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1화 일리아스 앙탈 조교 (1)
때는 20일 전으로 돌아가서 베티의 첫 번째 공략일 오후.
베티에게 자위 애무로 절정을 안겨 준 조니는 쓸데없이 잘 개발되어 낯선 남자의 손에도참지 못하고 가 버리게 된 베티를 생각하며 입꼬리를 말았다. 셰릴 경이 기를 쓰고 마음까지 사로잡아 조교한 덕에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었다. 명색이 신사 클럽의 주인이라는 위명에 맞게 베티의 몸은 이미 프로 창부 못지않게 잘 개발돼 있었다.
“두 번만 더 가면 끝이겠네. 볼 것도 없겠어, 하하. 기분도 좋으니 야옹이 데리고 산책이나 갈까?”
조니는 집으로 돌아가면 야옹이를 데리고 산책할 생각을 하며 오전에 못 다 한 쇼핑을 하기 위해 노예 도시 곳곳을 돌았다. 돈도 제법 넉넉해졌으니 그동안 사지 못했던 각종 조교 기구들을 비롯해 분위기별로 노예들에게 갈아입힐 옷들, 5년 넘게 지겹게 먹었던 노예용 건사료 대신 신선한 식료품 등을 사야 했다. 노예 상인들의 시간을 배려하기 위해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덕에 돈에 약간의 여유만 있어도 취급하고 있는 모든 식료품들을 배달시킬 수 있었다.
필요한 조교 기구와 액세서리들을 모두 사고 일주일치 식료품까지 주문하자 단번에 3,000스파크가 넘는 돈이 나갔고 약간의 옷들을 사는 데도 2,000스파크가 넘는 돈이 나갔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조교 기구는 한 번 사면 평생 쓸 수 있는 것이고 식료품은 잘 먹는 만큼 체력과 컨디션이 좋아지니 돈에 여유가 있는 한 아낄 이유가 없었다. 전속 노예 수가 많은 만큼 약간의 부담은 됐지만, 이제는 충분히 충당할 자신이 있었다.
“마법 노예 하나에 검투 노예가 셋인 데다 일리아스까지 동원하면 웬만한 조교는 다 되지 않겠어? 못 가르치는 게 있으면 그것만 가르쳐 주면 되는 거고.”
오벨 왕국의 공주 셋을 손에 넣겠다고 각본을 짤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특기별로 소질 있는 노예들을 모아 대리 조교를 시키는 것.
다만 노예 도시 밖의 마법사들이 노예 도시의 마법을 쓸 수 있는지가 가장 관건이었는데 일리아스의 칠흑의 로브를 통해 리즈가 가능하게 됐으니 모든 게 만사형통이었다. 또한 대마법사이자 수준 높은 여조교사인 마스터 일리아스까지 손에 넣은 이상 아주 특수한 몇몇 조교 외에는 노예들끼리 알아서 조교하고 팔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계획 이상의 소득이라 아니랄 수 없었다.
“생활에 가장 큰 도움이 돼 줬으니 일리아스에겐 상을 좀 줄까나. 대귀족으로서 노예들이나 받던포상을 받는 것에 기뻐할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마음에 안 든다고 앙탈을 부린다 해도 그건 그것대로 귀여워 보는 맛이 있었으니 어느 쪽이든 조니에겐 손해가 아니었다.
“요즘 참 살 맛 나네. 잔느와 베티의 공략도 순조롭고, 남은 건 델리아니뿐이고. 어떤 식으로 조교할지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말이지.”
마음을 돌리는 것 자체는 잔느와의 이간질 조교로 할 생각이었지만 어느 쪽으로 눈뜨게 할지가 관건이었다. 기사단장이었고 신성 제국에서 가장강한 성기사라고는 하지만 검투 노예는 지금도 많았다.
또한 아리스톨이나 페넬로페보다는 좀 더 강할지 몰라도 드레니카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지금은 약한 두 노예조차 페넬로페야 그렇다 쳐도 아리스톨은 성장기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니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가능성도 있었다. 앞으로는 아리스톨이 더 강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 굳이 검투 노예로 키우는 건 다소 아까웠다.
“피학 조교는 아리스톨이 최고고 가학 조교는 드레니카에게 맡기면 될 테니 마땅한 자리가 없네. 단순히 타락시켜 창부로 쓰는 건 소질이 너무 아깝고. 반항적인 성격을 살려 더티 플레이를 가르쳐 볼까? 꽤나 귀여운 모습이 나올 것 같은데…… 흐음.”
반항심을 죽이지 않은 채로 온갖 더러운 꼴을 당할 때마다 가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성기사이니 각별한 맛도 있을 테고. 본래 각본에서는 암살 노예에게 가르칠 조교였지만 델리아니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 젖소로 기르는 것도 괜찮겠네. 이를 갈고 욕하는 주제에 젖을 짜 줄 때마다 가 버리게 만들면 꼴이 말이 아니겠는데? 하하.”
미의 여신을 모시는 성기사로서 그런 타락 또한 감상하는 맛이 짜릿할 것 같았다.
또한 전속 노예가 많은 만큼 젖소는 분명히 필요했다. 집에서 젖을 짜는 만큼 생활비가 줄어들고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와 크림을 공급할 수 있었으니까.
“둘 다 땡기는데 그냥 델리아니에게 젖을 짤지 똥오줌을 뒤집어쓸지 선택권을 줘 버려? 마침 가슴도 크니 젖소 노예를 선택해 주면 실용적이라 좋고 똥오줌을 선택해 주면 보는 맛이 각별해서 좋을 테니 상관도 없으니.”
가슴 크기로는 출산 경험이 있는 페넬로페 다음으로 가장 클 만큼 거대한 젖이었으니 훌륭한 젖소 노예의 소질이 있었다. 거기에 메디컬 센터에서 가슴 성형을 시키면 허리까지 늘어질 젖이 될 테니 완벽해지고.
“좋아. 들어가는 대로 상의해야지. 어느 쪽을 골라 줄지 기대하겠어.”
조니는 델리아니의 선택을 기대하며집으로 향했다.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집 문을 열자 헤나를 비롯한 노예들이 몰려와 예쁘게 웃으며 조니를 맞아 주었다. 참으로 집에 오는 맛이 있는 풍경이었다.
“응, 다녀왔어. 그런데 일리아스 넌 왜 인사 안 해? 오빠한테 귀여워 보이고 싶어서 앙탈 부리는 거야?”
“……아니거든?”
“눈 흘기면서 뾰족하게 톡 쏘는 게 맞는데 뭘 아니래? 알았어, 알았어. 이따 산책 나갈 때 데리고 나가 줄 테니까 너무 보채지 마.”
“뭐, 뭐? 산책? 날 데리고 산책을 가겠다고?”
대부분의 날을 티에라 델 성채에 칩거해 있었으니 그녀를 알아볼 만한 노예 상인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화이트 타운의 콜로세움이나 무역 광장 등에는 그녀를 알아볼 만한 고위 귀족들도 종종 왔으니 충분히 들킬 수 있는 일이었다. 혀에 음란한 창녀 같은 마법 낙인을 찍고서 산책이라니, 중간에 아는 얼굴이라도 만났다가는 그녀의 평판은 끝장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티아마트에게 알려지기는 했지만 가문의 지배자이자 노예 도시의 여주인인 그녀였으니 일반 고위 귀족들에게까지 알렸을 리는 만무했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 요새 이쁜 짓 많이 해서 포상이라도 줄까 한 건데 불만인가 봐?”
“당연하지. 포상 따위 필요 없거든? 달라고도 안 했는데 챙겨 준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아 줘.”
“하…… 역시 일리아스는 너무 귀엽다니까. 어쩜 그렇게 귀엽니?”
“……또 무슨 소릴 하려고?”
조니는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일리아스를 쳐다봤고 그녀는 도대체 어느 대목에서 포인트를 잡아 저러는 건지 짐작도 안 갔기에 불안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현실로 이어졌다.
“주인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포상도 안 바라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한 걸 왜 몰라주느냐고 토라져서 앙탈부리는데 그럼 안 귀엽겠어? 알았어. 산책 같이 나가자. 드레니카, 저 옷 벗기고 하늘하늘한 산뜻한 나들이용 드레스로 갈아입혀. 지금 사 온 것들 중에 있으니까.”
“후후, 눈요기 제대로 하겠는데? 자, 언니. 동생이 옷 갈아입혀 드릴 테니 이리로 오세요.”
“뭐, 뭣. 야, 오지 마, 하지 마. 너 힘 안 빼? 너 진짜…… 하읏.”
일리아스는 불안한 눈빛으로 드레니카를 보며 반항을 했지만 압도적인 근력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노예들과 조니가 보는 앞에서 홀딱 벗겨진 일리아스는 얼굴이 빨개진 채 눈물만 글썽거렸고 결국 그대로 속옷부터 드레스까지 갈아입혀지고 말았다.
“너 언젠간 반드시 주, 죽여 버릴 거야.”
“우리 언니 너무 귀엽다니까. 나가기 전에 찐하게 귀여워해 드릴까?”
“……됐어. 너 저리 가.”
일리아스는 그냥 고개를 팩 돌려 버리고 드레니카를 무시했다. 사실은 무시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는 걸 조니의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았지만, 더 건드렸다간 그대로 울어 버릴 게 뻔히 보였기 때문에 더 이상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 이상은 주인님인 조니의 몫이었으니까.
“식료품 같은 정리는 헤나 주도하에 해 두고조교 기구들은 용도에 따라서 침실이나 지하 감옥 등에 적당히 배치해 둬. 난 델리아니 좀 보고 올 테니까. 그 이후에 야옹이랑 일리아스 데리고 산책나갈 거야.”
“미야옹~!”
“네, 주인님~”
리즈와 헤나가 대답하고 각자 할 일을 정해 흩어지자 일리아스가 천천히 눈을 돌려 조니를 엿보며 조용히 물었다.
“난 안 가면 안 돼?”
“애교 부려 봐.”
일리아스는 분해서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산책길에 동행하는 것보다는 조니 하나에게 욕보이는 게 나았다.
모기 같은 소리가 일리아스의 작고 예쁜 입에서 흘러나왔다.
“……오, 오빠아.”
“하…… 심장마비 걸려 죽겠네. 너 왜 이리 귀엽니? 알았어. 안 보채도 데리고 가 줄 테니 염려하지 마.”
“야! 너 진짜!”
“응응, 알았다니까? 하하.”
졸지에 속아 넘어가 애교까지 부리게 된 일리아스가 눈물이 핑 돌아 소리를 빽 질렀지만 조니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일리아스도 놀렸으니 이제 고문실에 결박해 둔 델리아니와 면담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