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68화 잔느 가슴 & 꽃잎 키스 조교
“일어났어요?”
“음……?”
막 잠에서 깨어난 조니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고양이자매가 아닌 것에 의아해했다. 어제는 분명 두 자매만 데리고 잤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알몸의 잔느가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얹고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아리스톨과 리즈가 옆구리를 파고들어 잤던 것 같은데 어느새 리즈를 밀어내고 그쪽 옆구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잔느? 여기서 잔 거야?”
“네. 잠은 당신이랑 자기로약속했잖아요.”
“내가 못 챙겨 줘도 스스로 안겨 오고, 역시 잔느는 상냥하다니까.”
“상냥하다뇨…… 그런 건 아니, 읍.”
쪽.
조니는 잔느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바로 키스를 해 버렸다. 이럴때는 굳이 둘러댈 말을 하게 놔둘 필요가 없었다.
잔느 역시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터라 놀란 건 처음뿐이고,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조니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솔직히 입술을 맞대 체온을 나누는 기분은 싫지 않았다.
그리고 반응이 괜찮자 조니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오른손을 잔느의 가슴 위에 부드럽게 얹었다.
“음…….”
잔느의 코에서 미약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흥분하거나 불쾌하다기보다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듯한 울림이었다. 키스는 충분히 익숙해질 만큼 많이 했고 옷을 벗고 자는 것도 그럭저럭 참을 만했지만, 조니가 가슴을 만진 건 처음이었다.
애초에 남자가 맨가슴을 만진 것도 처음이었으니 상대가 조니가 아니었다면 바로 뿌리치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전쟁 포로라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조니가 다정하게 대해 주고 있다는 점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이런 건 상호 존중에 없었는데 거부해도 되는 건가? 아니면 잘해 주는 대가로 묵인해야 하는 걸까? 잘 모르겠어.’
그때 조니가 잠시 키스를 멈추고 잔느의 눈을 보며 속삭였다.
“기분 나빠?”
잔느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낯설긴 하지만 기분 나쁜 것까진 아니에요. 하지만 안 만지는 게 더 편해요.”
“잔느의 몸이 너무 기분 좋아서 만지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저도 한 가지만 존중해 주신다면요.”
“하하. 새로운 상호 존중인가? 나쁘지 않지. 어떤 걸 원해?”
잔느는 잠시 조니의 눈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잘 때는 꼭 같이 자자고 불러 줬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다른 노예들을 껴안고 자고 있는데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야만 하니까 몸을 파는 것 같아서…… 매우 복잡한 심정이었거든요. 또 당신은 원하지 않는데 나 혼자 억지로 그러는 것 같고.”
조니로서는 눈물이 날 만큼 귀여운 소리였다.이제는 저항감이 완전히 사라지고 규칙에 적응했다는 것이었으니까. 또한 서서히 마음이 열리고 있어 조금씩 자신을 요구하는 게 보였다.
아직 잔느는 그걸 모르고 있었지만.
“미안해. 앞으로는 꼭 내가 먼저 권유할게.”
“네. 그럼 괜찮아요.”
그 말을 끝으로 잔느는 다시 조니와 시선을 맞춘 뒤 눈을 감았다. 완전히 당연하다는 듯이 키스를 기다리는 태도였다.
조니 또한 잔느를 실망시켜 주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가슴을 만지면서 다시 키스를 이어 갔다.
“으응…….”
키스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는 느낌이라면 가슴을 만져 주는 것은 조금 달랐다.체온이 전해지는 만큼 따뜻한 느낌이 있는 건 같았지만 훨씬 부끄러웠다. 그리고 여자로서 착잡한 기분이 드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살을 만지는 느낌일거라 생각하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어루만져 줄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특히 손바닥에 젖꼭지가 스칠 때마다 찌릿한 감각이 느껴져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또한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지…… 러워…….’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젖꼭지가 간지러운데 허벅지가 꼬이고 허리가 꿈틀거렸다. 몸속 어딘가에서 느껴 본 적 없는 미약한 안타까움이 자라나고 숨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 이 이상은 안 돼. 더 만지게 하면 안 될 것 같…….’
그 순간키스를 하고 있던 조니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손으로 만져 주지 않고 있던 가슴 쪽에 조니의 입술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입안에 머금고 혀를 굴렸다.
“……!”
잔느는 머릿속에 하얀 번개가 친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며 허리를 한차례 강하게 튕겨 올렸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조니에게 빨리고 있는 가슴과 젖꼭지에서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 입술을 꼭 깨물고 손을 꽉 쥐게 하는 저릿한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신이 긴장되고 숨이 막히면서 조금씩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 보는 알 수 없는 변화에 잔느는 조니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밀어내지도 못하고 당기지도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본능적으로 잡기는 했는데 그다음은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키스하겠다고 할 때 당연히 입으로 하는 것만 생각했지 가슴 같은 곳에 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하물며 젖꼭지를 입술로 물고혀로 핥고 굴리는 키스는 오죽할까.
그런데 조니의 입이 가슴에서 떨어지더니,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입술로 온몸에 흔적을 새기려는 듯 끈질기게 배에까지 키스를 해 대고, 배꼽을 지나 그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쯤 되니 아무리 경험이 없는 잔느라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설마 그곳에까지 키스하려는 건…….’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에 고개를 내려 밑을 바라보니 조니는 정말로허벅지 사이 깊은 곳까지 내려가 고개를 묻고 있었다. 잔느는 부끄러움과 망연자실함에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도리질을 쳤다.
아무리 남자 경험이 없고 성적인 지식이 없다 해도 지금 하는 행위가 얼마나 성적인지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아니, 보지 않아도 그곳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니가 수줍은 그곳에 키스하는 순간, 잔느는 여신님을 영접할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황홀감에 숨을 들이켜며 허리를 튕겨 올렸다. 몸 전체에 감동 충만한 기쁨이 느껴졌다.
“아아아!”
열락의 물결이 피부를 찌르르 타고 머리끝을 관통했고 충만하게 차오르는 가슴속의무언가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불쾌하거나 부끄러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감동이 넘쳐흘러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단순이 그곳에 입을 맞췄을 뿐인데도그랬다.
마치 조니의 입술에 은총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고모든 죄 사함을 받은 것만 같았다.
물론 그것은 영적인충만함이 아니라 육체의 성감이 안겨 주는 쾌락이었지만 경험이 없는 잔느로서는 구분할 수가 없었다. 단지 몸서리쳐질 정도로 몸속을 가득 채운 감동에 가빠진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내할 뿐이었다.
세례를 받으며 여신의 딸로 거듭나는 순간 느꼈던 황홀경 이후 최대의 충만함이었다.
‘키스가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일 줄 몰랐어…… 남자의 입술이 이렇게나 가슴 벅찬 감동을 주다니…… 아아…….’
그래서 잔느는 조니가 다시 위로 올라와 입술에 키스하려고 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조니를 갈구하며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니, 그것은 거짓이리라. 잔느는 지금 이 순간 온전한 그녀 자신의 의지로 조니를 끌어안았다.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도 지금만큼은 존재하지 않았고 끌어안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감정만이 모든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잔느는 조니를 있는 힘껏 품 안에 끌어안으며 달뜬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조니…… 조니……!”
“그렇게 좋았어?”
“네, 너무 좋았어요. 안아 주세요……!”
잔느는 그녀의 몸과 마음모두에 충만한 감동을 선사해 준 조니를 강하게 원하며 가슴 깊이 포옹했다. 가슴이 너무 벅차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키스를 할 때도 이전과 다르게 스스로 혀를 갈구하며 정념이 가득한 키스를 조니에게 건넸다. 조니가 자신의 입안을 탐하는 것도 기분 좋았고 스스로 조니의 입안을 탐하는 것도 더없이 좋았다. 서로의 혀를 비비고 입안을 탐구하는 것이 그토록 기분 좋은 행위란 걸 이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느의 정념에 가득 찬 키스는 음란하지 않았다. 그 어떤 노예보다도 뜨거운 키스였지만 어딘지 경건한 구석마저 있었다. 혀를 빨아들이고 있어도 육욕은 존재하지 않았고, 건네주는 침을 달콤하게 삼킬 때마저도 담백하고 신성했다.
잔느는 그렇게 조니의 목을 끌어안고 쉴 새 없이 입술을 탐하며 갈구하고 타액을 교환하며 신성명달한 키스를 퍼부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달뜬 마음이 겨우 가라앉고 감동으로 충만했던 벅찬 가슴이 진정되자 잔느는 조니의 목을 감쌌던 팔을 풀고 눈을 떴다. 방금 전 느꼈던 황홀경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 자신도 놀랄 정도로 조니를 강하게 원했던 마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리고 냉정함을 되찾은 지금에서야, 그것이 신성으로 충만했을 때 느껴지는 감동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신님을 영접할 때의 감동은 지금처럼 짧지 않고 훨씬 오래가는 그윽한 여운이 있었다.
‘하지만…….’
실수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로 가슴 벅찼고 황홀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이제 좀 진정됐어, 잔느?”
“……네. 정말…… 정말 너무 가슴 벅찼어요. 만약 그런 게 악마의 유혹이라면 전 저항하지 못할 거예요. 틀림없이.”
그렇게 말한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상호 존중 때문이 떠오르기도 해서였지만,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는 욕망이 잔느의 가슴에서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이 이대로 조니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녀 자신의 성격 때문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지만, 잔느는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대로 계속 노예 도시에서 조니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결코 이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될 것임을.
바람을 타고 흩날려 간 꽃씨가 정착하게 된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이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을 직감한 잔느는 그윽한 눈으로 조니를 바라보며 부탁했다.
“조니. 절 너무 유혹하지 말아 주세요.”
“왜?”
“그랬다간 틀림없이 넘어가 버리고 말 테니까요.”
“이런…… 지금 그 말에 내가 넘어가 버리겠는데?”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와 같이 신성 제국으로 가요. 당신이라면 여신님도 받아주실 거예요.”
잔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설령 받아 주시지 않더라도 자신이조니를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조니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여신이 날 받아 준다고? 받아 주는 건 내가 되어야지 않겠어?’
여신이든 여악마든 간에 모든 여자는 노예였으니까.
“여신은 한번 보고 싶긴하네. 잔느가 모시는 여신은 누구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님이세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분이요.”
“음, 꼭 만나 보고 싶네.”
“저와 같이 가요. 절 통하면 영접하게 해 드릴 수 있어요.”
“생각해 볼게. 내 생각엔, 아마 나도 그분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니까.”
조니와 잔느는 그렇게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아침잠의 여운을 좀 더 느꼈다. 다른 노예들이 일어나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