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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54화 잔느 & 델리아니 이간질 (55/95)



〈 55화 〉54화 잔느 & 델리아니 이간질

이윽고  사람의 입술이 완전히 떨어지자 잔느는  줄기 아쉬운 마음마저 감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조니가 허리를 안은 채로 그녀를 다시 바라볼 때도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 지금 이 기분과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녀도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기분 나빴어?”

“……아뇨.”

“할 만했어?”

이번에는 머뭇거림이 약간 더 길었지만 그래도 잔느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어떤 느낌이었어?”

“그냥…… 따뜻했어요. 잘해 준다는 느낌도 났고요.”

“좋지는 않았고?”

“…….”

잔느는 잠시 망설였다. 키스를 하면서 느꼈던  기분과 감정이 좋았던 것인지는 그녀도 아직 불분명했다. 그만두고 싶지 않았던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키스 자체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것도 춥기 때문이지 이불이 좋기 때문은아니었다. 첫 키스 속에서 잔느가 느낀 감정도 그런 쪽에 가까웠다.

“잘 모르겠어요. 싫지는 않았는데 좋다고 느낀 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그냥 따스함을 계속 이어 가고 싶었을 뿐…… 인 것 같아요.”

잔느의 설명에 조니는 아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도 키스가 좋아지게 될  같지 않아?”

“…….”

잔느는 이번에야말로 대답할 수 없었다. 누가심장을 쿵 하고 때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 대답 안 하는거야?”

조니가 가볍게 놀라면서 그렇게 되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잔느는 입술만 꼬물거릴 뿐 여전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내면의 변화가 혼란스러웠고 충격적이었던 것이었다.

대신 본의 아니게 묻는 말에 대답해야 한다는 상호 존중을 어기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무시하려는  아닌데 말문이 막혀 말이 안 나오는 것 때문에 심한 꼴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왜 목소리가…….’

“이런…… 괜찮아, 괜찮아. 말  해도 돼. 울지 말고.”

조니는 입을 뻐끔거리며 눈물이 맺히고 있는 잔느의 눈을 가볍게 닦아 주고는 품에 안고 등을 어루만지며 토닥토닥해 주었다.

다행히 조니의 진정이 효과가 있어 잔느는 눈물 방울을 주르륵 흘리긴 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말문이 트일  있었다.

“……고마워요. 무시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말문이 막혀서…….”

“응, 괜찮아. 억지로 대답하지 마. 울리려던 게 아니었는데 미안하게 됐네.”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다독여 줘서 고마워요, 조니.”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차례 심호흡을  잔느는 물기 어린 눈으로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였지만, 진심 어린 호의 자체는 고마운  사실이었다. 아무리 최악의 관계래도 그런 호의도 받아들일 줄 모를 만큼 잔느가 돼먹지 못한 여자는 아니었다.

“우리 잔느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줄 몰랐네. 앞으로 울리지 않으려면 신경 써야겠는걸?”

“우리 잔느예요?”

“응. 왜, 싫어?”

“……음, 약간? 아직은?”

잔느는 얌전히 뒤로  걸음 물러나며 거리를 벌리고는 슬픈 미소를 지어 주었다.

“아무리 제게 잘해 준다고 해도 제 자매들을 팔러 가는 길에 동행시키는 남자인데, 그런 표현을 좋게 받아들일 순 없겠죠?”

아직은 그랬다. 하지만…… 그 마음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잔느도 자신할 수 없었다. 아니, 반대로 지속되지 못할 거라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이다.고작 한 번의 키스로 절대 좋아하게 될 리 없다고 단언했던 마음이 흐트러져 버렸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설령 언젠가는 그렇게 되더라도 지금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짓궂었나?”

“그런 것 같아요. 음…… 못된 쪽에 더 가깝겠지만요.”

“노예 상인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좋은 주인이 되기 위해서 나날이 노력하고 있다고.”

“네네, 그러시겠지요.”

그리고 잔느는 조니의 손을 잡고 함께 노예 경매장으로 가, 빛의 기사단원들을 경매업자에게 넘기는 순간에도 조니의 손을 놓지 않았다. 처음만큼 싫지 않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키스를 더 하게 되면 정말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더라도 계속해서 잘해 주면 마음이 열리고 마는  사람이었다.

대신 잔느는 그녀들의 얼굴을 일일이 마음속에 담아 두며 그녀들에게 사죄했다.

‘당신들을 팔아넘기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는 절 용서하지 마세요, 자매님들. 평생 그대들을 떠올리며 속죄하며 살아갈게요. 그대들이 언제고 다시 천상에 올라 여신님의 곁의 서기를.’

경매 대금은 전부 비슷한 스펙임을 감안해 처음 팔리는 노예의 값만큼 머릿수로 계산해 받기로 한 조니는 경매장을 나왔다. 조교가 안 돼 있는 데다 레비아단에게 전부 개통당해 버려좋은 값은  받겠지만 그래도 머릿수가 있으니 1,500스파크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 후에는 부동산 중개소로 가서 인테리어 주문을 넣었다. 노예 방과 지하 감옥, 촉수 괴물 우리, 농장, 연구실 등의 부대시설을 추가로 임대하고 집 전체의 인테리어 또한 럭셔리 스타일로 바꿔 달라고 했다. 다 해서 1,400스파크의 인테리어 비용과  10일마다 120스파크의 추가 임대비가 들게 됐지만 일리아스에게 받은 돈이 워낙 많아서 티도 나지 않았다.

“가계부는 헤나에게 쓰게 해야지. 효율로는 일리아스나 리즈가 잘하겠지만 헤나가 익혀 둬야 다른 노예를 조교하기 편할 테니.”

쓸 만한 노예가 많아졌다지만 그래도 헤나는 여전히 노예로서 가장 최선을 다할 줄 아는 귀여운 아이였다. 아리스톨의 정신적인 조교에도 가장  공을세웠으니 노예 감독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최우선적인 권한을 줄 생각이었다. 드레니카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조니가 집을 비운다 해도 노예들끼리 싸우거나 도망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자, 그럼 볼일도 다 봤으니 집에 가자.”

“네. 저기…… 그런데 조니.”

“응?”

“델리아니 말인데요. 정말 고문실에 가두실 건가요?”

“성격이 좀 드세잖아.   죽이려면 한동안 고문도 하고 가둬 두기도 하고 그래야지.”

“……제가 잘 말할 테니 그냥 같이 지내게  주시면 안 돼요?”

잔느의 애틋한 청에 조니는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너무 바락바락 대들어서 분위기가  별론데. 다른 노예들이 보고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제가 잘 타이를게요. 조니도 제가 직접 델리아니를 교육하라고 했잖아요.”

“교육이 아니라 조교.”

“……네, 조교요. 그러지 못하도록 제가 잘 조교할 테니까 그냥 노예 방에서라도 지내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렇게  주고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조교가 그렇게 바로 되는  아니거든. 쉽지도 않고. 시간깨나 걸릴 텐데 나보고 그때까지 그런 건방진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놔두라고?”

“어떻게든 안 될까요?”

조니는 뒷머리를 긁으며 한참 동안 생각하는 척을 하다가 마지못해 수락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알았어. 잔느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하지만 델리아니가  건방져지고 그러면 난 잔느를 모질게 대할 수밖에 없어. 그건 이해하고 있지?”

이미 한  새벽에 심한 욕까지 들었기에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로 인해 몹시 슬펐고 델리아니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녀 혼자 고생하게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네…… 들어줘서 고마워요, 조니.”

“대신 나도 약간의 보상은 받아도 되겠지?”

조니는 잔느를 와락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러나 아까 전에 했던 부드럽고 따스한 키스와는 완전히 달랐다. 긴장을 풀어 주기는커녕 바로 혀를 밀어 넣어 입술을 비집고 들어갔으며 한 손으로는 가슴을 주물렀다. 아까의 키스로 인해앞으로는 조니가 키스를 하더라도 충분히 받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잔느로서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과격한 키스였다.

더욱이 가슴을 주무르는 손은 과격하다 못해 무례하기까지 했으니 잔느는 저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까 같은 키스라면 그녀도 충분히 호응하면서 받아   있었는데 갑자기 이러니 끔찍하기만 했던 것이다.

물론 부드럽고 따스한 키스도 할 줄 아는 조니가 이러는 이유는 명백했다.

‘너무해. 충분히 따뜻하게 할  있으면서. 아무리 달리아니의 사정을 봐달라고 했다지만  나한테 이렇게…….’

도망가고 싶었지만 한 손으로는 허리를  끌어안고 있어 그럴 수도 없었고 달리아니의 사정을 봐주는 대신 받는 대가였으니 뿌리칠 수도 없었다. 결국 잔느는 범해지듯이 키스당하고 가슴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끔찍한 시간이었다.

입술이 떨어지자 잔느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조니를 원망했다.

“너무해요. 내가 말을 안 듣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이렇게…….”

“나라고 잔느에게 이러고 싶겠어? 다른 노예들과 다르게 강제로 범하지도 않고 이렇게 대우해 주고 있는데? 내가 그만큼 델리아니가 싫다는 거야.”

“……나빴어요. 그래도 너무해요…….”

잔느로서는 정말 설움이 북받치는 일이었다. 델리아니가 하자고 한 대로 했다가 괜히 둘만 다투게 되고, 이제는 도와주려다가 끔찍한 일까지 당해 버렸으니 델리아니에게 원망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런 기분을 안겨 준 장본인인 조니도 당연히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싫었어?”

“네…… 정말 끔찍했다고요…….”

잔느는 눈물만 주르륵 흘렸다. 가슴을 우악스럽게 주무른 것도 끔찍했고 혀로 입안을 휘저은 것도 토할 것 같았다. 키스를 하기에 아까처럼 따뜻했던키스를 기대했었기에 더욱 그랬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미안해. 울지 마, 잔느.”

“…….”

잔느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눈물만 주르르 흘리고 있자 조니가 다시 한 번 키스를 했다.

“시, 싫어요. 그만하…….”

이 순간만큼은 상호 존중도저버릴 만큼 하기 싫은 잔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혀를 억지로 밀어 넣지도 않고 입술만 따뜻하게 갖다  뿐인, 아까처럼 따뜻하고 자상한 키스였다. 조니의 입술이 잔느의 입술을 부드럽게덮고 치유해 주듯이 어루더듬으며 입을 막았다.

따뜻한 입맞춤에 잔느는 또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 이런 키스를 해 줄 수도 있으면서도 방금 전 끔찍한 기분만을 안겨 줬던 키스를 억지로 했단 게 너무 서러워서였다. 그래도 부드럽게 해 주는 입맞춤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무언가가 있어 끔찍했던 기분도 점차 사라져 갔다.

눈물이 점차 멎어 가고 훌쩍이는 것도 그쳐 갔다. 잔느는 미약하게 흐느끼면서 잔느의 입맞춤을 받았다. 그리고 입맞춤이 끝났을 때에는 잔느의 두 팔이 조니의 등 부근 옷자락을 포옹하듯 잡고 있었다.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내가 델리아니를 봐달라고 하면 또 기분 나빠할 거잖아요.”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겠어?”

“네…… 어떻게 그래요…… 이제 저한텐 델리아니밖에 안 남아 있는걸요…….”

조니는 눈물이 맺혀 있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델리아니를 걱정하고 위해 주는 잔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면 집에 가자마자 잘 타이르기부터 해. 나한테 너무 무례하지 않게끔. 며칠 동안은 가만있어 줄 테니까. 알았어?”

“……고마워요. 제가 꼭 잘 타이를게요.”

잔느는  뒤로도 한동안 조니의 등 옷자락을 두 손으로 잡은 채 조니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고, 조니가 마지막으로 짧은 입맞춤을 한 번 더 해 주어서야 눈을 감고 받은 뒤 꾹 쥐고 있던 옷자락을 놓았다.

“감정은  추슬렀어? 이제 들어갈까?”

“네…… 들어가요.”

조니가 손을 내밀자 잔느는 자연스럽게 그 손을 맞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잔느는 바로 델리아니를 찾았다. 조니가 말한 대로 최대한 빨리  타일러서 서로 힘든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였다.

“델리아니, 기분은  어때요?”

“……불쾌합니다, 성녀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사악한 마녀의 목소리가 속삭입니다. 너는 노예라고…… 이제 그만 굴복하고 주인에게 굴종하라고…… 정신을 미혹하는 효과가 있어 저항하려 하지 않으면 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고, 저항하려 하면 고통스럽습니다, 크윽.”

높은 신심으로 여신을 섬기는 빛의 기사단장의 자리에 오른 델리아니였기에 그나마 이렇게 오랫동안 버티고 있을  있는 것이었다. 그 신앙과 믿음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경지가 높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굳건히 버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반항을 해서  그런 걸 거예요. 너무 강하게 반항하려 하지 말고 그냥 흘려 넘겨 보세요.”

“그럴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저항의 기세를 늦추면 순식간에 사악한 힘에 무너질…… 후우우…… 테니까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반항하면 고문실에 갇히게  거예요. 지금은 그러지 말아 달라고 제가 부탁을 해서 괜찮지만, 계속 그런다면…….”

잔느의 말에 델리아니는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

“부, 부탁이라뇨? 성녀님, 악의 종자들에게 부탁 따윈 하시면  됩니다! 저는 충분히 견뎌 내고 이겨 낼 수 있으니 마음대로 하라고하세요!”

“그런 소리 말아요,델리아니. 조금이라도 편한 곳에 있어야 저항하기도 쉽잖아요. 저를 봐서라도 부디…….”

잔느는 두 손을  맞잡고 델리아니에게 부탁을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더 강하게 반항의 기운을내보이면서 조니에게 소리쳤다.

“이 악마 같은 놈! 성녀님을 꾀지 말고  그냥 고문실로 데려가라! 빛은 결코 악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테니!”

“하아…….”

조니는 델리아니를 보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고 조급해진 잔느는 다급하게 달리아니를 재촉했다.

“제발 그러지 말아요, 델리아니. 제가 어떤 꼴을 당하면서까지 부탁한 건데요. 제발 며칠만이라도 편히 쉬어 주세요, 네?”

하지만 델리아니는 그런 잔느의 말에 경악만 할 뿐이었다.

“어, 어떤 꼴을 당하시다니요? 성녀님, 설마 몸이라도 허락하신 겁니까?”

잔느는 또 가슴을 주무르고 입안을 휘젓는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샘솟고 말았다.

“……아니…… 에요.”

그러나 눈물까지 맺히고 비탄에 젖은 표정이 되자 델리아니는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허락하고 내줬지만 그녀를 위해서 말하려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성녀님! 제가 분명 버틸 수 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절 그렇게 못 믿으신 겁니까?”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고요!”

잔느는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서러움에 눈물이 펑펑 솟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기껏 걱정하고 생각해 줘서 그랬는데 핀잔만 듣고 몸까지 팔았냐는 소리를 들으니 아무리 성녀라고 해도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성녀였기에 더더욱 견딜  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 성녀에게, 여신의 딸에게 몸을 팔아 거래를 했느냐는 의심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그녀를 지켜 주려 한 자신한테. 해도 될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는 거였다. 아무리 델리아니라고 해도 지금 말은 너무 잔인했다. 또한 자신을 못 믿는 거냐고 하고 있는 델리아니야말로 그녀를 믿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정말 나는…… 나는 델리아니가 걱정돼서…… 어떻게 나한테…… 흑!”

감정이 격해진 잔느는 결국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그냥 눈물만 왈칵 흘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끝없는원망만 하염없이 쏟아질 뿐 머릿속이 그냥  빈 듯했다.

“잔느, 거기까지만 해. 넌 충분히 노력했어.”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조니는 잔느에게로 다가가 품에 안고는 델리아니로부터 몸을돌렸다.

당연히 델리아니의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새벽만 해도 쌍년이라고 욕했던 악마가 잔느를 저렇게 비호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일을 다 치렀다는 증거였다. 또한 아무리 울고 있다고 해도 잔느가 몸서리조차 치지 않고 가만히 안겨 있는 것 역시 몸을 섞어 가까워졌다는 증거의 하나였다.

“이 악마같은 노오옴! 날 팔아서 성녀님을 건드리다니! 어찌 그럴수가 있느냐! 이 천벌을 받을, 크으윽! 천벌을 받을 악마야! 내 기필코 널 죽여 버리겠다!”

“드레니카. 쟤  조용히 시켜. 때리진 말고 그냥 입만 막은 뒤에 고문실에 던져 놓고 와. 인테리어 업자들한테 물어보면  거야.”

“응, 주인님. 나한테 맡겨.”

그리고 조니는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울고 있는 잔느를 품에 안은 채 침실로 데려가며 속삭였다.

“넌 충분히 노력했어,잔느. 울지 마. 내가 곁에 있어  테니까.”

“흑! 흐흑! 난 최선을 다했는데…… 흑!”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말렴. 우리 잔느 착하지?”

“흐흑…….”

조니는 울고 있는 잔느를 그대로 침대로 데려가 눕힌 뒤에, 나란히 누워서 그녀를 끌어안고는 하염없이 뒷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로. 잔느를 안고 있는 것만 아니었다면 미친 듯이 웃고 싶었다.

‘델리아니가 보는 눈이 있긴 하네. 이렇게 즐거운 걸 보면 난 악마가 맞나 봐, 하하!’

조니는 웃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잔느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달래 주었다.

더없이 악마처럼 자상하고 달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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