다, 전하. 하지만 오늘은 느낌이 다르니, 필히 전하께서 한 번만  은총을 내려 주시면 스스로 바칠  있을 것 같나이다.”

“호오. 그게 정말이더냐? 드디어 굴복한 것인가?”

“다만 너무 늦어 송구할 뿐이옵니다. 앞으로는 몸과 마음 모두 전하를 위해서만 존재하며 영생토록 바칠 뿐이니  번만 더 은총을 내려 주시길 삼가 바라나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하니 특별히 한 번 더 내려 주마.”

“아아, 감사하옵니다, 전하……!”

노예는 감격에 부르짖으며 다시 팔걸이 위로 무릎 꿇고 올라갔고 왕은 다시 한 번 혀로 처녀막을 몇 번 문질러 줬다. 이번에는 이전보다도 빠르게 절정에 오른 노예는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리면서 천천히 왕의 허벅지 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왕의 거대한 것에 꽃잎을 맞추고, 교태를 부리며 왕의 귀에 속삭였다.

“이 쓸모없는 소녀를 친히 교육시켜 몸종으로 삼아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전하. 이제야 드디어 소녀의 처녀를 바치게 되었나니, 부디 몸과 마음 모두 영원히 전하만을 위해 존재할 소녀를 내치지 말아 주옵소서.”

“허락하마. 그리할 것이다, 아테나.”

백여 년의 조교 끝에 마음은 이미 완전히 굴복했고 육체만을 남겨 두고 있던 여신 아테나는 드디어 완전한 자신을 스스로 바치기 위해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그리고 처녀막이 꿰뚫려 순결을 잃고 육체마저 굴복하기 그 직전, 아테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온전히 왕의 것이 된다는 기쁨의 표현이었다.

푹.

마침내 허리가 완전히 내려가고 신성한 피가 흘러내리자 왕은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백 년의 기다림 끝에 또 하나의 여신을 손에 넣었다는 만족감이 영생을 살아가는 지루함을 덜어 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결을 잃은 아테나의 육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음을 깨닫고 표정이 험악해졌다.

“육체를 버리고 도망쳤어? 아테나의 성녀는 백 년 전에 이미 모두 잡아 뒀을 텐데?”

여신은 성녀를 통해 강림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손에 넣으려면 성녀를 모두 죽이거나 먼저 손에 넣는 선행 조건이 필요했다. 때문에 성국을 무너트리며 마지막 한 사람까지 잡아 강림할 수 없게끔 모조리 얼려 버렸는데, 아무래도 도망친 성녀가 있는 모양이었다.

“육체만 남겨 두고 정신이 빠져나갔으니 전쟁에서 지혜가 빠진바, 손에 넣은 것은 전투의 신성뿐인가. 전쟁을 손에 넣었어야 전쟁을 벌일 수 있었거늘.”

창세 전쟁  여신들에게 패배하여 신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 좁은 땅에 유배당한 뒤로 아주 조금씩 준비를 해 왔다. 여신들을 하나씩 손에 넣어 강제로 신성을 강림시킬 준비를.

아무런 개념이나 법칙도 없던 땅이었기에 억겁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겨우 반란을 시도할 수 있게 되어 제일 먼저 관능적 쾌락인 희열의 여신 볼룹타스를 손에 넣어 여신에게 기쁨을 가르쳐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승리의 여신 니케를 조교함으로써 여신들이 이후  번 다시 승리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  분노의 여신 에리녜스를 손에 넣어 여신들에게 마음껏 분노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처벌의 여신 포이나를 손에 넣어 복종하지 않는 여신에게 분노하며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밤의 여신 헤카테를 손에 넣은 후에야 밤이 생겨 잠을 잘  있었고, 재물과 부의 여신인 플루토스를 손에 넣은 끝에야 겨우 인간들이 번성할 수 있는 도시 국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가장 중요한 전쟁의 여신을 손에 넣음으로써 이 땅에 전쟁을 가능하게 만들어 여신들의 가호를 받고 있는 나라들을 침공하려 했는데, 그것이 무산된 것이었다. 전투에 지혜가 더해져 전쟁의 여신인 것이었으니 전투만 손에 넣은 지금은 병력을 조직적으로 무장시켜 전투에 대비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너무 분노하지 마세요, 주인님. 마음은 이미 완전히 굴복하여 쾌락에 눈뜬 이상 결국 돌아올 곳은 주인님의 곁뿐이니까요.”

왕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지극히 아름다운 노예 하나가 다가와 두꺼운 팔에 가슴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주인도 못 알아보고  나간 멍청한 계집은 잠시 잊고저를 가지고 노시며 기분 푸시는 건 어떠신가요, 주인님? 이 세상 최고의 쾌락을 안겨 드릴 수 있답니다…….”

자태 하나하나가 모두 치명적일 정도로 유혹적인  노예는 이곳 노예 도시에 있어 관능적 쾌락인 희열의 여신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가능케 한 육체적 쾌락의 여신이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사랑과 섹스를 관장하는 육체적 쾌락의 여신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에 눈떴다고 칭송하였으니…… 그 여신을 두고 인간들은 이렇게 불렀다.

미의 여신이라고.

“그래야겠군. 오늘은 매우 거칠게 갈 테니 준비하도록. 아프로디테.”

“얼마든지 혹독하게 사랑해 주세요, 주인님. 저는 태초부터 주인님만을 섬긴 첫 번째 노예니까요, 호호…….”

또한 창세 전쟁  패배한 왕을 따라 스스로  땅에 내려온  번째 여신이기도 했다.

진정한 육체적 쾌락을 섬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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