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53화 잔느 키스 조교 (54/95)



〈 54화 〉53화 잔느 키스 조교

“훌쩍. 못된 놈. 나쁜 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누군데. 감히 나한테. 훌쩍.”

한차례 폭풍 같은 섹스가 끝나고 일리아스는 눈물을 훔치면서 조니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러나 질내 사정까지 끝마친 정복자에게는 귀엽기만 할 뿐이었다.

“왜, 우리 귀염둥이. 오빠랑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조르는 거야?”

“안 해! 하지 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강제로 한 게 누군데!”

“아, 그 표정 너무 귀엽다니까. 너 지금 일부러 앙탈 부려서 오빠 꼬시는  아냐?”

“…….”

“너무 좋아서 말이 안 나올 정도야? 또 박아 주면 되는 거지?”

“아니라고 이 오빠야! 오빠라고 불렀으니까 그만 좀 건드려!”

결국 일리아스는 소리를 빽 지르면서 등을 홱 돌리고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어찌나 집요하게 괴롭히며 요구하는지 나중 가서는 일리아스가 이제 그만 가고 끝내고 싶어서 울면서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 괴롭히는 데에는 몸으로 익힌 기술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기술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는데도 반대로 조교당할 것만 기분이 자꾸만들어서 결국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만할게.”

“…….”

내일은 또 하겠다는 말이었지만 일리아스는 뭐라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 해 봤자 또 본전도 못 찾고 털릴 것 같았다. 그냥 말없이 조니 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정도였기에 그냥 입술만 깨물고 눈물을 훌쩍거릴 뿐이었다.

“자, 그럼 우리 귀염둥이는 됐고, 다음 차례?”

조니가 고개를 돌리자 옆에서 계속 일리아스를 힘으로 누르며 도망가지 못하게 서포트하던 드레니카가 조니의 팔에 엉겨 붙으며 아양을 떨었다.

“주인님도 참? 거실에 있는 노예들도 팔아야 하는데 나랑 또 하려고?  어디 도망  가니까 일부터 후딱 해치우고 오는  어때? 예쁘게 씻고 기다릴 테니까, 응?”

“지금 하나 이따 하나 무슨 차인데?”

“에이, 토라진 우리 언니 기분도 좀 풀어 주고 그래야지. 일 보고 오는 동안 내가 기분 풀어 주고 잘 달래 놓을게. 그리고 이따 돌아와서 셋이 즐기면 되잖아, 응응? 아니면 다른 애들도 껴서 다섯이서 해도 되고.”

“이게 누굴 호색가로 아네. 나 노예 상인이거든?”

“팔기 전에 즐기기도 하는 거지 뭘 그래?”

어째 노예 상인보다 더 노예 상인스러운 노예의 말이었다.

‘붕대 미라 밑에서 얼마나 욕구가 쌓였길래 성격이 이렇게 변했어? 덕분에 일리아스 다루기도 한결 쉬워졌고 노예들 분위기도 잡히니 너무 고맙게.’

다른 노예가 이렇게 건방지게 굴면 당장 처벌을 줄 테지만 드레니카는 경우가 달랐다. 오히려 다른 노예들, 특히 일리아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은근히 부추기면서 큰언니 역할을 하게 하니 모든 게 만사형통이었다. 또한 처음 감옥에 갇혀 있을 때보다 지금 성격이 대하기 한결 편한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게 다 니렐리스 땡큐였다.

“알았어. 그럼 나 다녀올 테니까 니 언니 기분이나 잘 풀어 줘라. 다녀오면  겹쳐 놓고 박을 거니까.”

“응응, 믿고 다녀오기만 해, 주인님.”

“…….”

일리아스는 말이 없었지만 못 들은 건 아닌지 훌쩍이는 소리가 약간 더 커졌다. 반항해 봐야 소용이 없으니 그냥 체념해 버린 것이었다.

“아, 나가기 전에 낙인은 미리 찍을까? 혹시 드레니카가 불편하면 안 찍어도 상관은 없고.”

조니가 그렇게 말하자 드레니카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눈웃음을 치면서 괜찮다고 했다.

“아냐, 찍어 줘. 내가 먼저 노예가 되자고  거니까 당연히 낙인부터 찍어야지. 괴물한테 밟혀 죽느니 노예 낙인 찍는 게 훨씬 낫기도 하고.”

“야옹아.”

“야옹~”

침대에서 언니와 부둥켜 있던 리즈가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서는 드레니카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앙~ 하세요, 후훗.”

“호오. 동생도 제법  취향인데? 어때, 생각 있어?”

드레니카는 눈웃음을 치면서 혀로 입술을 끈적하게 핥았다. 하지만 리즈의 방어는 높았다.

“어머나. 나도 나쁘진 않은데~ 주인님이 최우선이라서요, 야옹야옹~”

“쳇. 그럼 어쩔 수 없지.”

“자, 앙~ 애드베르토 세르빌리.”

리즈는 드레니카의 혀에 마법 낙인을 찍은 후에 그녀를 비롯해 새벽에 찍은 달리아니와 일리아스의 명령권도 조니에게넘겼다.

“역시 우리 야옹이가 최고라니까.”

“야옹야옹!”

칭찬을 받은 리즈는 조니에게 매달려서 고양이 키스를 날리고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꼬리를 흔들어 댔다. 다른 노예가 보고 있어도 전혀 상관치 않는 그녀는 이미 완전한  마리의 애완 고양이일 따름이었다.

“그럼 난 노예들 팔고 올게. 다녀오면서는 인테리어 업자들도 불러올 거야. 집도 넓히고 여러 부대시설도 임대할 거거든. 그리고 나갈 때 잔느도 같이 나가자.”

“저 말인가요?”

“응. 달리아니랑 같이 있으면 좀 불편하지?”

“아뇨, 그렇지는…….”

잔느는 그렇게 말하며 달리아니의 힐끗 눈치를 보긴 했지만 정말 크게 불편해하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니는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괜찮아. 어차피 이따 고문실도 임대할 거니까 앞으론 거기에 가둬 놓을 거야. 이번만 같이 나가면 앞으론 굳이 안 마주쳐도 되니까 신경  거 없어. 자, 가자.”

“그, 그게…….”

잔느는 망설였지만 남자인조니의 힘을 당해  수는 없었다. 결국 마지못해 손을 잡혀 끌려 나갔고 달리아니는 그런 조니를 보고는  하고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 시선이 잔느에게 슬쩍 향했던 것을 조니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우애가 얼마나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단 말이지, 하하.’

조니는 만면에 미소를 지은  한 손에는 잔느의 손을, 다른 손에는 빛의 기사단원을 줄줄이 엮은 줄을 잡고 집을 나섰다.

한두 명도 아니고  명이 넘는 인원이다 보니 사람들의 눈길을 제법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낮인 데다 노예 도시의 치안은 남자를 대상으로는 매우 엄격했기에 대놓고 뺏으려 들거나 하는 노예 상인은 없었다.

“저기…… 손은 놔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응? 잡기 싫어?”

“죄송하지만 좋지는 않아요.”

“그래?”

“네, 그러니…… 흡!”

조니는 손을 놓고는 허리를 끌어안으며 키스를 했다. 잔느의 눈이 커지고 숨이 멎는 게 보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오히려 혀를 밀어 넣어 입술을 벌렸다.

“으, 으읍!”

잔느는 겁에 질린 얼굴로 가볍게 도리질을 쳤지만, 상호 존중 중의 하나였기에 차마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바로 강간을 당하게 될 테니 그저 꾹 참는 게 최선이었다.

“……푸핫. 하아, 하아…….”

조니가 입을 떼자 그제야 숨을 몰아쉰 잔느는 눈물이 가볍게 맺힌 원망의 눈초리로 조니를 쳐다봤다. 그러나 노예 상인인 조니가 그 정도 원망 어린 시선에 꿈쩍도 할 리는 없었다.

“아직도 손잡기 싫어?”

“……네.”

잔느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빠르게 한마디를 덧붙이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키스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잡을게요.”

“하하. 꽤나 당찬데? 그래도 조만간 키스가 더 좋아지게 될걸?”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자신 있어?”

“……잘 모르겠어요. 제 심정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같은데 당신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니까요.”

“그럼  번  해 보면 알겠지.”

“…….”

잔느는 기가 막힌단 얼굴을 했지만 어차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그냥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있기만 했다. 할 수밖에 없는 거라면 최소한 호응만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니의 키스도 이번엔 방금 전과 전혀 달랐다. 억지로 입술을 열고 혀를 밀어 넣지 않고, 단지 입술을 맞댔다가 떼는 단순한 키스만을 했다.

다만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입술을 쪼아 오며 구애하는 듯한 다정한 입맞춤이 끝나지 않게 계속됐다. 부리로 쪼듯 가볍게 찍고 떨어지기도 하고 도장을 찍듯  눌렀다 떼기도 하는 입맞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잔느의 입술도뜨거워지고 참고 있던 숨결이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기분이 점점 이상해졌다. 분명히 싫어하는 사람이고 하고 싶지 않은 행위인데, 입술이 맞닿길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꾹 다문 입술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 맞부딪쳐 오는 조니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서 저항을 무너트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마침내 자기도 모르게 힘이 풀어져 살짝 벌려진 입술 틈 사이로 조니의 뜨거운 숨결이 들어왔을 때는, 잔느는 다리가 휘청거려 그대로 쓰러질 뻔하고 말았다. 왠지 모르게 정신이 몽롱해지고 아찔한 기분이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조니의 옷을  잡고 버티는데 입술은 의지를 벗어나 자꾸 점점 크게 벌어지려 하고, 조니의 입술이 이제 입술 사이를 침범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윗입술이 부드럽게 조니의 입술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나오고 뒤이어 아랫입술도 조니에게 빨려 들어갔다 나왔다. 입술을 번갈아 빨리는 사이 그녀의 입술이 어느새 촉촉해지고 후끈하게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뜨거웠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어떻게 될 것 같은 기분에 조니를 밀쳐내려 하는데, 갑자기 조니의 두 손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가볍게 끌어당기며 더욱 진한 입맞춤을 해 왔다.

잔느는 얼굴 전체가 포근하게 감싸이는  따뜻함에 밀쳐내려던 힘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힘이 빠져 버려서 그대로 조니의 손에 이끌려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벗어나기 싫은 것과 똑같았다. 느끼지 못했으면 모를까 이미 느낀 이상  따뜻함에서 벗어난다는 건 불가능했다.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따뜻함 속에 사라져 가고 하기 싫은 행위라는 것도 따스함 속에 잊어져 갔다. 어느덧 잔느는 뺨을 감싸 쥔 조니의  손과 입술이 안겨 주는 따뜻함에 휩쓸리고 있었다.

그래서 조니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떠 조니의 얼굴을 바라봤고,  얼굴이 다시 다가올 때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으며 조니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입술이 의식하지 못한사이 벌어지며 뜨거운 한숨을 흘렸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응…… 으응…… 쪽…….”

잔느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오물거리며 조니의 입술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입술이 그냥 자연스럽게 조니의 것을 따라 하고 있었다. 마치 어미 새의 날갯짓을 보고 비행을 배우는 아기 새처럼 자연스럽게 조니의 움직임을 닮아 가고 있었다.

그건 이미 키스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든 소녀의 몸짓이었지만, 경험이없는 잔느는 알지 못했다. 다만 조니의 입술을 조심조심 물어 보고 빨며 자신의 입술을 비빌 뿐이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촉촉한 입술끼리 스치는 감각이 뚜렷해지고, 안타깝게 벌려진 입술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결이 화상이라도 입을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지만, 싫은 감각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며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그 따뜻함을 놓치기가 싫었다. 따뜻한 입술끼리 마찰되며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멀어지는 게 싫었고 따스하게 감싸 주고 있는 두 손이 떨어져 나가는 게 싫었다.

조니와의 키스가 좋아진 건 아니었지만, 그만두고 입술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게 싫어졌다. 조니와의 첫 키스는 그런 감상을 잔느의 마음속에 새긴  끝났다.

“…….”

“…….”

잔느는 입술을 떼고 코만 가볍게 맞댄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조니의 시선에 반사적으로 눈을 내려 땅바닥을 쳐다봤다. 아직 숨이 살짝 달뜬 상태라 바로 완전히 떨어지는 것은 그녀도 원치 않았지만, 키스가 끝나고도 가까이 붙어 있는 지금의 거리가 무어라 형언할  없는 기묘한 기분을 안겨 주고 있었다.

‘밀어내야 하는데…… 떨어지기가싫어. 이상해. 몸의 열기가 식는 게 싫은 기분이야.’

그래서 잔느는 조니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다시 키스를  올 때도 얌전히 고개를 들어 입술을 맞추며 눈을 감기만  뿐, 저항다운 저항은 하지 않았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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