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69화 아테나의 성녀 입수 (70/95)



〈 70화 〉69화 아테나의 성녀 입수

점심이 되어 집을 나온 조니는 노예 경매장으로 향했다. 저번에 위탁 경매를 붙인 빛의 기사단원들의 대금도 받고 새 노예들도 구입할 생각이었다. 노예 상인 길드에서 D급 노예 납품 계약을 받은 뒤 페넬로페를 챙기기만 하고 납품을   것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슬슬 새 노예들도 조교해서 팔아야 했다.

“오, 친구 왔나?”

파리드는 간만에 들른 조니를 기억하고 환하게 맞아 주었다.  귀한 신성 제국의 검투 노예들을 떼로 넘겨주었으니 큰손이나 다름없었다.

“네. 대금도 받을 겸 새 노예들도 낙찰하려고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지. 저번에 넘긴 노예들이 가격이 꽤 괜찮게 나왔거든. 수수료 절반 떼서 1,923스파크일세.”

“어? 생각보다 훨씬  나왔네.  1,500스파크나 나올  알았는데요.”

정벌전의 수확물은 몇 년에 한 번씩만 나오긴 하지만 품질은 다 엇비슷한 만큼 가격 책정이 쉬웠다. 그런데  1/3이나 더 나온 셈이었으니 의외였다.

“다른 노예 상인들이 가져온 것들보다 친구  품질이 좋더라고. 전부 A급 이상의 검투 노예들이었거든. 비싸게 팔릴 만도 하지.”

“호오…… 우리 앙탈쟁이 인기가 그 정도였나? 어쨌든 나야 좋지. 그나저나 오늘 괜찮은 매물 좀 나오나요? 두세 명 정도는 낙찰할 생각인데.”

“오, 우리 친구 멀티 플레이어였나? 젊은데 대단하군. 오후 경매에 올릴 노예들은 썩 대단한  없고 그냥 무난한 노예들이 대부분이야. 요 며칠 상등품이 하도 많이 올라와서 잠시 환기 좀 하려고 무난한 것들로 채웠거든. 대부분 편하게 조교할 있는 것들이니 두세 명 낙찰해 가기에는 딱 좋을 거야.”

“괜찮네요. 100스파크 정도씩은 더 쓰더라도 바로바로 낙찰할 거니까 빠르게 좀 올려 주세요.”

조니의 말에 파리드가 환한 함박미소를 지었다. 손만 큰 게 아니라 통도 큰 고객이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친구로군. 내 분명 그렇게 해 주지. 나만 믿으라고.”

“네, 하하.”

조니도 마주 웃어 주고는 잠시 후 시작될 오후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 적당한 자리에 착석했다. 그런데 경매가 막 시작되기 직전 한 수인이 스쳐 지나가면서 작은 쪽지 하나를 조니의 손에 쥐어 주고 사라졌다.

- 초특급. 관심 있으면 저녁 전까지 소굴로.

밀수꾼들의 접선지에서 나온 연락책이었다.

‘초특급은 뭐지? 특급 소포가 S급이니 거기까지밖에 없을 텐데?’

노예 도시의 노예 등급은 S+급 이상도 있지만 그건 조교가 완료된 종합적인 평가였다. 특기나 소질 개개의 등급은 최대가 S급까지였고, 그것들이 여러 모여야 S+급이나 SS급등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아직 조교도 되지 않은 밀수 노예에 초특급이란 평가를 붙일 정도면 S를 넘어선 S+급이나 SS급 이상의 특기를 지녔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았다.

‘조교도 안 된 상태에서 S+급 이상이라는 소리면 엄청나잖아? 굉장한  손에 넣었나 보네.’

드레니카 정도는 되어야 그런 평가가 붙을 만했으니 조니로서도 당연히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명만 낙찰하고 바로 가 보자. 저녁 전까지라는 걸 보면 개인 고객을 못 찾으면 오늘 밤에라도 바로 대귀족들에게 넘길 생각인 것 같으니.’

조니는 노예 도시에서는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밀수꾼들의 접선지에서는 꽤나 유명한 만큼초대 순서도 빨랐다. 그런데도 하루의 여유도 없이 바로 처리하려는 걸 보면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노예의 상태도 확인 안 하고 일단 마구잡이로 지른 조니는 시세보다 약간 더 비싼 가격을 치러야 했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명 합쳐 100스파크 정도 더 쓴 정도는 손해도 아니었고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보다 시간이 더 급한 조니는 낙찰한 노예를 바로 집으로 데려가 하나는 검투 노예로, 하나는 소질이 보이는 쪽으로 대충 아무나 맡아서 조교하라고 던져 준  바로 밀수꾼들의 접선지로 향했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들어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조니 왔냐? 표정 보니 연락책에게 전달받았나 보네. 바로 들어가 봐. 발랄라이카도 고심 중이니까.”

“네, 라이코스 씨.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나눠요.”

“응, 그래.”

흘러들어 온 어중이떠중이인지들을 처리하는 라이코스는 언제나 나른하고 여유 넘치는 얼굴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꽤나 진지한 얼굴이었다. 묻지 않아도 초특급 밀수품 때문에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저 정도인 거야? 이곳의 전력이면 노예 도시의 한두 구역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정돈데.’

밀수꾼들의 접선지는 노예 도시로부터 인가를 받은 산하 기관이 아닌 만큼 자체적인 정보망과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밀수라는 행위 자체가 매우 위험한 짓이고  대륙을 상대로 온갖 사람들을 납치해 오는 만큼 당연히 필요한 일이었고, 때론 왕족들까지도 밀수해 왔으니 기사단급의 추적자들을 떨쳐 내야 하는 일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고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번창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노련한지를 알려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런 곳에서조차 긴장하고 있을 정도면  초특급 물건이 그만큼 중요하고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설마 드레니카보다 강한 노예인 거야?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

조니는 드레니카의 정확한 등급이나 강함은 몰랐지만 레비아단을 혼자 때려잡았다는 것과 대귀족 중 하나인 니렐리스 대주교를 때려죽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드레니카라도 해도 밀수꾼들의 접선지를 이렇게 긴장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하하, 이거 기대되는데? 소질이 뭐든 간에 그만한 가치는 있을 테니까.’

조니는 발걸음을 빨리해서 가장 안쪽에 있는 발랄라이카의 사무실, 밀수꾼의 소굴로 들어갔다.

“자기 왔어?”

“안녕하세요, 발랄라이카 씨.”

“응. 연락받고 온 거지? 기다리고 있었어.”

“절요? 아니면 구매자들을요?”

“자기를. 자기한테 제일 먼저 연락한 거야.”

“어…… 그래요? 대체 어떤 물건인데 그래요?”

조니는 구매할 만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같이 돌린 줄 알았는데 제일 먼저 연락했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살짝 긴장감이 들었다.

‘대체 뭐길래 일부러 날 기다린 거지?’

“일단 보고 나서 얘기해. 따라와 봐.”

발랄라이카는 곧바로 중요 물건들을 선적해 두는 지하 창고로 조니를 데려갔다.

그리고 창고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초특급 물건을 확인한 조니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냉동 보존 장치? 설마 이거 노예 도시에서 ‘밀수’해 온 거예요?”

“응.”

냉동 보존 장치는 노예 도시의 핵심 기술  하나로 마음에 드는 노예를 영구 보존하거나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한 장치였다. 관 같은 네모난 상자 같은 장치였는데 그 안에 들어간 노예는 곧바로 얼어붙어 신체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고, 주인이 원하는 순간에만 깨어나 잠시 활동함으로써 수백, 수천 년에 달하는 세월을 살아가며 주인에게 봉사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런 일을 요할 만한 주인은 언데드로서 영생을 살아가는 코르버스 가문이나 그에 못잖은 세월을 살아가거나 혹은 죽지 않는 지배 가문의 대귀족들뿐이었으니, 당연히 눈앞에 있는 냉동 보존 장치도 지배 가문의 것을 슬쩍 빼돌렸다는 소리였다.

“아니, 노예 도시에서 원하는 것들을 밀수해 오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에요?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안 들키면 모르니까.”

“…….”

“우리도 그런 것쯤은 확인하고 빼돌린 거야. 소유자가 굳이 조교할 필요성을  느껴 백 년간 방치하고 있던 물건이었거든. 손에 넣고 바로 냉동 보존시킨 거라 낙인도 찍혀 있지 않고, 얼굴도 기억   거야.”

“아니, 그래도…… 냉동 보존시킬 정도면 그 가치가 엄청나단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낙인도  찍고 얼굴도 기억 못 할 거라고요?”

조니로서는 상식적으로납득이 가지 않는 소리였지만 그런 까닭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응. 목줄이 채워진 여신의 성녀니까. 여신 조교가 끝나는 순간 자연스레 덩달아 손에 들어오는 만큼 굳이 신경 쓰지 않고 방치해 뒀던 거야.”

발랄라이카의 태연한 설명에 조니는 입을  벌렸다.

“백 전 목줄이 채워진 여신이라면, 성국의 수호 여신이요? 그 여신의 성녀라고요?”

“맞아.  안에 들어 있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첫 번째 성녀야.”

“…….”

조니는 말문이 막힌 심정이 되어 냉동 보관 장치를 바라보기만 했다. 성녀, 그것도 노예 도시의 대귀족이 소유하고 있던 것이었으니 곧바로 처분하려고 한 것이나 라이코스 씨가 긴장을  하고 있던 게 이해가 갔다.

“자기는 지금 정신 마법도 쓰지 않고 마법 낙인도 안 찍은채 성녀를 조교 중이잖아? 이제껏 성녀를 조교한 사람은 많았지만 타락시키지 않고 손에 넣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진정한 성녀를 손에 넣는 데는 다 실패했지. 하지만 자기라면 이 성녀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봐.”

“뭐, 그러고 있긴 하고 저도 가능성이 꽤 보이고 있긴 한데 말이죠…… 그런  대체 어떻게 아는 거예요? 설마 내가 조교해 놓으면 우리 잔느도 밀수해 가려고 염탐하고 있는  아니죠?”

“염탐은 하고 있는데?”

“……아니, 왜요?”

“잊었어? 판자촌에서 생활할 때도 강도당하는 거 지켜 줬고 암캐 공주님 길거리에 내보내 조교할 때도 지켜봐 달라고했었던 거. 우리 구성원은 방랑자들이 제일 많아.”

밀수꾼들의 접선지에 거주하는 인원 대부분이 수인이었고 그들 중 대다수는 방랑자들의 구역에 집을 가지고 있는 노예 상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전력이 노예 도시의 한두 구역을 상대할 수 있는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조니조차도 안전을 위해  번 정도 지켜봐 달라고는 했어도 설마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지켜보고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난 그냥 그때만 잠깐 봐 달라고  건데 어떻게 지금까지, 그것도 집 안까지 살필 생각을  했대요? 너무하네, 정말.나도 사생활이란 게 있는 사람인데.”

“걱정 마. 특별히 자기만 염탐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아테나의 성녀는 어떻게 빼돌렸겠어? 우리의 염탐 대상은 노예 도시 전체야.”

들을수록 점점 점입가경이었다.

“근데 저 성녀는 누가 데리고 있던 거예요? 안 들킨  확실해요?”

조니의 우려에도 발랄라이카는 실버바이올렛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면서 미소 지었다.

“그럼 확실하지. 왕이 가지고 있던 전리품인데. 들켰으면 바로 쳐들어왔을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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